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축 방역 기준을 위반한 농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돼지열병 등 백신 접종 명령 위반자에 대한 신고 포상금 제도를 확대하고, 방역시설 점검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축산계열화 사업자의 가축전염병 발생 정보를 공개하고, 이동 중지 명령 및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 소규모 농가를 위한 방역시설 기준을 마련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가축전염병 방역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방역 조치 위반자에 대해 정부(농식품부 장관, 국립가축방역기관장, 시도지사, 특별자치시장 및 시장·군수·구청장)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청구권’을 신설했다.
이 법을 위반해 가축전염병을 발생시키거나 확산시키는 자, 또는 확산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자에 대해 가축 살처분 비용, 살처분 가축 매몰·소각·화학 처리비용, 살처분 보상금, 손실보상금 등 이 법에 따른 예방 및 관리에 소요된 비용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했다.
또 돼지열병 및 뉴캣슬병 예방접종 명령을 위반한 자를 신고하거나 고발한 자에 대한 신고포상금 지급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가축방역관 등이 소독 설비·방역 시설 구비 의무자에 대해 점검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점검에 응하지 않는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가축 전염병 발생 현황 공개 범위에 축산계열화 사업를 포함해,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한 가축전염병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축산계열화 사업자에게 이동 중지 명령을 명확히 하고, 방역 관리를 강화했다. 가축전염병의 발생 또는 확산을 막기 위해 축산계열화 사업자의 계약 사육 농가와 사업자가 소유하거나 이용하는 축산 관련 시설에 대한 이동 제한, 출입 통제 또는 소독 조치를 명시했다.
소규모 농가(50㎡ 이하)가 갖춰야 할 소독 설비 및 방역 시설에 대한 세부 기준 마련을 위한 위임 근거도 마련했다.
끝으로 가축 소유자뿐만 아니라 종업원, 도축장 등 축산 관계 시설의 영업자에게도 방역 기준 의무가 부여된다. 농장을 포함해 도축장, 사료공장, 가축분뇨처리업체 관계자들도 방역 기준 준수 의무를 부여한다는 말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11월 20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http://opinion.lawmakin g.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의견서는 농식품부 장관에게 우편(정부세종청사 5동,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또는 팩스(044-868-0628)로 제출하면 된다.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올해 동절기 일본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첫 의사환축 발생 확인
2024.10.17 19:00:00 방역정책국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하 중수본)는 일본 농림수산성이 10월 17일(목) 일본 홋카이도의 육용 닭 농장(약 1만 9천수 사육)에서 올해 동절기 처음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사환축이 발생하였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하여 가금농장의 차단방역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올해 9월 30일 홋카이도 올베초에서 폐사한 야생조류(매)에서 처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형)가 검출된 이후, 현재까지 2건*이 검출되고 있으며, 가금농장은 10월 16일 홋카이도 육용 닭 농장에서 폐사 증가로 신고되어 금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사환축으로 확인되었다.
* (1차) 일본 홋카이도에서 9월 30일 시료 채취한 야생조류(매) 폐사체(10월 8일 H5N1형 확진)
(2차) 일본 홋카이도에서 10월 8일 시료 채취한 야생조류(오리류) 분변(10월 15일 H5N1형 확진)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2일 전북 군산(만경강)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10월 9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3형)가 확인되어 위기 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전국 가금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주기 단축, 방사 사육금지 명령 등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 중이며, 아직까지는 국내 가금농장의 발생은 없는 상황이다.
중수본은 해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겨울철에 동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일본과 겨울 철새의 도래 경로가 비슷하여 올 겨울철 국내 가금농장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유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한국(첫 발생) : [2022년] 야생조류(10.10.) → 가금농장 (10.17.), [2023년] 야생조류(11.27.) → 가금농장(12.3.)
* 일본(첫 발생) : [2022년] 야생조류(9.25.) → 가금농장(10.28.), [2023년] 야생조류(10.4.) → 가금농장(11.24.)
