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황제를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 ‘천자(天子)’라 칭했다. 중국 진나라 시 황제는 실제로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양 인간의 죽음에 관여하고자 했다. 그는 전국 각지의 방사들과 약제상을 수소문해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초를 구해 영생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신의 영역에 접근하고자 했던 어리석은 황제는 결국 불로초를 구경하기는커녕 애꿎은 책만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은 역사상 최악의 왕이 되어버렸다.
인도 카필라 국의 왕자 고타마 싯다르타도 마찬가지다. 그는 ‘사람은 왜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 고행을 자처했다. 싯다르타는 수십 년 간 고행하며 얻은 깨달음으로 ‘붓다(buddha, 궁극적인 진리를 깨달은 사람)’가 됐으나 그 또한 늙고 죽는 문제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즉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인간의 힘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인간의 노화 시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 ScienceTimes
그렇지만 인간은 지금도 끊임없이 ‘생로병사’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유전자 기술로 인간의 출생을 관여하고, 안티 에이징 기술로 늙는 것을 예방하며, 각종 질병에서 벗어나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종내(終乃)는 과학기술로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을 꿈꾸고 있다.
노화의 비밀, 텔로미어의 기능을 밝혀낸 엘리자베스 블랙번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 1948~)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와 캐럴 그라이더(Carol Greider, 1961~)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바로 그 늙지 않는 욕망의 꿈을 실현시켜 줄 ‘존재’를 연구해 세포의 노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들이 찾아낸 인체의 노화 시계를 멈춰줄 구원 투수는 염색체 끝에 있는 DNA 조각 ‘텔로미어’(telomere)였다.
노화의 비밀, 텔로미어의 기능을 밝혀낸 엘리자베스 블랙번 ⓒ 김은영/ ScienceTimes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테트라하이메나(Tetrahymena)’라는 작은 원충류의 DNA를 연구하고 있었다. 블랙번은 테트라하이메나의 텔로미어를 분석해 염기서열이 매우 독특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생물은 탄생과 함께 수많은 세포의 분열이 시작된다. 세포가 분열하면서 염색체 말단의 염기서열인 텔로미어의 길이는 짧아진다.
엘리자베스 블랙번이 연구한 원충생물 ‘테트라하이메나’. ⓒ 위키미디어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의 손상을 막고 근접 염색체와의 융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염색체 끝에 달려있는 DNA가 노출된다. 세포는 이러한 상태가 되면 분열하지 않았다. 블랙번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일정 수준 짧아지면 염색체가 제대로 복제되지 못하고 세포도 분열을 멈추며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블랙번은 텔로미어가 마치 운동화 끈 끝에 달린 보호용 플라스틱(aglet)이라고 말했다. 이 플라스틱 조각이 신발 끈을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텔로미어도 염색체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단백질 효소를 밝혀낸 캐럴 그라이더
그동안 텔로미어에 대해 풀리지 않았던 비밀 중 하나는 텔로미어 DNA는 어떻게 형성되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왜 짧아지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캐럴 그라이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박사 과정 시절 지도교수였던 블랙번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해답을 찾았다. 바로 텔로미어 DNA를 만들어내는 효소를 발견한 것이다.
