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조치가 적용된 지 이튿날인 지난 7일 대차거래 상환 주식 수가 공매도 금지 직전 대비 4.6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과 이튿날인 7일 이뤄진 대차거래 상환 주식 수는 각각 3467만 4339주, 1억 2223만 4081주를 기록했다. 공매도 금지 직전인 3일만 해도 2612만 9361주에 불과했던 대차거래 상환 주식 수는 6일 32.7%, 7일 367.8% 급증했다. 특히 7일 대차거래 주식 상환 수는 금투협이 2008년 10월 20일 관련 통계를 작성 이래로 13번째로 많은 수준이었다. 대차거래는 공매도를 하기 위해 주식을 빌리는 매매를 말한다. 대차거래를 상환했다는 것은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갚았다는 뜻이다.
대차거래 잔고는 6일 20억 5435만 주에서 7일 19만 7877만 주로 줄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89조 3887억 원에서 82억 2207억 원으로 감소했다. 여기에는 공매도 외에 주가연계증권(ELS) 거래 설정이나 차익·헤지(위험 분산) 거래 등에 이용된 금액도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대차거래 잔고 규모가 클 수록 잠재적으로 공매도 대기 물량이 많은 것으로 해석한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6일보다 순매도한 7일 대차거래 상환 주식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은 의사 결정 과정에 시차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이 5일 갑작스럽게 공매도 금지 결정을 내린 탓에 외국인들이 헤지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하는데 압박을 느낀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투자 업체가 공매도 상환을 위한 주식을 우선 사두고 아시아·미국·유럽 본사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한 것 같다”며 “인버스(역방향)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 등 공매도를 제외한 헤지 전략을 실행한 후 이튿날인 7일 공매도 물량을 청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다수 투자 전문가들은 6일 외국인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총 1조 1816억 원을 순매수한 점을 두고 대규모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한 매수) 효과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7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정규 거래 시간 동안 3447억 원을 순매도했다.
공매도 씨 말리자?…'평평한 운동장'선 개미 손실 되레 커진다
지난 6일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됐지만, 개인투자자의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등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시장조성자(
MM)와 유동성 공급자(
LP)의 공매도까지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개인투자자는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서 공매도 거래를 한다며 현재의 공매도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한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다. 국회와 정부도 이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공매도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원활한 증권 거래를 위해 둔 예외적인 제도까지 없애자는 개인투자자의 주장에 시장은 우려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칫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적인 제도 변경이 오히려 개인투자자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를 둘러싼 개인투자자와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양측의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에 나섰다. 현재 공매도 제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과 함께 ‘평평한 운동장’이 되면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할지 따져봤다.
정근영 디자이너
①담보비율, 기관도 헤어컷 적용시 실제론 140% 넘어
먼저 개인투자자 단체가 꼽는 첫 번째 ‘기울어진 운동장’은 공매도 담보유지비율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빌려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내려가면 헐값에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투자 기법이다.
가령 현재 시가 1만원짜리 주식 한 주를 빌려 팔아 1만원을 확보한 뒤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지면 8000원짜리 주식으로 갚아 2000원의 차액을 버는 식이다.
이때 증권사는 돈을 빌려줄 때처럼 주식을 빌려줄 때도 위험 관리 차원에서 일정한 담보를 요구한다. 개인투자자는 빌린 주식 금액 대비 보유해야 할 담보 총액(현금인 증거금과 빌린 주식 금액)의 비율을 최소 12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100만원 어치 주식을 빌리려면 최소 20만원의 담보를 가지고 오라는 의미다. 해당 비율을 적용하면 개인은 증거금 2000만원을 갖고 최대 1억원의 주식을 빌려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다.
반면 최소 담보유지비율 105%를 적용받는 기관·외국인의 경우 100만원어치 주식을 빌리려면 최소 5만원의 담보가 필요한 셈이다. 이 경우 500만원어치의 담보물(현금이나 주식)을 갖고도 최대 1억원의 주식을 빌려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다.
