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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유전자 활성화돼 암 발생...새 항암제 기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UNC, 채플 힐) 라인버거 종합 암센터 연구팀이 특정 유전자가 활성화돼 암 발병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들 연구팀은 관계없는 두 유전자가 융합된 돌연변이가 물과 기름처럼 서로 혼합되지 않는 ‘액체-액체 상 분리(liquid-liquid phase separation; LLPS)’라는 과정을 촉진해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함으로써 급성 백혈병과 같은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3일 자에 발표됐다.
“암 이해에 부족했던 퍼즐 조각 찾아”
논문 공동 시니어 저자인 UNC의대 생화학• 생물물리학 및 약리학 부교수인 그레그 왕(Greg Wang) 박사는 “상 분리가 갖는 역할은 암을 이해하는 데 부족했던 퍼즐 조각이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상 분리를 암 형성과 연결시킨 최초의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생물학과 물리학을 연결하는 복잡한 다단계 프로세스에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풀어내기 위해 NUP98-HOXA9라는 유전자 융합을 가진 암세포를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했다. 이 비정상적인 융합은 거의 백혈병 환자의 혈액 세포에서만 발견된다.
논문 공동 시니어 저자인 같은 대학 세포 생물학 • 생리학 조교수인 더글라스 팬스틸(Douglas H. Phanstiel) 박사는 “유사한 유전자 융합이 다른 악성 종양들에서 관찰됐기 때문에, 우리가 밝혀낸 이 메커니즘은 다른 유형의 암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이번 연구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UP98-HOXA9 단백질이 DNA에 강력하게 결합해 암 형성
NUP98-HOXA9 유전자가 생성하는 단백질 안에는 본질적으로 무질서한 영역(intrinsically disordered regions; IDRs)으로 알려진 구조화되지 않은 길게 뻗은 영역(stretches)이 있다.
IDR의 역할은 그동안 수수께끼였으나 이번 연구팀이 이를 밝혀냈다. NUP98-HOXA9 단백질이 핵에서 임계 농도에 도달하면 IDR이 NUP98-HOXA9 단백질의 ‘액체-액체 상 분리’를 촉진해 NUP98-HOXA9이 단계화 혹은 구획화되도록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구획화된 공간은 다양한 물리적 특성을 지니고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안정현(Jeong Hyun Ahn) UNC 박사후연구원은 “’액체-액체 상 분리’가 NUP98-HOXA9 단백질의 활동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인해 이 단백질들이 표적 유전자에 훨씬 더 강하게 결합된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NUP98-HOXA9 단백질의 DNA 결합은 상 분리될 때 ‘슈퍼 인핸서(super-enhancer)’라는 독특한 패턴을 생성한다”라며, “NUP98-HOXA9 단백질이 DNA에 더 강력하고 슈퍼 인핸서와 유사하게 결합하면 이 인자의 더 강력한 활성으로 이어져 공격적인 혈액 암이 형성된다”라고 설명했다.
“상 분리를 타겟으로 한 치료제 조사 예정 ”
왕 교수는 “이론적으로, NUP98-HOXA9에 의해 형성된 상 분리된 액체 방울을 특이적으로 파괴하거나 용해시키는 약물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과정이 또한 뇌에 축적되는 플라크가 부분적으로 ‘액체-액체 상 분리’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상 분리를 목표로 하는 가능한 치료제를 조사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또 상 분리가, 게놈을 구성하고 활성화 영역의 조절에 도움이 되는 염색질 루프를 생성함으로써 게놈의 3차원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구조 변경은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질 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판스틸 교수는 “이번 발견은 상 분리에 의해 형성된 염색질 루프에 대한 최초의 분명한 증거”라고 강조하고, “이 새로운 종류의 루프는 염색질 조절 영역을 암 유전자와 연결시켜 암 유전자 발현과 치사율을 증가시킴으로써 암 발생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여러 상황을 합쳐서 생각해 보면, 생물학과 물리학 및 세포 안 유전학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번의 최신 연구 결과에 따라 한층 잘 이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의 실험을 실험실에서 수행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살아있는 유기체와 다른 질병들을 대상으로 특정 과정들을 연구할 계획이다.
