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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서 럼피스킨 추가…오늘 전국서 세 건 발생
강원 원주서 럼피스킨 추가 확진…오늘 전국서 세 건 발생(종합)
올해 13건·강원 6번째 발생…인접 지역에 이동중지 명령
(서울·원주=연합뉴스) 신선미 이재현 기자 =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의 한 한우농장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럼피스킨 의심증상 소를 발견한 공수의사의 신고를 받아 정밀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확진됐다.
오전 강원 인제군과 충남 당진시 한우농장에서 각각 확진 사례가 보고됐는데, 오후에 한 건이 추가됐다. 이로써 올해 확진 사례는 13건으로 늘었다.
강원에서는 9월 11일 양구에서 올해 첫 확진 사례가 있었다. 이후 양양 2곳, 고성, 인제에 이어 원주가 6번째다.
농식품부는 럼피스킨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원주 럼피스킨 발생 농장에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출입을 통제하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농장에서 기르던 소 13마리 중 럼피스킨 '양성'인 소는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살처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원주시와 인접 6개 시·군(강원 횡성·영월, 충북 제천·충주, 경기 여주·양평) 소재 축산관계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대해 오는 26일 오후 10시까지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원주시와 인접 6개 시·군의 위기 경보를 모두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강원 영월군에서는 30일까지 럼피스킨 백신 접종을 완료하도록 했다.
석성균 강원도 농정국장은 "추가 발생 방지를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모든 소 사육 농가는 매개곤충 방제와 내·외부 소득을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sun@yna.co.kr
정부, 26∼27일 '럼피스킨 방제·소독의날' 지정
백신 접종했는데도 '양성'…"접종 관리 실태 점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정부는 전국에서 가축전염병 럼피스킨 발생이 잇따르자 오는 26∼27일을 '긴급 일제 방제·소독의 날'로 지정하고 전국에서 소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소규모 농장에서도 농장 내·외부를 소독하도록 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행 실태를 점검하도록 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이날 열린 럼피스킨 방역대책본부 회의에서 "각 지자체는 전국 긴급 일제 방제소독의 날에 생산자단체, 농·축협 등과 함께 소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농장 주변을 소독하고 방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강원 인제군과 충남 당진시 한우농장에서 각각 럼피스킨 발생이 확인됐다. 이로써 올해 럼피스킨 발생 건수는 12건으로 늘었다.
두 농가 모두 럼피스킨 백신 접종을 했음에도 럼피스킨 '양성'인 개체가 나왔다. 특히 당진 한우농장의 경우 기르던 소 18마리 중 17마리가 럼피스킨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럼피스킨 방역대책본부는 백신 접종 농가에 대해서도 접종 관리 실태를 점검해 달라고 각 지자체에 요청했다.
[마약과 싸우는 과학자]④ ‘몸 안의 의사’ 마약성분 감지하고 치료…구조대까지 불러
美노스웨스턴대·워싱턴대 이식 장치 개발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감지, 해독제 투여
마약성 진통제 대체할 신경 냉각장치도 개발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로버트 제로 워싱턴대 교수의 공동 연구진이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이식형 장치 ‘날록시미터’를 개발하고, 동물 실험에 성공했다./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미국 과학자들이 몸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감지하고 해독제를 투여하는 이식 장치를 개발했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아편유사제) 과다복용으로 매년 미국에서는 7만5000여명이 죽는다. 동물실험에서 입증된 효능이 사람에도 적용되면 상당수 인명을 구할 수 있다.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로버트 제로 워싱턴대 교수 연구진은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이식형 장치 ‘날록시미터(Naloximeter)’를 개발하고, 동물 실험에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공개됐다. 이번 연구에는 로저스 교수의 한국인 제자인 박지훈, 김주희, 황용강 연구원도 참여했다.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은 미국에서 25~54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면서 ‘오피오이드 위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현재로선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가 휴대한 해독제인 날록손을 주변 사람이 투여하는 것이 유일한 처치 방법이다. 로저스 교수는 이런 처치를 대신할 이식형 장치를 개발했다.