일부 개인투자자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빌릴 수 있도록 설계된 기관·외국인의 담보 비율을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 담보 비율의 차이는 거래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개인은 장내에서 소액의 주식을 증권사로부터 빌리는 대주거래 방식을 이용한다. 이때는 일정한 증거금(주식 약정 대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리 예탁해야 하는 보증금)만 있어도 주식을 빌릴 수 있다. 담보물이 현금인 셈이다.
반면 기관·외국인은 장외에서 주식을 담보로 차입하고자 하는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 방식을 활용한다. 이때는 담보물이 주식이기 때문에 담보 주식이 하한가로 떨어질 가능성 등을 고려해 헤어컷(유가증권 등의 가격 할인)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기관은 헤어컷으로 담보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실제 담보 비율은 140%를 넘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및 전향적인 공매도 제도개선 추진을 밝혔다. 뉴스1.
개인 담보 비율, 기관 수준 낮추면 반대매매 손실도 커져
주가가 오를 때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담보 비율을 기관·외국인 수준으로 낮추는 게 반드시 유리하지도 않다. 빌린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산식에 따라 담보 비율((빌린 주식 금액+증거금)/빌린 주식 금액)이 더 낮아져 담보 부족 상태가 발생해 증권사가 고객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는 반대매매에 따라 손실을 볼 가능성이 더 커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가가 올라 최저 담보 비율을 벗어나면 증권사는 곧바로 반대매매에 들어가기 때문에 개인에 적용하는 담보 비율을 낮추는 게 반드시 개인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②상환기간, 기관이 더 길지만 요청 시 바로 갚는 ‘리콜’ 의무도
개인투자자가 꼽는 두 번째 ‘기울어진 운동장’은 차입한 주식의 상환 기간이다. 통상 개인은 90일(상황에 따라 연장 가능)까지 주식을 빌릴 수 있지만, 증권사와 장외 계약으로 이뤄지는 기관·외국인의 경우 지정된 상환 기간은 없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개인과 기관·외국인에 적용하는 주식 상환 기간을 똑같이 맞추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기관·외국인에 적용하는 기준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순 없다. 기관·외국인처럼 대차거래를 할 때는 주식 대여자가 중도 상환(리콜)을 요구하면 요청 후 2영업일 안에 주식을 되갚아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외국인은 빌린 지 하루가 지난 다음이라도 리콜 요청이 오면 이에 응해야 한다”며 “이는 개인이 이용하는 대주거래에선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유리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③수수료, 기관이 무조건 낮지 않아. 종목에 따라 30% 적용도
세 번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거론되는 것은 주식을 빌릴 때 적용되는 일종의 대출이자인 수수료율이다. 개인투자자는 기관·외국인에겐 연 1%대에서 적용하는 수수료율이 개인에겐 연 2~4%로 더 높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또한 빌리는 주식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개인에겐 2~4%대의 일정한 수수료율이 적용되지만, 기관·외국인은 차입 수요가 많은 주식은 20~30%, 수요가 적은 주식은 1%대로 종목마다 각기 다른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시장조성자 공매도 제한 시, 파생 투자하는 개인 피해”
일부 강성 개인투자자는 증권시장 내 원활한 거래를 돕기 위한 시장조성자·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까지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는 시장 안정을 훼손할 우려가 없기 때문에 지난 7일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서 예외를 적용했는데, 이마저도 제한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이런 요구가 관철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개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시장조성자·유동성 공급자 등은 거래가 부진한 종목이나 상장지수펀드(
ETF), 주식선물·옵션 등에 의무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거래가 이뤄지게 하는 일종의 ‘촉매’ 역할을 한다.
