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경기도 파주의 한 농장에서 어미돼지 5마리가 폐사했다.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었다. 방역당국은 마음이 급해졌다. ‘돼지 흑사병’이라 불리는 ASF의 치사율은 100%. 백신도 없어서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는 것만이 최선의 방역이었다. 빨리 뭐라도 해야 했던 방역당국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에 착수했다. 야생멧돼지가 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것이었다.
1831㎞. 2019년 11월부터 2021년까지 환경부가 경기도·강원도 일대에 친 ‘광역 울타리’는 길었다. 서울과 부산을 두 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이며, 휴전선 철책(238㎞)의 7배에 달한다. 투입된 세금만 1167억원이다.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험한 산지에 울타리를 빈틈없이 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뿐더러, 다른 야생동물의 이동경로만 차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환경영향 분석조차 건너뛴 채 울타리를 세웠다. 무허가 업체에까지 주먹구구로 사업을 발주했다. 방역 태스크포스(TF)에서 울타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한 교수는 ‘그러면 국민을 안심시키는 목적으로 해보자’는 말을 들었다고 2022년 강원민방(G1)에 말한 바 있다. 방역당국이 울타리를 고집한 데는 보여주기식 전시 효과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울타리는 국민을 전혀 안심시키지 못했다. ASF 발생은 2019년 55건에서 2022년 878건으로 16배나 증가했고, 이미 파주에서 경북 지역까지 남하했다. 북한으로부터의 야생멧돼지 유입을 막기 위한 광역 울타리는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이며, 관리조차 되지 않아 흉물로 전락했다.
애꿎게도, 피해를 보는 건 산양이었다. 울타리를 넘다 다리가 걸리고, 도로로 내몰려 차에 치이고, 울타리에 끼어 탈진하고, 울타리 끝이 어딘지 몰라 차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이렇게 2019년부터 지난 3월까지 죽은 산양은 545마리에 달한다. 전국에 2000마리 남짓 살아 있는 멸종위기종 산양 개체의 4분의 1 이상이 지난 5년간 죽은 것이다. 감염병만 돌면 광범위한 살처분 대상이 되는 돼지도, 먹이 찾으러 다니는 것조차 어려워진 산양도, 참 살기 힘든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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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AI 신약개발·디지털바이오 투자…2035년 바이오 200조"
윤석열 대통령이 AI(인공지능)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 산업이 결합한 디지털 바이오에 정부 R&D(연구개발) 재원을 적극 투자하는 등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의 방향을 제시했다.
충북 청주서 24번째 민생토론회 "디지털바이오 R&D 투자 대폭 늘릴 것" K바이오스퀘어 조성 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디지털 치료제, AI로봇 융합첨단 의료기기 같은 디지털 바이오에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 "도전적 혁신적 연구가 이뤄지도록 정부는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 산업 생산 규모를 키워 '2035년 2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북 청주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24번째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충북을 첨단 바이오 산업의 선도기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첨단 바이오 시장 규모가 2021년 기준 2조 달러에서 2035년에는 4조 달러(한화 약 5200조 원)까지 확대된다"며 "앞으로 10년 이내에 첨단 바이오 시장이 지금보다 2배 정도 커질 것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첨단 바이오 선점에 나서는 만큼 우리도 무한한 기회와 엄청난 시장이 있는 첨단 바이오 산업의 도약을 위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첨단 바이오 대전환, 韓에 큰 기회"
특히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전통적 바이오 기술을 소수의 서구 선진국들이 지배해 왔지만, AI와 디지털이 융합된 첨단 바이오로 대전환이 이뤄지면서 우리에게 큰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발 빠르게 디지털 강국으로 전환한 기술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간 다져온 바이오 역량에 이를 잘 접목한다면 첨단 바이오 시대를 이끄는 퍼스트 무버로 확실하게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첨단 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전략인 '첨단 바이오 이니셔티브' 방향도 제시했다. 우선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나 디지털 치료제 등의 '디지털 바이오' 분야에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첨단 바이오의 성패는 양질의 바이오 데이터를 잘 모아서 활용하는 데 있다"면서 "다양한 바이오데이터 시스템을 연계한 바이오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산·학·연·병원 연구자들이 원하고 필요로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울러 첨단 바이오 기술을 기반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복지도 확대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일반적인 건강관리는 물론 정서불안, 불면증 같은 질환을 소프트웨어로 치료하는 디지털 마음 건강시대를 열겠다"며 "특히 뇌 연구를 통해 공황장애, 조울증 같이 현대인이 겪는 정신질환의 치료법을 찾고, 뇌의 원리를 모방한 뉴로머픽칩을 개발해 AI반도체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와 같이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가 가능해지고 있는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혁신적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해 난치병을 치료하고 개별환자의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기술 확보할 것"
또 석유화학 기반 소재산업을 바이오 기반으로 전환해 다른 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이끌고 기후변화, 식량부족, 감염병과 같이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난제도 첨단 바이오를 통해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많은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다시 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면서 "넥스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백신 기술 주권을 지켜낼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20년 기준 43조원대였던 국내 바이오 산업의 생산 규모를 키워 2035년 200조원 시대를 열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충북은 첨단 바이오 산업의 선도기지로 조성한다. 윤 대통령은 "카이스트 오송캠퍼스를 만들고, 대학·연구기관·바이오기업은 물론 법률·금융·회계와 같은 사업지원 서비스 기업이 입주하는 K바이오스퀘어 조성을 지원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약 2조1000억원의 부가가치와 약 2만9000여명의 고용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AI와 바이오 융합을 위해 융합형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충북 오송에 AI 바이오 과학 영재학교를 신설하고, 카이스트 오송캠퍼스와 연계해 충북의 미래 특화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3월 20일 충북 지역 의대 정원을 89명에서 300명으로 211명을 증원 배정했다"면서 "증원된 의사들이 앞으로 지역 필수 의료에 종사하면서 R&D 참여 등 연구를 병행해 첨단 바이오 분야 발전에도 큰 활약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의대 증원 없이는 바이오산업 발전이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절대로 (증원된) 이 정원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화답했다.
