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한돈협회는 '민·관·학 합동 방역대책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한돈협회는 '민·관·학 합동 방역대책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현안을 논의했다. 민·관·학 협력을 통한 실효성 있는 방역 대책 수립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관·학 합동방역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최정록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가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돼지유행성설사(PED)·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구제역, 돼지열병(CSF) 등 3개 대책반 운영을 통한 주요 논의사항과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 돼지, 3개 대책반 운영
3개 대책반에 따르면 내년 6월까지 PED·PRRS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이상육 문제 최소화를 위한 구제역 백신 생산 상업화 추진과 더불어 CSF 청정화 계획에 따라 내년 청정화 기반 구축 단계에 들어간다.
이와 관련해 내년 500농가를 대상으로 PED·PRRS 가축전염병 예찰조사를 실시하고 286개 농가에 소모성 컨설팅 지도지원 모니터링을 통해 실태를 진단할 예정이다.
구제역 백신 접종 개선과 관련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한돈협회가 건의한 무침 주사기로 피내 접종 추진과 소·돼지 산업용 동물에서 피내접종 전환 필요성이 강조됐으며, 제주도에 한 해 청정화 추진을 우선해 내년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총회에서 지위 획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CSF는 청정화 기반 구축 단계(2025~27년), 청정화 확인 단계(2028~30년), 청정화 달성과 유지 단계로 2031년 청정국 지위 인증을 목표로 내륙 기준 모델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대책반 참석 전문가들은 모니터링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정확하고 신속한 데이터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구제역 항체 양성률 조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장경수 부산카톨릭대 교수는 “CSF와 관련해 제도개선과 혁신적인 방역 로드맵이 나온 만큼 예산 확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상억 발라드동물병원장은 “방역에 있어서 대만 구제역 청정화 과정을 참고해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농장주와 축산업 관련 종사자 교육을 보다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손세희 공동위원장은 “지난 1년간 각 분야에서 노력해 준 모든 민·관·학 관계자들에게 감사하고 생산자들이 방향을 제시하면 정부는 이를 지원하며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 역할을 하면 좋겠다”면서 “현장에 맞는 현실적인 중장기 방역 대책이 수립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정록 공동위원장은 “제도와 현장의 방역시스템이 개선되면서 방역과 관련해 관리는 되고 있지만 새로운 질병 유입 가능성과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 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재난형질병과 소모성질환 등을 국가 단위 의제화하고 논의하면서 대책을 세워 생산성을 높이는 데 민관학 방역대책위의 역할과 발전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한우, 브루셀라·럼피스킨 논의 집중
지난 19일 열린 민·관·학 합동 소질병 방역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브루셀라와 럼피스킨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소 브루셀라병 예찰체계 개편안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기존 일제검사 방식을 위험도 기반 예찰체계로 전환, 고위험지역 소를 집중검사하는 통계‧예찰체계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행 200만 마리를 검사하던 것에서 147만 마리로 브루셀라 검사 가축 마릿수가 줄게 된다.
전문가들은 예찰체계 전환에는 동의하지만 브루셀라 발생농장에 대해서는 전 마릿수 검사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암소의 경우 성숙기 전에는 브루셀라균이 나오지 않다가 12개월 이후에 나오는 경우도 있어 공백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농장은 전 마릿수 일제검사 등 검사강화가 필요하다”며 “현장에 맞는 유연한 예찰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발적이고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럼피스킨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럼피스킨 백신에 대해 내년 4월 전국 일제접종을 실시하고 2026년부터는 농가 백신 자율접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경제적 피해, 방역 자원 투입 효율성, 해외사례 등을 분석한 후 럼피스킨 관리 등급을 현행 1종 가축전염병에서 2종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1종 법정전염병인 럼피스킨이 2종으로 갈 경우에 대한 준비와 함께 해외 사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우산업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럼피스킨에 대해 백신도 살처분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2종으로 하향 조정되면 우시장 폐쇄나 이동제한 등의 불편한 조치는 사라지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살처분 보상금이 낮아지는 등 현실적인 문제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서 고병원성 AI…전국 가금농장 18번째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충북 진천군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고 28일 밝혔다.
전국 산란계 농장 예찰 검사 중 이 농장에서 항원이 검출됐고,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정밀 검사를 통해 고병원성(H5N1형)임을 확인했다.
이로써 올해 동절기 전국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모두 18건으로 늘었다.
중수본은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이 농장에 초동대응팀을 투입해 출입을 제한하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1만6천여 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또 AI 확산 방지를 위해 충북 내 산란계 사육농장과 축산시설 등에 대해 오는 29일 0시까지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선처는 없다
베트남에서 마약 밀수 조직 두목과 조직원 27명이 대거 사형 선고를 받았다.
28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전날 호찌민시 인민법원은 마약조직 두목인 부 호앙 아인(67·여)과 조직원 26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나머지 조직원 6명에게는 종신형, 2명에게 20년형을 각각 내렸으며, 두목 아인에게는 2억 동(약 1천160만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10년 동안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수의 개인이 사형 선고받은 사례라고 VN익스프레스는 전했다.
두목 아인과 조직원들은 2018년 3월∼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총 626㎏ 분량의 필로폰, 헤로인, 케타민 등 마약을 수입해 하노이, 호찌민, 하이퐁 등 전국 각지에 유통한 혐의가 인정됐다.
이들이 유통한 마약 관련 금액은 총 5천480만 달러(약 809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20년 초부터 자동차나 자동차 엔진에 마약을 숨겨 밀수,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총 129개의 엔진 밀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안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시그널` 메신저를 이용해 수사망을 피했다.