투자자가 매수 주문을 낼 때 시장조성자의 보유 물량이 부족하면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가 가능한 것이다. 이런 형태의 거래는 가격 안정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주가의 급격한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작다. 이 때문에 공매도 금지 조치의 예외로 적용받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히 주식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의 경우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면, 거래를 활성화할 수 없고 이 때문에 만기 도래한 상품을 팔지 못한 개인들의 손실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개인 실익 불분명한데, 일부 주장 여과 없이 정책에 반영해선 안돼”
문제는 ‘누워서 침 뱉기’식의 개인투자자 주장이 여과 없이 법과 제도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각각 개인과 기관·외국인 상관없이 공매도 상환 기간과 담보유지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도 이 같은 정치권 움직임에 부응해 ‘상환 기간·담보비율 등이 여전히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개인이라도 공매도 규제 강화는 현재 주식을 보유한 개인에겐 유리할 수도 있지만, 가격이 내려간 뒤 주식을 사려는 개인에겐 불리할 수 있다”며 “제도 변화로 인한 부의 재분배 과정에서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지 따져보고 신중히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제한은 주식 시장 변동성을 키워 거래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것으로 귀결된다”며 “향후 정책은 불공정 거래 처벌을 강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공매도 금지 관철한 개미, 이번엔 증권사 압박
매도 리포트에 에코프로 14% ↓ 개미 "공매도 세력과 결탁" 반발 계좌해지·본사 시위 등 압박 나서 증권사 "리포트 내기 부담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치권을 압박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이끌어낸 개미투자자들이 이번엔 국내외 주요 증권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려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증권사는 “전혀 근거 없는 루머”라고 항변하면서도 혹여나 경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 약발 떨어졌나
8일 에코프로는 14.2% 내린 73만7000원에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도 10.19% 하락했다. 3% 안팎 내린 다른 2차전지주와 비교해 낙폭이 컸다. 두 종목은 공매도 금지 첫 거래일(6일)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이날 급락으로 상승분을 절반 이상 반납했다.
전날 실적 발표 후 나온 국내외 증권사의 부정적인 보고서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이날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기존 55만5000원에서 42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하나증권이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낸 것은 지난 8월 초 이후 3개월 만이다. 골드만삭스도 전날 에코프로비엠의 12개월 목표가를 12만원으로 제시하고 ‘매도’ 의견을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
bull(긍정적)’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라증권도 에코프로비엠 목표가를 기존 35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내리고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개미들, 2차전 예고
이런 보고서들이 나오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이 쇼트커버링을 위해 매도 리포트 등을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리포트를 쓴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을 ‘애레기’(애널리스트와 쓰레기 합성어)라고 성토하는가 하면 하나증권 계좌를 해지하자는 게시글도 잇따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 4월 에코프로 과열을 처음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을 때도 “공매도와 결탁한 세력”이라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에 대한 의견을 일절 내지 않고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개미들의 공격 타깃이 되고 있다. 이날은 일부 개인투자자가 여의도동 신한투자증권 본사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수감 중인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계좌에서 지난달 중순 2995주가 장내 매도됐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이 과정에 신한투자증권이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코프로와 신한투자증권 측은 “해킹에 의한 매도”라는 입장이다. 신한투자증권 서버가 한국거래소 전산센터와 가까워 공매도 세력으로 추정되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도 개인투자자의 미움을 사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신한투자증권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 요구해온 공매도 전면 금지가 받아들여진 뒤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최근에도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공매도 제도 개선 요구사항을 담은 게시글을 올렸다. 시장조성자를 위한 공매도 금지와 공매도 총량제(시가총액 3~5%) 등 과격한 조치가 담겼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반쪽짜리 공매도 금지’에…되려 원성 높아진 개미들, 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가 공매도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시장조성자 퇴출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공매도 금지가 맞는 건가요?” “공매도 금지로 명분과 실리를 전부 잃었습니다.”