첨단 바이오 산업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도록 현재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도 지원한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첨단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하려면, 첨단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바이오 소부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첨단 바이오 소부장 기업들의 R&D 실증 테스트 사업화를 적극 지원해 민간 투자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충북이 첨단 재생의료 글로벌 혁신 특구로 지정된 만큼 앞으로 규제 특례와 재정 지원을 통해 특구의 병원과 기업들이 첨단 재생의료를 보다 자유롭고 신속하게 환자 치료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윤 대통령은 "이를 통해 연 2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해외 원정 환자들이 이제 충북에서 안전하게 가장 먼저 다양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북이 국내 최대의 2차 전지 생산 거점인 만큼 지원도 강화한다. 윤 대통령은 "충북의 잠재력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충북 청주를 2차 전지 첨단 전략산업 특화 단지로 지정했다"며 "특화단지에 예정된 4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하고 전력 공급과 같은 기반 인프라 구축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2차 전지 특성화 대학원을 지정해 향후 5년간 5000명 이상의 배터리 핵심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또 충북에도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지구를 지정하고, 기존 발전된 바이오 산업들과 연계해 그린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충북 관광·교통 인프라 확충…CTX 사업 본격 추진
윤 대통령은 충북의 관광·교통 인프라 확충도 언급하며 ▲'동서트레일'을 전국 숲길의 허브로 육성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를 활용한 관광자원 개발·활성화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한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천안에서 청주 공항을 연결하는 전철은 설계를 조속히 마치고 내년 상반기부터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청주공항에서 제천까지 충북선을 고속화하는 사업도 올해 7월 설계에 착수해서 제 임기 내에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늘 교통 체증이 발생하는 중부고속도로 증평 호법 55km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고, 올해 하반기 사전 타당성 조사를 시작해서 제 임기 내에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무리하고 착공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겠다"고 약속했다.
대전·세종을 충북 청주까지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CTX) 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최고 시속 180km로 도시들을 빠르게 연결해서 충북 교통의 1대 혁신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이건 민자 사업으로 준비 중이고, 다음 달 민자 적격성 조사에 착수, 임기 내에 우선 협상 대상자까지 선정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최석원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 최원우 큐티스바이오 대표이사, 최원석 속리산둘레길 사무국장 등 대학생, 연구원, 기업인, 시민 등 국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 함께했다.
특히 충북지역을 'K-바이오스퀘어'로 조성해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단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후 충북 청주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스물네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첨단바이오 시장의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2조 달러, 한화로 2500조원에 이르고 2035년에는 약 4조 달러, 약 52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한한 기회와 엄청난 시장 있는 첨단바이오 산업의 도약을 위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래서 저는 오늘 첨단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 전략인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우선 정부는 디지털 바이오에 정부 R&D를 적극 투자할 것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도 AI를 무기로 첨단바이오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도 AI 활용 신약을 개발하고 디지털 치료제, AI 로봇 융합 첨단의료기기 같은 디지털 바이오에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첨단바이오의 성패는 양질의 바이오 데이터를 잘 모아서 제대로 활용하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바이오 데이터 시스템을 연계하는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산학연, 병원 연구자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동부창고 6동 이벤트홀에서 ‘첨단바이오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충북사진공동취재단) 2024.3.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또 윤 대통령은 "석유화학 기반 소재 산업의 30%를 바이오 기반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합성생물학에 기반을 둔 바이오 파운드리를 통해 인공세포와 생체 고분자를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제작 활용해 의료, 농업, 에너지 등 전 산업 분야에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첨단바이오 산업을 반도체 신화를 이어갈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2020년 기준 국내 바이오 산업 생산 규모가 43조원대인데 2035년까지 200조원 시대를 열게 기반을 다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북을 선도기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송 바이오클러스터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켜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며 "카이스트 오송 캠퍼스를 만들고 대학, 연구기관, 바이오기업은 물론 법률, 금융, 회계 같은 사업 지원 서비스 기업이 입주하는 'K-바이오 스퀘어'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약 2조1000억원의 부가가치와 2만2000여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AI와 바이오 융합을 위해 융합형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오송에 AI 바이오 과학 영재 학교를 신설하고 카이스트 오송캠퍼스와 연계해 충북의 미래 특화 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했다.