로저스 교수는 앞서 2019년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날록손을 주입하는 초기 이식형 장치를 개발했다. 이 성과로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5년 동안 최대 1000만달러(약 138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아 인간에게 사용하기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켰다. 장치 개발은 노스웨스턴대, 생체 시험은 워싱턴대가 맡았다.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날록시미터는 산소 수치를 감지해 과다복용을 감지하고 해독제인 날록손을 자동 투여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오피오이드를 과다복용하면 호흡이 느려지고 얕아지는데, 이때 주변 조직의 산소를 감지해 대처하는 것이다. 동시에 응급 구조대에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다.
연구진은 총 세 가지 유형의 날록시미터를 개발했다. 가장 간단한 버전의 ‘기초 연구용 날록시미터’는 설치류에 장착할 수 있는 기기로, 배터리 없이 작동하며 버스 카드 같이 근거리무선통신(NFC)로 전력을 공급받는다.
돼지 모델에 이식된 날록시미터./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정맥주사형 날록시미터은 전해질 펌프를 사용해 정맥으로 빠르게 날록손을 주입한다. 피하주사형 날록시미터는 피하 조직에 날록손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정맥주사보다 투여 속도는 느리지만 혈류와의 접촉을 피해 피가 굳는 혈전 발생 위험을 낮췄다. 이 장치들은 모두 배터리 수명이 7일이다.
쥐와 돼지를 대상으로 날록시미터의 효과를 살핀 결과,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산소 수치가 떨어진 지 1분 이내에 동물을 구할 수 있었고, 5분 안에 후유증 없이 회복됐다. 돼지 실험에서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모두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연구진은 날록시미터를 동물실험에서 검증한 만큼 인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자들이 치료 시설에서 퇴원하기 직전에 장치를 이식하면, 응급 상황에 즉각 대응해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조안나 시아티 노스웨스턴대 연구원은 “날록시미터는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에 국한되지 않는 플랫폼”이라며 “아나필락시스나(과잉 면역반응) 뇌전증(간질)과 같은 응급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질병 환자들에게도 같은 방식의 자율 구조 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저스 교수 연구진은 2022년 오피오이드와 같이 중독성이 강한 진통제를 대체할 수 있는 장치도 개발했다. 연구진은 약물 없이 특정 신경에 냉각 효과를 가해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장치를 만들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결과를 발표·치했다. 마치 땀이 증발하면 신체가 식듯 감각 신경의 특정 위치에 액체 냉각제를 처리해 신경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r3567
Science(2022),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bl8532
의료용 대마, “산업 키우자” vs “오남용 위험”… 당신의 생각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는 지난 2020년 경상북도 안동시의 일부 지역을 '대마 규제자유 특구'로 지정했다. 의료용 대마를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해 보려는 취지에서다. 이 사업이 약 한 달 뒤인 오는 11월 30일에 끝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당시 의료용 대마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따라 지난 2022년 8월 규제혁신 100대 과제에 의료용 대마 제조와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오는 12월까지 의료용 대마 관련 개정을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발표했다. 중요한 시점인 만큼, 국내 의료용 대마 산업의 현황을 총 세 편에 걸쳐 살펴보려고 한다.
1편에서는 아직 우리나라 정서상 '대마=마약'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왜 '의료용 대마'를 개발하려고 하는지 알아본다. 혹여라도 오·남용될 가능성이 생기는 건 아닐까?
부위로 따져보면 종자(씨앗), 뿌리, 성숙한 줄기에는 환각 성분을 포함해 특별한 활성 물질이 거의 없다. 잎과 꽃에 몰려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씨, 뿌리, 성숙한 줄기는 마약류로 보지 않는다. 재배할 수도 있다. 다만 재배 가능한 부위를 뺀 나머지는 전량 폐기한 후 지자체에 보고해야 한다.
