동물약품산업은 단순히 동물 치료에 그치지 않고,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 예방과 안전한 축산물 공급을 통해 국민건강 보호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며, 축산업 발전과 국가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지금 동물약품 업계는 내수시장의 포화, 저가 외국산 저가제품의 도전, 품질향상 및 제도적 개선을 위한 변화 요구 등 안팎으로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동물약품산업이 향후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모색해보고자 한다.
동물약품산업 시장 규모
세계적인 글로벌 시장조사 및 컨설팅 전문업체인 TBRC(The Business Research Company)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동물약품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470억달러(약 60조8,000억원)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5.8% 이상의 성장을 보여왔다. 같은 해 내수시장 규모는 7억9,400만달러(약 1조300억원)로 세계 동물용의약품 시장의 약 1.7%를 차지하였고, 국내 시장은 평균 2%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2023년 기준 국내 동물약품 시장 규모는 약 1조3,021억원으로 2022년까지 지난 6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2023년에 들어서 다소 주춤한 모양새이다. 2023년 전체 시장 규모 중 국내 생산은 8,883억원, 수입은 4,138억원이며, 생산 후 국내 소비는 5,500억원, 수출은 3,383억원으로 마감되었다.
2023년 수출실적이 2022년 4,752억원에서 30%가 감소하여 국내 시장 규모에 영향을 미쳤으며, 2023년 전체시장 규모는 9%, 국내 생산 규모는 15.7% 하락하였다. 다만 내수시장은 수입산의 증가로 인하여 9,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다소 증가하였으며, 수입산은 내수시장의 42.9%를 점유하였다.
동물약품 시장 분석 및 전망
국내 동물약품산업은 과거 중소기업 보호업종으로 지정되어 축산업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발전해왔다. 정부는 국내 자급화를 위해 의약품 국산화를 추진했고, 이를 통해 초기 대규모 수입 의존을 줄이고 국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동물용의약품의 대부분이 항생제와 구충제 등 기초 의약품 중심이었으며, 양계 및 축산업의 성장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수요에 대응하는 제품 생산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국내 축산업의 양적 확대의 한계로 2016년 정부는 동물용의약품 산업의 수출산업화를 통한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수출주도형인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대책’을 수립하여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최근 포화 상태의 국내 산업동물약품 시장, 수입제품과의 경쟁 심화,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신약개발 등 재투자의 한계 등으로 인한 문제점이 지속되고 있다. 원료·복제약 중심 수출의 성장 한계와 동남아,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에 수출국이 편중되어 수출에서도 점차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등에 따른 사육규모 감소와 코로나19로 촉발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따른 현지 농가에서의 의약품 사용 비용 최소화, 신용장(L/C) 개설 지연과 제한 문제 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화학제 원가의 상승과 저가 중국산 제품의 공세 등으로 인하여 2023년 동물약품 수출은 크게 감소하였으며, 이는 결국 내수시장의 규모 감소로 이어졌다.
다만, 2024년에는 외화반출 규제 및 미수금 회수 애로 등의 문제가 전년 대비 다소 완화되었으며, 진단키트(의료기기) 및 백신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업체 전반적으로 수출이 증가했고 2024년 수출실적은 전년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내 백신 및 화학제품(항생제)이 최근 중국에 제품 등록을 완료하고 일부 물량이 선적되어 매우 고무적인 상황으로 2025년에는 더 많은 물량이 수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 등록된 국내 제품은 항생제 1개 품목 및 소독제 2개 품목에 불과하였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동물용의약품 시장으로 연간 약 35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매년 20% 이상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국내 제품의 중국 추가 진출이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시장
전 세계 동물약품 시장은 크게 산업동물과 반려동물 시장으로 나뉘며, 두 시장은 규모와 성장 추세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Vetnosis STORM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산업동물약품 시장은 약 420억달러 규모로, 반려동물약품 시장 규모인 244억달러보다 약 1.7배 더 크다.