두목 아인은 2009년에 마약 밀매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았다가 감형됐으며,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유사한 범죄 또는 다른 범죄로 수감 생활을 했다.
베트남에서 헤로인이나 코카인 600g 이상, 또는 필로폰 2.5kg 이상을 소지하거나 밀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딱 맞는 암 치료제 ‘동반진단’으로 찾는다
[바이오 ‘블루오션’ 동반진단]① 표적치료제·면역치료제 개발로 진단 필요해 약물 투약 전 동반진단으로 치료 효과 검사
치료제를 투약하기 전 환자가 해당 치료제를 쓸 환자인지 확인하는 검사를 동반진단이라고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암 치료제, 이른바 항암제는 신약 개발 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의약품 가운데 하나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예전에 없던 여러 형태의 종양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치료제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기업들은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기 위해 새로운 항암제인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를 주목하고 있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는 특정 환자만 쓸 수 있다. 특히 표적항암제는 암세포가 발현하는 특정 요소를 찾아내는 원리로 치료 효과를 높인 약물이다. 같은 종양이라도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환자는 치료제를 투약해도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치료제를 투약하기 전 환자가 해당 치료제를 쓸 환자인지 검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검사를 의료현장에서는 동반진단이라고 한다. 동반진단은 환자의 특성과 질환의 형태를 분석해 사용하려는 치료제가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확인하는 검사 방법이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환자에게 딱 맞는 치료 방법을 제공하는 이른바 정밀의료의 중요성이 커지며 동반진단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동반진단을 통해 환자에게 필요한 약물이나 치료법을 찾게 되면 환자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치료 효과가 높은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에 더 빨리, 회복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미 많은 환자가 표적항암제 처방 전 동반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환자가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허가 제품으로 동반진단을 거쳐야 한다.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가 양성인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에서도 엑손19 결손이나 엑손21 치환 변이인 환자일 때 치료 효과가 좋아서다.
치료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신약은 렉라자처럼 특정 조건을 갖춰야 쓸 수 있기도 하다. 대다수가 정상 상태와 병적 상태를 구분하는 특징 이른바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치료제라서다. 렉라자처럼 EGFR을 바이오마커로 삼는 치료제는 로슈의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 등 여럿이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려는 환자도 동반진단을 통해 검사를 거쳐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쓰려는 환자는 사전 검사를 거쳐 암세포에 PD-L1 단백질이 발현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제인데, 키트루다가 치료 효과를 내려면 PD-L1 단백질이 많이 발현해야 한다.
美 FDA도 동반진단 개발 장려
바이오마커가 명확한 경우 신약 개발 기업이 약물을 승인받기 쉽기도 하다. 특정 조건에 부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기 때문에 임상시험 대상자의 수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개발 중인 신약의 치료 효과를 높여 이를 신약으로 허가받을 가능성도 증대할 수 있다. 실제 주요 신약 개발 기업은 진단 기업과 동반진단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실제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기 쉬운 혈액암은 환자 수가 적지만 치료제 승인 건수는 고형암과 유사하다. 이동열 안텐진제약 전무는 올해 10월 동반진단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혈액암 환자의 수는 고형암 환자 수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도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8개의 항암제를 승인했는데, 고형암 치료제와 혈액암 치료제 각각 8개였다”고 말했다.
각국의 규제기관도 기업이 신약을 개발할 때 동반진단 방법을 동시에 준비하도록 조치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기업의 치료제와 동반진단의 동시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각각 2016년, 2020년 발표한 동반진단 지침이 대표적이다. 기업은 해당 지침에 따라 동반진단의 유용성을 확인받아야 하고, 신약과 함께 동반진단 방법을 함께 승인받는다.
동반진단 수가 PD-L1·ALK뿐
문제는 동반진단 수가를 인정받은 바이오마커가 PD-L1과 ALK뿐이라는 점이다. 만약 환자가 다른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약을 쓸 때 수가를 적용받아 동반진단 검사를 거치려면 수개월동안 별도의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말기 암 환자는 치료제를 빠르게 써야 하지만, 동반진단 검사로 인해 이런 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국내 도입된 한국아스텔라스의 항암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는 동반진단 수가가 문제가 돼, 환자들은 빠르게 약물을 처방받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빌로이는 클라우딘 18.2 단백질이 많이 발현되는 암세포를 찾아내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다. 하지만 현재 클라우딘 18.2는 수가 산정이 가능한 동반진단 바이오마커로 등록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향후 국내 도입을 앞둔 신약이라면 모두 해당한다. 애브비의 항체 약물 접합체(ADC) 항암제이자 난소암 치료제인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도 마찬가지다. 앞서 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은 “표적항암제와 동반진단은 함께 가야 한다”며 “현행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 게섰거라"…새해 K팝 이어 K-신약도 우뚝서려면
국산신약, 美·EU 시장 허들 위한 기업·정부 노력 요구돼
우리나라 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K-팝의 글로벌 인기 등 한국은 변방의 조용한 나라에서 글로벌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K-문화에 못지않게 연간 30조원의 시장 규모,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천200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가동 중인 우리 제약바이오산업. 연 매출 1조원의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한 업계의 구슬땀이 새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 수출한 항암제 렉라자가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취득한 것은 국산신약의 가능성을 한 단계 높인 ‘사건’이었다. 현재 다수 제약기업의 추가 개발도 한창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제약시장을 공략하려는 K-혁신 신약의 파고는 매섭다.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에 대해 품목허가를 내렸다. 이로써 국산신약은 1999년 SK케미칼이 개발한 위암 항암제 선플라주 1호 허가를 시작으로 총 38호까지 개발됐다.
