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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송지나씨의 오늘의 황우석사태....!!(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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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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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42 2005/12/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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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송지나씨의 오늘의 황우석사태....!!(펌)



진실에는 눈이 없다.


며칠만에 웹을 열고 기사들을 보니
황박사님 관련 피디수첩사건?이 아직 진행중이군요.

그 사건을 보며 몇가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생각하기가 끔찍하고 싫어서
기억의 창고 맨 구석에 쳐박아두고 다시는 건드리지도 않아서
거미줄에 뒤덮혀 거의 잊혀졌던 기억입니다.
그 기억들이 느닷없이 떠올라버렸습니다.

*** 80년대 중반, 저는 소위 사회고발 다큐멘터리의 구성작가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회고발 프로그램이란 것은 거의 최초였던지라
나름대로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요.
일주일에 집에 들어가는 날보다 못 들어가는 날이 더 많았고,
편집실의 의자 두개가 나의 침대였던 나날이었지만
그 자부심때문에 고달픈지도 몰랐습니다.

어느날, 어떤 모피디가 찍어온 테잎을 프리뷰할 때였습니다.
안마시술소에 대한 프로그램이었고, 피디는 그곳에서 영업을 하던
젊은 아가씨 하나를 앞에 놓고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요지는.. 안마만 한 게 아니라 매춘도 했다는 증언을 받아내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대답도 안하려는 여자를 설득하는 피디의 대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 못하지만 아마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었을 겁니다.

"당신이 했다는 게 아니잖아. 당신은 강요를 당한걸로 하자고.
그렇게 해준다니까. 이봐이봐 다 아는 얘기잖아. 말을 해. "

그러다가.. 예. 그러다가..
느닷없이 피디가 여인의 뺨을 후려쳤습니다.
그랬습니다.

그 여인은... 그 젊은 아가씨는..
프로그램 중, 그 안마시술소가 매춘행위를 한다는 걸 증언해줄
유일한 대상이었겠지요.
방송날짜는 다가오고 더이상 취재 여유는 없어서 초조해졌겠지요.
이른바 매춘여성이어서 인권 따위는 돌보지 않아도 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요.
그렇다해도 그럴 수는 없는데 그랬습니다.

다시는 그 피디의 눈을 마주칠 수도 없었고, 단 한마디도 더는 말을 섞기 싫어서
정면에서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았다면 아마도 그 피디는 대답했겠지요.
"진실을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안마시술소가 사회의 악이란 걸 알고 있지 않느냐?
우리가 아니면 누가 그 실태를 널리 알리겠는가?
그 여자 하나만 입을 열어주면 되는데 좀 무리한 방법쯤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이 사회를 위해서 진실을 밝혔을 뿐이다."
라고요.

그것이 그 피디의 진실이었다면,
그 피디의 인권유린을 알리는 것은 나의 진실이었을 겁니다.
흥분했던 나는 선배 한분에게 상의를 했습니다.
방송계의 선배는 간곡하게 충고해줬습니다.

"그런 일을 알린다 해서 누가 들어주나?
고위 간부들은 성가셔할 것이고, 팀의 반장님 정도는 분개할지 모르나
그가 어찌하겠나?
만에 하나.. 그럴 리는 없지만 그가 징계를 받는다 하자.
너의 팀웤은 엉망이 될 것이고, 누구에게도 이득이 될 것은 없어."
그래서 저는 침묵했습니다.
그저 다시는 그 피디와 함께 일하지 않는 걸로 나 혼자 해결 보았습니다.
이십대의 저는 어렸고, 비겁했고,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방송이 나갔습니다.
그 아가씨는 흐느껴 울며 시술소의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그녀가 왜 흐느껴 울었는지 아는 사람은
나와 그 피디와 카메라맨 뿐이었습니다.

무엇이 진실이었을까요?