최근 공매도 전면 금지를 두고 한 증권 커뮤니티 게시판이 뜨겁다. 정부가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대해서는 공매도를 허용하자 제대로 된 공매도 금지 효과를 볼 수 없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 들어온 공매도 거래대금은 1081억원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점은 모두 기관에서 들어온 거래대금이라는 점이다. 이 기간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0원이었다.
이와 같은 공매도 거래대금 추이는 최근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기관의 경우 정부의 금지 조치에도 일부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정부는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조치’안을 의결했다. 우선 오는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에 해당한다.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칼을 빼든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기간에 이어 네 번째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은 여전하다. 이전의 공매도 전면 금지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LP) 등의 차입공매도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 예외를 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성자는 거래가 부진한 종목에 대해 가격을 형성해 말 그대로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증권사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LP들은 매수 호가에 따라 헷지거래를 위해 공매도 포지션을 확보해야 하는데 해당 종목의 공매도 수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장조성자가 개입해 공매도하는 것은 명백한 시세조종 행위로 시장조성자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공매도가 주식 시장에 꼭 필요한 조치 중 하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 시장조성자 등의 차입공매도까지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금지된다면 주가 조작 세력이 개별 종목의 시세를 조종하는 게 더 쉬워지기 때문에 시장 전체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는 믿지 말자 공매도 추종세력
"공매도 전면 금지에 이어 시장조성자 제도까지 손 댄다면, 다시는 '선진국 증시'의 문턱도 갈 수 없게 될 겁니다." (한 증권사 IB 담당 임원)
역사는 반복된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다음엔 시장조성자가 타깃이 될 거란 소문이 증권가에 흉흉하게 떠돌고 있다. 이미 일부 투자자 단체는 '시장조성자 제도 폐기'를 외치며 시위를 시작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도 코스닥 공매도 오히려 늘었다'며 현실을 호도하는 헤드라인이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맞춰 증권사 파생상품 시장조성자들에게 '이번주는 시장 조성 의무를 면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사실상 공매도를 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실제로 6일 파생상품시장 시장조성자 공매도는 '제로'였다.
시장조성자의 업무는 거래 양방향으로 호가를 제출해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의 간극을 줄이고, 거래체결 가능성을 높이며,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으면 시장조성자(MM;Market Maker), 상장사 혹은 상장지수펀드(ETF)와 계약을 맺으면 유동성 공급자(LP;Liquidity Provider)라고 부른다.
양방향 호가를 제출하며 유동성을 공급해야하는 시장조성자는 업무 특성상 '위험 중립' 포지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 방향으로만 호가를 쌓을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의 방향성에 베팅할 순 없다. 간단히 요약하면 매도자를 위한 유동성 공급은 매수로, 매수자를 위한 유동성 공급은 (차입)공매도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의 공매도를 사실상 금지시켰다는 것은, 시장의 원활한 거래 기능을 거래소가 스스로 차단시켰다는 말과 같다.
파생상품 시장조성자만이 문제가 아니다. 주식시장 시장조성자 기능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마비상태였다. 올해 주식시장 시장조성자 일평균 공매도 규모는 이미 '제로'였다. 원활한 호가 공급을 위한 공매도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문제는 지난 2021년 9월 시작됐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들이 '시장 교란 행위'를 했다며 5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후에도 시장조성자들이 공매도를 자행하고 있으며, 불법 공매도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당시 일부 투자자 단체의 주장에 금융당국이 동조하는 모양새였다.
