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학교 참여 대비… ‘컴퓨터 교실’ 발판 삼아 영어·논술 등 영역확장 모색
15조원대 사교육 시장에 대지각변동의 바람이 불 것인가. ‘방과후 학교’에 민간기업의 참여가 전면 허용되면 사교육 시장에는 큰 소용돌이가 일 것으로 보인다. 11월 3일 ‘방과후 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계획이 발표되자, 웅진씽크빅, 에듀닷컴 등 이른바 교육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대신증권 안상희 연구원은 “방과후 학교가 정착되면 대기업 위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방과후 학교를 준비해온 웅진씽크빅 등이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웅진씽크빅의 주가는 이날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의 출발선에 선 기업은 에듀닷컴·대교·웅진씽크빅 등이다. 이들은 ‘방과후 컴퓨터 교실’로 이미 일선 학교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 교육부에서 ‘방과후 학교’의 문을 여는 순간, 이들 기업들은 기존 네트워크를 통해 영어·논술 등을 중심으로 ‘교문 안’으로 진입할 태세다.
현재 처음부터 참여, 기반이 탄탄한 에듀 박스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학교에 ‘방과후 컴퓨터 교실’을 마련해 360개 학교(서울 68개)에서 실시중이다. 대교 역시 초기부터 이 사업에 뛰어들어 전국에 290개 학교(서울 80여개)에서 컴퓨터 교실을 열었고 지난해 뒤늦게 뛰어든 웅진씽크빅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한 해 동안 200여개 학교에 컴퓨터교실을 열었다. 웅진씽크빅의 자료에 의하면 에듀박스가 23%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데 이어 대교가 18%, 웅진이 12%로 그 뒤를 따라잡고 있다.
교육관련 기업들 공격적 마케팅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방과후 컴퓨터교실’은 일반 컴퓨터 학원들이 문을 닫을 정도로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다. 기업에서 학교에 컴퓨터 시설을 설치하고 학생들로부터 싼 수강료를 받는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일반 학원들이 도저히 수익을 마련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 ‘방과후 학교’에 대한 민간 기업의 참여 허용은 일반 학원의 재정적 토대가 일시에 무너질 수도 있는 뇌관이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컴퓨터 교실은 사실상 투자일 뿐 큰 이득이 되지 않으며 ‘방과후 학교’로 진입하기 위한 징검다리이자 사전포석으로 보고 있다. 웅진씽크빅이 뒤늦게 ‘컴퓨터 교실’ 사업에 뛰어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웅진씽크빅 스쿨기획 관리팀 공미선 차장은 “컴퓨터 교육사업으로 이윤을 크게 남길 계획이 없다”면서 “방교후 학교를 대비해 한국 실정에 맞는 초등학교 영어 교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수입 교재를 쓰는 현 실정을 감안,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재를 사전에 만들겠다는 것이다. 웅진씽크빅은 원어민 강사를 포함한 외부강사의 인력풀을 확보하는 한편 일부 지역학교를 통해 ‘방과후 학교’의 샘플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 교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듀박스는 ‘방과후 학교’의 본격실시를 대비해 영어·논술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올해초부터 ‘이보영 토킹클럽’이라는 영어학원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논술 쪽으로는 한국독서능력개발원과 제휴, 방과후 논술교실 사업에 발판을 마련했다. 에듀박스는 한국교육정보진흥협회 산하 민간참여교육협의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춘구 사장은 협의회 수석 부회장직을 맡았다. 이 단체는 11월 8일 정식으로 발족식을 가졌다.
대교는 다소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방과후 학교’ 확대에 대비해 특히 영어 쪽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다. 학교사업지원팀 홍진택 차장은 “영어의 경우 컴퓨터 교실처럼 민간이 참여하지 않으면 양질의 교육과 시설을 마련하기 힘들다”면서 “논술보다는 영어에 한해 일부 허용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본다”고 기대했다. 대교는 영어는 물론 논술·수학·사회·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자체 브랜드인 눈높이 교육이 가진 콘텐츠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학습지 출판기업, 입시학원, 온라인 교육기업, 외국어 학원 등도 ‘방과후 학교’ 확대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라인 교육에 주력하고 있는 YBM시사닷컴 같은 경우 최근 기존 팀을 ‘e-스쿨 사업부 팀’으로 확대, ‘방과후 학교’ 실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참 팀장은 “모회사인 YBM시사의 오프라인 교육 시스템과 협력해 양질의 강사와 교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도 각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과후 학교’에 진출, 네트워크를 다지고 있다. 인헌중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영어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애프터 스쿨’의 전기원 씨는 “학교마다 상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학교에 적합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이 무조건 유리하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의하면 일반 기업들도 방과후 학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컴퓨터 교실을 통해 네트워크를 다진 ‘선도그룹’ 기업은 민간기업들이 눈독을 들이지 않도록 ‘방과후 사업’ 준비를 공개하면서 ‘기선 제압’에 힘을 들이는 한편, 교육부의 정책방침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교육부가 민간 기업의 참여를 전면 허용하느냐, 아니면 일부만 허용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승패가 결정나기 때문. 비영리단체에만 허용할 경우에는 민간기업은 군침만 삼켜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교육부 정책방침 예의주시
웅진씽크빅의 공 차장은 “정부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익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적은 비용으로 유명학원에 못지않은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에 권위있는 기업이 참여하면 오히려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 차장은 “교육사업에 오랫동안 투자해온 기업을 무조건 영리기업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에듀박스 전략기획팀 서경식 차장은 “교육기업은 투자를 통해 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 “방과후 학교를 확대하더라도 수준을 담보하지 못하면 사교육으로 다시 이동하게 되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조차 교육기업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과후 학교’를 시범운영한 인헌중학교의 기획팀장 정경남 교사는 “영리기관이 들어오면 방과후 학교가 잘 운영되겠지만 새로운 시장이 될까봐 우려된다”면서 “기업이 기부채납 형식으로 시설에 투자하고, 사회환원차원에서 이익을 조금만 남긴다는 생각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에서처럼 대기업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환원 차원에서 ‘방과후 학교’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투자의 선택은 자신의 몫
성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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