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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코로나19 감염증이 빠른 속도로 재확산하면서 각국이 완화했던 방역 조치를 다시 도입하고 있다. 특히 답보 상태에 빠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미접종자에 대한 활동 제한을 대폭 확대하는 등 대응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17일(현지 시각) 독일 예방접종위원회는 코로나19 4차 확산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트코흐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전날 독일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5만2826명으로 1주일 전보다 1만3150명 늘어나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하루 사망자는 294명에 달해 누적 사망자 수는 9만 8274명으로 늘어났다.

독일 경찰이 17일(현지 시각) 쾰른 기차역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 이날 독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만2826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AP 연합뉴스
현재 독일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70.2%인 5837만 명이며 2차 접종 완료자는 67.7%인 5천628만 명인 반면 부스터샷 접종자는 437만 명에 불과하다. 중도 좌파 성향 사회민주당(SPD) 주도의 연립정부 협상에 참여 중인 녹색당과 자유민주당(FDP)은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봉쇄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가 전했다. 공공 생활 전반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나 완치자에게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 이용 시 백신 접종 증명서나 코로나19 음성 검사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백신 증명서나 음성 확인서를 의무적으로 확인한다. 디르크 비제 사민당 원내부대표는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봉쇄 조처”라고 했다. 독일 내 인구가 가장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와 바덴뷔르템베르크, 함부르크 등은 올해 크리스마스 마켓과 축구 경기장, 식당과 술집 공공 장소에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출입을 제한할 예정이다.

5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두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지도를 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인근 국가인 오스트리아는 이미 지난 15일부터 백신 미접종자의 외출 자체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만 1만4000명 넘게 발생하는 데 대해 강도높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오는 19일 수도 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소프라노 조수미의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도 취소됐다. 최근에는 합법적인 성매매 업소에서 백신을 맞은 고객에게 무료로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접종률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체코 정부도 내주부터 백신 미접종자의 공공 장소 접근을 제한키로 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오는 18일 내각회의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나 완치된 사람만 공공 행사나 서비스에 접근을 허용하는 정책을 승인할 계획이다.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2479명으로 사상 최다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같은 날 벨기에 정부는 재택근무 확대 등 제한 조치를 취하고 마스크 착용을 확대하는 내용의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3000명을 넘어선 프랑스에선 내달부터 백신 3차 접종을 마친 65세 이상에만 유효한 백신 증명서를 발급된다. 부스터샷 대상도 50~64세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프랑수아 델프레시 과학자문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에 출연해 기업에 재택근무를 다시 권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백신 패스에 대한 거부 여론에 부딪쳐 미접종자 제한을 포기한 국가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 러트 네덜란드 총리는 전날 백신 접종 완료자 및 완치자에 한해 실내 공공장소 출입을 허용하는 ‘코로나 패스’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조치가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거란 우려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날 네덜란드의 신규 확진자는 2만168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보건 당국은 신규 확진자가 전주 대비 44% 늘었으며 4~12세 연령층에서 확산세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