이 조치는 2022년 7월 금융위원회가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며 없던 일이 됐다. 과징금은 사라졌지만,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던 증권사들은 규제 리스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과징금 부과 전 코스피ㆍ코스닥 각각 14곳이었던 주식시장 시장조성자 수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코스피 6곳, 코스닥 5곳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시장조성 대상 종목은 670여개에서 540여개로 줄었고, 시장조성 종목의 거래 체결율도 60%에서 48%로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엔 신한투자증권이 시장조성자 지위를 포기했고, 하이투자증권도 코스닥 시장조성자 지위를 반납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시장조성자 포기를 검토 중인데, 지난 3분기 시장 조성 의무이행률이 코스피ㆍ코스닥 모두 0%로, 사실상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미국ㆍ영국 등 선진 증시는 모두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국내 증시에도 2016년 도입됐다. 국내외 연구 결과는 시장조성자 제도가 ▲거래 체결 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 유동성 지표를 크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의 변동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이는 통념과는 다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시장조성 대상 종목 수는 2018년 82개에서 574개로 크게 증가했다. 이 기간 새로 시장조성 대상이 된 종목들에 대한 분석 결과, 이들 주식의 주가는 평균 44% 상승했다. 해당 종목에 대한 유동성이 공급돼 거래가 늘면서 주가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결국은 주가가 오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수십년간 국내외에서 실증된 것이다. 1997년 프랑스의 연구결과에선 시장조성 대상 종목들이 평균 5%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했다. 2013년 유로넥스트 대상 연구는 시장조성자 제도 도입이 평균 3.5%의 초과수익률을 발생시켰음을 확인했다. 파생상품시장에서도 2004년 시카고상품거래소 대상 연구 결과 시장조성자가 가격발견 속도와 효율성을 개선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장조성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그리고 이로 인한 시장조성자의 위축은 이미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 자본시장연구원이 코로나19 기간에 실행된 공매도의 규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국내 증시는 시장의 가격효율성, 변동성, 유동성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연구원은 그 배경으로 시장조성자 위축이 공매도 재개 조치의 긍정적 영향을 상쇄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거래소는 또 다시 시장조성자들에게 반(反) 시장적인 행위를 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여론에 타협하는 듯한 정부와 거래소의 움직임을 보며 추가 규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거를 앞두고 이전부터 논란이 돼오던 '시장조성자 증권거래세 면제' 정책 폐지 등 더 강한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무력감을 호소한다. '친(親) 시장'과 '자유주의'를 표방한 정부의 정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정부는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시장조성 종목 거래세 면제 폐기,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종목 대상 제외 등 시장조성자들의 활동을 위축하는 규제를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도입해왔다"며 "명분없는 공매도 전면 금지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시장조성자 제도까지 더 무력화시킨다면 1992년 자본시장 개방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선언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에도 코스닥 공매도가 늘었다는 말은 거짓이다. 지난 6일 코스닥 공매도 총 대금은 1649억원으로, 3일 2744억원 대비 40% 줄었다. 업틱룰 예외를 적용받는 시장조성자ㆍ유동성 공급자 공매도는 3일 772억원에서 6일 1649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이는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이 6조원에서 11조원으로 급증한 탓으로 분석된다.
특히 코스닥150레버리지ㆍ이차전지테마 등 ETF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며 해당 ETF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가 늘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전체 거래 대금 중 공매도 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일 4.08%에서 6일 1.46%로 오히려 줄었다.
이재영 취재본부 부장
[ASF 실시간 현황판] 감염멧돼지, 7일 2건(정선, 영양) 추가....11월 누적 13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실시간 현황판 두 번째('23.4~)/ASF 첫 확진 1,513일째 업데이트 '23.11.08 00:00/누적 확진 3,362건(사육돼지 38, 야생멧돼지 3324)
럼피스킨병 대하는 농식품부 자세,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너무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 럼피스킨병 명칭 '병'자 뺀 약칭으로 변경....소비자 불안감 조성 우려 이유
정부가 현재 전국적으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 소 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병'의 명칭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돈산업 내부에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6일자 농식품부 보도자료 갈무리 '럼피스킨병'을 부르기 쉽게 '럼피스킨'으로 약칭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7일부터 '럼피스킨병' 명칭 대신 '럼피스킨'이라는 약칭 위주로 사용하기로 하고 관련해 지자체와 관계기관에 협조 요청을 하였습니다.
