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자연 기자] 미국에서 의약품 및 의료기기 공급 부족 문제로 환자 치료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비영리 환자 안전 단체 ECRI 및 ISMP가 관련 의료 종사자 약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지난 6개월 동안에 의약품, 일회용품, 의료기기 등 20건 이상의 부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족의 타격을 가장 많이 겪은 분야로는 수술 및 마취(74%), 응급 케어(64%), 통증 관리(52%)
, 심장학(45%), 혈액 및 종양학(44%), 감염질환(39%), 산부인과(37%)의 순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대부분의 응답자가 의약품 부족으로 인해 환자 케어가 타격을 받았다고 응답한 가운데 49%는 부족으로 인해 수술, 화학요법 등 치료가 지연됐다고 꼽았다.
더불어 32%는 최적 치료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답했으며 21%는 부족과 관련해 약물 용량·용법 등에 실수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일례로 리도카인 부족으로 인해 아편유사 진통제를 더 많이 투여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일부 포도당 주사 시린지나 알부테롤 바이알 부족도 보고됐으며 의료기기 중에서는 소아 등에 대한 기관내삽관 튜브, 폐동맥 카테터. 비강 분무기 등의 부족도 지적됐다.
이에 응답자의 35%는 부족한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회색시장에서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 이는 정통 시장 구매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ECRI는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ECRI가 15대 인기 회색시장에서 구한 약 200종의 KN95 마스크를 시험한 결과 60~70%가 실질적으로 에어로졸 입자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대해 ECRI는 계속되는 부족 현상을 멈추기 위해 국가적으로 장기적인 공조 해법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이와 관련, 현재 FDA 부족 의약품 목록에 따르면 141개의 의약품이 부족한 상태다. 또한 FDA는 의료기가 부족한 카테고리로 마취과, 심혈관(순환 보조 및 구조·혈관 기기), 심장 진단 및 모니터링 제품, 투석 관련 제품, 일반 병원 및 성형 외과 기기, 방사선 및 일부 환기 기기 등을 꼽고 있다.
그리고 근래 드러그 토픽스의 미국 보건계 약사 협회(ASHP) 디렉터 인터뷰에 따르면 ADHD 치료제나 위고비.오젬픽 등 항비만제의 경우 수요 증가로 인해 부족하고 페니실린 주사도 매독 급증 때문에 부족하며 각종 감염 증가로 아목시실린 부족도 작년 겨울부터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부족 현상은 연간 인건비 예산을 5~10%, 의약품 예산 6~15%을 높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에 관해 ASHP 회원 대상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는 제조 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59%는 품질 기준에 맞는 시설에서 생산된 제품 구매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또 이들은 품질 기준에 맞는 제품 구매를 위해 5~10%는 더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장관이 마약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이유
● 록펠러 마약법 50주년
지난달 10일 미 캘리포니아주(州) 플레이서 카운티 고등법원. 로즈빌에 사는 나다니엘 카바쿤간(20)이 살인죄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다른 범죄자들처럼 총을 쏘거나 칼을 들지는 않았지만, 이에 못지않은 치명적인 약물을 판매해 지난해 6월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카바쿤간이 제공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로 한 15세 여학생이 사망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마약상’에게 살인죄를 인정한 첫 사례였다. 미 뉴욕타임스(
NYT)는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마약 중독과 이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마약 사망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형벌도 한층 강경해진 분위기다. 펜타닐 유통·판매업자뿐만 아니라, 약물을 전달해 사망에 이르게 한 대상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 9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90㎞가량 떨어진 산타로사에서 생후 15개월 된 유아가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새벽에 잠에서 깬 부모가 숨을 헐떡이는 딸을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렀지만, 병원에서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현장에 출동한 수사관은 침실 탁자에 있는 빨대와 불에 그을린 은박지, 흰색 가루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펜타닐 가루가 젖병 등을 통해 유아에게 전달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유아의 부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올해 입법 시즌에 미국의 46개 주에서 펜타닐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NYT는 6월 “펜타닐 관련법이 심각하게 분열된 국가에서 초당적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30개 주가 펜타닐 공급자를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사실, 미국에는 마약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이 50년 전부터 있었다. 1973년 제정된 ‘록펠러 마약법’이 대표적이다.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넬슨 록펠러는 마약의 소유, 판매를 엄격히 처벌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4온스(약 113g) 이상의 헤로인, 코카인 등을 소지하거나, 2온스(약 57g) 이상을 판매할 경우 초범이라도 15년 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엄한 처벌이 마약 범죄를 줄이는데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줄곧 나왔다. 이 때문에 치료를 앞세운 온건책 등을 도입한 주도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마약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일찍’ 목숨을 잃어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에 마약을 복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허리를 구부린 채 걷고 있다. 이 거리는 마약 중독자가 넘쳐나 이른바 ‘좀비 거리’로 불린다. (AP통신)
● 펜타닐노믹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10만9680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2015년(5만2404명) 이후 6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국의 교통사고(2020년 기준 약 4만2000명)와 총기사고(약 4만4000명)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미국에서 1999년 이후 약물 과다복용으로 총 100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고려하면, 최근 사망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셈이다.