캐럴 그라이더는 지도교수였던 블랙번 교수와 함께 텔로미어 DNA를 만들어내는 효소를 발견했다. ⓒ 위키미디어
캐럴 그라이더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텔로미어에 세포 추출물을 넣어 텔로미어가 추가로 합성되는 것을 밝혀냈다. 그 신비의 물질은 바로 ‘텔로머라아제(telomerase)’ 혹은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라고 불리는 단백질 효소였다. 이 효소 덕분에 세포가 분열을 해도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텔로머라아제가 현대인의 ‘불로초’가 될 수도 있을까. 텔로미어의 길이에 따라 세포 분열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밝혀지면서 텔로미어는 인체의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개념인 ‘안티 에이징(anti-aging)’을 가능하게 하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텔로머라제를 이용해 세포를 계속 분열하게 할 수만 있다면 노화를 막고 질병 없이 장수할 수 있는 신약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염색체 말단을 보호하는 텔로미어(사진=왼쪽 빨간 부분) ⓒ 위키미디어
그러나 아직 그런 신약이 개발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왜냐면 세포가 늙지 않고 계속 분열하면 오히려 암세포가 되기 때문이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비상적으로 길어진다면 암 발생 유발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진시황이 죽는 순간까지 찾아 헤맨 ‘불로초’는 아직도 시기상조인가 보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를 통해 거의 모든 암세포에 텔로머라아제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분열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텔로머라아제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길이 열렸다. 즉 암세포의 텔로머라아제 기능을 억제하거나 텔로미어의 DNA를 제거하면 암세포의 세포 분열을 막아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화 방지 신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신약이나 불로초를 이용하지 않고서도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블랙번 교수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하는 방법이 스트레스를 피하고 풍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심호흡 및 명상 등을 통해 편안하게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심혈관 운동, 7시간의 충분한 수면, 세포에 좋은 음식을 먹기 등이 텔로미어를 마모시키지 않아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즉 늘 우리가 잘 알지만 하기 어려운 건강상식이 텔로미어에도 적용됐다. 공부를 잘하려면 교과서를 철저히 보라는 말과 비슷한데 기본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사실 그래서 어려운 게 아닐까?
노화를 지연하는 방법은 최근 여러 연구 분야에서 목표로 하는 뜨거운 주제 중 하나다. 평균 수명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노화를 지연시키고 혹은, 세포를 다시 젊게 만드는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노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접근법
예를 들어, 염색체의 말단 소체인 텔로미어(telomere)는 ‘건강’과 ‘장수’의 길을 열어줄 비밀로 전문가의 관심을 받아왔다. 염색체의 유전 정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짧아지는 특징을 갖는데, 2019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연구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텔로미어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쥐들은 노화와 연관된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고 수명이 24% 연장되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사이언스 타임즈에 소개된 KAIST 조광현 교수 실험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와 같이 유전자 발현 전사인자를 이용해 노화된 세포를 다시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부분적 역분화(partial reprogramming)’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련기사https://url.kr/9mqs7z).
한편,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는 랍스터(Homarus americanus)의 유전체를 시퀀싱 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의 장수 비결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들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들의 신경망에 그 비밀이 있다고 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랍스터는 심해 바닥에 적응해 사는 무척추동물로, 이들에게는 ‘적응적 면역 체계’가 없다. ‘선천적 면역 체계’는 비특이적으로 몸에서 감지된 병원체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고, 적응적 면역 체계는 질병에 걸리거나 예방 접종을 했을 때 우리 몸이 이에 대한 방어기제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침입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 척추동물에게는 이 두 가지 체계가 모두 있고, 무척추동물에게는 선천적 면역 체계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하고 종양이 없는 랍스터
랍스터는 무게로 따지면 20kg까지, 길이로는 1m까지 자라는 심해저에 사는 가장 큰 무척추동물이다. 100살까지 장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성장하고 번식을 하기 때문에 노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연구자들은 생각해왔다. 랍스터를 인간의 노화 연구를 위한 흥미로운 모델로 제시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들에게는 인간에게서 노화가 관계가 깊은 종양성 질환(Neoplastic disease)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랍스터의 유전체가 잘 손상되지 않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해 오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야생에서 잡힌 랍스터를 이용해 드노보 유전체 어셈블리를 완성했다. 이번 연구에서 랍스터 총 유전체가 처음으로 분석되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갑각류의 유전체에는 같은 유전정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간이 많아 기술적으로 유전체 어셈블리를 만들기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갑각류 중에서 유전체가 분석된 것은 7개 종뿐이라고 밝혔다.