이번 조치는 '럼피스킨'이라는 약칭이 부르기 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OOOO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소비자에서 주는 어감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농식품부는 해당 보도자료에서 "'럼피스킨'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고 쇠고기와 우유는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럼피스킨병'이라고 할 경우 국민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쇠고기, 우유에 대한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럼피스킨'으로 약칭하여 사용하기로 하였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코로나19'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를 '고병원성 AI(에이아이)'처럼 약칭하여 사용한 사례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매우 시의적절하고 합리적인 조치입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한돈산업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나 '구제역' 사례에서는 비슷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 농식품부 여전히 아프리카돼지열병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농식품부 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9년 11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명칭을 영어 약자인 'ASF'로 변경해 줄 것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협회는 당시 돼지가격의 폭락 원인으로 도별 돼지 반출입 제한 등 방역조치에 따른 시장 왜곡이 1차 작용했으며,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부정적 어감이 돼지고기 소비심리 위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명칭을 변함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럼피스킨병, 아프리카돼지열병....같은 '병'이지만 농식품부가 다르게 대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다르게 대하고 있는 것은 명칭뿐만 아닙니다. 살처분 보상금 지급과 발생농가를 대하는 태도도 다릅니다.
농식품부는 럼피스킨병 발생농가에는 100% 살처분 보상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최근 농식품부가 제작한 홍보물에는 "조기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방역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계도 중심으로 하고 살처분 보상금을 100% 지급(단 지연 신고 시 감액)"할 것임을 명시했습니다. 자연스레 발생농장에 대한 방역조치(시설) 미흡사항을 지적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 7일부터 럼피스킨병 대신 럼피스킨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농식품부 럼피스킨 홍보물 중 살처분 보상금 관련 내용
한 양돈농가는 "농식품부의 이상한 논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소는 모기나 흡혈곤충에 의해 럼피스킨병이 발생했으니까 농민의 잘못이 없으니 100% 보상한다고 하고 (반면) 돼지농가는 방역책임만 강조하고 보상비는 감액한다"라고 탄식했습니다.
한 산업관계자는 "정책이 축종과 전염병에 상관없이 일관성을 가져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정부 당국이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라며 씁쓸해했습니다.
한편 국내 럼피스킨병은 지난달 20일(7일 08시 기준) 첫 확진 이래 지금까지 8개 시도, 27개 시·군 81개 농가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따른 총 살처분된 한우와 젖소는 최소 5200마리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전국적인 일제 백신 접종이 마무리 단계(~11.10)여서 조만간 발생이 소강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재발 방지를 위해 돼지농장처럼 소 농장에서도 차단방역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폴란드 ASF 상황 더 악화
EU(유럽연합) 주요 돼지고기 생산국인 폴란드가 올해 ASF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10월 27일 현재 EU 내 멧돼지 ASF 발생건수는 6천695건으로 이 가운데 폴란드에서만 2천389건이 확인됐다.
지난 한해 폴란드 내 멧돼지 ASF는 2천152건으로 이미 22년 연간 발생건수를 넘어선 것이다.
양돈장 발생건수도 30건으로 22년 14건 대비 두 배 이상 많았다.
美, 돈육 수출 애로(?) 호소
NPPC 무역 장벽 관련 건의
중-락토파민, 호-PRRS로 제한
브, 근거없이 금지…사례 다양
미국 양돈업계가 돼지고기 수출에 장애가 된다며 21개국의 무역 장벽 사례들을 정부에 전달, 조치를 주문했다.
최근 미국 국립돼지생산자협회(NPPC)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대외 무역 장벽 보고서(NTE 2024)와 관련한 의견 요청에 대해 미국산 돼지고기 수출이 아예 막히거나 제한받고 있는 사례들을 전달했다. 의견서에서 거론한 국가들은 모두 21개국(호주, 브라질, 중국, 에콰도르, 유럽연합, 온두라스, 인도, 인도네시아, 자메이카,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파나마, 필리핀, 러시아, 싱가포르, 남아공, 대만, 태국, 베트남)으로 미국산 돼지고기의 주요 수입국들도 포함됐다.
