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물약품 기업에서 ASF 백신 개발이 여러 제약 속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돈협회가 개발 진행 과정을 공유하기 위해 개발에 참여 중인 백신업체와 정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황을 청취했다.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 모두 '안전성'과 '효능'에 집중한 백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원활한 실험 환경 요건을 마련해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BL2 등급에서 실험조건 및 제조가 가능하토록 가이드 마련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성을 문제로 자칫 한돈산업에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돈농가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ASF 백신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동물약품 기업들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사)대한한돈협회(회장 손세희)는 지난 7월 24일 오송역 인근 회의실에서 'ASF 백신 개발 진행 사항 점검 회의'를 열고, 코미팜, 중앙백신연구소, 케어사이드 등 ASF 백신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동물약품 기업 3곳과 농림축산식품부, 한돈농가들을 초청해 ASF 백신 개발 진행 과정과 애로사항을 논의했다.
현재 코미팜은 조지아에서 분리한 ASF바이러스 유전체에서 I177L 부위와 LVR 부위를 결손시킨 ASF-G-△I177L△LVR를 후보주로 선택하여 10차 임상시험까지 완료한 상태다. 케어사이드도 2020년부터 스페인 국립연구기관 CSIC와 공동개발에 착수했으며, 안전성 있는 후보주를 개발하고 있다.
중앙백신연구소도 ASF 미끼백신 개발을 위한 후보주를 가지고 있으며, 2018년부터 베트남 연구진과 실험 결과를 재연한 결과 모돈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한 상태다.
ASF 백신 개발 '안전성'과 '효능'에 집중
BL2 완화 가이드마련이라도 제시해주면..
이날 ASF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코미팜, 중앙백신연구소, 케어사이드 동물약품기업 모두 안전성과 효능에 사활을 걸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백신 개발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백신 후보주에 대한 임상실험과 제조시설의 등급요건을 BL3에서 BL2 등급으로 완화할 수 있는 가이드마련을 제시한다면 그 기준에 맞춰 실험을 진행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코미팜 문성철 대표이사는 정부에 수출품목허가와 수출전용 제품 BL2 시설 제조 허용 등을 요청하며 "ASF 백신의 안전성 문제는 기업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혹여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라며 "원활한 실험을 위해서 BL2 시설로 완화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을 제시해 준다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백신연구소 이주용 대표이사는 전문가 회의를 통해서 멧돼지 미끼백신 추가연구를 BL2 시설에서 진행할 수 있는 안전성 기준을 설정하고, 안전성 기준에 부합되는 백신 후보주들에 한해서 신속하게 백신 개발을 위해 한시적으로 BL2 시설에서 추가연구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을 제안했다.
케어사이드 선우선영 박사는 "ASF바이러스 자체는 당연히 BL3 등급에서 취급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백신 후보주의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확보된 경우라면 BL2 시설에서 생산하는 것이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들은 한결같이 BL2 등급에서 실험이 가능해질 경우 다양하고 심도있는 실험이 가능해져 안전성과 효능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코미팜 문성철 대표이사는 "현재 BL3 시설에서의 실험은 공간과 유지비용의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BL2 시설로 완화된다면 스트레인 보존성 실험, 임신모돈 실험 등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지고, 빠른 시간 안에 부족한 실험들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은? BL2 기준 완화 '신중' … "산업보호 최우선"
하지만 정부는 BL2 시설로 완화하는 데는 다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 개발도 시급하지만 자칫 산업에 위협요소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산업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검역본부 강해은 해외전염병과장은 "국내 ASF 방역 상황이 지금처럼 유지되고 우리가 수용 가능한 부작용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설정해야 한다.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에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고, 우리가 테스트베드가 되어야 할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에 검역본부의 ASF 전용 BL3 시설이 오픈되고, 그 중 한 곳은 상시 개방된다. 민간에서 요청하면 공익이라는 판단기준 아래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BL2 단계로 하향조정하는 문제는 전문가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BL2 시설에서 실험해도 무리가 없다라는 전문가 위원들이 의견이 전제되어야 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농식품부 김정주 구제역방역과장은 "해외에서 실험하는 부분들을 국내에서 동일하게 인정해달라는 것은 국내 실험을 제외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기 때문에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BL2 완화 가이드라인 마련은 검역본부에서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백신 인허가 관리 기관에서 기준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면 주관 기관이 참여하는 게 맞다. 농식품부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검역본부와 협의해서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한돈협, ASF 백신 개발 반대 입장은 '사실무근'
"ASF 백신 개발에 참여해줘서 감사합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돈농가들은 백신 개발 진행 과정을 듣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백신 개발에 참여한 동물약품 기업에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또한 한돈협회가 ASF 백신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돈협회 이희영 이사는 "ASF 백신이 개발된다고 당장 판매할 수 없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 미래 대비를 위한 투자로 백신 개발에 나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농가 입장에서는 백신 개발에 참여한 여러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백신이 개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돈협회 구경본 부회장은 "제품의 안전성과 방어능이 확실한 제품이 개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돈농가들이 백신 개발을 저해하거나 반대한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빠른 시일 내에 더 안정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과학적인 백신을 개발해 주길 요청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곽상민 기자】
ASF 백신 개발 해외 임상시험 조속히 추진해야
가이드라인 마련 서둘러야
개발 연구에 지원도 필요해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개발을 위해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조속히 추진하고 관련된 가이드라인 마련도 보다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북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확산 가능성이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백신 개발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회장 손세희)는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오송&세종컨퍼런스회의실에서 ‘ASF 백신 개발 진행 사항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정부, 학계, 개발업체, 한돈협회 도협의회장, 이사 등이 참석했다.
