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킴리아', 암질심 통과‥초고가 의약품 기준 생길까
재정 분담 방안에 따른 약평위 통과 및 약가 협상 아직 남아
앞으로 나올 새로운 기전 및 초고가 의약품 급여 접근 방향 잡힐 듯
환자들의 목소리가 통했다. 한국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가 제7차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암질심은 치료제 급여의 첫 관문으로 여겨진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3월부터 허가-급여평가 연계 제도를 활용해 킴리아 급여를 준비해 왔다.
이번 암질심에서는 킴리아의 적응증인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하 DLBCL, Diffuse Large B Cell Lymphoma)과 ▲25세 이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하 pALL, pediatric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모두 급여 기준이 설정됐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킴리아는 국내에서 처음 허가받은 CAR-T 치료제로, 개인 맞춤형 의약품이며 단 1회 투여로 장기 생존 및 관해를 기대할 수 있는 약이다. 그러나 비용이 5억원 정도가 든다. 약값만 환자 1인당 4억 6000만원, 그 외의 비용을 합하면 5억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킴리아는 지난 7월 개최된 제5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는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지난 9월 개최된 제6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은 됐으나 초고가 약값 논쟁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 사이 환자단체는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지난 10월 1일 한국백혈병환우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킴리아 급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AnXEyy)에도 글을 올렸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킴리아 급여 건을 놓고 여러 질의가 이어졌기에, 정부 측도 어느 정도 압박감을 받았을 것이라 판단된다.
다만 정부와 한국노바티스가 어떻게 재정을 분담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된 내용이 없다.
그럼에도 추측을 해보자면, 제6차 암질환심의위원회는 킴리아의 두 가지 적응증 중 소아 ALL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나, DLBCL에는 비용 대비 효과를 두고 의견이 갈렸었다. 이 당시 암질심은 한국노바티스 측에 추가적인 재정 분담안 자료를 요청했다.
따라서 한국노바티스가 선진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여러 재정 분담 내용을 포함해 킴리아 자료를 제출했고 이것이 암질심에게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제 막 첫발이다. 킴리아의 암질심 통과는 앞으로 등장할 초고가 의약품 급여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예정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킴리아의 급여 결정이 후발 의약품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앞서 환우회는 "킴리아는 앞으로 등재될 초고가 CAR-T 치료제의 약값이나 건강보험 등재 절차의 시청각적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제약사는 각각 합리적인 재정 투입 방안과 적극적인 재정 분담 방안을 마련해 선례를 남겨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아직 안심하기도 이르다. 암질심을 통과한 킴리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급여 적정성 심사와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등을 거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후에야 급여가 적용된다.
암질심을 통과했어도 약가 협상에서 막혀 급여가 되지 못한 치료제는 꾸준히 나왔다.
공단은 한국노바티스가 마련한 재정 관리 방안을 살펴보고, 제약사와 사후 논의을 통해 약평위 통과 후 협상하는 절차가 이어질 것이라 밝혔다.
지난 9월 전문기자협의회와 이뤄진 국민건강보험공단 간담회에서도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초고가 약제는 대한 전통적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공단과 관련 제약사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약제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이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 등재된 바가 있기에 적절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국내에는 CAR-T 치료제 중 J&J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실타캡타진 오토류셀(ciltacabtagene autoleucel)'의 허가가 예고돼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와 유전성 망막 질환 치료제 '럭스터나(보레티진 네파보벡)'는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억대의 치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암질심 통과 '벤클렉스타'‥"AML 치료에 큰 방향 전환될 것"
적절한 치료 방법이 없던 고령 및 동반질환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 제공
지난 13일 제7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한국애브비의 '벤클렉스타(베네토클락스)'가 통과됐다.
벤클렉스타는 올해 1월, 만 75세 이상 또는 동반질환이 있어 집중 유도 화학요법에 적합하지 않은 새로 진단된 '급성 골수성 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에 허가를 받았다.
벤클렉스타의 허가는 AML의 치료적 미충족 수요를 정확히 파고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AML은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 등의 표준 치료법이 40년 넘도록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여러 연구가 진행됐으나, 궁극적으로 '생존기간 연장'에 있어 큰 성과를 거둔 치료제는 없었다.
특히 AML은 연령 및 동반질환의 영향이 커, 모든 환자가 집중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집중 항암화학요법 혹은 골수 이식을 받을 수 없거나 견뎌낼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치료 방법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국내에서는 고령의 나이에 AML을 진단 받거나, 신체적인 조건이 되지 못해 항암 치료를 받지 못하는 AML 환자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 맥락에서 벤클렉스타는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생존 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켰다.
벤클렉스타-저메틸화제(아자시티딘 또는 데시타빈) 병용요법은 3상 임상인 Viale-A와 1상 임상인 M14-358를 바탕으로 허가를 받았다.
Viale-A 연구 결과, 벤클렉스타-아자시티딘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OS) 중간값은 14.7개월로 위약-아자시티딘 병용요법의 9.6개월과 비교해 OS를 5개월이나 연장했다.
또한 M14-358 임상 연구 결과에서도 벤클렉스타-데시타빈 병용요법의 OS 중간값은 16.2개월로 연장됐다.
아울러 완전 관해(CR, Complete Remission) 또는 골수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완전 관해(CRi, CR with Incomplete Blood Count Recovery) 도달 기간의 중간값은 벤클렉스타 병용요법이 1.3개월로 비교군(2.3개월)에 비해 한 달 가량 단축됐다.
벤클렉스타가 지난 1월 허가를 받자, 환자와 의사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뜨거웠다.
고령 AML 환자도 생존기간 연장이란 치료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해 비율을 높인 벤클렉스타로 장기적 효과까지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저메틸화제제 단독요법은 급여임에도, 벤클렉스타+저메틸화제제 병용요법은 비급여였다. 이에 환자들은 조건이 맞아도 선뜻 선택을 하지 못했다.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환자 커뮤니티에서는 조만간 벤클렉스타의 급여 처방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 섞인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암질심을 통과한 벤클렉스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급여 적정성 심사와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등을 거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후에야 급여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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