이 중 중국의 경우 국제기준(Codex MRL)을 따르지 않고 락토파민을 여전히 금지하고 있으며 호주는 PRRS 관련해 수입을 제한하고 브라질은 과학적 근거 없이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산 돼지고기의 접근을 가로막는 에콰도르의 수입허가제도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EU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미국과는 협의되지 않은 인도의 수출 증명서 규정, 질병 전염을 우려한 뉴질랜드의 수입 규제 조치 등도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NPPC는 돼지고기 수출이 22년 기준 돼지 한 마리당 61달러의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했다고 강조하며 이 같은 무역 장벽들이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폐렴, 고령자에게 ‘암’ 보다 무서운 이유는?
폐렴은 암이나 심장질환처럼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고령층에선 암보다 무서운 질환으로 통한다.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캐나다 의사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는 폐렴을 ‘인류를 죽이는 질환의 대장(Captain of the Men of Death)’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실제로 폐렴은 암‧심장질환과 함께 국내 3대 사인 가운데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폐렴으로 사망한 전체 사망자 수는 2만2812명으로 암(8만2688명)‧심장질환(3만1569명)에 이어 3번째로 많다. 하루 평균 62.5명이 사망한 것으로,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질환(2만2607명)보다 많다. 오는 12일 ‘세계 폐렴의 날(World Pneumonia Day)’을 맞아 폐렴의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폐렴의 원인은 ‘감염’=폐렴(肺炎‧Pneumonia)은 폐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뜻한다. 주된 원인은 폐렴구균과 같은 세균이다. 증상은 발열‧오한, 기침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염증이 심해지면 폐에 물이 차면서 고열과 가래를 동반한다. 특히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까지 염증이 침범하면 숨쉴 때 통증을 느끼고 숨이 차게 된다.
건강한 성인은 폐렴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증인 경우 항생제 치료와 휴식만으로도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65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국내에서도 폐렴에 따른 사망자 10명 가운데 9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또 고위험군인 임산부나 노인·소아의 경우 폐렴에 걸리면 절반 이상은 입원치료를 받는다.
폐렴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패혈증과 같은 중증감염으로의 진행 때문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폐렴이 패혈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으로 주요 장기에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중증 패혈증과 패혈성 쇼크의 경우 치명률이 각각 20~35%, 40~6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
김윤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은 급성으로 나타나고 고열‧기침‧가래가 특징이지만, 노인의 경우 기침‧가래 없이 숨이 차거나 기력이 없어지는 등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며 “65세 이상에서 감기증상이 3일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폐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생활습관 개선과 백신으로 예방=폐렴 발생 위험을 줄이려면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폐렴 예방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우선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평상시 감염되지 않도록 외부 활동 후 손을 깨끗이 씻거나, 규칙적이고 영양 있는 식사, 하루 6~8시간의 적당한 수면으로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폐렴 고위험군은 예방백신이 도움이 된다. 고위험군은 65세 이상과 65세 미만 ▲만성심장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만성간질환 ▲항암 환자 ▲당뇨 ▲면역억제제 투여자 등이 있다.
이러한 고위험군도 폐렴 예방백신을 맞으면 폐렴구균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약 75%, 당뇨병·심혈관계질환·호흡기질환자 같은 만성질환자는 65~84%까지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무료접종이 가능하며, 올해는 1958년생까지가 대상이다.
김윤석 교수는 “호흡기가 약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65세 미만 만성질환자나 기저질환자도 고위험군에 속하는 만큼 폐렴 예방백신 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좋고 인플루엔자 백신도 매년 접종을 권고한다”며 “생후 2개월부터 5세 미만의 모든 소아나 5세 이상의 고위험군 소아도 전문의와 상의해 폐렴 예방백신 투여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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