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의약품 독점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이에 필수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현장 약사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급 생태계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기능에 의존해서는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영석 의원과 신현영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당시 의약품 품귀 현상으로 인해 혼란이 빚어졌던 점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의약품 공급 부족 문제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속 발생하는 사태다. 제조 지연과 시설 문제, 품질 문제, 원료 공급의 부족, 수요 급증, 기업 인수합병에 따른 제품 조정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절로 해결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식의약정책연구센터장은 국내외에서 실시하는 대책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퇴장방지의약품제도 △의약품 생산·수입·공급 중단 보고제도 △국가필수의약품 안전공급체계(수급모니터링센터 등 운영)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부터 FDA가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의약품의 공급 중단을 예방 및 감소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2012년에는 공급중단 보고를 의무화하는 FDASIA(FDA Safety and Innovation Act)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을 위해 FDA의 관리 권한을 강화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는 국내 생산 들리고 국제 협력을 촉진하는 행동방침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첨단제조공정 및 제조기술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신뢰 가능한 의약품을 제조하도록 품질관리성숙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유럽은 △의약품 공급 중단 및 부족 정보 보고 △EMA/HMA 허가 의약품의 공급 안정을 위한 테스크포스 구성 등을 추진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EMA가 필수의약품의 잠재적 또는 실제의 공급 부족을 모니터링하고 완화하도록 역할 강화 등을 추진했다.
박 센터장은 해외 동향의 주요 시사점으로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공급 안정을 위한 정책과 정부 역할 강화 △산업계를 포함해 공급망의 이해 관계자들의 역할과 활동 중요성 강조 △의약품 공급망에 대한 지식과 정보력 높여 공급문제 대응의 실효성을 높인 점 등을 언급했다.
즉, 의약품의 근본적 공급 역량 강화를 위해 중장기적 관점의 계획과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요지다.
우리나라도 정부 역할 강화해야
대안으로 공공관리의약품센터 제시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은 의약품 공급 안정과 대응 체계를 위해 시장 기능에 지나치게 의존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부재한 것도 원인이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의약품 공급중단·부족 보고 제도에 따르면 제약사는 수급 문제를 60일 이전에 미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해야 하지만, 실상은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특히 제약사의 인수합병이 빈번하게 늘어나며 특정 회사의 독점 구조 강화와 신약의 고가화가 심화된 것도 문제다. 이들은 신약에 수십, 수백 개의 연관 특허를 만들어 경쟁 제약사의 제네릭 개발을 막고 있고, 이렇다 보니 신약의 가격과 독점 유지 기간이 증가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건강에 필수적인 의약품일수록 가격이 비탄력적이다 보니 환자들은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구매할 수 없다. 또 의약품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해 의약품 구매에 제약이 있다”며 “환자와 제약기업 간 권력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의약품 공급 부족을 해결하려면 정부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 예컨대 공공관리의약품 컨트롤타워를 도입해 국가필수의약품을 포함, 공공관리가 요구되는 의약품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무총리실 산하의 공공관리의약품센터(가칭)를 제안했다. 해당 센터는 기존에 복지부와 식약처로 양분돼 실시되던 관리를 하나로 통합한 곳이다.
이 사무국장은 “해당 센터는 의약품 전반의 모니터링 사업 및 공적 대응이 필요한 공급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공공관리 필요 의약품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연구 사업을 실시하는 센터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정부 “문제 심각성 알고 있지만, 원인 많아 대응도 복합적”
보건복지부는 행정부 역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며, 현재 실시되는 일련의 조치를 지켜봐줄 것을 요청했다.
복지부 남후희 약무정책과장은 “올해 3월 민관협의체를 개최했고, 이후 수급 불안정 대응 방안을 마련해 발표해왔다”며 “공급 중단 리스트 역시 지금 마련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식약처에서 실시하는 약가 인상 조치의 경우 “이것만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것도 하나의 조치라고 보는 것”이라며 “의약품 부족 문제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대응도 복합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각 부처에서 총력을 다해서 대응하는 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남 과장은 “일각에서 의약품 부족 불안을 가중화하는 모습도 목격된다”며 “약사들도 불안하겠지만 정부 대책에 적극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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