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콩기름·유채꽃기름, 허울뿐이지 그것이 무슨 식물성 기름이라고…?” 정부가 미래 친환경·신재생 연료 대책으로 추진해온 ‘바이오디젤 프로젝트’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대두유(콩기름)나 폐식용유 가공원액 등을 경유에 섞은 바이오디젤이 1일부터 시판되지만 정유업계, 바이오디젤 공급업체, 환경단체, 소비자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30일 산업자원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7월부터 2년 동안 연간 9만㎘의 바이오디젤 원액이 경유와 혼합돼 주유소에서 판매된다. 울산·여수 등 정유공장 인근과 수도권 고객들은 1주일내에 바이오디젤이 함유된 경유를 이용할 수 있다.
주유소에 별도의 바이오디젤 주유기가 설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경유를 주유하면 자동으로 바이오디젤을 사용하게 된다.
●정유업계 “가격 인하 효과 거의 없을 것”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기름에 알코올을 반응시켜 정제, 원액(BD100)을 만들고 원액과 경유의 혼합비율에 따라 BD5(5%),BD20(20%) 등으로 분류된다.
바이오디젤 원액이 교통세·주행세 등이 면제되기 때문에 정유업체들이 주유소로 공급하는 바이오디젤(원액 0.5%혼합) 가격은 ℓ당 1∼2원 정도 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종 가격 결정은 주유소의 몫이기 때문에 실제 판매 가격이 내릴지는 알 수 없다.”면서 “또 7월부터 경유의 교통세가 ℓ당 52원 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인하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디젤이 본격 판매에 들어가게 됐지만 혼합비율이 0.5%에 불과해 바이오디젤 공급업체와 환경단체는 ‘무늬만’ 바이오디젤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BD20을 사용하면 미세먼지를 12∼18%, 매연을 20% 줄일 수 있지만 ‘BD0.5’로는 환경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이오디젤 혼합 설비에 추가비용이 들어간 정유업계도 정부 방침이라 따르기는 하지만 마뜩잖은 눈치다.
산자부 관계자는 “연간 9만㎘는 지난해 시범보급된 1만 5000㎘에 비해 6배나 증가한 규모”라면서 “바이오디젤 생산자들의 생산가능 물량(지난해말 현재 9만 5000㎘) 등 수급상황을 고려해 보급 물량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바이오디젤 공급업체들은 산자부 인증 8개 바이오디젤업체의 생산능력만 28만t에 이르고 겨울철 유휴지 30만㏊에 유채를 재배하면 54만ℓ(48만t)의 식물연료 생산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연간 20만∼40만t이나 발생하는 폐식용유만 제대로 활용해도 바이오디젤 공급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바이오디젤 업체들은 특히 연간 9만㎘ 보급으로는 생산량이 초과해 막대한 돈을 들인 라인을 멈춰야 할 형편이라고 주장한다.
●새달 절판 BD20도 논란 최근까지 일부 주유소에서 시험 판매되다 다음달 사실상 절판(자가정비시설, 탱크, 주유시설을 갖춘 사업장의 버스·트럭·건설기계는 가능)되는 BD20도 논란거리다.
산자부와 정유업계는 지난해 BD20을 시범적으로 사용한 일부 차량이 운행중 시동이 꺼지고 필터막힘 현상이 나타나는 등 문제점이 발견돼 전면 보급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오디젤 공급업체들은 BD20의 성능을 시험한 결과 연료소모량과 소음은 소폭 줄어드는 반면 출력 등 주행성능은 변동이 없었다며 보급을 재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 바이오디젤 업체인 가야에너지는 30일 전국화물자동차운송차주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BD20을 연간 8만㎘가량 소비하기로 했지만 BD20 지정주유소가 이달 말로 폐지돼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7월부터 BD20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는 것도 바이오디젤 보급의 걸림돌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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