비만하면 왜 암에 잘 걸리나?
면역세포 기능 손상시키고, 암 성장 촉진
비만은 12가지 이상의 여러 암 위험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암에 걸린 뒤의 좋지 않은 예후와 낮은 생존율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 여러 해 동안 대사 변화와 만성 염증처럼 종양 성장을 유도하는 비만 관련 과정들을 확인했으나, 비만과 암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여전히 파악이 어려웠다.
최근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암 면역요법에 놀라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만 관련 퍼즐 한 조각을 발견했다. 즉, 비만이 암세포로 하여금 연료 쟁취를 위한 투쟁에서 종양 살해 면역세포를 능가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생명과학저널 ‘셀’(Cell) 9일 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이 보고에서 고지방 식이가 종양 안에 있는 중요한 면역세포인 CD8+ T세포의 수와 이 세포의 항암 활동을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이는 쓸 수 있는 지방 가용성이 증가하는데 맞춰 암세포가 스스로의 대사를 재프로그래밍해 에너지가 풍부한 지방 분자를 더 잘 흡수함으로써, T세포의 연료를 빼앗고 종양 성장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논문 시니어 저자이자 하버드의대 블라바트니크 연구소 세포생물학 교수인 마샤 헤이기스(Marcia Haigis) 박사는 “같은 종양을 비만 환경과 비만이 아닌 환경에 노출시키자 암세포들은 비만 환경의 고지방 식이에 대응해 신진대사를 재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헤이기스 교수는 “이번 발견은 어떤 환경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암 치료가 다른 환경에서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우리 사회에 비만이 만연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점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면역요법 개선을 위한 새 전략 제시
연구팀은 고지방 먹이를 준 쥐에서 지방 관련 대사 재프로그래밍을 차단하자 쥐의 종양 부피가 크게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암 치료에서 CD8+ T세포는 암에 대항해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면역요법의 주 무기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면역요법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같은 연구소 면역학과 주임인 알린 샤프(Arlene Sharpe) 비교병리학 교수는 “암 면역요법은 환자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T세포와 종양 세포 사이에 비만에 따라 변화하는 대사적 줄다리기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번 연구는 이런 상호작용을 탐구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공함으로써 암 면역요법과 복합요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를 표했다.
헤이기스와 샤프 교수팀은 대장암과 유방암, 흑색종 및 폐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을 가진 쥐 모델에서 비만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앨리슨 링얼(Alison Ringel) 연구원과 제프티 드라이버스(Jefte Drijvers) 연구원 팀이 쥐에게 정상적인 먹이와 고지방 먹이를 주고 비교한 결과 고지방 먹이를 먹은 쥐는 체중이 늘어나고 다른 지방 관련 변화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어 종양 내부와 주변을 포함한 미세환경의 다양한 세포 유형과 분자들을 조사했다.
식단 관련 차이, CD8+ T세포 활동에 좌우돼
연구팀은 정상적인 먹이를 먹은 쥐들에 비해 고지방 먹이를 먹은 쥐에서 종양이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일은 많은 수의 면역세포를 포함하고 면역계에 의해 더 쉽게 인식돼 면역반응을 더욱 잘 유발할 수 있는 면역원성(immunogenic)이 있는 암세포에서만 발생했다.