펜타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7만5217명이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젊은 층에서 사태가 심각하다. 현재 미국 18~45세 청장년층의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지난해 3억7900만 회 투여분의 펜타닐을 압수했다. DEA는 “미국인 전부를 죽이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밝혔다. 펜타닐 치사량은 2㎎이다.
DEA는 “연필로 찍었을 때 끝에 묻는 정도”라고 전했다.
펜타닐은 대표 ‘오피오이드’ 제품이다. 오피오이드는 ‘오피엄(
Opium·아편)’과 ‘오이드(
Oid·~와 비슷한)’의 합성어로 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마취제다. 실험실에서 합성해 만든 화학 물질이라는 점에서 아편과 차이가 있다. 옥시코돈, 옥시콘틴, 메타톤 등도 같은 오피오이드 제품이다. 이중 펜타닐은 1959년 벨기에 화학자인 폴 얀센이 개발했다. 모르핀보다 효과가 빠르고 강해 장시간 수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오피오이드는 합법적 약물이지만, 강력한 중독성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한다. 특히,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50배, 모르핀보다는 100배 독성이 강하다. 말기 암 환자나 내성이 생긴 만성 통증 환자에게만 처방한다. 커피에 넣는 작은 설탕 봉지 2개가 1년 치 복용량이다.
2000년대 들어 마약 범죄 조직들이 중독성이 강한 오피오이드에 주목했다. 멕시코 마약상과 밀매업자들은 헤로인보다 펜타닐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펜타닐에는 양귀비밭과 수확할 농부가 필요하지 않았다. 식물이 자라나고 분말로 정제하기까지(제품화)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오피스텔보다 작은 실험실이면 충분했다.
DEA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마약 밀매 집단인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은 10센트(약 130원)로 펜타닐 알약을 만들어 마약상에게 50달러(약 6만6000원)의 도매가에 판매했다. 헤로인보다 수익성이 20배나 높았다.
DEA의 현장 요원인 존 델레나는 “마약상들에게 펜타닐은 ‘마법의 가루’”라며 “일부는 (중독성이 너무 강해) 헤로인을 다시 원했는데, 그러자 마약상들은 헤로인에 펜타닐을 섞었다”고 전했다.
멕시코 카르텔의 한 마약 제조 공장에서 조직원이 마약을 만들고 있다. DEA에 따르면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은 10센트(약 130원)로 펜타닐 알약을 만들어 마약상에게 50달러(약 6만6000원)에 판매했다. (WSJ)
● “멕시코가 월마트라면, 중국은 아마존”
펜타닐의 주원료인 전구체(화학 성분)는 중국에서 들여온다. 세계 최대 의약품 원료 수출국인 중국에는 40만 개 이상의 화학 회사(불법 업체 포함)가 있는데, 이 중 일부가 제조한 전구체가 멕시코로 향한다. 멕시코에서 펜타닐로 제품화해 미국 국경을 넘는 수법이다. 멕시코는 2개의 마약 카르텔(시날로아와 할리스코)이 펜타닐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
WSJ) 기자가 지난해 8월 한 멕시코 카르텔의 마약 제조 현장을 찾았다. 흙바닥의 허름한 공간에 ‘순수 아세톤’, ‘중국 화학’ 등이 적힌 유리병들이 놓여 있었다. 방호복과 고글,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조직원은 이 3평 남짓한 공간에서 1주일에 최대 2500달러(약 330만 원)를 받고 펜타닐을 제조하고 있었다. 연봉으로 치면 억대다. (그것도 세후로. 독성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정도를 고려하면 사실상 목숨값이지만)
WSJ은 “조잡한 실험실에서 20대 청년들이 고수익 수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화학 업체들이 전구체나 펜타닐을 미국에 직접 보내는 양도 상당했다. 중국 업체들은 주로 인터넷에 전구체 물질들을 홍보했다. 거래는 특정 프로그램을 거쳐 접속하는 ‘다크 웹’을 통해 진행됐다. 결제는 비트코인. 물건은 페덱스,
UPS 등 우편으로 전달했다. 한 펜타닐 복용자는 “10달러(약 1만3000원)를 주고 구매한 10mg(0.01g)의 분말이 온종일 나를 기분 좋게 해줬다”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는 올해 6월 중국 우한에 본사를 둔 ‘후베이 아마벨 바이오테크’라는 화학 업체를 적발했다. 아마벨 바이오테크는 온라인에 ‘100% 스텔스 보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과거 배송 이력을 담은 ‘인증샷’을 게시하고 있었다.