이에 따라, 중수본은 일본을 경유하여 유입될 수 있는 야생조류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 경남 지역 등의 철새도래지에 대한 야생조류 예찰을 확대하고, 철새도래지 주변 도로와 인근 농가에 대한 소독을 강화한다.
이와 더불어, 과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지자체에 대해 10월 16일부터 10월 25일까지 관계기관 합동(농식품부·행안부·농림축산검역본부)으로 방역추진 실태를 점검하고, 가금농장의 차단방역수칙, 소독 및 신고요령 등을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홍보를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최정록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가금 농장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해 농장 내부로 출입하는 차량·사람 등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축사 출입 전 손 소독 및 장화 갈아신기, 축사 내·외부 매일 청소 등 가금농장 차단방역 수칙을 엄격히 준수하여 줄 것”을 당부하였다.
아울러, 중수본은 “지금은 전국 어디서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금농장에서 사육하는 닭·오리 등이 폐사 증가, 산란율 저하 등 주요 증상 뿐만 아니라 경미한 증상*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발견하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가축방역당국에 신고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 사료섭취 저하, 침울, 졸음, 호흡기 증상, 녹변(녹색 설사) 등
붙임 가금농장 핵심 차단방역수칙
"췌장암 수술 내년 5월"‥"간담췌외과도 소멸하고 있어요"
자료사진
지금 췌장암 판정을 받은 환자는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
‘침묵의 살인자’ ‘죽음의 병’으로 불리는 췌장암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발견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고, 5년 생존율은 가장 낮은 그야말로 고약한 암이어서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는 수술..그것도 한두 달 안에는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췌장암 수술마저 하루가 다르게 대기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 암 수술 1만 1천 건 감소...“내년 5월 이후 췌장암 수술 가능”
전공의들이 사직한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 1100명 줄어들었습니다. 매년 2만 건이 넘는 수술을 하던 아산병원을 비롯해 서울대, 세브란스 등 이른바 ‘BIG 5’ 병원의 수술 감소 폭이 특히 컸습니다.
교수들은 병원에 남아있지만, 수술을 도와주고 수술 후 환자들을 돌봐주던 전공의들이 사라지면서 예전처럼 수술방을 많이 열 수 없게 된 겁니다.
의정 갈등 이전에도 외과를 선택하는 전공의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그려졌듯이 외과 전공의는 갈수록 귀하고, 간담췌 외과 이익준 교수(조정석 배우)가 연기한 것보다 간담췌 외과의 현실은 훨씬 팍팍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
■ “간담췌외과는 소멸 중...유방외과·갑상선외과 선호”
지난 20여 년간 췌장암과 씨름해온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한마디로 ‘간담췌외과가 소멸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외과 안에서도 수술 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높은데다 개업도 어려운 간담췌외과를 선택하는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개업이 가능하고 환자도 많고, 비보험 치료도 있는 유방외과나 갑상선외과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전공의 시절에..이런 말 하면 ‘꼰대’같이 들릴까요..그 때는 그래도 힘들지만 사람 살리는 바이탈,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간담췌를 해야지 생각했었어요.
외과 정말 힘들죠, 수술 시간이 12시간 넘어갈 때도 자주 있고..수술이 너무 길어서 ‘외과 의사는 무쇠 같은 다리와 작은 위를 가져야 된다’고 말해요.
밥도 못 먹고 장시간 수술하고, 수술하고 나면 환자 경과 지켜보느라 집에도 못 가곤 했죠.
그래도 직업 중에 누군가의 인생에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이왕 평생 할 일이라면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간담췌 외과를 선택했고
장기이식 10년, 췌장암에 20년을 쏟아부었습니다.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은 돈 잘 번다는 몇몇 진료과에 견줄 수 없다고 자부해왔는데...
의정 갈등으로 얼마 없던 전공의들이 사직한 이후 병원 상황은 많이 안 좋습니다.
