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전 세계 양돈농가를 들쑤시고 있는 ASF로 인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ASF 백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영국과 스페인 등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전자 재조합 생백신’, ‘바이러스 벡터백신’, ‘미끼백신’ 등 다양한 플랫폼 백신을 개발 중이다. 미국은 유전자재조합 생백신 후보주를 개발하는 한편, 오는 8월 말까지 ASF 약독화 생백신을 생물안전3등급(BSL3)이 아닌 BSL2 시설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은 매년 ASF 발생 증가로 미국 및 조에티스 산업 파트너와 약독화백신 미끼백신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또한 히프라 주도로 미국·케냐 등 17개 연구팀이 참여한 가운데 프로젝트를 추진, 오는 2027년을 목표로 ASF 생독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베트남은 지난해 상용화한 2개 백신이 현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고, 중국과 태국 등의 국가에서도 ASF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라, 국내 ASF 백신의 개발 현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ASF 백신 개발,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검역본부는 지난 2019년 9월 국내 ASF 첫 발생 이후 연구조직을 신설해 백신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올해 2월 국내 분리주 기반의 세포적응 순화 생백신 후보주인 ‘VaC1n3 p13’을 확보했으며 7주령 돼지에 접종한 결과 이상 증상 없이 병원성 바이러스 100% 방어를 확인했다.
산업체와 대학들도 자체 개발 및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 도입한 생백신 후보주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백신 개발을 추진 중이다.
먼저 코미팜은 미국 농무부에서 ‘ASFV-G ΔI177LΔLVR’ 백신주를 도입해 총 9차에 걸친 임상시험 끝에 미국 농무성의 백신개발 실험과 동일한 결과를 확인했다. 국내에서 분리한 ASF 바이러스를 구강과 근육에 공격접종한 결과 100% 생존했을뿐 아니라, 병원성이 복귀되지 않고 동거축에 감염되지 않음을 증명했다. 임신모돈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100% 방어항체 형성과 함께 체온 상승과 유사산 등 부작용이 없는 안전성을 확인했고, 포유자돈에서도 초유를 통해 모체이행항체를 획득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중앙백신연구소도 국내기술을 통해 독자적인 ASF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백신은 바이러스 증식 배양이 가능한 감수성 세포주 ‘CA-CAS-1-A cell line’을 발굴해 특허 등록을 마쳤고, 후보주를 분리·선정해 ASF 백신을 개발 중이다.
국내 시설에서 야생 멧돼지와 집돼지에서 분리한 후보주를 실험한 결과 안전성과 효능, 안정성을 확보했으며, 향후 베트남에서 모돈과 자돈에 대한 실험을 실시해 백신주를 확립할 계획이다.
케어사이드 역시 스페인 후보주를 이용한 ASF 백신 연구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ASF 백신 개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정부·산업체·대학 개발 박차 < 동약 < 관련산업 < 기사본문 - 축산경제신문 (chukkyung.co.kr)
[ASF 백신 개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상) - ASF 백신 왜 어렵나
여타 바이러스와 완전 딴판
크기 다르고 유전자 너무 복잡
복제 필요한 세포주 획득 난항
약독화 백신 유력한 후보물질
안전성 문제로 철저 검증 필요
자칫 새바이러스 출현도 우려
목차 |
<상> ASF 백신 왜 어렵나 <중> 백신 개발, 어디까지 <하> 제도적 뒷받침 시급하다 |
ASF로 인해 전 세계 양돈산업이 쑥대밭이 됐다.
5월 23일 현재 ASF 발생국은 원산지인 아프리카 30개국 외에도 유럽 21개국, 아시아 17개국, 아메리카 2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 등 총 71개국에 달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9년 최초 발병 이래 현재까지 총 41건이 발생하는 등 양돈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ASF가 문제시되는 이유는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반면, FMD 등 다른 질병과 달리 제대로 된 백신이 개발돼있지 않아서다.
이에 전 세계 내로라하는 동물약품업체들이 ASF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제대로된 제품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 세계 최초로 베트남의 나베트코(NAVETCO)·아박(AVAC) 사가 ASF 백신을 상용화했지만, 유사산과 폐사 등의 부작용과 함께 변이 형태를 띠는 만성형·급성형 ASF 바이러스의 전파가 확인되는 등 한계를 보여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평이다.
이같이 ASF 백신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ASF 바이러스의 구조가 기존 바이러스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 예로 FMD 바이러스의 크기는 25~30나노미터(nm)지만, ASF 바이러스의 크기는 200nm로 직경만 10배 가량 크다. 또한 약 190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다 이중 많은 부분이 면역 회피 기능을 갖고 있으며, 복잡한 바이러스 입자로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안정된 세포주 획득이 어렵다. 아울러 외피 단백질의 표면 밀도가 낮고 완전히 중화되지 않은 항체가 존재하는 등의 특성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 도입에 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독백신이 아닌 약독화 생백신이 가장 유력한 후보물질로 평가받고 있으나, 생백신의 경우 야외 바이러스와 재조합돼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성되는 등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수의전문가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생백신 사용시 백신주와 야외주가 재조합돼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고품질 백신만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ASF 백신 개발을 위한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시설 부족으로 인해 실험 기회가 제한되는 등 백신 개발에 발목을 잡고 있다.
다른 수의전문가는 “제1종 가축전염병인 ASF는 제3위험군으로 분류돼 생물안전3등급(BSL3) 실험실에서 취급해야 하는 반면, 국내 BSL3 연구시설은 검역본부와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등 단 두 곳에 불과하다”면서 “이에 따라 연구진들은 실험을 위해 해외로 지속적으로 나가야 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결과적으로 연구 개발이 더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ASF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 지원도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ASF 실험을 BSL2에서 할 수 있도록 조건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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