사진=김양균 기자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초창기 국산신약이 만성질환 등에 국한된 것에서 최근 들어 다양한 모달리티(Modality)를 특징으로 분석했다. 모달리티란, 의약품이 표적을 타깃하는 방법이나 약물이 약효를 나타내는 방식을 말한다.
정 원장은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까지 신약의 적응증을 보면 비록 항암제도 포함됐지만, 중증보다는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주를 이뤘다”라며 “2000년~2010년은 모달리티의 다양화와 중증 항암제 등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약물 개발이 이뤄진 시기였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경향이 더 강화됐다는 게 정 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중증 희귀 및 난치성 질환 신약 개발과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를 지향하는 혁신 신약 개발 노력이 눈에 띈다”라고 평가했다.
신약은 타깃에 대한 첫 약물인 퍼스트 인 클래스와 계열 내 최고의 약물을 말하는 베스트 인 클래스로 나뉜다. 정 원장의 설명처럼 국산신약 중 세계 시장에서 인정하는 ‘베스트 인 클래스’가 최근 들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에서 먹히는 ‘퍼스트 인 클래스’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퍼스트 인 클래스는 높은 R&D 난이도에도 불구, 일단 개발만 하면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과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GSK는 위궤양 치료제 ‘잔탁’ 개발 이후 연간 4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10억 달러 규모였던 GSK는 이후 명실공히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장시간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퍼스트 인 클래스 약물을 개발하고자 노력하는 이유다.
지난 2019년 GC녹십자 오창공장에 설립된 완제 공정 시설 ‘통합완제관(W&FF)’에서 제조된 혈액제제의 완제 공정 모습. (사진=김양균 기자)
급성장 韓 제약바이오산업…블록버스터 신약 개발까지 갈 길 멀다
아직 블록버스터 국산신약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의 벽을 깨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국산 의약품 가운데 미국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에 허가를 획득한 제품은 23개. 해외 기술이전은 더 활발해 최근 4년간(2019년~2023년)은 104건 47조8천억원이다.
국가신약개발재단에 따르면, 작년 기준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총 1천650개로, 암 질환이 35%로 가장 많고 중추신경계질환(12%)과 대사질환(11%) 분야는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제약산업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29조9천억 원으로 글로버 시장 전년대비 17.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2022년 연평균 성장률은 6.7% 수준이었다. 관련해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는 5조2천억원으로, 2018년~2022년 연평균 23.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체 제약시장의 1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2023년까지 1조원 이상 매출을 내는 제약기업은 1개 사에서 8개 사로 늘어났다. 수출 규모도 2018년 5조1천억원 규모에서 2022년 10조5천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 상위 3국별 수출 규모는 ▲미국 9조9천억 달러▲일본 7조7천억 달러 ▲독일 7조4천억 달러 순으로, 대미 의존도가 높다.
사진=김양균 기자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정 원장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해 제약바이오 업계가 미 FDA와 EMA 등 주요 허가기관의 지향하는 바를 공략하고, 이를 위한 다국적 기업과의 협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오로지 국내 기업의 힘만으로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의 신약을 개발 및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미 FDA가 혁신신약과 및 희귀질환 치료제에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며 인허가 결정을 내리고 있는 점을 주의 깊게 따져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즉, 대체의약품이 존재하는 만성질환 치료제로는 한계가 있으며, 새 모달리티, 유전자 기반 세포치료제 등 기존 질환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한 의약품이 미 FDA의 허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 원장은 “우리 기업들은 혁신신약 개발 추진 노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제약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트렌드에 부합한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막대한 R&D 지원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 정 원장은 “제약산업육성법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서 기금이나 대규모 자금 지원 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라며 “첨단 바이오 이니셔티브 등 나름의 정부 노력이 있지만 획기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자본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내년 복지부 R&D 예산 9327억 편성…신규과제 2315억
총 16개 보건의료 R&D사업 712억 신규과제 1차 공고 실시
내년 복지부의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보다 18% 증가한 9327억원으로 편성된 가운데, 신규과제에는 2315억이 배정됐다.
복지부는 그중 712억원 규모의 신규과제 1차공고를 실시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7일 2025년 보건복지부 R&D 사업 통합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보건의료 연구개발 16개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과제를 1차 통합 공고했다.
복지부는 모든 국민이 건강한 헬스케어 4.0 시대를 구현하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주요 R&D 예산을 대폭 확대(최근 5년간 연평균 8.2%의 증가율)하고 있으며, 2025년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9327억 원(72개 사업)으로 편성했다.
이 중 계속사업은 54개 사업에 8434억원, 신규사업은 18개 사업에 893억원이다. 예산은 △국민의 생명·건강을 보호하는 보건의료기술 △바이오헬스 강국 도약을 위한 신산업 육성 △데이터·AI가 선도하는 미래의료 △국가 난제 해결을 위한 도전·혁신 △혁신을 촉진하는 R&D 생태계 5대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이 중 2025년 신규 과제는 총 2315억원(계속사업 1422억원, 신규사업 893억원)으로 4월 개시 예정 과제 대상(16개 사업, 712억 원) 1차 통합 공고를 실시한 것이다. 이후 7월 개시 예정 과제 대상(4개 사업, 315억원)으로 2차 통합공고(2025년 3월 예정)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제1차 통합 공고는 16개 사업(172개 과제, 712억원)을 대상으로 한다. 공고는 27일부터 오는 2025년 1월 27일 14시까지 30일간 진행되며, 4월 중 연구개발기관을 선정하고 연구를 개시할 계획이다.