의대 정원 확대도 지역 인재 양성으로 연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3월20일 충북 지역 의대 정원을 89명에서 300명으로 211명 증원 배정했다"며 "증원된 의사들이 지역 필수의료에 종사하며 R&D 참여 등 연구를 병행해 첨단바이오 분야 발전에도 큰 활약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차전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서 충북 지원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화단지에 예정된 4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뒷받침하게 인허가를 신속 처리하고 전력 공급 같은 기반 인프라 구축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또한 배터리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이차전지 특성화 대학원을 지정해 향후 5년간 5000명 이상의 배터리 핵심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했다.
[청주=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시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3.26.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충북의 교통, 관광 인프라 확충 계획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울진에서 태안까지 우리나라 동과 서를 잇는 849㎞ 동서 트레일의 중심이다. 전국 숲길 허브로 육성해 더 많은 관광객이 오도록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항공 수요 지속 증가에 발맞춰 중부권 거점 공항인 청주국제공항의 국내선 여객 터미널 확장 사업을 올해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천안에서 청주공항을 연결하는 전철은 내년 상반기부터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늘 교통 체증이 발생하는 중부고속도로 증평~호법 55㎞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 확장하겠다. 하반기 사전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임기 내 예타(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무리하고 착공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석원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 최원우 큐티스바이오 대표이사, 최원석 속리산둘레길 사무국장 등 대학생, 연구원, 기업인, 시민 등 국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은 아산, 총리는 서울대, 비대위원장은 세브란스…그들이 그 병원 선택한 나름의 이유
서울대병원 필수의료 담당하는 국립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상수 2위, 사립대병원 대표 서울아산병원 병상수 국내 최대, 명실상부 최대 병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현장을 이탈한 데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은 최근 전국의 대형병원을 잇따라 직접 방문해 설득에 나섰다.
이들이 서울 5개 주요 병원 이른바 ‘빅5′ 중에서도 서울대와 연세대, 울산대 의대가 운영하는 병원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설득하기 위한 표면적인 목표가 있다.
같은 의료계라도 개원의와 대학 교수, 대학이라도 국립대와 사립대에 따라 각각 이해관계가 다르다. 하지만 가장 대화하기 용이한 상대를 고른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를 방문해 유홍림 서울대총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사립대병원 병원장을 비롯해 의료계 주요 관계자를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한 총리는 앞서 지난 15일에도 서울대 의대에서 의료계 관계자들을 만나 ‘의료계를 대표하는 협의체’ 구성에 뜻을 모았는데, 이날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한 총리의 서울대 방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달라”는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날 모임에는 서울대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의대 비대위는 전공의 단체가 포함되지 않는 협의체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한 총리가 서울대를 잇달아 방문한 것은 ‘서울대 의대’의 상징성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는 1767병상으로 병상수로는 서울 주요 5개 병원 중에서는 4번째지만, 응급 중환자와 희귀질환 환자 등 어려운 환자를 가장 많이 치료하는 병원으로 꼽힌다. 국립대학병원으로 정부가 직접 예산을 집행하는 병원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교수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 참석한 의료진과 악수를 나누며 “후배들을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732병상으로 국내 최대 종합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밖에 암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하는 병원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리니지M 지금 플레이
울산에 의대를 두고 있지만 미니 의대로 이번에 의대 증원이 많은 병원이기도 한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도 병상수(1985병상)나 의대 증원 규모도 적지 않지만, 삼성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4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직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 유예를 이끌어 내며, 의료계와 대화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가 국립대 의대의 대표라면, 연세대 의대는 사학재단이 세운 대표적 사립대학 의대로 통한다. 서울 주요 5개 병원 가운데 병상 수로는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이 가장 많다. 나아가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연세대 의대 교수 출신인 것도 비공개 회의 장소로 선택한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위원장은 전날 인요한 선대위원장과 서울 중구 신당동 일대에서 만나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동훈 위원장의 처남댁이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라는 얘기도 의료계에서 나온다. 다만 정치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연세대를 방문하게 된 배경은 전혀 모른다”라고 답했다.
이 밖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25일) 경상대 의대를 방문했다. 부총리와 복지부 장관이 경상대의대를 찾은 것은 국립대를 필수의료 중추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외부에 널리 알리는 목적이 있다. 경상대의대는 입학정원을 현재 76명에서 200명으로 2배 넘게 늘렸다.
