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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지수가 견조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5월 이후 형성된 박스권의 상단인 550~560선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코스닥지수 상승을 이끈 ‘일등공신’은 외국인과 연기금이다. 이들은 지난달 초부터 꾸준히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과 연기금의 순매수 종목을 살펴 보면 뚜렷한 차이가 발견된다. 외국인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과 정보기술(IT) 부품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는 반면, 연기금은 IT부품주뿐 아니라 바이오주와 엔터테인먼트주 등을 고르게 사들이고 있다.

◆시총 상위주 vs 엔터·바이오주

코스닥지수는 12일 0.64% 오른 543.88에 마감했다. 올 들어선 9.58%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0.50% 하락한 1993.34에 마감해 14일 만에 2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닥지수는 연초 상승세를 보이다가 1월 중순께부터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달 초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외국인과 연기금이 코스닥시장에서 왕성한 ‘식욕’을 과시한 덕분이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과 연기금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5580억원과 160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이 요즘처럼 추세적으로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는 건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외국인 덕분에 코스닥시장의 수급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화력을 집중했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IT부품 업체 파트론이었다. 셀트리온 GS홈쇼핑 서울반도체 파라다이스 에스에프에이 등도 많이 사들였다. 모두 코스닥시장 시총 20위권 내에 올라 있는 종목들이다. 업종별로는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8개가 IT부품주였다. 덕산하이메탈 슈프리마 유진테크 등이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은 IT부품주들이다.

연기금 역시 IT부품주를 많이 사들였지만 종목의 면면은 플렉스컴 멜파스 태양기전 등과 같이 외국인보다 상대적으로 시총 규모가 작은 종목들에 집중했다. 연기금은 또 CJ E&M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에스엠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주와 메디톡스 등의 바이오주를 대거 사들였다.

◆“오르는 종목 사자” vs “쌀 때 사자”

외국인과 연기금이 집중 매수한 종목들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또 한 가지 차이점이 발견된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매수 직전에 이미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던 종목들이 많았다.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인 파트론은 작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외국인들이 추격매수에 나섰다. GS홈쇼핑은 작년 8월부터 대세 상승을 시작했다. 서울반도체 에스에프에이 등도 주가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던 차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매수 패턴을 보면 ‘달리는 말에 올라 타라’는 증시 격언을 몸소 실천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기금은 정반대다. 연기금은 펀더멘털은 양호하지만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은 종목들을 저가매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작년 3분기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말 주가가 급락한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삼성전자의 ‘갤럭시S4’ 부품 공급사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30.50% 급락한 멜파스 역시 연기금이 저가매수에 나선 덕분에 지난달부터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국인과 연기금은 서로 다른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최근 수익률은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지난 2월 초부터 이날까지 평균 주가 상승률을 따져본 결과 외국인은 15.35%, 연기금은 16.45%를 각각 기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