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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내시경에 자주 발견되는 ‘편충’…점막에 단단히 붙어 구충제에 강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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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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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0 2021/08/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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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생충’의 귀환

대장 내시경으로 적출한 편충 암컷. 매우 가느다란 머리 부분(왼쪽)으로 대장 점막을 누비듯 관통하여 단단히 붙어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준행 교수 제공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크게 유행했던 이른바 토양매개성 장내 기생충(회충, 구충, 편충 등) 감염률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래회충, 물개회충, 바다표범회충, 참굴큰입흡충, 간질(肝蛭), 요코가와흡충 및 이형흡충류, 무구조충, 톡소포자충, 와포자충 등이 국지적 또는 산발적인 유행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크게 감소했던 회충이나 편충이 최근 건강검진센터에서 실시하는 위 또는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제법 자주 발견되고 있다. 특히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발견되는 편충은 우리 국민들에겐 오랜 동반자 격인 기생충이었는데 잠시 사라지는 듯했다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어서 매우 흥미롭다.

편충은 암수가 따로 나누어져 있는 선충류의 하나로 성충의 길이가 3~5㎝에 달한다. 머리 부위가 가느다란 실 모양으로 되어 있고 대장 점막을 실로 누비듯 관통하여 대장 점막에 단단히 붙어 있다.

여러 종류의 구충제들이 편충에 잘 듣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대장 점막에 단단히 붙어 있는 편충의 이러한 성질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구충제를 투여해도 잠시만 영향을 받을 뿐 구충제가 배설된 후 다시 음식물이 들어오면 곧 회복하여 되살아나기 때문에 구충 효과가 낮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다행히 편충은 감염 충체 수가 많지 않다면 사람에게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의 편충 고도 유행지역에서는 1인당 수백에서 수천마리에 감염되어 심한 설사와 소화불량을 일으키거나, 빈혈 또는 항문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탈항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편충의 전 국민 감염률이 매우 높았으나(60~70%) 1인당 감염강도(감염량)가 그다지 높지 않아 심한 빈혈이나 탈항을 초래한 증례는 거의 보고된 일이 없었다. 아마 지금도 감염률은 다소 증가하고 있지만 감염량은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장 내시경에서 보이는 1~2마리의 충체 이외에 더 이상의 충체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미얀마에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기 전인 201911월, 한국건강관리협회 국제협력팀은 미얀마 양곤 근교에 위치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편충 감염을 관리하기 위해 협력 사업을 수행하였다. 그런데 학생들에게서 크기가 큰 것과 작은 것 두 가지 편충 충란이 검출되어 혹시 크기가 큰 충란 일부는 개편충(Trichuris vulpis)의 충란이 아닐까 의심되었다. 만일 개편충의 충란임이 확인된다면 개와 사람 간의 인수공통 감염이 만연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중보건학적으로 의미가 크다.

그러나 크기가 큰 충란을 골라내어 껍질을 터뜨리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유전물질을 확보한 후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 결과, 크기가 큰 충란도 사람 편충과 동일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충란의 크기가 변하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매우 궁금한 일이다. 이에 대해 분석을 거듭한 결과 집단투약에 반복적으로 사용한 구충제 알벤다졸이 충란 크기의 변화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즉, 대장 점막에 단단히 붙어 있던 편충이 구충제 알벤다졸의 반복 사용으로 일시적인 영향을 받지만 다시 살아나게 되는 것들도 많은데, 어쨌든 구충제의 반복 사용이 편충의 충란 크기나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학술적 가치는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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