이번 제1차 통합 공고 대상 사업 중 주요 사업은 크게 5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생명보호·건강 증진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소아 질환에 대한 조기 개입과 치료를 위한 의료기술 개발에 16개 과제 △희귀질환의 원인 규명 및 진단·치료기술 개발에 11개 과제를 선정하며, △난임·불임과 고위험 임신 등을 위한 연구에는 20개 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임상현장에서 발견되는 문제를 연구자 주도로 연구하는 신규사업에도 12개 과제를 선정 예정이다.
첨단재생의료 등 바이오헬스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희귀·난치질환 극복, 개인 맞춤의학 등 △유전자, RNA 및 후성유전체 편집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유전자치료제 개발 연구에 6개 과제를 선정한다. 또한 기존 동물모델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첨단바이오의약품 비임상 유효성 평가를 위해 4개 과제를 선정한다.
미래의료로의 전환을 이끌 데이터, 인공지능 활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보건의료 분야 데이터,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신규과제도 선정 예정이다. △생성형 AI 기반의 의료서비스 모델 지원에 2개, △보건의료 데이터의 표준화·연계를 위한 연구개발에 4개 신규 과제를 선정한다. △의료기관, 공공기관 등에 산재된 보건의료 데이터 통합활용을 위한 포털 구축 및 2차 활용에 대응하는 연구에도 2개 과제를 선정 예정이다.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패널 데이터 기반의 암 정밀의료 △치매 전주기 데이터 수집에도 각각 1개 과제를 선정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을 위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지의 감염병(Disease X)에 대한 선제 대응을 위한 RNA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대한 신규과제 4개를 선정한다.
마지막으로, 임상 현장의 수요를 연구개발로 이끌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글로벌 수준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성장 단계별 지원도 지속한다. 이번 1차 공고에서는 신진 의사과학자 단계의 40개 과제를 우선 선정하며 올해 의사과학자 지원의 포문을 연다.
이 밖에도 계속사업인 감염병 예방·치료기술개발, 마이크로 의료로봇 기반 의료제품 개발, 임상현장 수요연계형 중개연구 사업에서도 이번 통합 공고를 통해 신규과제를 50개를 선정 및 지원할 예정이다.
4월에 개시 예정인 연구 과제 중에서도 이번에 통합 공고에 포함되지 않은 과제(12개 사업, 488억원)는 별도로 공고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공고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제출 양식은 복지부,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종합정보시스템 각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 정은영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을 목표로 보건의료 R&D의 임무 지향성을 강화하고 국가전략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다부처 및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며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진흥원 차순도 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보건산업진흥원은 연구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수술 늦어지면 사망률 뛰는데…"2년 미뤄지기도" 암 환자 고통 '진행 중'
"전공의 부재로 수술 건수 줄어"…올해 2~6월 '빅5' 암 수술 29% 감소
연도별 월별 상급종합병원 암 수술 현황/그래픽=김다나
#. 지난달 폐암 1기 진단을 받은 박모씨(71)는 최근 수술을 알아보기 위해 대구에서 상경했다. 서울 내 5대 대형병원 중 한 곳의 외래진료에서 박씨는 2500만~3000만원 정도가 드는 비급여 로봇수술은 내년 1월20일에 가능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한 절제 수술은 8~9개월가량 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별도의 실손보험이 없어 고가의 로봇수술은 받을 수 없었던 박씨는 9개월 후엔 암 진행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 시급히 다른 대형병원도 찾았다. 그곳에서는 내년 1월 하순 급여 적용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구 지역 내 대학병원에서도 1월 하순 수술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고 박씨는 대구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는 수술을 기다리면서 대기 기간 병세가 악화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의정갈등이 10개월째로 길어지고 탄핵 정국으로 사회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암 환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그나마 있던 정부와 의사단체 간 소통창구마저 봉쇄되고 해결의 기미가 요원해지면서 환자들은 더 큰 무력감에 빠졌다는 전언이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지난 2월1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5520건의 상담이 들어왔다. △의료이용 불편상담 4243건 △수술지연 504건 △진료차질 217건 △진료거절 154건 △입원지연 44건 △법률상담지원 358건 등이다. 이달 9일과 10일에도 각각 18건, 20건의 의료이용불편상담이 접수됐다.
대다수의 전공의들의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암 수술이 예년처럼 많이 이뤄지지 않고, 암 환자들의 수술 대기도 길어졌다는 게 의료계 얘기다. 한 5대 대형병원 관계자는 "수술이 1~2년 뒤로 미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전공의 부재로 이전처럼 수술을 많이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 뉴스1
실제 올해 2~6월 암 수술 환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질환으로 수술받은 환자 수는 5만7244명으로 전년 동기 6만8425명 대비 1만1181명(16.3%) 줄었다. 같은 기간 5대 대형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환자 수는 2만532명으로 전년 동기 2만8924명 대비 8392명(29.0%) 급감했다.
암 수술 지연은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노동영·허대석 교수팀이 201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암 진단 후 1개월 이상 수술을 기다린 환자는 1개월 이내 수술을 받은 환자에 비해 유방암은 1.59배, 직장암 1.28배, 췌장암은 1.23배 사망률이 각각 증가했다. 장기화된 의정갈등으로 암 환자들의 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이유다.
암 환자들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한 뒤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의료정상화를 이뤄주길 고대한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암 환자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데 탄핵 정국에 환자들의 목소리가 다 묻혔다"며 "이전에는 정부와 환자단체, 의사들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각종 논의를 했지만 비상계엄 이후에는 이 회의마저 진행되지 않고 있고 의사들은 더 강경해졌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의료개혁 동력과 불통이 빠진 지금이야말로 의료계가 의료현장에 되돌아와 환자들과 국민들한테 의견을 표출해야 할 시기 아닌가"라며 "하루빨리 의료정상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 음식, 따로 만들어야 할까요?