수술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졌어요. 제가 하는 수술도 반토막 났어요.
지금은 임상연구 대상자가 아니면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 “의사는 ‘칼잡이’지”..태백 탄광촌에서 정한 진로
김송철 교수는 대학 시절 한라산 등반길에서 후배를 잃은 후 방황하다 태백 탄광촌으로 공중보건의를 자원해갔습니다. 보건지소에서는 그가 유일한 의사, 탄광에서 사고를 당해 실려온 광부를 보다가 갑자기 산모가 찾아오면 아이를 받기도 하고, 팔이 부러진 환자가 오면 깁스도 해야 하고..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환자를 다 봤습니다.
서울대병원으로 복귀한 뒤 인턴 경험도 그의 진로에 영향을 줬습니다. 보라매병원으로 파견나간 그는 행려병동을 주로 맡았는데 추운 겨울날 밖에서 졸다가 자신도 모르게 불을 피운 드럼통 안으로 몸을 숙여 중화상을 입고 온 환자를 비롯해 많은 외상 환자들을 치료하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외과 전공을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어요, 저와 잘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환자들을 치료하다보니 ‘외과 의사는 내과 약을 처방할 수 있지만 내과 의사가 수술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외과를 선택하게 됐죠.”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
■ ‘난공불락’ 췌장암과 싸우는 의사..“위로와 희망을 나눕니다”
왜 간암도 아니고 완치가 가장 어려운 췌장암을 선택했을까? 그에게 물었습니다.
“원래는 장기이식, 그 중에서도 췌장 이식을 주로 했어요. 지켜보니 췌장암이 예후도 좋지 않고 5년 생존율도 가장 낮고.
그래서 제가 파봐야겠다고 결심했죠. 췌장암에 내 인생을 한번 걸어보자, 그러면 의사를 그만 둘 때쯤에는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의 진심이 조금이라도 통했던 걸까? 한 자리 숫자에 그쳤던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매년 늘어 15.9%, 개선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암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습니다.
김송철 교수는 췌장암이 ‘소외된 의료’라고 말합니다. 간암에 비해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치료도 어려운 난치병이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췌장암, 폐암, 간암은 정부가 법으로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임상연구든 기초연구든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난치질환, 필수의료에 대해서 공적 지원을 얼마나 투입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필수의료 살리겠다는 거 아닙니까?
췌장암이라는 판정을 받으면 환자나 보호자나 굉장히 절망합니다. 모두가 힘든 질환입니다. 그래서 작년 전부터는 서로 위로하고 췌장암 극복을 위하여 노력하자는 취지로 ‘희망나눔 걷기’ 행사도 하고 있어요. 함께 걸어가자는 의미입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
그에게 전공의들이 없어 의료공백 상황인 올해도 걷기 행사를 여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물었습니다.
“환자들에 대한 치료는 계속되어야 하고, 전공의들에게는 우리가 계속 있는 자리에 남아 지키고 있을 테니 이 사태가 해결되면 꼭 돌아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의료대란이 계속된다면, 빠른 수술이 생존율을 좌우하는 췌장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습니다. 어서 해결돼야 합니다. 다시 함께 전공의들과 수술방에 들어가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전공의들이 없어서 올해는 많이..아쉽습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
“아직 젊은데 간암?”… 美 인플루언서 27세에 사망, 무슨 사연일까?
[해외토픽]
7년간 섬유층판 간세포암을 앓다가 사망한 레이첼 야페의 모습/사진=데일리 메일
7년간 섬유층판 간세포암을 앓다가 지난 11일에 사망한 20대 여성 틱톡커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주 출신의 레이첼 야페(27)는 5만 7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커이다. 그는 10대 후반 잦은 복부 통증과 팽창을 경험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그의 간에는 20cm의 악성 종양이 발견됐으며 ‘섬유층판 간세포암’을 진단받았다. 섬유층판 간세포암은 전형적인 간세포암에 비해 젊은 연령대에서 발견되고 조직학적 형태가 특이한 희귀한 형태의 암이다. 섬유층판 간세포암은 매년 전 세계에서 약 200명에게만 발병된다. 그는 지난 9월 틱톡에 게시한 영상을 끝으로 지난 11일 세상을 떠났다. 한편 11일에는 야페의 부고를 알리는 글이 틱톡과 그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됐다.
