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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장바구니 크기 늘린다게시글 내용
외국인이 단독 주연인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이 ‘명품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외국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난 7월 이후 순매수 금액을 늘리며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빠져나와 2000선에 도달하는 데 나름대로 힘을 보태고 있어서다.
지난 7월 반등 구간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도운 연기금이 이번에는 건설 조선 등으로 매수 대상을 넓혀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다.
◆7월 이후 2조8400억원 순매수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7월 이후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조8485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밀려난 직후인 7월에는 올 들어 최고치인 1조2028억원을 순매수했고, 지난달에도 1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7조3000억원 이상을 사들인 외국인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투신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좀처럼 지수 상승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의 선전은 적지않은 위안거리다.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선 전날에도 792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이날 역시 외국인(6421억원)과 함께 530억원어치가량을 동반 매수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연기금은 지난 3년간 명절연휴 전 평균 10거래일 이상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며 “올해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조선·금융株로 눈돌려
국내 증시가 6월 급락 이후 저점에서 회복하는 동안 연기금은 삼성전자(2029억원) LG화학(1517억원) 포스코(1297억원) SK이노베이션(856억원) 한국전력(707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골고루 사들였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주만 집중적으로 사들인 외국인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이번 상승 국면에서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네이버를 쇼핑 리스트에 추가했을 뿐 기존 전략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반면 연기금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건설주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로 관심을 옮겨갔다. 신한지주 삼성생명 등 금융주 비중도 늘리는 추세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차로 증시 반등에 베팅하며 대형주를 ‘바스켓 매매(여러 종목을 묶어 일괄 매매하는 방식)’하던 연기금들이 지수 레벨업 뒤 다변화된 종목 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강세였던 대형 경기민감주들은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어 중대형 종목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보합권에 머무르며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을 드러낸 만큼 당분간은 쉬어가는 국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수혜주에 대한 연기금의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내년으로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조선 건설 화학 등은 이익이 턴어라운드하거나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양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원화가 지금처럼 강세를 보이는 구간에서는 주가가 싼 은행주들도 투자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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