먹는 즐거움은 참 큽니다. 그건 암에 걸렸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환자용 음식을 따로 만들지 마세요. 가능하면 일반적인 식사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유동식을 권합니다. 식사가 가능한 경우라면 가족과 함께 같은 음식을 먹는 게 좋습니다. 환자 음식을 따로 만들기보다 가족 전체가 환자 덕분에 건강한 음식을 먹는 셈이 됩니다.
환자를 위한 식사를 준비한다고 너무 밍밍하게, 푹 삶아서 형체가 없는 음식을 만들지는 마십시오. 평소에 먹던 대로 식사를 하되, 육식이나 바싹 구운 음식을 즐기는 등 잘못된 식습관만 고치는 게 좋습니다.
이병욱 박사의 작품
양념은 오히려 강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암 환자들은 속이 늘 더부룩하고 메슥거리기 때문에 이왕이면 양념이 강한 음식을 찾게 됩니다. 너무 싱거운 느낌이 들거나 매운맛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음식은 식사 자체를 질리게 합니다.
병원의 환자식처럼 밍밍하게 만들면 냄새에 질려서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입맛을 잡아끌기 위해서는 한두 가지 반찬은 양념을 좀 진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흔히 고춧가루나 마늘, 생강 등이 위에 부담이 된다고 피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지나치게 짜거나 매운 음식은 피하는 게 좋지만 소량만 먹는 것은 무방합니다.
환자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매끼 새로운 반찬을 올리려고 하면 힘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평소 집에서 먹는 것과 비슷하게 하되 한 가지씩만 새로운 음식을 올려보십시오. 이왕이면 환자에게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오늘 드시고 싶은 거 있나요?”
“뭘 좀 하면 입맛이 돌아올 것 같나요?”
환자는 ‘나를 위해 이런 음식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그 음식을 많이 먹게 됩니다.
일반인들은 위의 80%만 채우는 식사가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배가 찼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 숟가락을 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암 환자들은 그 반대입니다. “한 숟가락만 더 드세요”라며 주변에서 적극 권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말입니다. 가족과 함께 회식을 즐기는 것도 기분 전환에 좋은 시기이지요. 외식은 아프기 전 했던 행동 양식 중 하나로 환자에게 새로운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가끔 한 번씩 외식하면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환자에게 좋습니다.
이왕 외식을 할 바에는 몸에 좋은 것을 먹도록 하세요. 다만 몸에 좋은 것만 강조하다 보면 강요가 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어쩌다가 얼근하거나 맵거나 짠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면 한 번씩은 먹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즐겁게 먹었다!’라는 생각이 드는 식사를 하십시오. 연말이 더욱 여유 넘치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오늘도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이병욱 드림(대암클리닉 원장)
충북 진천서 AI…정부 "고병원성 여부 확인 중"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국 산란계 농장 예찰 검사 중 충북 진천군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항원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고병원성 여부를 정밀 검사 중이며, 검사 결과는 1∼3일 뒤 나온다.
중수본은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이 농장에 초동대응팀을 투입해 출입을 제한하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1만6천여 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또 AI 확산 방지를 위해 충북 내 산란계 사육농장과 축산시설 등에 대해 오는 29일 0시까지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가축질병 기승
올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예년보다 빠른 지난 10월에 가금농장에서 발생했다. 전국 어디든 고병원성 AI가 추가 발생할 수 있어 방역당국은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강원 동해 소규모 산란계농장에서 지난 10월 29일 첫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지난 16일 충남 청양군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폐사 증가에 따른 신고로 정밀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돼 올 들어 10만 마리 이상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두 번째 발생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1월 15일 경북 영덕 양돈장에서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6일 경기 양주 양돈장 정밀검사 결과 확진돼 모두 11건이 발생했다. 럼피스킨도 지난 8월 12일 경기도 안성 소재 한우농장에서 발생한 이후 7개 시‧도 19개 시‧군의 한우와 젖소 사육농장에서 총 23건이 발생했다. 겨울철 소독 요령에 대한 교육·홍보 강화는 물론 축산농가는 장화 갈아신기 등의 기본 방역 수칙을 지키고 이상 증상 발견시 즉시 신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美 전역서 야생 고양이 죽어나가"...조류독감 때문이라고?
고양이는 감염 하루 만에 숨져...반려동물로 인한 인체 감염 촉각
미국에서 야생 포유류가 조류독감에 걸려 숨지는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워싱턴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숨진 고양이의 모습[ Wild Felid Advocacy Center of Wsshington 페이스북 캡쳐]
미국에서 조류독감으로 인해 야생동물이 잇달아 폐사하고 있다. 조류독감 감염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조류독감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걸로 알려진 고양이가 주검으로 발견되고 있다.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워싱턴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조류독감으로 큰 고양이 20마리가 죽었다. 조류독감이 멸정위기종마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야생동물보호센터(Wild Felid Advocacy Center) 책임자인 마크 매튜스(Mark Mathews)는 “추수감사절 즈음에 첫 번째로 숨진 고양이가 아팠으며 이달초에 많은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매튜스는 11월 말 고양이 37마리를 키우고 있었으나 이 중 20마리가 숨졌다.