대마 품종에 따라, 환각 성분이 들어있는 함량도 달라진다. 전북대 약대 정재훈 교수는 "대마는 암·수가 따로 있는 식물이라, 호르몬 역할을 하는 칸나비노이드라는 특별한 활성 성분이 식물체에 들어있다"며 "칸나비노이드는 종류에 따라 약리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환각 증세를 유발할 수도 있는데 그 유형이 약 120가지에 달한다"고 했다. 그중 풍부한 약리적 효과가 확인된 대표적인 두 성분이 ▲칸나비디올( CBD)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THC)이다. 문제는 THC인데, 환각 효과 즉, 향정신성 효과가 있다. 반면 CBD는 진통·진정 효능이 있으면서 THC의 환각 효과까지 차단한다. 대마 품종 중 카나비스 사티바 종은 CBD 함량이 높고, THC 함량이 낮다. 반대로 카나비스 인디카 종은 THC 함량이 높고, CBD 함량이 낮다.
잘 관리하면 대마의 약리적 성분만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해외에서는 대마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분류했다. 이 때문에 대마에는 '대마초', '헴프', '마라화나' 등 불리는 이름이 매우 많다. 대마는 식물 전체를 부르는 가장 큰 범위의 용어고, 대마초는 주로 칸나비노이드 성분이 함유된 대마의 잎과 꽃을 말한다. 이중 THC 함유량이 0.3% 미만이고, CBD 함량이 높아 환각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 대마초는 '헴프'라고 부른다. 이 소재가 주로 의료용으로 사용된다. CBD의 안전성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는데, 세계보건기구( WHO)는 지난 2018년 'CBD 사용에 관련된 공중보건 관련 문제가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고, 유엔사법재판소는 지난 2020년 CBD를 마약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THC 함량이 5~25%에 달해 주로 기호용으로 사용되는 대마초를 '마리화나'라고 한다.
그래픽=김남희
이렇게 관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남용 가능성 때문이다. 식약처 마약정책과 정현철 과장은 "아무리 환각성이 없는 성분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합법화하면 마치 환각성이 있는 대마 성분까지 합법화됐다는 인식을 야기할 수 있다"며 "국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신중론 편에 선 사람들은 '의료용 대마' 분야가 활성화됐을 때, CBD뿐 아니라 THC도 시중에 풀릴 것을 우려한다. THC도 불면증,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약리적 효능이 있는 데다가, THC를 CBD와 함께 사용하면 약리적 효과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는 THC가 들어간 마리화나를 의료용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검토 의견을 근거로, '마리화나'를 규제 물질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낮추는 규칙 제정 절차에 돌입했다. 아무리 THC가 의료용이라도 오남용되면 국민 건강에 결국 악영향을 끼친다.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는 만성 THC 사용자에게 나타나는 '칸나비노이드 과발현 신드롬( CHS)' 사례가 응급실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HS는 오랫동안 마리화나를 사용한 사람이 과다 구토·만성 콩팥병 등 다양한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으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THC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신체의 일부 수용체가 과도하게 자극돼 구토 반사 등이 불안정해져 나타나는 증상으로 추정된다. 또 청소년이 마리화나를 사용하면 대뇌 피질이 얇아져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동물 실험으로 CBD가 난치성 만성전립선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세웅 교수는 " CBD가 염증 반응을 매개하는 IL-6, TNF-α, COX2 등의 수치를 낮춰 세포 독성 없이 상당한 염증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존 소염진통제보다 통증 조절 효과도 좋았는데, 기존 진통제는 염증 효소만 억제하지만 CBD는 염증 조절 수용체와 통증 신호 전달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학술 연구자는 대매 재배·실험이 가능한데, 개발에는 문제가 없는 게 아닐까? 대마 연구를 지속해 온 한 연구자는 "연구자는 재배할 수 있게 허용해 줘도, 규제로 임상 시험이 안 되는 등 여러 제약이 여전히 뒤따른다"며 "이미 다른 선진국들의 산업 경쟁력은 우리가 쫓아가기 어려울 만큼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미 미국, 캐나다, 독일 등 56개에 이르는 국가가 의료용 대마 사용을 합법화했고, 지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의료용뿐 아니라 CBD 성분이 주입된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도 제조되고 있다. 와인, 초콜릿, 스킨케어 제품, 샴푸, 속눈썹 강화 마스카라 등 형태도 다양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GMI는 CBD 시장 규모가 2023년 이미 228억 달러(한화 약 31조 5000억 원)고, 2032년에는 1080억 달러(한화 약 149조 3000억 원)로 약 17.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마 추출물 식의약 소재 연구는 미국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연구되고 있고, 실용화 기업은 영국 등 유럽권에 가장 많다. 