간세포암의 주요 발생 원인은 간염 바이러스 감염, 간경변증, 알코올성 간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다. 간세포암의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며 초기에는 잘 알 수 없다. 초기에는 식욕부진, 체중감소, 복통, 소화장애,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을 주로 호소해 다른 질환과 감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이미 병기가 진행된 경우다. 간세포암이 진행되면 간이 비대해지면서 복부에서 만져지기도 하고, 간 기능이 나빠지면서 복수가 차거나 황달이 생길 수 있다.
섬유층판 간세포암 역시 간세포암과 증상은 비슷하다. 대부분 복통을 호소한다. 또한 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지며, 간의 크기가 커진다. 황달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섬유층판 간세포암은 젊은 연령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에 증상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음파나
CT,
MRI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섬유층판 간세포암을 진단한다. 섬유층판 간세포암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근치적 치료가 우선된다. 이에 절제술, 이식술, 국소 치료 요법(알코올 주입술, 고주파 열 치료) 등이 있다. 다행히 섬유층판 간세포암은 전형적인 간세포암에 비해 간경변증이 잘 동반되지 않는다. 따라서 진단 당시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한 수술 후 국소적 재발인 경우에도 재수술이 가능하다.
“5kg빠지고 입맛 뚝"...당뇨 앓다 ‘이 암’ 7주만에 사망한 40대女, 무슨 사연?
복통‧체중 감소‧구토 등...췌장암 진단 전 제2형 당뇨 앓아
췌장암 진단 7주 만에 사망한 캐서린 본(49)은 암 진단 전 복통,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등 증상을 겪었다. 딸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과거(노란 테두리 속 사진)보다 홀쭉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영국 매체 미러 보도 갈무리]췌장암 진단 7주 만에 사망한 여성 사연이 나왔다.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영국 머지사이드 주에 사는 캐서린 본(49)은 췌장암 진단 전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비정상적인 구토 등 증상도 나타났다. 캐서린은 당시 아버지를 여읜 탓에 몸무게가 5kg 이상 빠지고 입맛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병원에서도 "단순 복통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 검사 결과에서는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식단을 조절하며 건강을 관리했지만 건강 상태는 더 나빠졌다. 지속적인 복부 통증을 비롯 캐서린의 배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캐서린의 딸 제이드 액톤(30)은 "어머니가 점점 더 아파지고 있다"며 "임신 9개월차처럼 보일 정도로 배가 나왔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캐서린은 스캔 검사 결과 췌장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충격적인 진단에 캐서린은 절망에 빠졌다. 건강은 더욱 악화돼 그는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캐서린은 입원치료 등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진단 7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제이드는 "49세인 어머니가 췌장암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췌장암 진단 후 어머니는 식욕도 모두 잃고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며 "어머니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복부 통증‧식욕 부진 등 증상 나타나면 병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 커
캐서린이 앓던 췌장암은 이름 그대로 췌장에 생긴 암이다. 췌장은 음식물의 소화를 위한 소화효소와 인슐린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다. 위장의 뒤에 위치한 췌장은 약 20cm 길이에 머리(두부), 몸통(췌부), 꼬리(미부) 부분으로 나뉜다. 암은 흔히 머리 부분에 흔히 발생한다.