실험에 따르면 종양 성장에서 식단 관련 차이는 특히 암세포를 표적 살해할 수 있는 CD8+ T세포의 활동에 좌우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쥐에서 CD8+ T세포를 제거하자 식단은 종양 성장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놀랍게도, 고지방 식이는 종양 미세환경에서 CD8+ T세포의 존재를 감소시켰으나 다른 신체 부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종양에 남아있는 CD8+ T세포들은 덜 견고했고, 느리게 분열하며 활동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세포들을 실험실에서 분리해 성장시키자 정상적인 활동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종양에 있는 무엇인가가 CD8+ T세포들의 기능을 손상시켰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방 관련 패러독스
연구팀은 또 명백한 역설에 직면했다. 비만 쥐의 종양 미세환경에서는 주요 세포 연료 공급원인 핵심 유리 지방산이 고갈됐으나, 신체 다른 부분에서는 지방이 풍부했다.
연구팀은 이런 단서들을 이용해 정상 및 고지방 식이 조건에서 종양에 있는 다양한 세포들의 대사 프로파일에 대한 포괄적인 지도(atlas)를 작성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암세포들은 지방 가용성의 변화에 반응해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방 식이에서 암세포들은 지방을 흡수하고 활용을 증대시키기 위해 대사를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었으나, CD8+ T세포는 그렇지 못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종양 미세환경에서 특정 지방산을 고갈시켜 T세포들에게 필수적인 연료를 빼앗는 형국이 된 것이다.
링얼 박사후 연구원은 “역설적인 지방산 고갈은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로, 실제로 우리를 놀라게 했고, 분석을 위한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과 전신 대사가 종양 내 다양한 세포들의 연료 사용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발견으로서, 이제 우리가 만든 대사 지도를 통해 이런 과정들을 분석하고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종양 미세환경에서의 식이 관련 변화
단세포 유전자 발현 분석과 대규모 단백질 조사, 고해상도 이미징을 포함한 여러 접근 방식을 통해 연구팀은 종양 미세환경에서의 암과 면역세포 모두의 대사 경로에 대한 수많은 식이 관련 변화를 확인했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정상 세포에서 과도한 지방 대사를 막는 역할을 하는 PHD3 단백질이었다. 암세포는 정상 환경에서보다 비만 환경에서 PHD3 발현이 현저히 낮았다.
연구팀이 종양세포로 하여금 PHD를 과발현하도록 강제하자 비만 쥐에서 종양의 지방 흡수 능력이 감소됐고, 종양 미세환경에서 핵심 유리 지방산의 가용성이 회복됐다.
증가된 PHD3 발현은 종양 안 면역세포 기능에 미치는 고지방 식이의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반전시켰다. 비만 쥐에서 PHD3 농도가 높은 종양은 PHD3가 낮은 종양에 비해 느리게 성장했다.
그런데 이것은 증가된 CD8+ T세포 활동의 직접적인 결과였다. CD8+ T세포가 부족한 비만 쥐에서 종양 성장은 PHD3 발현의 차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비만, 항암 면역력 감소시켜
연구팀은 또 인간 종양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낮은 PHD3 발현이 면역학적으로 ‘차가운(cold)’ 즉, 면역세포 수가 적은 종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관련성은 종양의 지방 대사가 질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비만이 여러 암 유형에서 항암 면역력을 감소시킨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샤프 교수는 “CD8+ T세포는 백신과 CAR-T 같은 세포 치료법을 포함한 많은 유망한 정밀 암 치료법의 중심 초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접근법들에서는 T세포가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가질 필요가 있으나 동시에 암세포가 성장할 연료를 갖는 것은 원치 않는 일”이라며, “이제 우리는 T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막는 이런 역동적이고 결정적인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는 매우 포괄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더 넓게는 비만이 암에 미치는 영향과, 환자의 대사가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PHD3가 최고의 치료 표적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이 발견은 대사적 취약성을 통해 암과 싸울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의 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헤이기스 교수는 “암 성장을 막고 면역 항암기능 증대를 위한 잠재 목표로 사용할 수 있는 경로 확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비만과 종양 면역 그리고 면역과 암세포 사이의 혼선과 경쟁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고해상도 대사 지도를 제공한다”며, “관련된 다른 많은 세포 유형과 탐색 가능한 수많은 경로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癌) 최전방 공격수 ‘NK세포’, 이동경로 밝혀졌다
