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에 대한 새로운 기술과 치료법들이 개발되면서 의료 인프라는 물론 환자의 재정적 부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니드( Need)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윌 폴킹혼 니드 대표는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스트레스와 비용 문제로 암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폴킹혼 대표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메모리얼 슬론 케서린 암 센터’에서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암 전문가’다. 암 치료와 재정 지원이 환자의 생존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 폴킹혼 대표는 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 미 실리콘밸리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니드( Need)’를 창업했다.
세계적으로 암 환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에서 암은 여전히 사망 원인 1위 질병이며 올해 국내 암 환자 수는 2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암 정복’에 대한 갈증이 늘어갈수록 새로운 치료 기술도 많아지고 있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 CAR-T(카티)’ 치료의 경우 90%의 치료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려면 수십억 원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표적 치료, 면역 치료, 중입자 치료 등 치료법이 다양해질수록 환자들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폴킹혼 대표는 “이제 암 치료 후에도 건강한 삶을 지속하는 ‘암 아웃컴’이 중요한 시대”라면서“신체적 치료와 더불어 재정적 보호가 모두 이뤄져야 환자 일상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니드가 미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했지만 한국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연 이유는 니드의 설루션이 한국에서 잘 정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드는 보험사와의 협력을 통해 신체적, 재정적 문제에 대한 설루션을 제공한다. 니드는 인공지능( AI)을 활용한 플랫폼으로 의사들이 최적의 암 치료 계획을 세우도록 지원하며, 보험사는 암 치료를 위한 환자들의 재정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니드와 연계된 보험상품을 제공한다. 니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11월 3500만 달러(4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기도 했다. 폴킹혼 대표는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보험을 보장하고, 이 보험이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에 니드의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국가라 생각했다”고 했다.
니드가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하는 ‘암보호시스템’은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먼저 건강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웰빙모드’는 평소 습관을 개선하고 나이에 맞는 정기 검진 기간을 알려주는 등 암의 조기 발견을 도와준다. ‘치료모드’는 암보호시스템의 핵심이다. 피보험자가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의 동의서와 위임장을 받아 조직 검사 결과, 영상 CD, 의무 기록 등을 수집한다. 이후 수집한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환해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인공지능( AI)과 인간이 교차 분석을 진행한다. 폴킹혼 대표는 “50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서울대병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한 결과, 니드의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기존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회복모드’는 니드의 암 전담 간호사들이 예후 관리를 위한 상담 등을 도와준다.
니드의 설루션은 의료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도 암 진단과 치료가 원활히 진행 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모든 의료 인프라가 몰려있는 ‘빅5 병원’에는 암 진단을 위한 병리의사나 영상의학과 의사가 각각 있지만, 지역 병원에서는 한 의사가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유방암 종류만 스무 가지가 넘는 상황에서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니드는 ‘히어로앱’을 통해 의사에게 환자의 병력, 증상은 물론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 및 연구 자료를 제공한다. 암에는 개개인에 맞춘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가 가장 중요한 만큼, 지역에서도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니드는 환자들의 재정 지원을 위해 보험사와 상업적 파트너를 맺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한화생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화생명은 진단비용이나 치료비를 위한 암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니드는 암보호시스템을 통해 신체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식이다. 폴킹혼 대표는 “니드는 보험사와 협력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그 상품이 보험계약에 의해 판매된다. 피보험자들은 보험 상품을 구매함과 동시에 니드의 암보호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니드는 한국 시장을 거점으로 자사 서비스를 글로벌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일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폴킹혼 대표는 “한국과 유사한 보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같이 사기업들이 보험을 커버하고 있는 나라까지도 확장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