목소리 변하다가, 귀 통증까지 생긴 남성… 그가 진단받은 '암'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70세 남성 A씨는 7개월 전부터 목소리가 변하고, 목이 아픈 인후통이 생겼다. 시간이 좀 더 지나 1개월 전부터는 귀가 아프기 시작했다. A씨는 "귀를 바늘로 콕콕 쑤시는 통증이 2~3분씩 지속됐고, 심할 때는 머리도 함께 아팠다"고 말했다. A씨는 병원 검사 결과, 후두암 진단을 받았다. 후두암은 목구멍 안쪽에서 목소리를 만드는 성대와 목 전방부 모양을 만드는 갑상 연골인 '후두'에 생긴 암이다. A씨의 경우 양쪽 목에서 암 덩어리가 발견됐다. 후두암의 원인, 증상 등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2022년 국내 후두암 환자 수는 7750명으로 집계됐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 중 남성이 7292명을 차지할 만큼 남성에서 흔하다. 후두암의 주요 원인은 바로 흡연이다. 흡연을 하면 담배 연기가 폐보다 먼저 후두에 직접적으로 닿기 때문이다. 실제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후두암 발생 위험이 40배 가량 높다. 미국암협회에 따르면 전체 후두암 환자의 약 95%가 흡연자다. 흡연량이 많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발병률은 높아진다. 오랜 기간 담배 연기에 노출되면 후두점막세포에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암세포가 되는 것이다. 후두암은 50대 때부터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고, 60~80대 환자가 가장 많다.
후두암의 증상은 암의 발생 위치 등에 따라 매우 다르다. 성대 쪽에 암이 발생하면 목소리 변화가 나타난다. 암 초기엔 가벼운 쉰 목소리 정도만 나타나지만, 암이 많이 진행되면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성대 윗부분인 성문상부에 암이 생기면 목의 이물감, 불쾌감, 연하곤란 등이 나타난다. 반면, 성대 아랫 부분인 성문하부에 암이 생기면 목소리 변화 증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호흡곤란 정도가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보통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A씨처럼 귀에 통증이 생기는 것은 방사통이 원인이다. 후두와 연결된 신경 분절이 귀와도 이어져 있어 통증이 퍼지고 전달되는 것이다. A씨의 경우 상후두 신경의 내후두 분지에 의해 통증이 전달됐다고 의료진은 분석했다.
후두암 치료는 크게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방법과 방사선을 이용한 비수술적 치료법이 있다. 수술적 치료는 레이저나 로봇을 이용해 구강 내 암을 제거하는 방법과 목을 직접 절개 수술하는 방법이 있다. 수술 범위에 따라 특정 부위와 목의 림프절을 제거하는 두 가지 수술을 함께 하기도 한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하지 않지만, 약 30회의 방사선 치료를 실시한다. 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라면 방사선 치료와 항암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후두암을 치료한 후에는 주기적으로 후두 내시경을 시행해 재발이 생기는 지 확인해야 한다. 림프절 전이가 생길 수도 있어
CT와
MRI를 이용해 내시경이 진단하지 못하는 부위까지 평가가 필요하다.
이해나 기자 lhn@chosun.com
'경찰청 맴도는 차 수상한데…' 수사관 촉으로 불법리딩방 검거
허위 투자정보로 1천100여명에 108억원 편취…조직원 14명 검거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비상장 주식이 곧 상장할 예정이라는 허위 투자정보로 피해자 1천120명을 속인 불법 투자 리딩방 조직이 적발됐다.
대전경찰청은 총책인 A(34)씨 등 5명을 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는 등 조직원 총 14명을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 조직원은 지난해 1월부터 3개월간 B주식회사의 비상장 주식이 9만원으로 상장된다는 허위 홍보자료 뿌려 피해자 1천120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108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총책·리딩 영업팀·자금 세탁을 위한 환전팀·범죄 수익금을 전달하는 알선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 형태의 투자 리딩방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비상장 주식은 주식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리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유사 투자자문업으로 동종 전과가 있던 총책 A씨는 과거 투자 손실을 본 5천명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B주식회사를 범죄에 이용할 종목으로 선정한 이들은 B사의 비상장 주식 36만주를 배당받고, "회사가 상장하기 위해 일반인 소액 주주 모집을 한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기업이라 수익 300%가 확정된 종목이다" 등의 허위 정보를 피해자들에게 제공했다.
이를 믿은 피해자들은 액면가 100원인 B주식회사 비상장주식을 주당 3만원가량에 사들였다.
피해자 나이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으며 개인 최고 피해액은 4억5천만원에 달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3월, 사이버수사대 수사관의 촉으로 덜미를 잡혔다.
당시 경찰 출석을 위해 별건의 사기 피의자를 태우고 동행한 C씨가 대전경찰청사 안에 차량을 주차하지 않고 바깥을 계속 맴도는 것을 한 수사관이 수상히 여겼다.
경찰은 차량을 불심검문 했고 차 안에서는 현금 6천6백만원과 대포폰 6대가 나왔고, 휴대전화에서는 텔레그램으로 자금세탁을 지시하는 문자 등을 발견했다.
