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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무섭다'..중국에서 철수하는 한국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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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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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71 2014/11/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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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성 한국기업 절반 이하로…인건비·정책변화가 주요인

(칭다오·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한때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수만 개의 한국기업이 몰려갔던 중국. 지금은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16일 코트라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중국에 신규로 현지법인을 설립한 한국기업은 2006년 2천294곳에 이르렀으나 2008년 1천301곳으로 절반가량 줄더니 2010년 901곳, 2013년 817곳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368곳으로 급감했다.

한국기업들이 가장 처음 진출하고 투자액이나 투자건수도 가장 많았던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도 철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칭다오의 한국기업 2천200곳을 포함해 산둥성 전체로는 4천800개의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때 1만개 이상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다.

이곳의 한국기업들은 최근 들어 한해 평균 500개씩 줄어들고 있다고 박용민 코트라 칭다오무역관장은 전했다.

박 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섬유, 봉제, 신발, 보석가공업을 하는 중국내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이 급락하며 그 숫자가 급격히 줄었고 이들은 대거 베트남, 미얀마 등지로 이전해나갔다"고 말했다.

10여년전 전북 익산에서 칭다오로 대거 건너온 보석가공업체 500여곳도 현재는 절반인 250곳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중 가장 먼저 진출하고 사업규모도 컸던 H사는 한때 3개 공장을 운영하며 2천명의 종업원을 뒀으나 지금은 디자인 업무를 중심으로 종업원수를 300명 수준으로 줄였다. 임가공은 중국 기업에 외주로 맡겼다.

이런 중국철수는 한국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일본 등 해외기업들도 대거 보따리를 쌌다. 산둥성엔 2005년께 일본 기업도 2천개 가까이 사업을 벌였으나 지금은 1천개 가량으로 줄어든 상태다.

중국 전체로도 세계 1위 검색 엔진업체인 구글, 미국 최대 전자제품 소매 판매업체 베스트바이, 독일 전자제품 소매 판매업체 메디아막트 등이 중국에서 두 손을 들고 철수했다.

대기업만 해도 몇년새 미국 130개, 영국 30개, 이탈리아 28개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에도 중국사업이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사업에서 530억원의 누적 손실을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만 2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그룹의 롯데리아도 중국에서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중국 이동통신 시장 진출은 이미 오래전에 좌절됐고 중국 위성항법장치(GPS) 사업 적자, SK아이캉병원 매각 등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중국 철수바람은 중국내 인건비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칭다오에서 화장품 관련 사업을 하는 김재성(44) 사장은 "처음 칭다오에 건너왔을 때 직원 평균 임금이 월 380위안 정도였는데 지금은 월 2천180위안"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지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인상 폭은 16.9%로 중국정부는 최저임금을 앞으로도 매년 평균 13% 인상할 계획이다. 생산비용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노동집약적 제조업에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보다도 중국의 외국기업에 대한 정책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외자기업에 주던 세제, 고용, 입지 혜택을 없앤 데 이어 2011년엔 근로자 사회보장 면제 혜택도 없앴다.

박 관장은 "그러다 보니 중국 본토기업들과 외국기업이 맨몸으로 경쟁을 벌이게 된 셈인데 '관시'(關係)의 나라인 중국에서는 같은 법이라도 본토기업에는 더 유리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회계, 노무 등 전문부서를 둔 대기업들은 그나마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나갔으나 경영시스템이 낙후된 중소기업들은 각종 외자기업 혜택이 없어지자 그대로 도산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산둥성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매출의 4∼5%만 연구개발(R&D)에 투자해도 충분했으나 지금은 여러 가지 부담이 늘어나면서 미얀마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자국기업에 대한 우대정책과 보조금 혜택, 정부조달 분야의 폐쇄성으로 유명한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에 맞서야 하는 어려움마저 있다. 현지 외자기업들의 비공식 철수, 즉 '야반도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고 김 사장은 덧붙였다.

아울러 투자기업 본국의 불경기로 추가 해외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을 잃어가는 것도 중국 내 외자철수 추세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주로 해외로 수출해온 기업들은 전세계적 경기침체로 수출길이 막히자 부득이하게 중국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진라이'(引進來·외자유치)와 '저우추취'(走出去·해외투자)라는 중국의 쌍방향 대외 개방정책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 산업과 경제가 규모를 키우고 실력을 쌓게 되자 저우추취 전략만 유효할 뿐 인진라이 전략은 필요성이 약화됐다.

칭다오 한중CEO포럼에 참석한 이은일 명지전문대 교수는 "중국에서 고전하는 한국업체와 중국에서 점차 철수하는 외국업체들, 반면에 무섭게 성장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시장에 쏟아져 들어올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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