DEA에 따르면, 아마벨 바이오테크는 200㎏ 이상의 전구체 물질을 미국으로 보냈다.
DEA에 적발된 중국 전구체 판매 업체들은 “의약품을 제조하는 합법적인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동부 연방지방검찰청의 브론 피스 검사는 “중국 업체들은 이 물질들이 펜타닐 제조에 사용될 것을 알고 있었다”며 “폭발물 제조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 폭탄 부품을 판매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펜타닐이 담긴 중국발(發) 택배는 2010년 이후 급증한 ‘직구(해외직접구매)’ 배송 사이에 뒤섞였다.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2018년 1년의 조사 끝에 104장 분량의 관련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낸 소포는 2007년 12억 개에서 2015년 206억 개로 뛰었다. 세관이나 배송 업체들이 펜타닐을 걸러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택배를 하나하나 뜯어본다고 쉽게 확인되는 것도 아니었다. 워낙 극소량인데다가 과자 같은 건조식품에 든 실리카겔(방습제)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마약 정책 연구원인 브라이스 파르도 박사는 “수익성이 있다면 중국 업체들은 10g도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 카르텔이 마약 시장의 마트라면, 중국은 저렴하고 편리하며 어디에나 있는 아마존”이라고 표현했다.
DEA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국제우편 서비스에서 압수한 마약 중 중국산 펜타닐이 97%를 차지했다.
중국 우한에 본사를 둔 화학 업체 ‘후베이 아마벨 바이오테크’ 홈페이지. DEA에 따르면, 아마벨 바이오테크는 200㎏ 이상의 전구체 물질을 미국으로 보냈다.
● 12시간의 지속성, 1%의 중독성
중국과 멕시코의 대량 공급도 영향을 미쳤지만, 사실 미국 마약 중독의 근간에는 펜타닐 이전 같은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의 유행이 있었다. (환각효과가 크고, 복제약이 많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펜타닐이 나중에 빠르게 확산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서 뉴욕으로 터전을 옮긴 새클러가(家)에서 3형제 아서(1913~1987), 모티머(1916~2010), 레이먼드(1920~2017)가 태어났다. 이들은 전부 의사였지만, 유대인 출신답게 사업 수완도 지녔다. 형제는 의료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광고 대행사를 만들고 대형 제약사들의 제품을 홍보했다. 아서는 신문사를 직접 차려 60만 명의 의사에게 의약품을 마케팅했다. (당시, 이해 상충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1952년 이들은 의약품 회사 ‘퍼듀 프레데릭’을 인수해 설사약과 귀지 제거제 같은 별 볼 일 없는 제품을 판매했다. ‘퍼듀 파마’로 회사 이름을 바꾼 형제는 ‘
MS콘틴’이라는 ‘제어 방식(지연 흡수 메커니즘)’의 마약성 진통제(모르핀 기반)를 개발해 큰돈을 벌기 시작했다. 기존 진통제와 다르게 약물이 혈류에서 천천히 녹는 것이 특징이었다. 2번에 걸쳐 먹을 것을 한 번만 먹게 만든 것이다. (콘틴은 ‘
Continuous·지속성’의 줄임말이다)
1980년대 중반 퍼듀 경영진은
MS콘틴을 대체할 약을 찾기 시작했다.