C씨는 이 조직의 자금세탁책이었고, 경찰은 C씨를 현행범 체포하면서 해당 불법리딩방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후 계좌 수백개와 대포폰 수백 대의 통화내용 등을 분석해 이들의 경기·강원·충청·전라 지역 은신처 15곳을 특정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현금 20억원 상당을 압수한 경찰은 조직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투자리딩방 사기의 경우 유명인 사칭·고수익 보장·단체대화방 내 바람잡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피해자들을 속이려 하기 때문에 주식 호재라고 해도 한 번 더 의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암환자만 골라 수술, 외래도 축소… 환자 고통만 더 커진다
늘어나는 휴진 ▶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과 외래진료 축소 등으로 진료 공백이 심화하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수술협진실 앞에 전체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백동현 기자
■ 교수 ‘주52시간 근무’ 돌입
“응급실 못가 죽은 암환자 있어” 병원 찾은 시민들 불안감 확산
세브란스 병원 교수 절반 등 빅5중 4곳 줄줄이 집단 사표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세브란스병원 분위기는 한산했다.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로 붐비던 본관과 암센터의 주요 진료실 환자들은 평소보다 반 토막이 난 수준이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이날 “외과 수술의 경우 이미 암 수술만 골라서 하고 수술 자체를 절반 이하로 줄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대 교수들이 지난 25일부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예고대로 ‘주 52시간’ 체제에 돌입하면서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이 암 환자와 같은 중환자나 응급환자 위주로 재편한 것이다. 전공의 이탈 후 교수들은 야간 당직 등을 포함해 주 90∼100시간 정도 일하고 있는데, 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외래 환자들도 교수들의 진료 축소 소식에 불안감을 호소하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A(68) 씨는 “이미 전공의 파업 초반에 항암치료가 한차례 연기된 적이 있다”라며 “교수들마저 사직하면 연기를 넘어 진료가 아예 취소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모발질환으로 3달마다 꾸준히 외래 진료를 온다는 30대 B 씨도 “(나 같은) 경증환자들 위주로 외래 진료가 축소될 텐데, 경과 확인마저 못 하는 상황에 처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최근 암 환자 중에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보고 됐다”며 “(의료 공백)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교수들마저 전공의에 동조해 의료 현장을 떠나고 환자를 포기하려 한다는 소식에 환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전국의과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오후 각 의대 교수협의회에 ‘주 52시간 근무 가이드라인’을 발송하고, 각 교수협은 이를 일선 교수들에게 배포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료를 축소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6주째 접어들면서 교수들의 건강이 우려돼 가이드라인을 보냈다”며 “자기 몸도 돌보지 않으면서 전공의 빈자리를 메꾸려 하는 것을 삼가달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절반인 19개 의대 교수들이 전날 집단 사표를 제출했고, 나머지 의대는 교수 일부가 사직서를 내거나 사직서 제출 시기를 논의 중이다. 특히 ‘빅5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대학 중 가톨릭대만 제외하고 4개 대(서울대·연세대·울산대·성균관대)는 사직서를 이미 집단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오전 “25일 비대위 긴급회의 결과 성균관대 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작성, 서명한 사직서를 오는 28일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용수 성균관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전체 교수 880명 중 300명이 넘는 교수들이 사직서를 낸 상태고, 내일까지 취합해 일괄 제출할 예정”이라며 “진료 축소는 사직으로 가는 단계적인 차원”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대 의대도 오늘 오후 교수회의를 통해 사직서 일괄 제출 일정을 논의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그야말로 ‘인력 운용 대란’”이라며 “전공의 진료 거부로 정상적 의료인력 운영체계가 무너지고, 고도의 전문성·숙련성·책임성이 요구되는 업무가 파행 운영됨에 따라 의료현장에서는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지운·전수한·조율 기자
“암 투병은 나와의 싸움…
끝없이 공부하고 전략을 세우세요”
암에 걸리면 모든 게 ‘처음’입니다. 암 진단부터 치료를 받으며 겪는 변화, 극복 후에 생기는 불안감까지 생소하고 두렵기만 합니다. 아픈 사람들에게 약을 지어주던 약사에게도 암은 처음이었고, 생경했습니다. 유방암 2기를 극복한 김훈하 약사(53·서울시 노원구)를 만나고 왔습니다. 암을 극복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자양분 삼아, 암 환자들에게 큰 힘이 돼주고 있습니다.
유방암 2기를 극복한 김훈하 약사./사진=김지아 기자(김훈하 약사)
예상 못한 암, 극심한 감정변화
김훈하 약사가 처음 몸에 이상을 느낀 건 2018년 3월입니다. 생리 기간도 아닌데 왼쪽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딱딱한 멍울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증상이 없었고, 병원 갈 시간을 내는 게 어려워 ‘설마 암이겠어’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넘겼습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른 잔기침이 시작되더니 한 달여를 내리 고생했습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도 기침이 줄지 않았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정밀 검사를 해보니, 림프절 전이가 동반된 유방암 2기였습니다. 2.5cm, 2.9cm 크기의 종양 두 개가 왼쪽 가슴에 퍼져있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으니 온 몸이 떨렸습니다. 감기에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 체질이었던 데다가, 가족 중 아무도 암을 겪지 않았습니다. 암이 생소하기만 했습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급격한 감정변화를 겪었습니다. 놀라고 무섭고 화가 나고 슬펐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현재 삶이 자신을 내리치는 듯했습니다. ‘세 아이와 남편을 두고 세상을 떠날 수는 없다’는 생각만이 머리에 남았습니다.
