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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식생활이 가장 큰 원인 추정…'내시경절제 vs 수술' 적응증 달라
증상 없다가 진행성 위암 땐 소화불량·복통…내시경검사로 조기발견 최선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는 유독 위암 환자가 많다. 올해 국가암정보센터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2018년 기준)를 보면, 위암은 한 해 동안 2만9천279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해 국내 발생률 1위(남자 1위, 여자 4위)의 암으로 기록됐다. 이런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은 세계 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국의 10배 수준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국가암검진사업의 하나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치료 예후가 좋은 '조기위암' 단계에서 위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기위암이란 위 벽의 5개 표피층 가운데 점막과 점막아래층에 생긴 위암으로, 환자 95%에서 완치가 가능하다.
연합뉴스와 서울대암병원이 공동으로 국내 발생률이 유독 높은 위암의 진단과 치료, 예방법을 집중 조명해봤다.
인터뷰에는 서울대암병원 소속 외과 이혁준(위암센터장)·박도중 교수, 종양내과 오도연 교수, 소화기내과 조수정 교수가 참여했다.
관련 내용은 연합뉴스 유튜브(통통TV) '김길원의 헬스노트'를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다음은 주요 문답.
-- 한국인에게 위암 발병률이 높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이혁준) 정답은 아직 잘 모른다. 다만, 추정되는 첫 번째 이유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서양보다 높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식생활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짠 음식, 구워서 먹는 고기 등의 음식, 가공육 등이 관련돼 있다고 추정한다. 세 번째로는 국내에서 내시경검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위암 발견율이 높은 점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균하면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되나.
▲ (조수정)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만으로 위암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만약 조기위암으로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적이 있거나 직계가족(부모, 형제, 자녀) 중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균 치료를 해야 한다. 이런 경우 위암 발생 위험을 약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또 요즘은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제균 치료 후 제균이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도 꼭 받아보기를 권고한다.
-- 위암에 내시경절제술과 수술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어떻게 치료법을 결정하나.
▲ (이혁준) 위암 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은 크게 내시경절제술, 수술, 항암치료 세 가지다. 이중 항암치료는 이미 암의 전이가 발견된 상황에서 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내시경 절제술이나 수술 중 택일해야 하는데, 사실은 두 개의 적응증이 완전히 다르다. 만약 위 바깥쪽에 있는 림프절에 암이 전이됐을 가능성이 있다면 수술을 하는 게 바람직하고, 이런 가능성이 적다면 내시경절제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즉, 내시경절제술은 조기위암이나 고령의 환자가 수술 후 회복이 어려운 경우 등에만 국한해 시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 내시경절제술 대상이 아닌데도 절제술을 시행했을 때는 암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재발이나 전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 (조수정) 그런 위험이 있다. 만약 내시경절제술을 했는데도 암 조직이 완전하게 절제되지 않았거나, 림프절에 땅콩 같은 암 조직이 보일 때는 추가적인 수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런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내시경절제술보다는 수술을 권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도중) 내시경절제술의 절대적인 적응증을 지켜서 시술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약간 확장된 적응증에 내시경절제술을 적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일부 고령자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적인 적응증을 지키는 것이 나중에 재발이나 전이의 위험을 좀 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내시경 절제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의 장단점은.
▲ (박도중) 사실 내시경으로 암 조직을 완벽하게 도려낼 수 있다면 내시경절제술을 하는 게 가장 좋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위를 잘라내지 않아 위를 보존할 수 있는 점 등도 내시경절제술의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위암이 내시경으로 다 치료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수술 치료는 꼭 필요하다. 수술도 예전에는 배를 크게 열고 수술 도구를 넣는 개복수술이 많았지만, 요즘은 배에 조그마한 구멍을 뚫고 기구를 이용해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이 대세다.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만 (비교해) 보자면 빠른 회복, 통증 경감 등의 측면에서 복강경 수술의 장점이 명확하다. 현재 조기위암은 거의 다 복강경 수술이 가능해졌고, 진행성 위암 중에서도 원위부 아래쪽에 암이 생긴 경우에는 (복강경 수술이) 확실히 개복수술보다 안전한 것으로 증명이 됐다. 최근에는 위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상부 위암에서도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지를 두고 연구가 진행 중이다.
복강경 수술은 요즘 증가추세에 있는 로봇수술과 비교해볼 수 있는데, 현재까지의 임상 결과로 봐서는 두 수술법이 비슷한 성적을 내는 상황이다. 다만, 로봇수술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복강경 수술에 견줘 3배 이상, 많게는 5배 정도까지 비싼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이혁준) 일부 병원에서 로봇수술이 많아지는 데 대해서는 굉장히 논란이 많다. 왜냐면 로봇수술이라고는 해도 결국은 의사가 로봇에 부착된 수술칼을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로봇수술은 아니다. 오히려 수술의 효과 측면에서 볼 때 로봇의 의미가 조금 과대 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A 병원에서 위암을 진단받아 치료 상담을 한 환자가 B 병원에 가서도 다시 상담을 받는 게 효과적일까.
▲ (이혁준) 위암은 다른 암보다 워낙 발생이 많고, 이미 표준치료법이 정립돼 있기 때문에 사실은 (병원마다) 의견이 바뀔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하지만, 그런데도 너무 많은 (지나친) '병원 쇼핑'이 아니라면, 환자 입장에서는 궁금하면 얼마든지 다른 병원에 가서 이차적인 진료를 받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음주, 흡연이 위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인가.