증상은 흔히 위 사연의 여성처럼 △복부 통증 △식욕 부진 △체중 감소 △황달(얼굴과 눈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현상) 등이 주로 나타난다. 황달, 가려움증 등도 주요 증상이다. 암이 진행될 때까지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 복통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조기 발견 중요, 갑자기 당뇨병 생기면 췌장 검사 받아볼 필요 있어
치료는 조기에 발견해서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환자 80~90%는 이미 수술 시기를 놓친 진행암으로 발견된다. 때문에 매년 CT를 찍어 췌장암을 미리 확인하는 게 최선이다.
비만이나 가족력이 없는데 갑자기 당뇨병이 생겨도 췌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위 사연처럼 제2형 당뇨병과 췌장암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혈당 수치를 낮추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췌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 당뇨를 5년 이상 앓고 있어도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일상에서 서 있을 때보다 바로 누워있을 때 복부 통증이 심하고, 배와 등이 함께 아프다면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명치가 아파서 못 견딜 정도이다가도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누그러질 때도 마찬가지다. 평소 설탕 함유 식품을 피하는 등 식습관도 관리해야 한다. 《미국 임상영양학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탄산음료, 설탕이 든 커피믹스, 잼은 췌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3대 요인이다.
‘암 사망률 2위’ 간암…예방하려면 술 줄이고 주기 검진해야
손상이 심각해질 때까지 증상 없어
간경변증 이후 정상으로 회복 불가
조기에 간 상태 파악해 치료해야
사진=GC녹십자의료재단
[서울경제]
매년 10월 20일은 간 건강의 중요성과 간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기 위해 제정된 ‘간의 날’이다. 간은 해독, 대사, 살균 등 신진대사 전반에 관여하는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 중 하나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릴 만큼 손상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병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경과가 상당히 진행돼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간암은 암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19.9명) 2위를 차지했으며, 간암의 5년 생존율은 40% 미만으로 예후가 좋지 않다. 질병이 진행된 상태로 진단될 경우 완화 치료만 가능하기에 평균 생존 기간은 약 2년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간 건강을 지키려면 평소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간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방간은 간 세포 내에 중성지방이 쌓여 간이 비대해진 상태를 말한다.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피로감, 식욕부진, 무기력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간염은 간세포의 염증과 파괴를 유발해 간 기능 이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피로감, 식욕저하의 증상을 동반한 급성간염으로 수개월 내 회복된다. 하지만 급성간염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간염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 중 일부는 간의 정상적인 구조가 파괴되면서 간이 점차 딱딱해지는 간 섬유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간이 굳어져 간경변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상태가 심화되면 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간경변증은 간 섬유화 현상이 간 전반에 걸쳐 진행된 시점으로 간경화라고도 불리며 정상적인 간세포가 파괴되고 흉터 조직으로 대체돼 정상 간 조직이 줄어드는 만성 간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만성 B형 간염이 약 70%를 차지하며, 그 뒤로 알코올성 간염과 만성 C형 간염, 지방간 등이 따른다. 간경변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는 합병증의 형태로 증상이 나타나는 ‘비대상성 간경변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식도와 위 정맥류가 발생해 심한 경우 출혈을 유발할 수 있으며, 말기에는 간성 뇌증(혼수)까지 발생할 수 있다. 외관상으로는 앞가슴에 거미줄 모양의 모세혈관 확장(거미상 혈관종)이나 손바닥이 붉어지는 수장 홍반이 나타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유방이 여성처럼 커지거나 고환이 작아질 수 있으며, 여성은 생리불순을 겪을 수 있다.
간경변증이 진행되면 정상적인 간으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에 간 섬유화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간 섬유화를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복부 초음파, 간스캔(FibroScan), 혈액 검사, 간 조직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등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만으로는 초기 간 섬유화나 간경변증을 진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으며, 간스캔 검사는 심부전으로 인한 간의 울혈로 인해 간이 딱딱하게 측정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간스캔과 자기공명영상과 같은 비침습적 영상검사는 비용 부담이 커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최근에는 기존 검사보다 간 섬유화 상태를 더욱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M2BPGi 검사’가 주목받고 있다. 간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정상적인 혈액 내 존재하는 M2BP(Mac-2 Bingding Protein)라는 단백질이 당화 변형을 거쳐 M2BPGi(Mac-2 Bingding Protein Glycosylated isomer)라는 물질로 변화하게 되는데, 이 변형된 M2BPGi의 수치를 측정해 간 섬유화 상태를 진단한다.