2018년 4월부터 항암 치료를 6개월 동안 받았습니다. 그 후, 왼쪽 유방을 전부 잘라내는 전절제술, 전이를 제거하는 림프절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보형물 삽입 전 확장기를 넣는 수술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재발 방지 목적으로 수술 후 9월부터 10월까지는 방사선 치료를 28회 받았습니다.
두려움 이기게 해준 건 ‘도전’
김훈하 약사가 유방암 투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두려움이었습니다. 암 치료를 받으면서 몸에 생기는 작은 변화들과 부작용이 두려움을 키웠습니다. 암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질수록 압박감도 심해졌다고 합니다.
이런 불안정한 심리를 다독인 것은 공부였습니다. 항암 치료를 하면서 생기는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네 번째 항암 때부터 김 약사는 도서관을 드나들며 1주일에 서너 권씩 암 관련 책들을 빌려 읽었습니다. 약학과 전공을 살려 논문도 읽으며 빠르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정보가 쌓이니 투병 전략의 방향이 보였다고 합니다. 항암 동지들 사이에서 ‘항암을 어떻게 하느냐’ ‘암 투병에 도움 되는 식이요법을 알려 달라’고 물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2018년 12월에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블로그에는 식이요법, 생활습관, 부작용 극복법 등 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정리했습니다. 그러다가 ‘열방약국 유방암 상담소’라는 책도 출간했습니다. 유방암 극복 방법, 최신 치료 동향, 치료 받으며 겪은 시행착오, 힘들 때 도움이 되는 내용 등을 담았습니다. 김 약사는 “표준 치료가 끝난 뒤 건강을 관리하는 건 온전히 환자의 몫”이라며 “많은 환자들이 그 긴 여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로만 겪기를 바라는 마음에 책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암 투병은 ‘자신과의 싸움’
김훈하 약사는 치료 기간 동안 어떤 어려움을 겪었던 걸까요? 항암 치료 후 구내염, 두통, 저체온증이 심했다고 합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도 손발과 복부가 너무 차갑고, 체온이 36도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 약사의 세 아이들은 중국에서 유학 중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남편도 중국에 함께 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학업을 중단할 수가 없어서 남편과 아이들은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묻고 응원을 보냈습니다. 해외에 있는 가족을 대신해 삼시세끼 따뜻한 국과 반찬을 만들어준 건 친정어머니였습니다.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자책감으로 힘들어하던 남편, 엄마 걱정만 하는 아이들, 아픈 다리를 이끌고 나를 위해 매일 밥을 차리는 엄마를 보며 김훈하 약사는 생각했습니다. ‘암이 내 가족까지 힘들게 하게 둘 수는 없다. 스스로 이겨내자!’
그때부터 ‘암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좋은 생각하고, 열심히 챙겨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였습니다. 입맛이 없어도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었습니다. 체온을 올리기 위해 따뜻한 현미차와 생강 홍차도 수시로 마셨습니다. 매일 한 시간 정도 공원이나 둘레길을 거닐었습니다. 암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족을 떠올리며 이겨냈습니다.
그렇게 치료를 마치고 7개월 만인 2019년 4월에 약국으로 복직했습니다. 17년 넘게 지켜온 약국을 암 때문에 그만두는 건 너무 허무하다 느꼈다고 합니다. 김훈하 약사는 “나는 암을 극복한 경험을 가진 약사”라며 “사람들의 건강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었고,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책을 낸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3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다행히 재발이나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김훈하 약사>
-어떻게 지내세요?
“제 인생 통틀어 제일 건강하고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암을 계기로 마음가짐과 생활습관이 달라지다 보니, 이전보다 삶이 더 편안해졌습니다. 약국은 물론, 작은 상담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을 손님들의 건강 고민을 덜어주고 특히 유방암 환우들의 고충과 궁금증을 해소해드리는 데 열심입니다. 퇴근하면 하반기 출시를 앞둔 책 작업에 몰두합니다. 이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지요.”
-이전 책을 읽어보니 ‘채소 섭취’를 강조하시던데요.
“암 진단 전에는 가공식품을 즐겨 먹었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술과 담배는 하지 않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제 일상이 독과 같았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암을 진단 받은 이후 암에 대해 공부할수록 건강한 식단, 특히 채소 섭취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매일 여러 종류의 채소를 갈아서 천천히 씹어 먹습니다. 사과,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오이, 파프리카, 케일 등을 주로 섭취합니다. 5년 넘게 10종류 이상의 채소를 매일매일 먹다 보니, 체력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피부도 맑아졌는데, 몸속의 장기들 역시 눈에 보이진 않아도 건강하고 튼튼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암 치료 이후 특별히 신경 쓰신 게 있다면?