[과학자의 연구실] KBSI-한국화학연구원 공동연구
나노입자 표지 기술로 NK세포 이동경로 및 분포 관측
암세포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면역세포가 하나 있습니다. 이름도 살벌한데요. A.K.A Nature Killer cell. 자연살해 세포 혹은 NK세포라고 불리는 세포입니다. NK세포는 선천적인 면역을 담당하는 혈액 속 백혈구의 일종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사멸시키는 최전방 공격수로 알려졌습니다. 암세포의 발생과 증식, 전이를 막는 것 이외에도 암 줄기세포를 효과적으로 제어해 재발 방지 기능까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NK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다른 면역세포들보다 NK세포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이러스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NK세포를 최전방 공격수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공격에는 성공하진 못한 상태입니다. NK세포가 실제 치료제로 사용되기 위해선 세포가 갖는 치료 성능뿐만 아니라 인체 내에서 어떻게 이동하며 분포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선 NK세포의 이동을 실시간, 정량적으로 관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외부 물질을 세포 내부로 받아들이는 기능이 없는 NK세포의 경우 표지(標識)*가 어려워 이동 경로 및 분포를 밝혀내기가 최대 난제로 꼽혀 왔습니다.
(* 표지: 물질이나 생체 내에서, 특정한 물질이나 원소의 이동을 추적·구분하기 위해 표시하는 방법)
그런데 최근 NK세포의 이동경로 및 분포를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KBSI와 한국화학연구원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로 이 난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큰데요. 논문의 제1저자인 KBSI 바이오융합연구부 박혜선 박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최대 난제, NK세포에 표지(標識)를 삽입하라
앞서 말했듯 NK세포는 여러 면역세포 중 특이적인 항원 없이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를 만나면 스스로 인지하고 직접적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유일한 면역세포입니다. 때문에 다른 면역세포치료제와 달리 NK세포를 기반으로 한 항암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했을 때 안전성과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나 NK세포는 산으로 치자면 높은 산 중에서도 가장 험한 산에 속했습니다. 정상 탈환을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했는데요. 박혜선 박사는 NK세포가 매우 까다로운 성격의 세포라고 정의했습니다.
“우선 아주 소량으로 존재하는 NK세포를 고활성·고순도로 분리하고 대량 배양하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어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스크리닝 과정을 보다 빠르고 정확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포 자체의 핸들링이나 엔지니어링이 중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NK세포는 다루기 까다로운 성격의 세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NK세포 치료제의 개발 속도를 더디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장 문제가 된 건 NK세포의 치료효과나 안전성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치료제로서 어떤 물질을 생체 내 도입하려면 체내 분포나 대사, 배설, 약리효과 등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어야만 하는데요. 이를 위해선 표지(標識)가 필요합니다.
표지는 표시나 특징으로 다른 것과 구별하게 하는 물질이나 행위 자체를 말하는데, 특수한 염료를 세포에 넣어 체내 주입하면 그 세포의 이동 경로나 분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외부 물질을 세포 내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NK세포의 경우 이러한 능력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난제로 뽑혔던 것인데요. 박 박사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침공법(electroporation)’과 ‘업컨버젼 나노입자(상향변환 나노입자, upconversion nanoparticle)’을 사용해 NK세포 관찰에 성공했습니다.
“세포 표지 방법에 대한 다양한 기술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NK세포에 맞는 방법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전기침공법을 발견하여 적용하게 됐습니다. 이 방법은 세포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전기적 자극을 가해 세포막의 안정성을 잠시 깨뜨리는 사이, 세포 주변 물질을 세포 내부로 도입시키는 방법입니다.