먼저, 완성된 랍스터의 유전체를 연구진은 초파리와 같은 절지동물(arthropods)들의 유전정보와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랍스터에게서 절지동물들과 비교해 헤테로크로마틴의 형성이나 DNA 복구, 세포의 생존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증대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헤테로크로마틴은 DNA의 복구와 유전체 내에서 여기저기로 이동해 다니는 트랜스포존(transposon)의 활성을 억제하는 등의 일에 관여한다. 종합하면, 랍스터의 유전체는 그간 연구자들이 세운 가설과 같이 유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한편, 연구진은 랍스터 유전체에 감각 기능이나 운동 기능 등의 신경 관련 유전자들의 증대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다양한 정보 전달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이오노트로픽 글루타메이트형 수용체(ionotropic glutamate-type receptors)들의 다양성이 눈에 띄게 높았다고 보고했다. 어두운 심해 바닥에서 사는 동물인 만큼 후각과 같은 다양한 감각 정보를 생존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그리고 일부 수용체들이 면역력과 관련이 있음을 밝힌 이전의 논문들을 언급하며, 이것이 랍스터의 신경계가 면역계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유전체를 통해 이들의 장수하는 특징과 심해저에 적응한 비결을 이해하는데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바이러스 흉내로 최적의 면역 효과 노린다
자궁경부암 정복 이끈 ‘바이러스 유사입자 백신’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백신’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고, 잘못된 정보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백신 이야기’를 총 15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 모습. 현재 상당수의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 끝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바이러스의 형태는 면역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미국질병관리청
백신 개발자가 ‘A라는 질병의 백신을 개발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가장 먼저 어떤 방법을 떠올릴까. 병원체와 인체의 생리학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가장 효과가 뛰어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빠르게 결과를 내고자 한다면 대부분은 ‘재조합백신’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상당수의 질병에 대해 큰 문제 없이 백신을 개발할 수 있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면역반응을 얻을 수 있는 일부 단백질 성분만을 만들어 항원으로 사용하므로 안전성도 확실하다.
그러나 이 방법도 단점은 있다. 우선 항원의 형태가 실제 병원체와 차이가 있어 면역반응이 약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충분한 면역을 형성하기 위하여 두 차례 이상의 접종이 필요하며, 면역반응을 끌어 올리기 위해 보조제를 추가로 사용할 필요도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백신의 효율을 한층 더 끌어올릴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전자재조합기술로 얻은 단백질이 그 형태 때문에 ‘항원’으로서 효과가 낮다면, 처음부터 바이러스와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면 면역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른바 ‘바이러스 유사입자(Virus-like particle, VLP) 백신은 이렇게 태어났다. VLP는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겉보기엔 마치 살아있는 바이러스 같지만, 속에는 DNA가 들어있지 않으므로 인체 속에서 감염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이론적으로 대단히 합리적이고 안전한 형태의 백신인 셈이다.
감염위험 없는 ’무늬만 바이러스‘
대표적인 바이러스유사입자(VLP) 백신 ‘가다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MSD
최근 언론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세포를 뚫고 들어갈 때 사용하는 돌기다. 지금까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중 상당수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흉내 내서 만들었다. 백신으로 후천성 면역을 얻은 우리 몸속 항체는, 나중에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그 표면에 돋아나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보고 달려들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바이러스의 겉모습은 면역을 얻을 때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기존의 ‘재조합백신’은 이런 점에서 약점이 있었다. 재조합백신은 대장균 등의 유전자 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든다. 예방하고 싶은 병원체의 DNA 일부를 잘라 대장균 등에 삽입해 배양하는데, 이렇게 만든 대장균은 대사 활동을 하며 백신으로 쓸 수 있는 단백질 입자를 배출하게 된다. 이런 성분을 모아 백신으로 쓰는 것이다. VLP 백신이란 이런 ‘재조합단백질’의 형태를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려면 극도로 적은 단백질의 구조를 바이러스와 비슷할 정도로 자유자재로 조립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생명현상을 통해 생겨나는 단백질을 바이러스 형태로 만든다는 것일까.