“항암, 방사선 치료가 끝났다고 암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몸이 암세포가 좋아하는 환경이 되면 암이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요. 그래서 설탕이나 가공식품 같이 몸에 안 좋다는 음식은 제 식단에서 과감하게 없앴습니다. 건강하게 먹기! 실천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중요한 수칙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응원의 한 마디.
“여러분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마세요. 저 역시도 암을 진단 받았을 땐 마음이 매우 불안했고 좌절감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짧게 끝내셔야 합니다. 소중한 여러분의 시간을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데 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이 생길수록 주치의를 믿고, 치료를 잘 따르고, 잘 먹어서 암을 이겨낼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세요. 그와 더불어,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공부를 하거나 취미생활을 갖는 것도 암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뭐든 시작해보세요!”
/김서희 기자 ksh7@chosun.com
각질 일어나고 가려운 건선, 발병 원인 찾았다?
조절 T세포 오작동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가 원인
건선은 피부에 은백색 비늘로 덮인 붉은 빛을 띠고 가려운 반점을 유발한다. 일부 환자의 경우엔 관절통, 붓기, 경직 등이 특징인 건선 관절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인 건선이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Communications)》에 발표된 호주국립대(ANU)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건선은 피부에 은백색 비늘로 덮인 붉은 빛을 띠고 가려운 반점을 유발한다. 일부 환자의 경우엔 관절통, 붓기, 경직 등이 특징인 건선 관절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호주에는 건선 환자가 50만 명이 되며 건선이 있는 호주인 10명 중 3명은 건선 관절염에 걸린다. 건선은 완화시킬 순 있지만 완치시킬 방법은 아직 없는 상태다.
연구진은 생쥐실험을 통해 조절 T세포라고 불리는 면역 세포 그룹의 오작동을 유발하는 Ikbkb로 알려진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건선을 유발하는지를 확인했다. Ikbkb 유전자 사본을 2개 갖게 되면 건선 관절염의 특징인 지염, 척추염 및 특징적인 손발톱 변화가 발생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ANU의 체리사 카르디네즈 박사 후 연구원은 "이 세포들은 보통 면역 체계의 문지기로 간주된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돌연변이가 이 세포들의 기능을 변화시켜 염증에 기여하고 질병의 발병을 촉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선 관절염 진단 지연이 환자들에게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I Ikbkb 유전자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통해 우리가 언젠가 치료법을 찾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출신으로 건선 환자 단체의 레베카 데이비 대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건선으로 인해 위생 상태 관리를 잘 못하다는 비판을 받지만 건선환자의 피부상태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라면서. "건선은 고통스럽게 쇠약해지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약을 복용하면 더 큰 피부 발병이 줄어들었지만 피부에 바르는 모든 것과 입을 수 있는 직물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손을 씻기만 해도 피부가 화끈거려 간호사 일을 그만둬야 했다"고 건선 환자의 고충을 토로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45870-3)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아플 때 돌봐 줄 사람은?"... 간병인 써야 할까?
중년인 나는 앞으로 딸, 아들에게 치료비-간병비 부담을 주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음식 조절, 운동으로 투병 기간은 줄여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뉴스1]
"당장 쓸 생활비가 모자라요... 손해 보고 국민연금 앞당겨 받아요"
사례 1) 수령액이 깎여 손해를 보는 조기 노령연금(국민연금) 수급자가 85만 명을 넘어섰다. 갈수록 늘어나 곧 100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을 당초 받을 나이보다 일찍 받으면 연 6%씩 연금액이 깎여 5년 당겨 받으면 최대 30% 감액된 연금을 펑생 받아야 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들에게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은 이유를 물으니 "손해인 것 뻔히 알지만 당장 생계비가 모자라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중년의 퇴직자들이 소득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노후의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까지 손을 대는 것이다.
중년 겨우 넘었는데 명퇴 압박... 이후 임시직 전전
사례 2) 한국 중년들의 고용 안정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중년이 넘으면 '명퇴' 압박에 시달리며 비정규직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 다닌 직장에서 퇴직하면 재취업이 어려워 임시직을 전전한다는 것이다. 이전 직장보다 연봉이 크게 떨어져 생활비조차 버거운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55∼64세 근로자 가운데 임시직 비중은 남성 33.2%, 여성 35.9%나 됐다. 특히 중년 남성은 40대 중반,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 비정규직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에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중년 이후 근속연수가 오히려 더 늘어나 장기근속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최대 위험 요인... 치솟는 간병비에 허덕인다
사례 3) 지난해 간병비 비용이 2016년에 비해 50% 올랐다는 통계가 나왔다.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28%)의 2배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뛰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간병비는 월평균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가구의 중위소득 224만원의 1.7배 정도에 달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일평균 간병비 12만2000원을 월기준으로 환산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간병비가 치솟아도 간병인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외국인도 간병인을 기피해 돌봄 인력 부족이 발등의 불이 됐다.