산업동물약품 시장은 대규모 농업 생산에 따른 수요와 산업화된 축산업의 영향을 받으며 식량 생산의 안정성과 질병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성장이 안정적이다. 반면, 반려동물약품 시장은 펫 인간화, 반려동물 수의 증가, 그리고 펫 헬스케어에 대한 지출 증가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는 반려동물의 수가 증가하고 펫 건강 관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펫 보험의 확대, 개인화된 치료법에 대한 수요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2027년까지 평균 7.7%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TBRC).
국내 반려동물약품 시장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이나 전 세계와 비교하면 아직 미흡한 단계로 국내 동물약품 시장 규모 대비 약 12%(2023년)에 불과한 수준이다. 동물병원에서는 인체용의약품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나마 반려동물전용 약품은 다국적기업의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소수의 다국적 제약사가 인수합병을 거쳐 전 세계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벤처기업,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등이 동물용 신약개발에 참여함에 따라 반려동물약품 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지원 및 육성 정책
향후 국내 동물약품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은 반려동물전용 의약품 개발과 더불어 수출 확대에 있다. 정부에서도 동물약품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2023년 발표된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은 반려동물용의약품을 포함한 펫 헬스케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24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물용의약품 산업발전 대책은 동물약품 제조기준(GMP) 선진화, 제도개선, 수출기업 지원 강화, 신약 개발 등의 과제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을 위하여 대책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추진하고자 하는 제도적 정비 및 지원 대책 등과 더불어 정부조직의 확대를 통한 제도적 기반 마련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주요 대책 중 하나이다.
◇ … ◇ … ◇ … ◇
동물약품산업은 동물 건강과 복지, 공중 보건, 축산업 발전을 아우르는 산업으로국가 경제와 국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품질관리, 수출 지원, 연구개발, 법·제도 정비 등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와 업계가 협력하여 동물약품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김춘선 상무
(사)한국동물약품협회
동물약품 수출 회복세… '제한된 여건, 해결 숙제 多'
# 동물약품협회, 신년교례회 개최… “적극 소통 산업 선도”
# 지난해 동물약품 산업 지원 법률 마련·수출 회복세 호조
# 농식품부, 3월 내 산업 발전 대책 발표 '신성장 전략 제시'
한국동물약품협회와 정부가 동물용의약품 산업의 지난 한 해를 돌아봄과 동시에 올해에도 적극적인 소통으로 해외시장 수출 확대, 규제 개선 등 산업 발전을 이끌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사)한국동물약품협회(회장 정병곤)는 지난 1월 7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무궁화홀에서 ‘2025년 신년 교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형석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 이승호 농축산연합회장, 오세진 대한양계협회장, 대한수의사회 김옥경 명예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정병곤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어려움도 많았지만 동물용의약품 산업 지원을 위한 법률들이 마련되는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동물약품 산업 육성지원법이 발의되어 입법 과정 중에 있으며,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법령에 동물용의약품이 포함,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 종합 대책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 회장은 “동물약품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서 15%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공들여 왔던 중국 시장에도 총 5개의 품목이 등록을 완료했으며, 그중 3개 제품은 이미 수출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신년사를 마무리하며 정 회장은 “산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 및 협력 강화, 본격적인 수출 시장 개척으로 2025년에도 축산업 발전과 국민 건강 보호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정부도 산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동물약품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글로벌 동물용의약품 시장은 2032년 995억달러까지 성장하는 미래 핵심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국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로 미미한 수준이다”며 “산업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산업이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정책을 마련해 가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동물약품 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산업계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여 추진 과제를 확정하고, 3월 중 산업 발전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도 “제한된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산업은 성장해 왔으나 여전히 많은 숙제들을 안고 있다”고 내다보며 “업계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동물약품 산업 발전 대책 확립, 지원 프로그램 예산 확보, 품질관리 인력 효율화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VGMP 기준 상향을 위한 법령 재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을 물론, 제도적 기관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확충에도 노력하는 등 동물약품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2024년도 동물약품 산업 발전에 공헌한 업체와 개인에 대해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이 수여됐다.
△수출 유공 분야에서는 녹십자수의약품(주)과 한국엘랑코동물약품(주)이, 개인으로는 최재혁 LG 화학 책임과 이진오 베트올 차장이 수상했다. △동물용의약품 가축방역 유공 분야에서는 (주)에이피에스가, 개인으로는 김찬중 한국동물약품협회 주임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