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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제약사 2곳, 머크 경구용 치료제 임상중단게시글 내용
“‘중간 수준’ 증상 효능 확인못해”
머크사의 몰루피라비르, 경증에는 효과적
‘중간 수준’ 증상 환자는 현저한 효능 없어
‘중간 수준’ 정의 달라 빚어진 결과일 수도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정보공개에 따르면 머크사는 몰누피라비르의 임상 참여 자격 기준을 통해 '성관계 금지' 등 제한사항을 밝힌 바 있다. 남성의 경우 약 투여 기간과 마지막 투여 뒤 최소 4일간 '금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동의해야 하고 피임하는 것을 동의해야 한다'고 명시했고, 여성의 경우 '임신이나 모유 수유 중이 아니어야 하고, 임신했을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머크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스’. AP=연합뉴스 |
최근 미국 머크사가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효능을 확인했다고 발표해 관심이 큰 가운데 인도의 제약회사 2곳이 머크사 치료제의 제너릭 버전에 대한 후기임상 중단 허가를 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moderate) 수준’ 증상의 환자들한테서 ‘현저한’ 효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크사는 올해 초 코로나19 입원 환자들에 대한 자사의 경구용 치료제 몰루피라비르 투약을 중단했다. 입원 환자 상당수의 병증이 이미 치료제 도움을 받기에 늦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인도의 제네릭 약물 제조사인 오로빈도(ARBN)파마와 MSN 연구진은 코로나19 임상실험 설계에서 입원 환자를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은채 머크사 치료제로 임상실험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머크사가 투약 중단을 결정한 해당 병원의 환자까지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오로빈도와 MSN은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중간 임상시험 자료를 인도 보건당국에 제출하고 임상시험 중단을 요청했다. 인도 의약품통제국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 알약(몰루피라비르)이 경증 환자에게는 성공적이었으나 ‘중간 수준’ 증상의 코로나 환자에게는 ‘현저한 효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로빈도사의 대변인은 몰루피라비르 효능 실험에 언급하지 않은채 “중간 수준 증상의 환자 임상실험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만 말했다. 오로빈도와 MSN은 입원하지 않은 중간 수준 증상의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몰루피라비르 연구는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제약사들이 ‘중간 정도’의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기준을 머크사가 사용한 것과 같이 정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로빈도는 지난 8월 이후 열, 감기, 호흡곤란, 산소결핍 증상을 지닌 ‘중간 수준’ 증상 환자 100명에 대한 임상실험을 실행해 왔다.
머크사 측은 자사와 인도 제약사들이 ‘중간 수준’ 질병을 서로 다르게 정의한 데 따른 차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머크사는 최근 자사의 경구용 치료제가 중증 이외 경증이나 ‘중간 수준’ 증상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약을 먹은 지 29일 뒤 치료제를 먹은 집단의 입원율은 7.3%로, 위약 집단의 절반에 그쳤다고 밝혔다.
머크사의 발표를 계기로 국내에서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바이오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인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 첫 코로나 바이러스 유발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코로나 계열인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유행은 빠르게 소멸되고,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유행은 널리 퍼지지 않아 제약사들이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동기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19의 치료약은 거의 맨땅에서 시작한 셈이다.
몰누피라비르는 감염 초기에 환자를 쉽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 신종플루 팬데믹을 잠재운 약 타미플루같은 '게임체인저'로 기대받았다. 하지만 이번 인도 제약사들의 임상 중단으로 이 약의 성공 여부가 다소 불투명해졌다. 일주일 전 발표된 머크의 임상 결과도 보도자료로만 공개됐지 아직 동료 과학자들의 검토를 거치지 못했다.
게다가 다른 인도 복제약 제약사들의 시험도 실패로 돌아가면 1인당 90만원의 고가로 알려진 이 약을 싸게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들이 공급할 수 있는 길도 요원해진다. 통상 신약은 개발 직후 약값이 비싸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복제약 생산 라이선스를 다른 곳에 내주면서 싸지게 된다.
머크는 그간 닥터레디스와 선파마 등 인도 제약사들 8곳과 자발적허가계약을 맺어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인도는 이를 통해 자국 포함 100여개 다른 빈국과 중간 소득국에 복제약을 공급하는 생산 기지가 될 것으로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8개 가운데 5군데 제약사가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머크와 공동 임상 시험을 진행중이다. 그외 인도 제약사 헤테로는 경증 환자에 대한 자체 임상 결과를 지난 7월 초 발표하고 중간정도 환자 임상 시험을 독자적으로 실시 중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몰누피라비르가 승인되면 170만명 치료분을 12억 달러에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1인 치료에 필요한 비용이 700달러인 셈이다. 이는 렘데시비르나 단일 클론 항체(항체치료약)의 가격보다는 훨씬 낮지만, 여전히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게는 너무 비싸다. 우리 나라는 몰누피라비르 약 2만명분을 확보했고, 향후 3만8000명분까지 구매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복제약의 임상 성공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그 약을 살 여유가 있다고 해도, 이를 적절하게 사용할 진단 능력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몰누피라비르는 증상 발생 후 첫 5일 이내에 투여해야 하는데 많은 빈국 및 개발도상국과 심지어 부국들도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이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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