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기록을 공개해 취약한 점을 드러내는 게 높은 생산성의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유럽은 지금 돈가가 상당히 뛰었지만 정부 개입은 최대한 줄이고 소비자 판단에 맡기고 있습니다.”
양돈 선진국이 모여 있는 유럽의 경우 네덜란드가 31두를 기록하는 등 양돈 생산성 지표인 MSY(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가 30두를 넘나들며 18.5두에 그치는 국내 MSY보다 1.6배가량 높은 생산성을 유지한다. 이런 높은 생산성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이를 비롯해 유럽 양돈산업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한한돈협회 청년분과위원회는 지난 13일 충남 천안의 상록리조트에서 ‘네덜란드 양돈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진행했다. 200여명의 청년 한돈인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선 세계 최고의 농업대학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양돈 권위자 로버트 호스테 교수가 초청강연을 진행했다. 이후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유럽 양돈산업 현주소와 정부 대응 등 좀 더 구체적인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2022년 기준 MSY 31두…기록관리·소통·사료 선택·동물 건강 관리로 생산성 높여
로버트 호스테 교수는 “네덜란드에선 1956년 MSY가 14두였지만 2022년 기준 31두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돼지를 케어하는 4개의 이유를 들겠다”며 “△기록 관리 △소통 △사료 원료 선택 △동물의 건강과 차단방역이 그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호스테 교수는 “우선 네덜란드의 양돈장 농장주들은 기록을 바탕으로 한 관리를 하고 그 데이터가 쌓이면 혼자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다른 농장과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아시아 문화권에선 못하는 지표를 보여주면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의 경우 서로 보여주며 취약한 부분은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협력한다. 이걸 받아들이는 문화가 마련돼야 하며, 아무리 시설이나 장치가 좋아도 기록 관리를 공유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료 원료와 차단방역 등에 대해서도 네덜란드 상황을 대입하며 설명했다.
호스테 교수는 “네덜란드엔 노틀담에 큰 항구가 있고 이쪽으로 물류들이 대거 들어온다. 이곳을 통해 식품 부산물을 사료화하고 있다”며 “이게 어렵다면 적어도 사료요구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장에선 차단 방역 수준을 높여야 한다. 네덜란드의 이유 후 폐사율이 낮은 이유는 철저한 질병 차단에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양돈생산량 8%↓…규제로 신규진입 어려워 네덜란드 30% 감소 전망도
높은 생산성은 유지되고 있지만 유럽 양돈산업도 여러 악재에 직면해 있다. 생산비 상승과 동물복지, 환경 문제 등으로 양돈산업의 설자리가 줄어들며 돈가는 치솟고 있다.
호스테 교수는 “2019년 최대 생산지이자 소비처인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크게 확산됐고, 중국 생산량이 줄어들어 모든 나라들이 돼지고기 생산에 집중했다. 수출이 활성화되자 가격이 높아졌고, 가격이 좋으니 생산량이 상당히 늘었는데 이는 후폭풍이 돼 2021~2022년 돈가가 많이 떨어졌다”며 “가격은 떨어졌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사룟값은 계속 오르고, 경기 침체로 소비는 감소했다. 여기에 스페인에선 PRRS로 인한 폐사율이 크게 늘었고 독일 등 몇몇 국가에선 동물복지 관련 법이 강화되니 많은 농가들이 농장을 포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호스테 교수에 따르면 2022~2023년 유럽에서 양돈 생산량이 8%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돼지고기 값은 다시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호스테 교수는 “돈가가 올랐지만 한번 양돈장을 접은 농가가 다시 양돈장을 하거나 새로 시작하는 건 쉽지 않다. 이전 부지도 마땅치 않고 각종 규제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네덜란드에서도 앞으로 최대 30%까지 감소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현재 돈가가 상당히 올라 있는 유럽의 경우 정부 개입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호스테 교수는 “EU에서도 가격 변동에 따라 정부가 대처하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대부분 전염병이 크게 확산되는 등의 비상시에만 적용되고, 그것도 육가공업체들이 돼지고기를 수매해 냉동 보관할 수 있도록 보존비를 지원하는 식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선 할당관세 등을 통해 정부가 물가를 조절하는데 유럽은 그렇지 않느냐’는 질문엔 “정부는 그와 관련한 대책이 없다. 소비자가 농축산물 가격 동향을 보며 높으면 덜 사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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