이 과정에서 이용하는 것이 생명체가 가진 ‘발현 시스템’이다. 세균이나 효모, 곤충세포, 식물세포 등 다양한 생명체는 자신의 세포를 복제하면서 유전자 정보를 복제해 원래 모습과 같은 것을 만들게 되는데, 그 시스템에 ‘이러이러한 바이러스의 형태로 단백질을 복제하라’는 명령을 인위적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이때도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한다. 병원체(이 경우 주로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형태를 결정하는 부분까지 포함해 백신을 생산할 세포(숙주세포) 속 유전자에 끼워 넣는 식으로 만들어 배양하는 식이다.
바이러스는 크게 껍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외피형(enveloped)’과 ‘비외피형(non-enveloped)’으로 나뉘는데, 바이러스를 흉내 내 만든 VLP도 당연히 이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외피형이 크기도 더 크고, 더 복잡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일반적인 재조합백신을 만들 때는 세균이나 효모 등, 단세포 생명체를 숙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VLP를 만들 때는 잘 어울리지 않은 편이다. 단백질을 조립하는 과정 등이 단순해 복잡한 형태의 단백질, 즉 바이러스의 겉모습을 꼭 빼닮은 항원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균이나 효모를 사용하면 생산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어, 그리 복잡하지 않은 ‘비외피형 VLP’를 만들기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VLP 백신을 만들 때 자주 쓰이는 것은 곤충의 세포다. 곤충 세포의 경우 단백질을 생산하고 변형하는 과정이 인간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 외피형, 혹은 비외피형 VLP 생산이 모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이용해 후천선면역결핍증(AIDS),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궁경부암(HPV·인유두종 바이러스), B형간염(HBV)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동물용 백신으로는 돼지 써코 바이러스(PCV2) 예방용이 나와 있다.
다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데, 곤충의 세포 속에 필요한 유전자정 보를 집어넣기 위해 ‘배큘로’란 이름의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크기가 아주 작은 바이러스에 DNA를 실어 곤충세포 속으로 옮겨 넣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만든 백신은 안에 배큘로 바이러스나 혹은 그 성분이 남아있을 수 있다. 감염을 일으킬 우려는 없으나 부작용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VLP 백신의 최대 장점은 향후 기술이 더 발전하면 식물에서도 백신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식물세포 역시 발현시스템을 갖고 있으므로, 그것을 이용해 백신을 생산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작물을 길러 유효성분을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이를 극복하려는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 몇 해 전 미국 제약회사 노바백스 사가 독감(인플루엔자)용 백신을 식물세포를 이용해 개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밖에 차세대 AIDS 예방백신, 광견병 및 A, C형 간염 등 다양한 난치병 예방을 위한 VLP 백신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용 VLP 백신도 개발 중
효능이 뛰어난 방식이다 보니 코로나19 백신도 VLP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는 곳도 있다. 우선 캐나다 메디카고 사와 일본 다나베미쓰비시 제약사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백신이 있다. 2020년 7월 임상 1상 승인을 받고 현재까지 연구를 계속 중이다. 기존과 달리 식물에서 백신 성분을 얻는 형태로 백신을 개발해 현재 임상을 계속하고 있다. 숙주식물로는 담배, 혹은 알팔파(자주개자리) 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인도 세럼연구소도 VLP 방식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VLP 백신은 바이러스의 구조를 그대로 흉내내기 때문에 강력한 면역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DNA는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감염 역시 불가능해 대단히 안전하다. 입자구조를 통해 면역을 얻기 때문에, 개발하기에 따라서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한 번의 접종으로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면역세포 중 B세포, 수지상세포 등과 효율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대단히 높은 면역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론상 어떤 종류의 바이러스의 모습도 흉내내 만들 수 있으며, 바이러스의 내부 DNA에 변이가 일어나도 전체적인 외부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면역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능력 역시 높다는 뜻이다.