오래 아프지 않아야 돈 걱정, 마음고생 덜 수 있다.
지금 중년인 나와 아내가 노년에 아프면 혼자서 간병비를 댈 수 있을까? 여유가 없을 자녀들에게 한 달에 300만원이 넘는 간병비 부담을 주지나 않을까? 노년을 비교적 큰 병 없이 보낸 사람도 어느 순간 병상에 눕게 된다. 한 달이 될지, 1년이 될지, 아니면 몇 년이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아픈 노년에도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힘들게 맞벌이하는 자녀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오래 아프지 않아야 돈 걱정, 마음고생을 덜 수 있다.
암 등 큰 병을 앓지 않으면 목돈을 버는 것이나 다름없다. 암을 늦게 발견하면 건강보험이 안 되는 신약을 쓸 수 있다. 효과는 높지만 비급여 신약이라 가격이 너무 비싸다. 한 번에 수백만 원, 수 천만원 어치를 맞아야 하는 신약도 적지 않다. "나 하나 조금 더 살자고 집까지 팔아야 하나?..." 가족들과 비싼 비급여 신약 사용을 검토할 때 암 환자들은 잠을 못 이룬다. "내가 건강했더라면..." 후회의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다.
비급여 신약 너무 비싸... "정든 집까지 팔아야 합니까?"
오늘도 암 치료제의 급여화(건강보험 적용)를 촉구하는 호소가 환자 커뮤니티에 올랐다. 한 중년 여성은 "암 투병 중인 남편이 한 달에 400만 원이 넘는 신약을 써야 살 수 있다. 약값을 대기 위해 일단 전 재산인 집을 내놨다. 앞으로 시댁에서 살 예정이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의료비, 간병비를 대다 파산할 수 있다는 얘기가 현실로 닥치자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진작에 남편을 떠밀어 건강 검진을 받게 하는 것인데 암을 너무 늦게 발견해 치료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나는 딸, 아들에게 치료비-간병비 부담 주지 않을 자신이 있나?"
유명인들의 비싼 아파트-건물 자랑, 미용 시술, 맛있는 음식 이야기가 온갖 미디어에 넘쳐 나는 세상이다. 줄 잇는 해외여행객을 보면 국민연금조차 앞당겨 받고 임시직을 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슴에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는 화려함 뒤에는 하루 하루 치료비, 간병비가 버거운 사람들의 고통이 숨어 있다. 나름 '중산층'으로 자부한 사람도 치솟는 간병비가 부담스럽다.
다시 나에게 묻는다. 딸, 아들에게 치료비-간병비 부담을 주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운동이 싫어 오래 앉아 있다 가도 다시 걷기 운동을 나간다. 자다가 편안하게 죽을 순 없지만 투병 기간은 줄여야겠다는 각오다. 내 건강 때문에 정든 집은 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침마다 손 퉁퉁 붓는다면 ‘이 질환’ 신호일 수도
손의 부기가 반복되거나 통증까지 나타난다면 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손이 붓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 부기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없어진다. 그런데, 부기가 반복되거나 통증까지 나타난다면 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
통증 없다면 부종·약물이 원인
손이 계속 붓는다면 부종을 의심해볼 수 있다. 부종은 림프액 등 액체가 조직 내에 고여 피부 조직이 부푸는 상태를 말한다. 부종은 손, 발 등 신체 일부가 붓는 국소부종과 몸 전체가 붓는 전신 부종으로 나뉜다.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폐,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부종이 생기기 쉽다. 한 번 발생한 부종이 2~3일 내로 낫지 않는다면 신장질환, 간경화, 울혈성심부전,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을 의심해야 한다.
약물에 대한 반응으로 손이 부을 때도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오랜 기간 복용하면 체내 수분, 염분 등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손가락 등 몸이 붓는다. 당뇨병 치료제 중 티아졸리딘디온 계열 약물도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
통증 있다면 류마티스 관절염·방아쇠수지증후군 위험
부은 손가락에 통증도 느껴진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일 수도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에서 염증이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관절을 둘러싼 활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그 주위에 관절 삼출액이라는 물이 차 손가락이 붓고 통증이 생긴다. ▲손마디 양쪽이 6주 이상 부어있거나 ▲아침에 6주 이상 관절이 뻣뻣하고 통증이 있거나 ▲관절 세 곳 이상의 부종이 6주 이상 지속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손가락이 붓고, 통증도 나타난다면 방아쇠수지증후군일 가능성도 있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은 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겨 손가락을 움직일 때 소리가 나고 통증을 겪는 질환이다. 손가락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당뇨병, 통풍, 신장질환 등이 있으면 발병한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힘줄이 더 심하게 손상될 수 있다. 방치하면 손가락이 구부려지거나 펴지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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