B형·C형 간염 환자, 알콜성 간 질환 환자, 비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간 세포암 진단 환자를 비롯한 간 질환과 관련된 이상 증세가 발현된 다양한 환자 모두 검사 받을 수 있다. 검사 결과 M2BPGi 수치가 높을수록 간 섬유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허규화 GC녹십자(006280)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소리 없이 찾아오는 간 질환과 간 섬유화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증상이 나타난 시점에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만성 간염이나 간 질환을 앓고 있거나, 평소 음주량이 많거나 최근 간 건강이 약화됐다고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M2BPGi 검사를 통해 간 섬유화 진행 상태를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쥐 뇌종양 세포 찰나 포착…현미경으로 본 세상의 경이로움
50주년 맞은 니콘 스몰 월드 사진전 수상작
2024년 니콘 스몰 월드 현미경 사진전 1등작, 분화된 생쥐 뇌종양 세포, Bruno Cisterna & Eric Vitriol/Nikon Small World
17세기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훅은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Cell)를 발견했다. 현미경으로 와인병마개로 쓰는 코르크 단면을 관찰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로부터 300여 년 지나 다시 현미경과 세포의 만남이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카메라 제조 기업 니콘(Nikon)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올해 50주년을 맞은 니콘 스몰 월드 현미경 사진전의 1등 수상 작품으로 생쥐의 종양 세포를 100배 확대해 포착한 사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오거스타대 조지아의대의 브루노 시스테르나 연구원과 에릭 비트리올 교수는 생쥐의 뇌종양 세포에서 세포 골격을 구성하는 구조 단백질인 미세소관(초록색)과 액틴(흰색), 세포핵(보라색)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세포를 명확하게 볼 수 있도록 염색 과정을 최적화하는 데 약 3개월이 걸렸고, 세포들이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3시간가량 관찰한 결과다.
시스테르나 연구원은 현재 세포핵 주변 구조의 파괴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고 있다. 그는 “미세소관 구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기능이 저해되면 신경 퇴행성 질환에서 관찰되는 것과 비슷한 세포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경 퇴행성 질환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원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려면 먼저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현재 관련 지식을 발견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2등작, 핀과 와이어 사이의 전기 아크, Marcel Clemens/Nikon Small World
2등은 사진가로 활동하는 마르셀 클레멘스 박사가 핀과 와이어 사이에서 전기 아크를 찍은 사진이 받았다. 전기 아크는 공기와 같은 비전도성 매체를 통해 전류가 흐르면서 번쩍이는 현상이다. 10배 확대해 장시간 동안 노출을 얻은 끝에 다양한 색의 아크를 포착할 수 있었다.
3등작, 대마초 식물의 잎, Chris Romaine/Nikon Small World
3등은 대마초 잎을 찍은 사진이 차지했다. 사진가 크리스 로메인은 잎을 20배 확대해 나무에 열매가 달린 듯한 모양의 분홍색 ‘트리콤’을 관찰했다. 트리콤은 식물에 난 털 모양의 조직을 말한다. 트리콤 내부에 있는 물질은 칸나비노이드 소포다.
4등작, 쥐의 소장 단면, Amy Engevik/Nikon Small World
뒤이어 쥐의 소장 단면을 찍은 에이미 엔게빅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 박사의 작품이 4등에 올랐다. 엔게빅 박사는 여러 가지 형광물질로 각 조직을 염색하고 현미경으로 10배 확대해 사진을 찍었다. 5위는 미국 컬럼비아대의 토마스 바로우와 코너 기븐스 연구원이 찍은 문어알 무리 사진이 차지했다.