MS콘틴의 특허 만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퍼듀에서 일했던 레이먼드의 아들 리처드 새클러는 1916년 독일 과학자들이 개발한 진통제 ‘옥시코돈’에 주목했다. 생산비용이 저렴한 옥시코돈에
MS콘틴의 제어 방식을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퍼듀는 이를 통해 다른 제약사보다 복용량은 적고, 효능은 뛰어난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을 개발했다.
리처드는 옥시콘틴을 말기 암 환자뿐만 아니라 더 넓은 용도로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려면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다. 퍼듀는 미 식품의약청(
FDA)부터 공략했다.
NYT에 따르면 리처드는
FDA에 옥시콘틴의 중독성 등급을 낮춰달라고 로비했다.
FDA의 승인을 받으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독성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퍼듀는 1995년 옥시콘틴을 중증의 통증 치료에 사용해도 된다는 FDA의 승인을 받아냈다. 심지어 옥시콘틴의 특허 기술(지연 흡수 메커니즘)이 경쟁 진통제보다 안전하다는 포장 내용물까지 승인받았다. 이례적이었다.
이때
FDA를 이끌었던 데이비트 케슬러는 “이 승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승인을 담당했던 커티스 라이트 박사는
FDA를 이미 떠난 상태였다. 라이트 박사는 옥시콘틴을 승인하고 2년 뒤 퍼듀로 자리를 옮겼다.
1999년 리처드가 퍼듀 사장을 맡으면서 미국 전역에 옥시콘틴 판매가 본격화했다. 리처드는 신약 연구개발(
R&D)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공격적인 판촉 정책을 펼쳤다.
퍼듀는 FDA 승인을 근거로 가벼운 허리 통증이나 편두통 환자에게도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게 했다. 퍼듀는 영업사원들에게 “약효가 12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점과 옥시콘틴 복용 환자 중 1% 미만이 중독됐다는 내용을 의사에게 강조하라”라고 교육했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퍼듀가 자금을 지원한 1999년 연구는 이와 달랐다. 옥시콘틴을 복용한 두통 환자의 중독률은 13%에 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환자에게서 약의 효과가 8시간 이후 사라져 더 많은 약을 찾게 만들었다”고 2019년 지적했다.
● ‘다인 앤 대쉬(
Dine
and
Dash)’ 전략
처음에는 판매가 영 시원찮았다.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성 문제를 잘 아는 의사들이 옥시콘틴을 처방할 리 없었다. 의사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
퍼듀는 ‘다인 앤 대쉬(
Dine
and
Dash)’ 전략을 썼다. 영업사원들은 의사들의 단골 식당을 파악해 이들이 음식 픽업을 주문하면 미리 결제해놨다. 이후 의사가 음식을 찾으러 오면 병원까지 가는 ‘5분’ 동안 옥시콘틴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퍼듀는 미 의료계에 네트워크를 보유한 애보트와 판촉 계약을 맺었다. 미 의료 전문매체 스탯에 따르면 애보트는 처음 옥시콘틴 판매에 300여 명을 투입했다
간호사와 일반 직원에게도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영업사원들은 옥시콘틴 스펠링 모양으로 도넛과 케이크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돌렸다.
미 주간지 뉴요커는 “영업 담당자들은 중독성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았다. 의사가 이에 관해 물어보면 ‘약물이 천천히 전달되는 특허 기술이 남용을 줄일 수 있다’는 준비된 코멘트를 내놨다”고 전했다. (퍼듀의 영업 관리자였던 윌리엄 게르겔리는 2002년 플로리다주 수사관에게 “퍼듀 경영진이 사실상 중독성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퍼듀는 의학 콘퍼런스도 수시로 열었다. 의사들의 경비를 대고 옥시코틴 글자가 새겨진 낚시 모자, 장난감 등을 제공했다. 의사들은 강연료를 받고 옥시콘틴의 장점에 대해 발표했다. 서로 처방 경험도 공유했다. 사실상, 옥시콘틴의 효과를 공유하는 ‘간증’의 시간이었다. 퍼듀는 의학 저널 등에도 옥시콘틴을 광고했다.