재배 면적과 품종의 특허권은 중국에서 절반가량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규제를 풀지 않을수록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바이오헬스 정세영 위원장(단국대 약대 석좌교수)는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규제를 지속하면, 결국 외국 제품에 의존하게 된다"며 "직구를 막긴 어려운데, 규제로 인해 작은 회사만 유통에 참여하다 보니 중국 등에서 품질 보장이 안 된 제품이 관리 없이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산업용대마특별법 등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규제를 완비해, 우리나라에서도 대마를 재배해 오히려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현재는 마약에 대한 국내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식약처는 두 입장 중 우려하는 집단의 손을 들었다. 우리 정부도 2년 전에는 국제 사회에 발맞춰 의료용 대마를 개발하려고 했었다. 지금은 아니다. 오는 12월 식약처가 공지하기로 한 개정안은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법률 개정에 대한 진행은 중단됐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일단 중단하고, 여러 가지 준비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해 볼 예정이다"고 했다. 이어 "약이 아예 못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뇌전증 환자 등 필요한 사람에게는 다 들어오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사회적 분위기에도 대마 연구를 지속해 온 전문가들은 지속해서 정부에 논의를 요청하고 있다. 정재훈 교수는 "적어도 현재 규제가 타당한지 전문가 집단에서 의논해 보고, 규제를 조정하는 시도는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청 농식품산업과 백승하 과장은 "마약류에서 헴프를 분리해 내는 마약류 관리법에 대해 국회 차원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헴프만 관리하는 산업용 헴프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부작용보다 치료 효과 클 때만 사용해야
건강보험 적용 안 되는 비싼 약값도 문제
‘기적의 비만약’이라 불리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오남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비만 전문가가 정상 체중인 사람이 사용하면 부작용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경곤 아시아 오세아니아 비만학회 회장이자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부작용보다 치료 효과가 훨씬 클 때만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고비는 GLP-1 계열의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이다. 김 교수는 "음식을 먹으면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변형해 약물로 만든 것"이라며 "뇌의 식욕 억제 중추에 작용해 음식을 더 이상 먹고 싶지 않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kg/㎡ 이상 30kg/㎡ 미만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전 단계, 제2형 당뇨병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김 교수는 정상 체중인 사람이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투약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식욕이 떨어지면 물도 잘 안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탈수가 심하게 올 수 있다”며 “콩팥에 손상을 줘 급성 콩팥병을 유발하고 콩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담석이 잘 생겨 담낭염이 올 수 있다”면서 “그러면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혈당 조절이 어려운 2형 당뇨병 환자들은 위험성이 더 높다. 김 교수는 “2형 당뇨병 환자들이 위고비를 쓰면 혈당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합병증인 망막증이 악화돼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에 따르면 임상실험에서 68주 동안 고용량의 위고비를 투여한 참가자들은 평균 15%의 체중 감량률을 보였다.
이에 김 교수는 “생활습관 개선에 신경 쓰면 20% 이상 감량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혈압약을 먹다가 끊으면 혈압이 다시 올라가듯 비만 치료제를 쓰다 중단하면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식욕은 뇌에서 조절되는 것이라 의지대로 잘 적용되지 않는다”며 “약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약만 가지고 살을 빼겠다고 생각하면 약을 끊은 뒤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가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큰 점도 지적됐다. 위고비의 국내 출하가격은 1펜(4주분)당 37만 2025원이지만 소매 단계에서 마진이 붙어 병의원에서는 55~75만 원, 약국에서는 50만 원대에 판매된다.
김 교수는 현재 위고비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판매자가 우월한 지위에서 가격을 정하는 시스템”이라며 “정말 약이 필요한 환자들은 비싸서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만으로 심혈관 질환이나 무릎 관절 악화 등 복잡한 합병증을 겪는 환자들이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 체중을 감량할 필요가 있다”며 “비만 치료제를 건강보험 외의 영역으로 둔다는 것은 정부가 비만을 질병이 아닌 미용의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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