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2019년 9월 경기 파주에 위치한 돼지농장에서 첫 발생한 이후 지난달까지 전국적으로 모두 40곳의 농장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52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피해 규모를 금액으로 따지면 3000억 원에 달한다.
ASF는 특히 올 들어 지난 1월 15일 영덕의 양돈농장에서 발생하면서 경북지역도 사육돼지에서 ASF바이러스가 침투했고 경기 파주에서도 지난 1월 18일 추가로 발생했다.
야생멧돼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공식적으로 2019년 10월 경기 연천군에서 ASF가 최초 발생한 이후 지난달까지 전국 42개 시·군에서 모두 3710건이 발생했다. 2019년 연천, 철원 등 북서부 접경지역에서 발생하던 것인 2020년 강원 북부를 중심으로, 2021년 강원 전역과 충북 북부인 단양, 제천으로 확산했다. 2022년에는 충북과 경북으로 지난해부터는 특히 경북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까지 신규 발생했다.
정부나 민간이 차단방역에 이른바 ‘올인’을 하고 있지만 전국이 ASF바이러스에 안전지대가 없는 상황에서 ASF 발생 추이 등을 종합해 볼 때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SF를 컨트롤 하는 대안 중 하나인 백신 개발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 ASF 백신 ‘안전성’ 화두
학계에선 구제역 바이러스가 탁구공이라면 ASFV(ASF바이러스)는 그 크기가 농구공에 비유되고 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안정적인 ASF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선 그만큼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가 된다.
ASF 백신 개발은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농가나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 특히 경구, 근육접종 등을 통해 다양한 바이러스 함량별로 방어력은 있는지 안전한지를 살피는 과정은 오랜 시간과 상당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런 점에서 ASF 백신 개발은 단계별로 넘어야 할 허들이 적지 않아 실제로 스페인, 미국 등의 연구개발 역사만 놓고 봐도 실패의 연속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던 ASF 백신 개발은 최근 베트남에서 ASF 백신 농가 적용 사례가 나오면서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ASF가 농장 등에서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관련 산업에 큰 피해를 입은 베트남의 경우 지난해 7월 국내 백신후보 균주와 다른 백신주를 이용해 베트남 동물보건부가 승인하면서 ASF 백신 두 가지를 현지에서 상업 판매한 세계에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9월 국내 ASF 백신 개발자를 한 자리에 모아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평가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기도 했다.
ASF백신 개발과 관련해 탁동섭 전북대 교수는 “중국쪽은 믿을 수 없는 상황이고 연구 그룹별로 보면 스페인 욜란다, 미국 더글라스 등이 약독화 생백신(LAV)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병원성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돼지에 접종해 돼지에서 역계대하면서 병원성을 획득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백신으로 사용하려면 어미돼지 실험, 다양한 주령별 실험 등을 거쳐야 하는데 안전성이 중요하다보니 검역본부 ABL3시설에서 제한적으로 실험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 ASF백신 개발 ‘LAV’ 진전 있어
ASF 백신은 세계적으로 지난 수십 년간 여러 형태로 개발됐다.
특히 ASF 백신 개발에 있어서 불활성화 백신, 서브단위 백신, 벡터 백신, LAV 균주를 포함한 다양한 백신 후보에 대한 중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LAV 이외의 ASF 백신은 효과나 안전성 측면에서 아직도 물음표가 있는 상황이다. 백신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베트남의 경우에서도 ASF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 기준은 보다 명확하게 확립돼야 할 이슈다.
학계와 동물약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구된 ASF 바이러스 ‘에이에스에프바이러스-조지아(ASFV-G)’ 균주를 기반으로 한 ASF 백신의 개발과정에서 약화된 균주의 사용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현재 ASF 백신 개발은 미국과 스페인이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국내의 ㈜코미팜과 ㈜케어사이드가 각각 미국과 스페인의 LAV를 기반으로 상당한 수준까지 개발이 진척되고 있다.
또한 국내 동물약품업체 중 C사, G사, B사 등도 다양한 기술과 방법을 적용·시도하면서 ASF 백신 개발에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탁동섭 교수는 “코미팜은 미국 USDA로부터 백신주를 수입해 개발한 백신이 3가지인데 베트남에서 승인된 백신주 I177L, MGF는 각각 병원성이 있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LVR은 BL2에서도 가능해 ASF백신 개발은 현재 코미팜이 가장 앞서가면서 안전하고 방어능도 있어 산업화가 가능한 백신주로 백신의 안전성이 보인다”며 “최근 검역본부가 시설 개방을 통해 외부기관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며, 국내 실험 데이터 안전성 확보에 대해 검역본부가 객관적 검토를 보다 빠르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코미팜, ‘델타 LVR’ 효과·안전성 실험 입증
ASF 백신 개발에서 선두주자인 코미팜은 야생멧돼지 미끼백신 개발과 사육돼지 백신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미팜에 따르면 사육돼지를 대상으로 1~5차 실험을 한 데 이어 검역본부 ABL3시설에서 실시한 6차 실험에서 그룹별 각 5마리씩 백신 농도별로 ‘ASFV-G-ΔI177L/ΔLVR’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접종 후 대략 14일째 백신항체가 형성됐고 백신 접종 28일째 국내 분리 ASF 강독바이러스로 공격접종을 한 결과 10의 5승 그룹에서 100% 모두 생존을 했고 백신후 접촉동거감염군에서도 특이한 증상없이 모두 생존해 효과와 안전성이 확보됐다.
이와 함께 1~4차에 이어 환경부와의 최근 5차 실험에서 미끼백신 개발과 관련해 구강을 통한 백신 후 28일이 지나 면역항체가 형성됐다. 국내 ASF 강독바이러스로 공격접종을 한 결과 10의 6승 접종군에서 100% 생존을 해 야생멧돼지에서도 효과와 안전성이 동시에 확보됐다는 게 코미팜측의 설명이다.
서정향 코미팜 연구소장은 “최근 검역본부 ABL3시설에서 실시한 연구에선 ASFV 백신 후보인 ASFV-G-ΔI177L에서 유래된 LAV인 ‘ASFV-G-ΔI177L/ΔLVR’을 사용했다”며 “이 백신은 안정된 돼지 세포주에서 효과적으로 복제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면역원성, 방어효과, 안전성을 평가하고자 했는데 백신으로서 충분한 안전성이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 소장은 이어 “예방 접종된 돼지 집단을 평가하기 위해 ASF의 유전체 복사본을 검출하기 위한 RT-PCR 검사와 ASF 컴피티션 엘라이자 분석을 수행해 각각의 접종 경로에 따라 모든 개체에서 ASFV에 대한 면역 항체 생성 능력을 확인했다”며 “특히 돼지 태아 신장 세포주(Plum Island 돼지 상피 세포 PIPECs)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백신 균주인 ASFV-G-ΔI177L/ΔLVR은 상업용규모로 백신을 대량 배양할 수 있기 때문에 치명적인 한국 ASFV 현장 균주에 대한 방어 면역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어 국내 돼지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 동일한 백신을 이용한 모돈시험에서도 태반감염 없이 안전하게 분만돼 임신모돈에 대한 백신의 안전성을 재입증했다는 게 코미팜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문성철 코미팜 대표는 “연구 결과는 다양한 조건과 국가에서 ASFV 현장 균주에 대한 LAV 후보의 효능 분석에 기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양돈 등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면서 “중국과 베트남 등의 사례를 볼 때 앞으로 세상이 과거와 같지는 않을 것이고 최후의 보루를 확보하고 질병을 컨트롤하는 차원에서라도 ASF 백신 개발은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메디안디노스틱,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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