보호센터 측은 아프리카 살쾡이 5마리, 퓨마 4마리, 살쾡이 4마리, 캐나다 스라소니 2마리, 벵골 고양이, 아무르/벵골 호랑이, 아프리카 카라칼, 조프루아 고양이, 유라시아 스라소니 각 1마리가 숨졌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보호센터 동물 중 절반 이상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렸다고 확인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주로 감염된 새의 배설물과 배설물을 통해 퍼진다. 육식성 포유류는 감염된 새나 오염된 환경과 접촉함으로써 감염될 수 있다.
보호센터 측은 “고양이가 조류독감에 특히 취약하고 증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폐렴 증세를 보이며 24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피닉스 외곽 동물원에서는 동물 5마리가, 시애틀 동물원에서는 동물 1마리가 죽는 등 미국 전역으로 조류독감 감염이 확산되는 추세다.
조류독감은 인체 감염이 쉽도록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 확인되고 있으며 올해 들어 미국에서 60여명이 감염됐고 이중 한 명은 위독한 상태다. 반려동물인 고양이가 인체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바이오헬스업계 “해외 사업 위해 정부 금융 지원 필요”
제약 인사이드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바이오헬스기업들이 해외 사업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부 정책은 ‘금융 지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판로개척’과 ‘해외 유통망 확보’를 꼽았다.
지난 2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담긴 ‘바이오헬스 정책 지원을 위한 산업 실태 비교·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1만7545개 제약·의료기기·화장품·건강기능식품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헬스기업들은 성공적인 해외 진출과 수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부 정책으로 ‘금융지원(56.7%)’을 꼽았다. 이어 ‘판매·마케팅 지원(14.8%)’, ‘기술 개발 지원(10.4%)’순이었다. 이밖에 ‘인력 양성(4%)’, ‘수주지원(3.2%)’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산업부문별로 보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기업은 금융지원에 대한 정책 수요가 많았던 반면, 제약기업의 경우 판매·마케팅 지원 정책의 수요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제약기업은 인력양성과 수주 지원에 대한 수요 역시 다른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많았다. 의료기기기업도 판매·마케팅 지원, 기술개발·애로 해소 지원 등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오헬스기업이 해외 진출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판로개척, 해외 유통망 확보(35.6%)’였다. ‘해외 마케팅 전문인력 부족(14.6%)’이 다음으로 많았고, ‘필요 자금의 부족(11.5%)’을 꼽은 기업들도 있었다. 과거와 비교하면 ‘기업 인지도 부족’, ‘언어의 장벽’, ‘기술력 부족’ 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업들이 늘었다.
특히 제약업계는 ‘수출 관련 절차 규제’와 ‘해외 시장정보 자료 부족’이라고 답한 기업의 비중이 타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높았다. 의료기기업계는 판로개척과 해외 유통망 확보, 현지 시장 규격·인증을 해외 진출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으로 꼽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계팀 차미래 연구원은 “산업분야뿐 아니라 각 산업 내 기업체 규모별로도 해외진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차이가 있었다”며 “각 기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 20명 중 한 명은 암 경험”… 생존율은 어땠을까?
기대수명까지 살면, 男 37.7%·女 34.8%에서 암 발생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민의 5%가량 은 암 환자이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암 경험자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5년간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2.9%였다.
◇기대수명까지 살 경우 10명중 4명은 암 발병
26일, 보건복지부는 국립암센터 등 전국 암 등록 본부와 병원 194곳 등을 통해 수집된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새로 발생한 암 환자 수는 28만2047명(남성 14만7468명, 여성 13만4579명)으로 전년 대비 0.05% 줄었다.
다만 고령화 등으로 암 발생자 수는 전체적으로 우상향하는 추세다.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에는 진단검사 등의 감소로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이후 다시 늘어 2022년에는 2019년보다 8.8%가 증가했다.
기대수명(남성 79.9세·여성 85.6세)까지 살 경우 남성의 37.7%, 여성의 34.8%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표준인구로 보정한 우리나라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87.0명으로 미국(367.0명), 영국(307.8명)에 비해 낮았고 일본(267.1명), 중국(201.6명)보다는 높았다.
◇2000년 초 대비 18%p 상승한 암 환자 생존율
2022년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12.0%)이었고 이어 대장암(11.8%), 폐암(11.5%), 유방암(10.5%), 위암(10.5%), 전립선암(7.4%), 간암(5.3%) 순이었다. 전립선암, 췌장암 등 주로 노년층에 발생하는 암은 고령화로 전년보다 늘었다.
성별 암 발생 순위는 남성의 경우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순이었다. 여성은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등 순이었다. 남성 전립선암과 여성 유방암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2018~2022년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9%로 직전 집계 기간 대비 1.2%p 늘었다. 2001~2005년 54.2%와 비교하면 18.7%p 증가하는 등 5년 생존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당국은 검진율이 높아져 조기 발견하는 사례가 증가한 덕분이라고 봤다.
◇갑상선암 생존율 100%, 췌장암 16.5%
암종 별 생존율은 갑상선암(100.1%), 전립선암(96.4%), 유방암(94.3%)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상대생존율이 100%라면 일반인과 생존율이 같다는 것으로, 갑상선암의 상대생존율이 100%를 넘는 것은 수치만 보면 일반인보다 오래 생존한다는 뜻이다. 반면, 폐암(40.6%), 간암(39.4%), 담낭 및 기타 담도암(29.4%), 췌장암(16.5%)은 낮았다.
통계에 따르면 생존율은 진단 시의 암 진행 단계에 따라 크게 달랐다.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 병기에서의 생존율은 92.1%였지만,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전이된 ‘원격전이’ 병기에서는 27.1%에 불과했다. 다만 췌장암, 간암은 국한 병기에서도 생존율이 각각 46.6%. 62.3%로 종별 생존율은 차이가 났다.
