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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도 이제 클럽에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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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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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29 2010/08/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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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900041510067130커버스토리 셋쨋주 목요일엔 양복차림에 클럽문 '활짝'

서울시내에서 넥타이족에게 금지된 구역이 딱 하나 있으니, 바로 홍대 앞 클럽이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들에게 춤을 추고 음악을 즐기는 클럽의 출입문은 열리지 않는다.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 티켓 한 장으로 모든 클럽에서 놀 수 있는 '클럽데이' 역시 넥타이족에게는 '남의 떡'이다. 옷을 갈아입고 클럽에 어울릴 만한 복장으로 들어가면 되지만, 그렇게 입장한다고 해도 20대들 사이에서 어딘가 모르게 위축되는 기분이 바뀌진 않는다. 그렇다고 슬퍼하기엔 이르다. 20대 대학생들에게 금요일이 있다면 30대 직장인들에게는 목요일이 있으니까.

클럽데이를 주관하는 클럽문화협회가 지난 4월부터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달 셋쨋주 목요일에 열리는 '목요 사운드파크'(이하 사운드파크)다. 직장인을 위한 클럽데이나 다름없는 사운드파크는 1만5000원 티켓 한 장으로 8개의 클럽에서 열리는 모든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비교적 여유로운 목요일에 산책하듯 부담없이 클럽에서 공연을 즐기라는 뜻에서 목요 사운드파크라는 제목을 붙였고, '넥타이 풀고 즐거운 인생'이라는 문구처럼 직장인이 주 관객층이다.

직장인을 위한 클럽데이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뭘까? 클럽문화협회 장양숙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의 홍대 클럽은 20대 초중반에 연령대가 맞춰져 있어 실제 30대 이상의 직장인들이 찾기 힘든 곳이 됐어요. 지금의 클럽 문화에서 소외된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사운드파크를 생각해냈죠." 특정 연령대와 특정 장르, 특정 문화로의 편중이 심해지고 있는 홍대 클럽 문화에서 사운드파크는 제법 신선한 아이디어다. 클럽들도 클럽을 찾는 이들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비교적 한산한 평일 목요일에 진행해 해볼만하다는 입장이다.

클럽데이가 새벽 시간의 뜨거운 디제잉과 댄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사운드파크는 저녁 시간의 공연과 간단한 술자리에 집중한다. 클럽문화협회 이숙형 기획팀장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몇 차례 진행해 보니 오는 사람들이 정말 다양하더라구요. 직장 동료들뿐 아니라 부부끼리, 또 가족끼리 오기도 해요. 지난해 재결성한 '송골매'도 공연을 쭉 해왔는데 송골매의 팬들도 많이 찾아왔어요. 이들에게 홍대 앞 클럽이 새로운 공간일 텐데, 그래서인지 공간 자체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에요. 즐길 만한 공연에 주력하고 있어요. 무대에 서는 밴드 중에 직장인 밴드도 있고 아마추어 밴드도 있죠. 수준 높은 공연이나 음향보다는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 얘기를 나누고 호응하면서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게 사운드파크만의 특징이에요."

70~80년대 올드팝과 재즈무대도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사운드파크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라이브클럽에서는 1980~1990년대 가요와 올드팝을 연주하는 밴드들의 공연이 있고, 재즈를 연주하는 밴드들도 무대에 선다. '추억의 고고장 댄스파티'와 디제이(DJ)가 음악을 틀어주는 '추억의 뮤직 타임' 등의 시간도 마련된다. 라운지클럽에서도 매회 다양한 주제의 파티 등을 연다.

7월 셋쨋주 목요일인 지난달 15일, 세번째 사운드파크가 열렸다. 4월부터 시작했지만 6월에 월드컵 특수로 한번 쉬고 지난달에 재개했다. 저녁 8시, 손목에 노란색 티켓 팔찌를 차고 클럽 '타(打)'에 들어갔다. '홍대 앞 싱어송라이터들의 유재하 부르기'라는 프로그램 설명처럼 공연장에서는 뮤지션 최고은이 기타를 들고 자신의 곡을 부르고 있었다. 서류가방을 든 회사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또 편안한 차림의 남녀는 티켓과 함께 제공되는 음료 쿠폰으로 맥주를 주문해 공연을 즐겼다. 유재하의 곡을 연주하자 30~40대 관람객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맞췄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클럽에 들어오는 이들도 많아졌다.

밤 9시에는 홍대 앞 공원에 위치한 클럽 프리버드를 찾았다. 1995년에 문을 열어 홍대 앞 라이브클럽의 큰형님이나 다름없는 프리버드에는 록밴드 '서드 스톤'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클럽 안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록밴드의 음악이 클럽을 가득 채웠다. '서드 스톤'에 이어 치과의사들이 모여 만든 록밴드 '이빨스'가 무대에 올랐다. 나이가 지긋한 여성 관객부터 젊은 남성 관객까지 10명 남짓한 관객들은 아마추어 밴드답게 다소 삐걱거리지만 자신만의 색깔은 가진 이들의 공연을 지켜봤다.

그다음 찾은 클럽은 홍대 정문 쪽에 있는 클럽 '사운드홀릭시티'. 이곳에 들어서자 말 그대로 '넥타이부대'가 눈에 들어왔다. 흰색 셔츠와 양복에 넥타이를 맨 남자들과 상아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들이 무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큰 소리로 환호했다. 이들이 이렇게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한 이유는, 무대 위에는 아이비엠(IBM) 직장인밴드 '블루노츠'의 열정적인 연주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럽 관객 중 상당수는 아이비엠 직원들이었다.

올해 아이비엠에 입사했다는 '신입사원' 강민성씨는 "사운드파크 포스터가 회사에서 붙어 있기도 했고, 직장 동료들이 공연을 한다고 해서 오게 됐다"며 "평소 홍대 클럽에 자주 오지 못했는데 이런 기회에 오게 돼서 즐겁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클럽에는 꽤 연차가 있어 보이는 '넥타이부대원'들도 눈에 띄었다. "실장님들도 오셨는데 즐기시는 것 같아요. 이렇게 공연장에서 직장 상사를 보는 건 회식에서 보는 것과 또 달라요. 회식은 일의 연장처럼 느껴지는데 여기에서 만나니 또다른 동질감이 느껴져요." 벌써 8년째 이어지고 있는 직장인밴드 블루노츠의 기타리스트인 김상현씨는 "사운드파크에 참여하게 돼서 즐겁다"며 웃었다. "보통 홍대 클럽이라고 하면 젊은이들만 춤추고 노래한다고 생각하는데 올드팝이나 록음악을 들을 수 있고 회사원들도 편하게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요. 직장인 밴드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사운드파크 공연서 회식하는 직장인도

이제 3회째를 마친 사운드파크는 시작 단계다. 벌써 110회를 훌쩍 넘긴 클럽데이에 비해 관객 수도 적고 인지도도 낮다. "당장 안정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쭉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클럽문화협회의 설명처럼 사운드파크가 자리를 잡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자리를 잡고 나면 또 하나의 새로운 직장인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번달 부서 회식을 사운드파크에서 해보면 어떨까? 4회 사운드파크는 셋쨋주 목요일인 8월19일에 열린다. 홍대 쪽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공연장에 둘러앉아 각자 좋아하는 음악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지루한 직장생활에 아주 작은 재미가 더해질지도 모른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10명 이상 단체는 입장료가 10% 할인, 20명 이상 단체는 20% 할인된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사운드파크 블로그(blog.naver.com/t_soundpark)를 참고하면 된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 사진제공 클럽문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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