VLP 백신은 1980년대에 처음 등장해 이미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백신제조법으로, 이미 실용화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재조합백신의 단점을 해결하고 강력한 면역반응을 기대할 수 있으며, 점점 더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연구 결과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보다 미래에,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여 차세대 첨단 백신의 한 형태로 기대받고 있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단독요법보다 높은 생존율, 반응률로 환자 치료 극대화…암 치료 희망에 한걸음 다가가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면역항암제가 환자 치료를 높이기 위해 병용요법에 집중하고 있어 폐암 환자 등 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어디까지 끌어 올릴지 주목된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단독요법보다 높은 반응률, 전체 생존율을 높이고 있으며 특히 단독요법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PD-L1 발현율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
이에 한국MSD 키트루다, 한국오노-BMS 옵디보-여보이, 한국로슈 티쎈트릭 등이 병용요법에 대한 각종 임상 결과, 임상 진행 사항 등을 발표하면서 병용요법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MSD 키트루다는 올해 초 열린 세계폐암학회에서 KEYNOTE-189 연구 4년 추적 데이터 발표를 통해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항암화학요법 대비 유의한 치료 효과 및 장기 생존 가능성까지 확인시켰다.
생존 기간은 2배 연장시켰으며 특히 2년간 치료 마친 환자 80.4%가 4년 추적기간 동안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트루다 병용요법 3년 생존율은 31.3%로 화학항암요법 단독(17.4%)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사망 위험율을 약 40% 감소시켰으며 질병 진행율도 50% 감소시켰다.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종양을 약물에 반응하는 종양으로 변화시켜, 단독요법의 낮은 반응률 극복했다. 병용요법은 PD-L1 발현이 아예 없는 환자에게도 좋은 효과를 보였다.
또한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단독요법 치료 초기에 종종 발생되는 과다진행 등의 위험을 낮춰 초기에 환자를 잃을 가능성을 감소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오노-BMS제약 옵디보-여보이도 최근 ASCO 2021에서 CheckMate-9LA 연구의 2년 추적 결과를 발표하고 병용요법 의미를 강조했다.
CheckMate-9LA 연구에 따르면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요법은 화학 단독요법보다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전체생존기간 및 무진행생존기간, 객관적반응률 개선 효과를 보였다.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5.8개월로 11개월 화학 단독요법보다 길었다.
무진행생존기간과 관련해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은 화학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혹은 사망 가능성을 33% 낮췄다.
이와 함께 객관적 반응률에선 옵디보-여보이-화학요법 두 사이클 병용 치료에 반응한 환자가 38%로 화학 단독요법(25.4%)보다 높았고, 반응기간 역시 13.0개월로 병용 치료군이 화학 단독요법(5.6개월)보다 길었다.
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이자, 현재 유일하게 급여를 받은 면역항암제 한국로슈 티쎈트릭은 IMpower133에서 티쎈트릭+카보플라틴+에토포시드 병용요법은 12.3개월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을 기록했다.
또한, 티쎈트릭 병용요법을 투여받은 환자의 18개월 생존율은 대조군보다 13% 높은 34%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티쎈트릭은 현재 국내에서 진행중인 소세포폐암 관련 주요 임상 시험도 진행중에 있어 향후 결과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티쎈트릭은 치료받은 이력이 없는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티라고루맙을 병용하거나 병용하지 않은 아테졸리주맙 + 카보플라틴 및 에토포시드를 평가하는 제III상,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위약 대조 임상시험을 진행중에 있다.
이같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활발한 임상 연구와 결과는 의료진들에게도 큰 치료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면역항암제 효과를 암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옵션을 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는 현재 교차 투여가 불가능한 만큼 첫 선택에 있어 최적의 약제를 선택해야 하는데 병용요법의 반응률, 생존률은 의료진들에게 희소식인 것.
또한 현재로서는 치료제마다 대상 환자군이 다르고, 병용요법은 유전자 변이 없는 모든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치료 사각지대를 없앤 이점이 있다.
이같은 임상 결과에도 불구 하고 아직 면역항암제 1차 병용요법은 국내 허가돼 사용 가능하지만, 급여는 적용되지 않아 신속한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혈액종양내과 임승택 교수는 “면역항암제 단독 요법으로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제한적이어서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다른 약제들과 병용 요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면역치료제 병용요법은 단독 요법보다 우월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고, 향후 여러 암종에서 다양한 약제들과 병용 요법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암 완치라는 희망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추진…2026년까지 1840억 투입
보의연, 2021년도 31개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고…전향연구 5년간 5억 · 후향연구 2년내 1억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보의연이 주관하는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R&D)으로 국가지원 임상연구 사업이다.