한편, 2022년 암 유병자(암 환자 또는 완치자)는 258만8079명가량으로 국민 20명당 1명꼴이었다. 전년보다는 15만3990명 증가했다. 전체 암 유병자의 61.3%는 진단 후 5년을 초과해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자 수가 가장 많은 암은 갑상선암(21.4%)이었으며 위암(13.8%), 유방암(12.8%), 대장암(12.6%) 등이 뒤를 이었다.
"질병 관리만큼 중요한 건 신체기능 유지와 일상의 힘"
노년내과 교수가 강조하는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 근력, 식사, 긍정적 태도가 건강수명 늘리는 데 중요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기대수명은 83.8년(2021년 기준)으로 일본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3위다. 기대수명 가운데 건강을 유지하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61.9년이다. 나머지 21.9년은 질병과 부상으로 병치레하는 셈이다. 이 기간을 줄여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을 '건강노화'라고 할 수 있다. 건강노화 전문가 김창오(53)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강조한 건강노화 목표는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기능'이다. 이를 어떻게 하면 실현할 수 있을까. 새해를 맞아 김 교수와 그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창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 ⓒ시사저널 박정훈
같은 1년이라도 0.5년 늙어 보이는 사람과 2년 늙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 개인마다 '노화 속도'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보면 유전적 소인과 후천적 요인이 있다. 후천적 요인으로는 질병 유무와 환경적 요인 등 수없이 많을 것이다. 노화는 특정 질환이 아니어서 다양한 변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전은 어떻게 할 수 없더라도 후천적 요인은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 듦의 모습은 매우 다양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다만 많은 어르신을 만난 경험상, 일반적으로 생애 고비가 있다. 그 고비는 70대 중후반에 찾아온다. 건강수명이 늘어나므로 현재 50~60대는 그 고비를 80대 초중반에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70대 초반까지 본인은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어르신이 꽤 많다. 일상생활을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떤 이유로든 입원한다. 폐렴을 예로 들자.
폐렴 치료는 노인이나 젊은이나 똑같이 항생제를 사용하면서 염증 수치나 증상이 호전되면 1~2주, 길어야 한 달 내에 퇴원한다. 그런데 병원에 걸어서 왔던 사람이 걸어서 나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주일만 누워있어도 근력의 3분의 1이 감소하는데 한 달 정도 입원하면 본인 혼자 걷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병원이라는 낯선 환경 때문에 입맛도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이 확 무너진다. 어찌어찌해서 퇴원하고 몇 주 후 검사할 때 그 어르신을 만나보면 식욕이 없다는 등, 기력이 없다는 등 하소연한다. 검사해 보면 정상이다.
병원을 찾아온 어르신은 대부분 만성 질환을 잘 관리하고 있다. 어디가 불편하냐고 물어보면 기력이 떨어지고 입맛이 없다고 한다. 또 최근 근감소증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자신이 근감소증은 아닌지 불안해한다. 사실 근감소증이라고 해도 특별한 치료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는 것밖에 없다. 그러면 어르신은 '너도 늙어봐라' 하는 눈빛으로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는 것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적극적으로 유도하면 변하는 어르신이 있다.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 고비를 넘기면 80~90대에는 큰 문제가 없다. 어떤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도 70대보다 잘 극복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다."
그 고비가 모두에게 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 순탄하게 노후를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작은 문제로 인해 입원하게 되더라도, 퇴원 후의 관리가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퇴원이 끝이 아니라 신체적 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환자와 보호자가 인지해야 한다. 먹고 움직이는 일상을 혼자 할 수 있으면 당뇨병·고혈압·암이 있다 한들 혼자 병원에 다니면서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질병이 없더라도 신체적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주변의 도움에 의존해야 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 즉 본인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느냐가 노인학에서 강조하는 건강수명의 기본이다."
80대인데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지병이 없는 사람도 있나.
"물론이다. 그런데 지병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내일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일을 계획할 수 있으면 건강한 것이다. 약을 제때 먹으면서 그 계획을 실천할 수 있으면 된다."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 내 체육시설에서 노인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현미보다 평소 먹던 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신체적 기능을 강조했는데, 기능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력 특히 다리 근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걷는다. 걷기를 기본으로 하되, 추가로 근력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한다. 이렇게 해서 근력을 축적해 놓으면 소진될 때 완만하게 소진된다. 같은 고비를 겪더라도 근력이 부족한 사람은 더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약간 과체중이 노년 건강에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체중을 구성하는 요소를 잘 분석해야 하는데, 지방이 많으면 체중을 빼는 것이 맞다. 그러나 노인이 너무 슬림한 것은 좋지 않다."
새해 결심으로 시작한 근력 운동이 금세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또 운동을 약하게 하자니 효과가 없을 것 같고 강하게 하면 힘들어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운동에 대한 근거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강도가 낮아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반면, 강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장년층이라면 몰라도 노년층에겐 그런 운동 목표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매일 1만 보를 반드시 걷는다고 한다. 안 걷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다. 근시안적으로 올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 그냥 밥 먹듯이 움직임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 주변 공원에 가면 운동시설이 다양한데 그것들을 이용하면 된다. 추운 날씨에는 실내에서 다리 올리기 운동이나 실내자전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걷기는 기본이고, 주변을 둘러보면 근력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래서 노년기에 체중을 빼기 위한 절식이나 단식은 좋지 않을 듯하다.