▲ (이혁준) 좀 애매하긴 하지만, 위암과 음주 사이에 아주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난 건 없다. 그렇다고 술을 마음껏 드시라는 건 아니다. 일부에서는 막걸리가 암 예방에 좋다고 얘기하지만, 위암 예방이나 위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전혀 없으니까 그 핑계로 마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수정) 음주보다는 흡연이 위암과 상관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박도중) 음주는 위암 수술 후에 더 주의해야 한다. 수술 후 술을 마시면 아무래도 남아 있는 위의 염증을 또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술 후 5년간은 지속해서 추적 관찰을 해야 하는 만큼 그동안만이라도 금주하는 게 바람직하다.
-- 고기 섭취와 위암의 연관성은.
▲ (조수정) 소시지나 햄 등의 가공육은 위암 발병과 확실한 연관성이 있는 만큼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육류의 빛깔을 더해주는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이 들어간 가공육은 좋지 않다. 다만, 적색육과 백색육에 따른 차이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혁준) 위암 치료를 받은 분 중 일부는 수술 후 고기를 먹으면 암이 재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고기를 먹어서 암이 재발한다는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기는 암 치료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더욱이 암 치료 후에는 체중도 많이 빠지고, 건강을 회복해야 하므로 적절한 고기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박도중) 고기 섭취가 걱정된다면 먹을 때 항산화 작용을 하는 채소를 곁들여 드시기를 당부드린다. 그리고 평상시 너무 짜거나 맵고, 탄 음식은 피하는 게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 조기위암을 인지할 수 있는 증상이 있나. 예컨대, 빈혈 증상이 생겼다면 위암 위험이 있다는 논문도 있는데.
▲ (조수정) 조기 위암 환자의 90% 정도에서는 증상이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위암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야 소화불량이나 통증 등의 증상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증상만을 가지고 조기 위암을 진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기에 위암을 찾아내려면 무증상일 때 정기검진을 하는 게 가장 좋다. 빈혈 증상의 경우 조기 위암 신호는 아니고, 암이 많이 진행된 단계에서 위에 궤양이 동반돼 출혈이 생겨 이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그런 경우도 매우 드문 편이다.
-- 진행성 위암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무엇인가.
▲ (이혁준) 서울대병원에서 위암으로 수술받은 환자를 볼 때 절반 이상이 무증상이다. 그런 걸 보면 무증상 상태에서 위암이 발견돼야 그나마 수술까지 할 수 있는 치료 기회를 주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진행성 위암 단계에서는 제일 흔한 증상이 소화불량과 복부 불편감, 복통이다. 또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흑색변을 본다면 위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 전이성 위암의 경우 면역항암제가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나.
▲ (오도연) 몸에 쌓이는 암(조직)의 양이 점점 많아질수록 암에 의한 다양한 증상으로 환자들이 굉장히 힘들어한다. 암 덩어리가 커져 밥이 내려가는 길이 좁아지고, 막히면 밥을 못 먹고 구토를 하거나 복수가 차는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 항암치료는 약으로 암이 진행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춰 완만히 오래 끌고 갈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많은 환자가 외과에서 수술이 안 된다는 설명을 듣고 굉장히 실망하지만, 암은 이제 만성질환과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마치 당뇨병이 인슐린 주사 몇 번으로 완치되는 게 아니라 평생 당뇨합병증을 관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위암 항암치료는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로 나눌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약으로 평생을 가지(는) 않는다. 약을 쓰다 보면 내성이 생겨 잘 듣지 않게 되는데, 그 시점에는 2차 약으로 바꿔줘야 하고, 또 2차 약에도 내성이 생기면 3차 약으로 바꿔주는 식이다. 요즘 위암 환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게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원래 3차 단계 이후에서 썼지만, 1차 단계에서부터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함께 쓰면 훨씬 더 예후가 좋다는 임상 결과가 나와 1차 치료제로 승인이 난 상태다. 하지만,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 부담이 큰 게 단점이다.
-- 국가암검진사업의 수검률은 어떤가.
▲ (조수정) 국가암검진사업에서는 만 40세 이상에 해당하면 증상이 없어도 2년마다 내시경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위암검진 수검률은 5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여기에 개인 검진을 포함하면 그보다는 높아질 수 있겠지만, 수검률이 높다고는 볼 수 없다.
(이혁준) 위암으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한테 위암 검사를 언제 받았는지를 물어보면, 조기위암 환자의 대부분은 2년마다 검진을 받았던 반면 진행성 위암 환자는 위암 검진을 받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다. 그만큼 내시경 검사 여부에 따라 (발견시) 병기는 물론이고 치료의 예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나왔을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조수정) 보통 위에서 발견되는 종양은 용종, 선종, 선암으로 구분한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위암이 선암이고, 이전 단계가 선종이다. 내시경절제술이 필요한 건 선종과 선암이다. 이와 달리 용종은 좀 더 넓은 개념이다. 위점막이 조금이라도 튀어나와 있으면 용종이라고 하는데, 이 용종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서 꼭 절제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당장 절제가 필요 없어 추적관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선종이나 선암이 섞여 있는 용종이라면 꼭 절제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양성 용종인 경우에는 추적관찰 중에 크기가 커지거나 변화가 의심될 때 치료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 한국인을 위한 위암 예방수칙이 있나.
▲ (이혁준) 대한암예방학회에서 내놓은 게 있다. 대략적으로는 가공·훈제식을 줄이고 싱겁게 먹기, 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알코올 줄이기, 개인 접시 사용하고 식후 바로 눕지 않기 등이다. 위암 예방을 위해 실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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