한돈협회 부회장인 구경본 협회 방역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ASF가 2019년 국내 첫 발생 이후 5년이 다 됐고 최근 경북에서 ASF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등 농가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소에서 럼피스킨의 경우 백신이 있어 잘 막아냈지만 ASF는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백신 개발중인 3개사의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정부가) 대책 마련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 상황과 관련한 발표에서 코미팜은 해외 임상시험 승인 등을 전제로 ASF 백신개발 완료목표를 내년 상반기로 명시했다.
문성철 코미팜 대표는 “백신 개발을 위해 1~4차 미니돼지, 5~8차 자돈, 9차 모돈에 이어 상용화 제품 확립을 위해 10차 자돈 임상시험을 진행중에 있고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태국, 필리핀 등과도 반복 시험 등을 위한 세부 협의를 진행중에 있다”면서 “현재까지 시험결과는 베트남의 시험백신 보다 안전성과 효능에서 우수하며 이는 백신 제조기술의 차별화된 노하우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도순 코미팜 본부장은 “백신 개발에 있어 안전성을 확보하고 투명성을 담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의 여건상 국내 야외임상 시험이 힘들다면 해외 임상시험 등에 생산자단체, 정부기관의 공동연구를 건의하고 싶고 국내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해외 수출 전용 제품에 대해서는 생물안전2등급(BL2)에서도 제조·수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오형 케어사이드 부사장은 “현재 한국의 발생상황과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상황은 다르지만 ASF는 양돈산업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질병”이라며 “백신 개발 연구에 있어서 정부가 빨리 전문가위원회를 소집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길 바라며 국가재난형 질병을 개별 업체가 주도한다는 것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해 연구 개발 등에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정부 지원도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선 중앙백신연구소가 야생멧돼지를 대상으로 한 미끼백신 개발을 간단히 발표했고 농림축산검역본부도 현 단계에서 국내 야외임상시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며 해외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가들은 국가 방역 못지않게 산업의 안정과 발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종우 협회 경북도협의회장은 “(8대 시설 설치 등) 정부 방역정책으로 질병 발생이 감소했고 생산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농가들은 ASF 백신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ASF가 발생한 경북 영천의 경우 백신이 없으면 재입식을 하겠는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협회 충북도협의회장은 “ASF로 농가피해가 많은데 (ASF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에 나서는) 백신 제조사들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사용여부는 2차적인 문제이고 백신은 꼭 개발돼야하며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정부는 ASF에 단계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ASF 백신 개발·제조) 수출과 관련한 행정이나 기술적인 부분은 충분히 지원할 방침”이라며 “방역정책상 위험도 분석을 통해 긴급행동지침(SOP)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협회 이사들은 권역별 이동제한, 지정도축장 등과 관련한 현장의 어려움과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SOP 개정에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ASF토착화, 백신개발 서둘러야
국내 양돈장 발생건수는 지난 2019년 9월 경기 파주 양돈장에서 첫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44건이 발생했으며, 6월 현재 감염된 야생 멧돼지 발병건수는 4073건에 달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까지 피해규모가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감염 야생멧돼지는 경기, 강원을 거쳐 충북과 경북, 부산 등지에도 출몰하는 등 사실상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ASF역시 다른 가축전염병과 마찬가지로 토착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AS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상업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스페인 등 각국에서 백신 개발을 추진 중이나 백신 개발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통상 구제역 바이러스가 탁구공이라면 ASF바이러스는 농구공에 빗댈 정도로 바이러스가 커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몇 몇 국내 업체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면서 일부 유의미한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안타깝지만 ASF가 구제역처럼 국내 토착화수순을 밟는다면 질병 예방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대안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제라도 ASF백신의 연구개발을 서둘러 하루속히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ASF백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민간 기업들이 하루속히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백신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야외 임상시험 등의 과정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민간과 정부의 적극적인 상호 협력과 공조시스템을 통해 하루속히 ASF 백신을 개발,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길 바래본다.
출처 : 농수축산신문http://www.aflnews.co.kr)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