"과거에는 조금 먹어야 오래 산다고 했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황에 맞춰 생각해볼 일이다. 본래 적게 먹어온 사람은 그대로 유지해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고비가 왔을 때 축적해둔 근력이 워낙 적으면 위험하다. 따라서 노인이 적게 먹는 것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평소 먹던 양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노화에 매우 중요하다. 또 상식 선에서 골고루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식습관이 좋을 리 없다. 본인은 정작 자신의 식사량이나 식습관을 잘 모를 수 있다. 같이 사는 가족이 더 잘 안다. 가족의 말을 들어보고 본인의 식사량이 줄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흰쌀밥보다 현미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영양학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현미 섭취가 필요한 질환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식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현미를 먹고 식욕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흰쌀밥을 먹어 식욕을 잃지 않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현미든 흰쌀밥이든, 중요한 것은 본인이 정한 식사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평소 현미를 먹을 정도면 이미 건강한 상태일 텐데 그것은 현미를 먹어서가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건강한 것이다. 현미를 먹기 때문에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현미는 당뇨병 관리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이해하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잠도 없어지는데, 건강노화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수면을 유지하는 호르몬(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서 잠이 없어진다. 이는 노화의 징표다. 그렇다고 해서 수면 부족이 노화의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수면은 노화뿐 아니라 개인의 상황이나 주변 환경의 영향도 받는다. 수면 장애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노인이 많다. 예전에는 잘 잤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밤잠이 부족해 낮에 꾸벅꾸벅 졸 정도만 아니면 그 수면량이 자신에게 맞는 것이다. 내가 수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밤에 억지로 자려고 하지 말고 잠이 안 오면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하면 된다. 그래서 느슨한 성격이 되라고 말한다. 너무 빡빡하고 예민한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생각에 변화가 없어서 힘들어한다."
나이 듦도 자신의 새 모습으로 받아들여야
잠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스트레스라서 건강노화에 좋지 않을 것 같다. 노년의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동년배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혼자 살면 혼자라서, 가족이 많으면 많은 대로 걱정거리가 있다. 특히 노년이 되면 누구나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런 걱정을 하는 순간만큼은 치매가 아니라는 증거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진료실을 찾은 어르신에게 하루 뭐 하고 지내는지 물으면, 대부분 특별한 일이 없다는 답변을 많이 들을 수 있다. 대부분 TV를 보거나 자신의 늙음만 고민하며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다. 혼자 있으면 어떤 상황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자꾸 밖으로 나가서 다니는 것이 좋다. 어떤 고민거리가 생겨도 어떤 일에 몰두하다 보면 잊고 지낼 수 있다. 그런 것이 필요하다."
과거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
"모두 인생의 전성기를 경험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나이 든 현재는 못마땅한 것투성이다. 자기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이해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무도 그런 모습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왕년에 대기업 사장이었든 뭐든 중요하지 않다. 내려놓을 것은 과감히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릴 때 봤던 할아버지나 할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이 그런 모습이라고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나이 듦의 정의는 예전과 달라졌다. 나이 듦도 자신의 새로운 모습이다. 주민등록번호보다 생체 나이가 젊으면 된다. 건강노화는 신체적 기능이 필요하다. 현재 모습에서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헬스장에 가면, 80대 어르신이 러닝머신에서 천천히 그러나 큰 폭으로 걸으면서 영어책을 본다. 이처럼 남 눈치 보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본인이 건강을 잃으면 스스로는 물론 가족이 고생한다."
건강한 노인을 자주 만날 텐데, 건강하고 오래 사는 노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덜 꼼꼼하면서도 본인의 일상을 지키려는 성격이 공통점이다. 조금 힘들다고 오늘의 계획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과 건강이 무너진다. 힘들어도 일상을 유지하면 그런 과정이 켜켜이 쌓여 건강노화를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 일상이란 제때 밥 먹고, 계속 움직이고, 약 꼬박꼬박 먹는 것들이다. 또 그들은 대부분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살다 보면 배우자와 사별하고 친구의 운명 소식을 접한다. 그렇게 건강하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다니 하며 큰 상심에 빠지면 그때 건강이 무너진다. 건강한 노인일수록 당장은 마음이 무겁지만 금세 털털 덜어낸다. 큰 슬픔이지만 너무 깊게 빠지지 않고 단순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의사인 나도 본받는다."
의사에 의존하지 말고 고문처럼 활용해야
나이를 먹을수록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진다. 노년기의 현명한 병원 이용법은 무엇일까.
"기존 지병은 평소 다니는 병원의 의사와 상담해 조절하면 된다. 동네 의원은 기본적으로 노년내과와 같은 기능을 한다. 환자 대부분이 노년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나 상담하니까 본인은 건강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의사가 본인의 건강을 책임질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생각 자체가 건강노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체적인 건강노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든 가족이든 누구라도 본인의 건강을 책임져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주체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에게는 자문을 구하는 정도면 된다. 본인이 식습관과 운동을 이렇게 하고 있는데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은지 전문적인 분석을 받는 것이다. 또 병원·보건소·언론에서 얻은 건강 요령을 스스로 실천하려는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제때 예방접종을 하는 등 주체적인 건강노화 실천이 필요하다."
노인에게 꼭 필요한 예방접종은 무엇인가.
"독감 백신은 매년 9~10월에 한 번씩 맞는 것이 좋다. 폐렴 백신은 매년은 아니고 65세 이상에 한 번 맞으면 된다. 면역이 저하된 경우는 5년 후 추가 접종한다. 폐렴 백신은 두 가지(13가, 15가)가 있으니 의사와 상의해 선택하면 된다. 파상풍 백신과 대상포진 백신도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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