*** 역시 같은 사회고발 프로그램 제작 때의 일입니다.
우리는 어떤 중년 남자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그는 일년에도 수십건 여기저기 송사를 일으키는 사람이었습니다.
온갖 중소기업이나 법을 모르는 자들에게 송사를 걸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게 그의 일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피땀 흘려 평생을 바친 작은 중소기업 하나를 부도내게 된 사장도 있었고,
늙고 병든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쫓겨나게 된 이도 있었습니다.
우리 제작팀은 정의에 불타서 그 모든 사건 서류를 뒤지고 복습하고
갈 수 있는 모든 현장을 가보고, 모든 이들과 인터뷰를 해서
드디어 그를 사기꾼으로 몰아넣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방송도 나갔습니다.

그 방송이 나가고 얼마 뒤,
방송국 로비를 지나가다 어느 고등학생 하나를 보았습니다.
마른 몸집의 그 학생은 혼자 로비에 앉아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고 있었습니다.
그, 우리가 사기꾼으로 몰아 전국민을 상대로 공개 방송을 한 그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는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자상한 아버지였고,
아내에게는 언제나 믿음직한 남편이었습니다.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그는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이 시대의 신사였습니다.
아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빈 편집실에 앉아서 찍어왔던 테이프들을 다시 돌려보았습니다.
밤새도록.. 새벽이 다가오도록 다시 봤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하나는 알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방송은, 한 인간에게 이런 사회적인 공개처형을 할
자격이 없었습니다.

여담이지만 그 이후 나는 귤을 한봉지 사들고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나혼자라도 사과를 하고 싶었습니다.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나 들여지더라도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

오늘 아침 보도에는 한학수 피디가
'그래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는군요.

그가 생각하는 진실이란 무엇일까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간을 말살시키며 추구해도 되는 가치란 것이
이 세상에 있을까요?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가치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닌가요?

"아무리 늦어도 몇년 안에는 과학계 안에서 밝혀졌을 진실"을
단지 내 손으로 밝히기 위해
평생을 연구밖에 몰랐던 한 인간을 매도하고 짓밟아도 괜찮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저는 지금도 생각합니다.
왜 안마시술소의 여인과 마주앉았던 피디는
폭력을 쓰는 대신에
밤새 그녀와 소주잔이라도 나누며 그녀와 함께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송사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이 사회를 위한답시고 사회 법의 헛점을 논하는 대신에
선정적으로 한 남자를 추적하는 방법을 써야 했을까.
정말 사회의 진실을 위한 것이었나?
아니면 진실을 빙자한 나의 권력에 취했던 것일까.

아마 황박사님과 피디수첩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33조의 국익이나 애국심따위의 이유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더한 국익이나 더한 애국심에도 냉소하는 우리들인걸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선 느꼈던 것은,
안마시술소에서 매춘 행위를 했건 안했건 그 진실과는 상관없이
피디라는 힘으로 그 여인의 뺨을 후려친 행위에 대한 분노 아닐까요?

진실.
그 단어는 독을 바른 사탕처럼 달콤하지요.
그러나 진실 그 자체는 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진실을 이용하고 악용하고 오용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때로 진실은 자신을 사용하는 인간의 눈까지 멀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마도 히틀러 역시
그 자신의 진실과 정의를 위해 유대인 말살 명령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것이 진실의 실체가 아닐까.

이 아침에 기억의 창고 먼지 속에서
두려워하며 생각해봅니다.

세상의 어느 목적도 수단과 방법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어느 가치도 인간보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덧붙임...혹시나 이 글을 읽고
그렇다면 황박사가 매춘 여성이란 말이야? 라고 말꼬리를 잡을 분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서 한마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셨지요? 절대 그렇게 비유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진실이라는 미명하에 언론에 의하여 인권과 명예를 유린당한 이들'로서
그 둘을 비유하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그 시술소의 여인이 정말로 매춘을 했었는지 아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또한, 그렇다면 황박사가 유죄라는 걸 인정한다는 말이냐? 라고 말꼬리 잡을 분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과학이라고는 물이 끓는 온도 정도밖에 모르기때문에
세포복제 같이 대단한 것은 누가 설명해줘도 모릅니다.
그것을 밝힐 분들은 역시 과학자들 뿐이겠지요.
부디 그것이 과학을 위해서 정도를 통해 밝혀져야지
찌질한 질투심에 집적거려지는 것은 아니길 바랄 뿐이지요.

워낙에 독해력은 줄고 말꼬리 잡기만 느는 웹상의 글인지라
조심스러워 몇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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