5등작, 문어알 무리, Thomas Barlow & Connor Gibbons/Nikon Small World
고사리 줄기의 횡단면에서 스마일 표정을 포착한 작품도 있었다. 영국에서 사진사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메이틀랜드 박사는 고사리 줄기를 5배 확대해 혈관 다발이 만든 절묘한 표정을 촬영해 우수상을 받았다.
고사리의 줄기 횡단면, David Maitland/Nikon Small World
참고 자료
Nikon(2024), https://www.nikonsmallworld.com/news
뇌졸중 치료하는 의사, 환자 눈 뜨게 한 디지털치료제 개발
강동화 뉴냅스 대표·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뇌졸중으로 시각피질 손상되는 시야 장애
VR 시각 자극으로 치료하는 비비드브레인 출시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뉴냅스 사옥에서 강동화 뉴냅스 대표(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은 환자가 비비드브레인을 12주간 치료받은 결과, 안 보이던 시야가 모두 회복되는 환자도 나왔다"며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통해 실제로 뇌 인근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서울아산병원
“환자들에게 ‘그러려니 하세요. 적응하세요’라고 할 때마다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 좋아질 거에요. 믿고 한 번 해보세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졸중 전문의인 강경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있는 뉴냅스 사무실에서 이같이 말했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뇌졸중으로 뇌가 손상된 환자 5명 중 1명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야 장애를 겪는다. 운전은 물론 독서, 걷기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눈과 시신경은 멀쩡해도 뇌졸중으로 뇌 시각피질이 손상되면 시각정보의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야가 좌표 평면이라면, 시야 장애 환자는 사분면 일부가 까맣거나 희미하게 보인다. 시야 장애는 그동안 치료법이 없어, 그저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난치성 질환이었다. 강 교수는 의료 스타트업인 뉴냅스를 세워 환자의 시야 장애를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제 ‘비비드브레인’을 개발했다. 환자의 시야를 다시 넓혀주는 치료제다.
강 대표는 망가진 뇌도 반복 훈련을 하면 회복될 수 있다는 ‘뇌 가소성 이론’을 따라 비비드브레인을 개발했다. 비비드브레인은 가상현실(VR) 기기로 환자 맞춤형 시각 자극 훈련을 제공한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지난달 1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식 처방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환자 40명이 비비드브레인을 쓰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의사의 인지·행동 치료를 모바일 앱(app·응용프로그램) 같은 소프트웨어로 대체한다. 일반 헬스케어 앱과 달리 정식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출시할 수 있다. 전문 의약품처럼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비비드브레인은 2019년 국산 디지털치료제 중 처음으로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인 확증임상을 승인받았다. 5년 뒤인 올해 4월 국산 디지털치료제로는 세 번째,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식약처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혁신의료기술로도 인정받았다. 디지털치료제의 성장 가능성도 보여줬다. 그간 디지털치료제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적응 질환의 한계를 깨고 같은 원리로 새로운 질환의 디지털치료제를 구현했다.
강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석·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병원 신경과에서 환자를 봤다. 하버드 의대 방문교수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후 연구원도 지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의 R&D(연구개발) 사업단장과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의 총괄책임자를 맡고 있다.
정상인(왼쪽)과 뇌졸중 후유증인 시야장애를 겪는 환자(오른쪽)의 시야 비교 사진. 시야장애를 겪는 환자는 우측 하단의 아이들이 뛰어오는 걸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강동화 대표
–뉴냅스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후유증으로 시야 장애를 겪는 뇌졸중 환자에게 ‘그냥 적응하고 사시라’는 말을 할 때마다 괴로워서 10년 전 연구를 시작했다. 뇌졸중 환자들의 손상된 시각겉질(피질)을 자극해서 회복시키려면 시지각 학습 훈련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국책과제로 소프트웨어 탐색임상을 했다. 시지각 학습의 효능을 검증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찾고 나니, 다른 업체에 기술 이전하는 것보다 직접 개발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2017년 뉴냅스를 창업했다.”