전기자극의 세기나 자극 방식에 따라 세포의 생존율이나 표지 효율이 달라지고, 세포 본연의 기능 또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요소들을 잘 고려하여 조건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표지할 외부 물질도 중요한데요. 형광염료에 비해 체내 안정성이 높고 정량 분석이 가능한 업컨버젼 나노입자를 NK세포에 표지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업컨버젼 나노입자는 30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내외 크기의 나노입자로 낮은 에너지(장파장)를 주입해도 높은 에너지(단파장)를 내기 때문에 오랜 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나노물질보다 4배 이상 높은 감도를 갖고 있어 암 전이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감시림프절*을 광학 영상보다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죠.
(*감시림프절: 암세포가 원발종양에서 림프관을 통해 처음으로 확산하는 림프절)
“세포 치료 과정의 모니터링은 장시간 생체 추적 영상이 요구됩니다. 정량적인 생체 추적 영상 분석에 용이한 업컨버젼 나노입자를 NK세포에 전기침공법으로 표지해 마우스 생체 내 주입한 결과, 세포가 어떻게 이동하고 분포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11월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IF=8.758, JCR 상위 10.51%)’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논문명:Effectual labeling of NK cells with upconverting nanoparticles by electroporation for in vivo tracking and biodistribution assessment, KBSI 박혜선-화학연 김종우(제1저자), KBSI 조윤주, 조미영-화학연 서영덕(공저자), KBSI 홍관수-화학연 남상환(교신저자))
박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 이미징 연구 분야가 더 다양하게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는데요.
“업컨버젼 나노입자가 NK세포에 처음 적용되어 생체 이미징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세포표지 기술을 후속 연구에 적용해 엔지니어링된 NK세포 치료제 관련 여러 후보군들의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 활용한다면 연구개발 속도가 좀 더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7년간 세 번째 이어진 공동연구의 결과…“후속 연구도 기대”
이번 연구는 KBSI와 한국화학연구원이 협력해 이뤄낸 성과인데요. 7년간 3번의 공동연구를 이어온 결과 이번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화학연과의 공동연구의 시작은 제가 업컨버젼 나노입자를 처음 연구하기 시작했던 7년 전부터입니다. 화학연에서는 그전부터 업컨버젼 나노입자의 광학적 특성 분석과 이미징 연구를 전문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었습니다. 나노입자의 합성과 특성 분석, 그리고 생체 이미징 활용 연구 플랫폼이 구축되어 있었던 KBSI에서는 업컨버젼 나노입자라는 새로운 형태의 광학조영물질을 접하면서 화학연의 광학 기반 기술 도움이 필요했고, 화학연에서는 생체 이미징 연구의 기반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자연스럽게 공동연구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박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또 다른 주제로 연구를 함께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요. 그에게 공동연구의 장단점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박 박사는 하나의 연구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는데요.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실험을 디자인하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연구 방법인 것 같습니다. 또한, 여러 방향의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면에서 연구 효율이 높아지기도 하죠. 무엇보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데요. 양보와 배려를 통해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학연과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같이 해온 파트너로 신뢰 부분은 이미 많이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멋진 일인데요. 그러나 이번 연구 성과를 내기까지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박 박사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연구로 인해 성과를 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습니다.
“연구 흐름이 계획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세포 표지가 어렵지 않게 잘 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NK세포의 특성을 알고부터 어려움에 부딪히게 됐거든요. 표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기침공법을 도입하면서 관련 연구 장비를 구축하고 결과를 내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연구결과 등의 새로운 발견으로 연구 과정이 재미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오랜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은 연구자로서 참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습니다. 박 박사는 면역세포의 생체 이미징 연구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연구 분야에 대해 알게 됐고 광학영상 나노입자와 접목해 결과를 도출해내면서 면역과 나노라는 두 분야를 융합한 연구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후속 연구로 면역세포의 생체 이미징 연구와 인체 면역시스템을 이용한 항암 치료제 관련 연구 분야에 나노입자를 활용한 진단 및 치료 모니터링 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네이버 블로그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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