인·허가 후 임상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의료기술 간 비교효과성 등의 근거를 생성하고, 이를 임상현장 및 정책과 연계하여 국민건강 향상과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6년까지 총 예산 1840억원이 투자된다.
세부사업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예방·진단·치료·재활 의료기술 간의 비교연구를 통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의료기술 비교평가연구 △사회적 관심과 요구도는 높으나 충분한 의학적 근거 없이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의료기술에 대해 최적의 치료방법을 도출하는 의료기술 근거생성연구이다.
공고에 포함된 신규지원 대상과제는 총 31개로 △의료기술 비교평가 전향연구 10개 △의료기술 근거생성 전향연구 5개 △의료기술 비교평가 후향연구 11개 △의료기술 근거생성 후향연구 5개가 포함된다.
‘의료기술 비교평가 전향연구’는 노인 환자의 안전을 위한 환자 참여 활동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평가연구, 노인말기신부전 환자의 혈액투석치료비교평가연구 등이 주요 주제이며, ‘의료기술 근거생성 전향연구’ 강직성척추염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 최적의 투약방법에 대한 연구 등을 다룬다.
‘의료기술 비교평가 후향연구’는 국내 고위험 산모의 임상적 특성 및 주산기 예후 분석연구, 급성췌장염치료법의 비교평가연구 등을, ‘의료기술 근거생성 후향연구’는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 저용량 방사성 옥소 치료의 근거생성연구 등을 주로 연구한다.
신규과제로 선정될 경우, 전향연구 과제는 연구기간 총 5년 이내로 연간 최대 5억원이, 후향연구 과제는 총 2년 이내로 연간 최대 1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되며, 학교 및 연구기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신규과제 신청은 보건의료기술 종합정보시스템(www.htdream.kr)에서 가능하며 연구책임자 과제신청 마감일은 오는 14일, 주관연구개발기관 전자인증 마감일은 오는 15일이다.
허대석 사업단장은 “과학적 근거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연구를 통해 임상현장과 보건의료정책의 근거로 활용되기를 바라며, 다양한 분야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천식약이 여성 숙취 해소에 효과(?)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천식 증상을 완화하는 값싼 약인 엔-아세틸시스테인(NAC: N-acetylcysteine)이 여성의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성의 숙취에 효과가 없다고 한다. 미국 세인트 루크대학 의료 네트워크(St. Luke's University Health Network) 연구팀이 21세 이상 남녀 49명(남성 31명, 여성 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같은 종류의 맥주를 호흡 중 알코올 농도(BrAC: breath alcohol content)가 0.1 g/210L 될 때까지 마시게 한 뒤 차를 태워 집으로 데려다주고 다음날 숙취 증상 척도(HSS: Hangover Symptom Scale) 설문조사를 통해 두통, 오심, 구토, 몸 떨림, 집중 어려움 등 숙취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NAC 또는 위약을 주었다. NAC의 투여 용량은 호흡증 알코올 농도가 정해진 수치에 이를 때까지 각자가 마신 맥주의 양(1~7잔 이상)에 따라 달리해 1~3캡슐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NAC가 투여된 여성은 오심 등 숙취 증상이 호전됐다. 그러나 남성은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NAC 투여 용량(600~1천800mg)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대부분 안전하고 내약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 등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NAC에는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세포의 손상을 억제하는 항산화물질과 아미노산이 엘-시스테인이 들어있다. NAC는 천식 증상을 완화하고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을 해소하는 데도 사용된다. 술을 마시면 간(肝)은 글루타티온과 시스테인이라는 효소를 이용, 알코올을 독성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한다. 그러나 섭취한 에탄올의 양이 지나치면 간은 이러한 알코올의 해독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글루타티온의 여력이 소진되면 간이 이를 보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서 배출되는 데 8~24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NAC는 L-글루타티온의 전구물질이기 때문에 에탄올 분해 때 간이 받은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코로나 'T세포 백신' 나올까? 변이 저항 '항원결정기' 다수 발견
신종 코로나에서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 53개 확인
돌연변이 안 생기고, CD8 양성 T세포가 식별…백신 표적 요건 갖춰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 저널 '셀'에 논문
바이러스의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Highly networked epitopes)'는 유전적으로 주택의 지주나 들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에피토프(항원 결정기)는 면역계의 항체, B세포, T세포 등이 식별하는 항원의 특정 부위를 말한다.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는 다른 여러 부위와 연결돼 바이러스의 구조적 안정성을 높인다.