–창업부터 허가받기까지 7년이 걸렸다.
“우선 임상시험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 소수 인원으로 단기간에 하는 초기 임상시험 격의 탐색임상을 마치고, 2019년 국내 디지털치료제로는 처음으로 제품 허가를 위한 후기 임상인 확증임상에 진입했다. 처음엔 욕심이 과해 비교군을 완벽하게 설정하다 보니 비비드브레인과 눈에 띄는 효능 차이가 없어 한 차례 실패했다. 당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탓도 있다. 그 후 다시 진행한 확증임상으로 효과 입증에 성공했다.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은 환자가 비비드브레인을 12주간 치료받은 결과, 안 보이던 시야가 모두 회복되는 환자도 나왔다.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통해 실제로 뇌 인근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비비드브레인 치료 전과 치료 후 시야를 비교한 사진. 보이지 않는 검은 부분이 크게 줄었다./강동화 대표 제공
–실제 처방까지는 짧은 시간이 걸렸다. 비결이 뭔가.
“처음엔 ‘처방 코드 만들고, 환자 진료 정보 받고, VR 기기가 필요하니 의료장비 심의위원회를 거쳐서 장비를 구입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아산병원 소속이니 이 병원에서 처음 처방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유관 부서와 미팅을 했더니, 신경과 의사·간호사, 경영분석팀, 기획팀, 부서팀 등 총 7개 부서가 모이더라.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 걸리겠더라. 이 모든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든 게 ‘이음(EEUM)’이다. 비비드브레인 처방을 원하는 병원이 있다면, 이 시스템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뇌졸중 환자 중 시야 장애 환자는 몇 명이나 되나.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일부에 손상이 일어나는 게 뇌졸중인데, 이때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시각 피질이 손상되는 시야 장애 등이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데이터상으로는 1년에 새로 생기는 뇌졸중 신규 환자가 10만명 정도 된다. 그중 15~20%가 겪으니 2만명 정도라고 보면 된다.”
–비비드브레인의 치료 원리는 뭔가.
“현재 비비드브레인을 처방받은 40명은 20대부터 85세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이들이 모두 편리하게 치료 받으려면 게임 형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봤다. 1~10단계 난이도로 만들었다. 환자별로 시야가 보이지 않는 영역을 VR기기가 파악해, 해당 영역 주위에 십자 모형이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걸 반복한다. 환자들은 이 모형에 초점을 맞추는 임무를 받고, 잘 해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렇게 시각겉질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비비드브레인이 모든 시야 장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우리 시야를 평면 좌표 4분면으로 나눴을 때 좌측 또는 우측의 절반이 보이지 않는 반맹(半盲)인 환자는 비비드브레인을 사용할 수 없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아직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으니, 증상이 비교적 심한 반맹 환자는 확증임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선 ‘리얼 월드(의료 현장)’에서 효과를 입증한 뒤에 추가 임상시험을 하는 옵션(선택사항)을 줬다. 반맹인 환자 분들은 ‘처방을 받을 수만 있다면 집도 팔겠다’고 하시는데, 마음이 많이 아프다. 꼭 추가 임상을 통해 이들까지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하고 싶다.”
–후속으로 개발 중인 디지털치료제가 있나.
“어린이의 사시로 인해 생기는 소아 입체시 장애 치료제 ‘뉴티(Nu.T)’의 확증임상을 진행 중이다. 사시가 있으면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서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쪽 눈으로만 보려고 하면 다른 한쪽 눈이 약시가 되기 쉽다. 비비드브레인과 비슷한 원리로, VR 기기를 통해 양쪽 눈에 시각 자극을 줘 입체시 훈련을 하면 분명 개선할 수 있다. 뉴티도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또, 알츠하이머성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뉴냅스 사옥에서 강동화 뉴냅스 대표(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기자에게 비비드브레인 체험을 도와주고 있다./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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