뉴요커는 “퍼듀 내부 기록에 따르면 세미나에 참석한 의사가 그렇지 않은 의사보다 옥시콘틴 처방전을 2배가량 많이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옥시콘틴 처방이 많이 될수록, 처방 용량이 늘어날수록 영업사원들은 큰돈을 벌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FT)는 “한 영업사원은 (옥시콘틴으로) 2009년 1분기(1~3월)에 1만6000달러(약 2100만 원) 이상의 보너스를 받는 등 연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이상의 돈을 벌었지만, 하와이 여행을 보너스로 받은 최고 영업사원(내부에서 ‘톱퍼
·Toppers’로 부름)은 아니었다”고 2018년 전했다.
옥시콘틴의 매출은 출시 첫해 4900만 달러(약 640억 원)에서 2002년 16억 달러(약 2조1000억 원)로 증가했다.
옥시콘틴이 출시 이후 약 20년 동안 올린 수익은 350억 달러(약 45조7300억 원)에 이른다.
물론, 의사들의 의도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었다. 캐나다 토론토대 약리학자 데이비드 주링크는 의사들이 옥시콘틴의 치료 효과를 진정으로 믿고 싶어 했기 때문에 옥시콘틴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의료 행위의 목표는 고통의 완화이고 의사들이 가장 흔하게 보는 유형이 ‘통증’”이라면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를 진짜 돕고 싶어 하는 의사가 많은데 갑자기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치료제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퍼듀가 의학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사은품들(위 사진)과 영업사원들이 간호사와 병원 직원들에게 나눠준 도넛을 재현한 모습. (미 의료 전문매체 스탯)
● ‘사무직 마약상’의 치명적인 처방전
옥시콘틴은 통증 완화에는 도움이 됐지만, 일주일 안에 중독되는 사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독된 사람들은 급격히 사용량을 늘렸고, 과다복용으로 죽거나 불법 제조된 싼값의 마약성 진통제를 찾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2년 한 해 동안 무려 2억5900만 장의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처방전이 발급됐다. 미국 전체 인구가 3억3000만 명이다. 처방전을 손에 쥔 사람들은 대형 약국 체인인
CVS나 월그린, 대형할인점 월마트 등에서 합법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타갔다. 수많은 청소년이 옥시콘틴에 중독됐다. (월마트는 오피오이드 오남용 조장으로 50개 주와 소송을 벌였고, 최근 31억 달러·약 4조 원에 합의했다)
대도시 일부 사람들을 병들게 했던 헤로인과 다르게, 옥시콘틴 같은 마약성 진통제는 시골의 평범한 주민들 사이에 스며들었다.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1인당 소비량이 가장 많은 주는 대표적인 시골인 웨스트버지니아주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06~2012년 웨스트버지니아주 주민들은 1인당 연평균 67정을 복용했다. 켄터키주(63정), 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주(58정), 네바다주(55정), 오클라호마주(52정) 등이 뒤를 이었다.
인구가 1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웨스트버지니아의 카벨 카운티에서는 2010년대 주민의 약 1%가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 오하이오에서는 검시소에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시신이 밀려 들어와 일주일 동안 시신을 냉장 트럭에 보관해야 했는데 올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2017년 전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주별로 제약사와 관련 마케팅사에 대한 고소가 이어졌다.
마약 진통제 사건의 주범인 퍼듀에는 수천 건의 피해배상 소송이 걸렸다. 퍼듀는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고, 2021년 퍼듀와 새클러 가문은 총 60억 달러(7조8300억 원) 규모의 합의금을 내는 조건을 내세웠다. 파산법원은 이를 승인하려 했지만, 미 대법원이 최근 합의를 보류시킨 상태다. 새클러 가문이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매사추세츠주에서 진행된 소송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새클러 일가는 퍼듀로부터 40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이상을 받았다.
2019년 1월 미 보스턴 서퍽 카운티 법원 앞에서 마약성 진통제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퍼듀 변호사들이 지나가는 가운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스탯)
● “제가 처방받은 건 마약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마약 중독자들은 어쩌면 퍼듀의 법적 다툼보다 더 긴 싸움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 정부가 옥시콘틴, 펜타닐 등의 약물 관리와 유통을 강화하자 다수의 중독자가 헤로인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국 중독의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헤로인을 주사하려는 5명 중 4명은 마약성 진통제로 중독됐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통증으로 병원에 찾은 사람도 포함돼 있었다.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엔지니어였던 앤서니 해서웨이는 2005년 허리 디스크 수술 후 옥시콘틴을 처방받았다가 마약에 중독됐다. 그는 처방의 한계에 다다르자 헤로인으로 갈아탔고, 하루 수십만 원을 약을 구하는데 쏟아부었다. 회사에서 잘린 해서웨이는 약값을 구하기 위해 2013년 2월 5일부터 1년여간 은행 30곳을 털었다가
FBI에 붙잡혔다.