이런 에피토프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바이러스는 감염과 복제, 나아가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다.
그래서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는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mutationally constrained)' 영역으로 꼽힌다.
바이러스의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는 또 서로 같거나 거의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변이 바이러스 아종뿐 아니라 같은 계열의 가까운 바이러스 간에도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는 중화항체를 생성하는 백신의 이상적인 표적이다.
최근의 코로나 변이 전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항체가 제 기능을 하려면 가능한 한 표적에 변이가 생기지 말아야 한다.
표적에 변이가 생긴다는 건 화살을 쏠 때 표적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세포면역의 중심인 T세포의 잠정적 표적이 될 수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 수십 개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이 발견이 주목받는 건 현재와 미래의 코로나 변이를 모두 막을 수 있는 T세포 백신의 개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돌연변이에 저항하는 에피토프를 표적으로 하는 T세포 백신이 개발되면 요즘 확산 중인 주요 코로나 변이(variants of concern)는 물론, 앞으로 나타날 미지의 코로나 변이도 방어할 수 있을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이 연구는 미국 라곤연구소(Ragon Institute)의 가우라브 가이하(Gaurav Gaiha)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고, 논문은 저널 '셀(Cell)'에 최근 실렸다.
라곤연구소는 미국 하버드의대와 최대 수련병원인 MGH(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 MIT(매사추세츠 공대)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학제(multidisciplinary) 면역치료 연구기관이다.
6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하버드 의대 조교수로서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가이하 박사의 주 관심 분야는 원래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치료다.
가이하 박사팀은 HIV의 빠른 돌연변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다가 '구조 기반 네트워크 분석(structure-based network analysis)'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에 앞서 에이즈 감염자의 CD8 양성 T세포가 식별하고 돌연변이가 잘 생기지 않는 HIV 에피토프를 확인한 것도 이 기술 덕이었다.
이번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이 기술을 적용해, 신종 코로나의 고도 네트워크화 에피토프 311개를 일차로 추려낸 뒤 인간 면역계의 다수 구성요소가 식별하고 많은 양이 존재하는 53개를 확정했다.
이들 에피토프는 돌연변이가 잘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CD8 양성 T세포가 잘 식별해 T세포 백신 표적의 요건을 두루 갖췄다.
연구팀은 먼저 코로나19 회복 환자에게 T세포 반응을 일으키는 에피토프와 대조해 봤다.
그랬더니 이번에 신종 코로나에서 찾아낸 것과 같은 에피토프에 반응한 경우가 전체 조사 환자의 절반에 달했다.
또 영국발 알파(B.1.1.7), 남아공발 베타(B.1.351), 브라질발 감마(P1), 인도발 델타( B.1.617.2) 등 주요 코로나 변이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새로 발견된 에피토프에 영향을 미친 돌연변이는 단 3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들 에피토프가 인간의 면역계와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훼손한 돌연변이는 하나도 없었다.
이들 에피토프를 표적으로 개발된 T세포 백신은 지금까지 나타난 주요 코로나 변이에 효과가 클 것임을 시사한다.
또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경우 돌연변이 저항 에피토프에 대한 T세포 반응이 코로나19 회복 환자보다 약하게 나타난다는 것도 확인됐다.
가이하 박사는 "현재 접종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강한 항체 방어를 제공하는 건 맞지만, 주요 변이가 계속 확산해도 같은 효과를 낼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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