그는 수사관에게 “약이 삶을 어떻게 점령하는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우리 몸은 운동하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뇌의 보상 회로가 작동해 기분이 좋아진다. 엔도르핀 때문이다. 옥시콘틴, 펜타닐, 헤로인 같은 약물은 이 보상 회로에 파도를 일으킨다.
약물 경험자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보면 기절한 것처럼 보이지만(‘좀비’처럼) 내면에서는 평화가 깃들고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아만다 라이언 카(24)는 “예수님이 안아주시는 것 같다”고 했고, 미시간에 거주하는 매트 스탯맨(48)은 “평생 참던 숨을 내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통에서 벗어난 강렬한 안도감”이라고 표현했다.
NYT는 “(첫 복용) 당시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입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등을 몇 년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수년간 이 느낌을 쫓게 된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뇌는 온도 조절기처럼 자체적으로 엔도르핀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외부 공급원이 넘치면 시스템이 무너진다. 동시에, 마약성 진통제는 뇌신경의 흥분을 전달하는 도파민을 급격하게 일으킨다. “약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니 빨리 더 복용해라”라고 신호를 보낸다는 의미다.
NYT는 “약물 복용 횟수가 점차 늘어나고 매 순간 첫 번째 고점(극한의 안도감)을 쫓게 되지만, 수천 번을 복용해도 처음의 경험을 되돌릴 순 없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기가 뒤바뀐다. 쾌락은 줄어들고 더 많이 원하는 시기가 길어진다. 뇌가 약물에 적응한 것이다. 금단 증상이 찾아온다. 미시간에 사는 라지 메타(51)는 ”금단이 오면 모든 게 아프다. 머리 빗는 것도 면도하는 것도 아프다“며 ”계속 우울하고 절망감을 느낀다. 단 한 봉지의 마약이 10초 안에 우리의 감정 체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다. 나중에는 쾌락이 아니라 고통을 피하려고 마약을 찾는다는 의미다. 펜실베이니아의 자스민 존슨(29)은 “마치 악마가 기어 나오는 것 같다. 차라리 죽어서 고통을 끝내고 싶은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일러스트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 미사일을 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인해 연간 5000억 달러(약 650조 원)의 비용이 든다고 추산한다. 의료, 경찰, 재활 센터, 아동 보호 등이 포함된 수치다.
미 정치권은 멕시코와 중국에 수년간 정치적 압력을 펼쳐 왔지만 신통치 않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제조소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까지 고려한 적이 있다.
최근 미·중 관계 개선의 첫걸음으로 ‘펜타닐’이 나온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증명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펜타닐 단속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펜타닐 문제는 다가올 미 대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긴 어렵다. 중국이 안 만들면 미얀마 등 다른 나라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미얀마 군, 경찰은 2020년 북부 샨주의 정글에서 2억 달러(약 2600억 원)어치의 마약을 압수했다. 펜타닐, 헤로인, 필로폰 등이다. 마약은 다수가 경험하기 전에 경각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막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카르텔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은 써도,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마약 상담사(전 중독자)는 LA타임스 출신의 탐사보도 언론인 샘 퀴노네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펜타닐을 오래 사용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다 죽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마약 중독 대응에 관한 내용은 다음 기사 참고.
美 전역에 ‘펜타닐 해독제’ 자판기… 2024 대선 쟁점된 마약[글로벌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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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보다 오래가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 4주간 2배↑
1∼12세 소아‧학령기 아동 79.6% 차지…예방백신 없어 개인위생 수칙 준수 중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나 그보다 오래 증상이 지속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 감염증’ 환자가 최근 4주간 2배 이상 늘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가 최근 4주간 약 2배 증가(10월 3주 102명 → 11월 2주 226명)했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소아를 포함한 학동기 아동(1~12세)이 입원환자의 79.6%를 차지하고 있어 소아 및 학령기 아동의 감염예방을 위한 개인위생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입원환자 연령분포(11월 2주, 총 226명)를 보면 7-12세가 111명(49.1%)으로 가장 많았고, 1-6세 69명(30.5%), 19-49세 17명(7.5%), 13-18세 14명(6.2%), 65세이상, 7명(3.1%), 0세 4명, 50-64세 4명 순이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Mycoplasma pneumoniae)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제4급 법정 감염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3~4년 주기로 유행하고 있다.
질병청이 실시하는 전국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218개) 대상 표본감시 결과, 입원환자 수는 최근 4주간(10월 15일 ~ 11월 11일) 627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 동기간 대비(2018년 770명, 2019년 2333명) 낮은 수준이나, 지난해 동기간대비(196명) 높은 상황이다.
증상으로는 발열, 두통, 콧물, 인후통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유사하나, 한번 증상이 발생하면 약 3주간 지속 후 회복된다.
감기가 통상 1주일 정도 증상 지속된다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은 그 3배인 3주간 증상이 지속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및 다른 호흡기 감염증과 중복 감염이 발생 시 일부 사례에서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 의료기관 진료를 통한 조기진단 및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또한 주로 소아 및 학령기 아동, 젊은 성인층에서 유행하는 폐렴의 흔한 원인으로 환자의 기침, 콧물 등 호흡기 비말 또는 환자와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고,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나 보육시설, 기숙사 등 집단시설로부터 전파가 일어나므로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등교·등원을 자제하고 집에서 휴식할 것이 권고된다.
질병청은 지난 14일 소아 감염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최근 발생상황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고, 향후 유행 증가를 대비한 국내 항생제 수급 관련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16일에는 시도 보건과장 회의를 개최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등 최근 국내 유행중인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대비·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지영미 청장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은 예방 백신이 없어 개인위생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올바른 손씻기와 기침 예절을 준수해야 한다”며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등 공동생활을 하는 공간에서는 식기, 수건, 장난감등의 공동사용을 제한하고, 소아, 학령기 아동들의 호흡기 증상 발생 여부를 관찰하여 적시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본에서 ‘이 젤리’ 먹지 마세요…대마 유사성분 포함
오사카의 한 회사가 제조해 판매한 대마 유사성분 함유 젤리일본에서 대마 유사 성분이 포함된 젤리를 먹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잇따라 나와 경찰과 관계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16일 NHK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오후 11시 30분경 도쿄 이타바시구에서 20대 남녀 2명이 “젤리를 먹었는데 몸 상태가 이상하다”며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두 사람은 손발 저림과 메스꺼움을 호소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케부쿠로의 한 가게에서 젤리를 사서 술을 마시며 하나씩 먹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도쿄 고가네이시에서 열린 한 축제에서 40대 남성이 무료로 나눠준 젤리를 먹은 10~50대 남녀 6명이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 축제 주최 측이 젤리를 뿌린 남성을 찾아 경찰에 신고했는데,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먹어보니 맛있어서 나눠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전인 3일에도 도쿄의 전철 안에서 20대 남녀 4명이 갑자기 몸이 좋지 않다며 119에 신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 역시 같은 젤리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도쿄에서 문제의 젤리를 먹고 고통을 호소한 사례는 이달 들어서만 11건에 달한다.
조사 결과 이들이 먹은 젤리는 오사카의 한 회사가 제조한 것으로, 포장지에 마리화나(대마) 유래 성분과 구조가 비슷한 ‘HHCH’(헥사히드로칸나비헥솔)라는 합성화학물의 명칭이 적혀 있다.
TBS는 ‘HHCH’가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와 유사한 합성화합물이라고 보도했다. ‘THC’는 대마에 포함된 유해 성분으로, 환각 등을 일으켜 일본 내에선 제조·유통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매체는 한동안 ‘THC’ 유사 성분인 ‘THCH’를 넣은 젤리 판매가 잇따라 후생노동성이 8월부터 규제 중이지만 ‘HHCH’는 아직 규제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오사카시 관계당국은 지난 10일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젤리 제조 업체의 공장을 조사했으나 위생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요코야마 히데유키 오사카시장은 “조사관들이 젤리 원료인 가루를 찾아냈지만 ‘HHCH’가 규제 대상이 아니라 물질을 분석할 수 없었다”며 “가능한 한 빨리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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