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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위 다음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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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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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3 2012/11/2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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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커뮤니케이션의 지배구조는 연방제 스타일이다. 모든 사업 부문이 따로 논다. 오너가 모든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네이버와는 기업 문화가 전혀 다르다. 회의 때 아이디어를 내면 말은 하지 않지만, 그래, 한번 해보든가, 어디 잘 되나 보자, 그런 분위기다. 모바일이 화두라고 했다가, 지도 서비스를 강화한다고 했다가, IPTV 서비스를 떠들썩하게 시작하기도 하고. 그런데 뭐 하나 힘을 받는 게 없다. 주인 없는 회사의 한계랄까."

 

익명을 요구한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의 이야기다. 실제로 NHN의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여전히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과 달리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 이재웅씨는 일찌감치 회사를 떠났다. 이씨는 최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다음이 명확한 방향 설정 없이 진퇴를 거듭하는 건 강력한 콘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음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3분기 매출액은 1095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하면 6.2% 늘었지만 지난 분기 보다는 6.1%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은 22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5%, 지난 분기 대비 26.7% 줄어든 규모다. 시장의 예측을 크게 밑도는 실적에 주가도 거침없이 고꾸라졌다. 지난해 10월 15만2000원을 고점으로 이달 들어서는 8만34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거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다음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올해 말로 예정된 오버추어 제휴 중단이다. 야후의 자회사인 오버추어는 한때 국내 최대의 검색광고 대행사였지만 2010년 말 네이버가 계약을 해지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네이버가 NBP라는 자회사를 두고 직접 검색광고 영업을 시작하면서 오버추어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낮아졌고 다음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게 됐다. 다음은 오버추어에 전체 검색광고의 절반 가까이를 의존해 왔다.

 

오버추어와 제휴를 끊으면 다음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첫째, 네이버처럼 직접 광고영업을 시작하거나 둘째, 아예 네이버에 검색광고를 위탁하는 방안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음이 네이버와 검색광고 계약을 맺을 경우 오버추어보다 광고 단가를 높여 받아 서로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다음은 결국 독자 생존을 선택했는데 핵심 수익모델을 경쟁회사에 의존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독자 생존에 주식시장은 매우 비관적이었다. 지난달 18일에는 하루 사이에 주가가 10.37%나 폭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실적에 도움이 된다며 자체 광고 플랫폼 전략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일부에서는 괜한 자존심 때문에 실익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야후도 경쟁사인데 야후의 자회사와는 손을 잡으면서 네이버와는 손을 잡지 못할 이유가 뭐냐는 냉소적인 지적도 있었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이 자체 광고 플랫폼으로 가더라도 당장 광고주들이 더 높은 단가를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수수료가 나가지 않으면 외형은 늘어나겠지만 인건비와 마케팅 및 프로모션 비용, 감가상각비 등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다만 검색 쿼리 점유율이 올라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의 진짜 위기는 중장기적인 성장 엔진이 없다는 데 있다. 수익모델에 직결되는 검색 쿼리 점유율이 정체 상태인 데다 손을 대는 신규 사업들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광고 중심의 수익모델로는 대세적인 성장둔화 국면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 연구원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던 모바일 부문에서도 좀처럼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주목할 부분은 네이버나 다음이나 검색 쿼리가 2010년부터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대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여러 가지 영향이 있겠지만 스마트폰 보급을 전후로 검색 쿼리가 눈에 띄게 둔화하는 추세"라며 "결국 온라인에서 쌓은 경쟁력을 어떻게 모바일로 끌고 오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검색시장이 한계를 맞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검색이 새로운 격전지가 될 거라는 분석이다.

 

모바일 검색 쿼리 점유율을 보면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네이버가 57% 수준이고 다음이 17%, 구글이 24% 수준이었으나 8월 기준으로는 네이버가 67% 수준으로 늘어난 반면 다음은 14% 수준, 구글은 18%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전체적으로는 모바일 검색 쿼리가 온라인 검색 쿼리의 60% 수준까지 늘어난 상태다. 온라인에 구축된 네이버 독점 구도가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은 일찌감치 모바일 부문에 전력을 집중해 왔다.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 마이피플을 출시한 게 2010년 5월이다. 파격적인 무료 통화 기능을 제공해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카카오톡에 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애니팡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게임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카카오톡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카카오톡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뤄 막강한 진입장벽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이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해왔다면 네이버는 조금 늦게 가더라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밀어붙여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다음은 일찌감치 메일 서비스를 시작했고 카페 서비스도 먼저 시작했고 모바일 진출도 서둘렀지만 지금은 모두 네이버에 선두를 내준 상태다. 한때 동영상 서비스에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지금은 유튜브에 밀려 존재감이 크지 않다. IPTV 서비스 역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부실하나마 검색이 핵심 역량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다음은 자꾸 검색 이외의 다른 사업에 눈을 돌렸던 것이 패착"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가 이공계 마인드라면 다음은 인문계 마인드"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다. "네이버는 철저하게 어떤 검색 결과를 보여줄 것인가에 집중했는데 다음은 새로운 뭔가를 찾느라 핵심 역량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라인의 성장은 마이피플의 부진에 비교해서 더욱 돋보인다. 마이피플 가입자는 10월 기준으로 2300만명 수준인데 지난해 6월 출시한 라인은 7300만명이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1억명 돌파가 가능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거의 비슷한 서비스지만 네이버는 일찌감치 해외 시장을 공략해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과 달리 다음은 국내 시장에 머물러 카카오톡과 경쟁에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과 라인의 모바일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는 최근 게임 서비스를 강화해 하루 매출이 16억원에 육박,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네이버 라인은 카카오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라인만으로 연간 매출 10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한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다음은 전통적인 수익모델의 붕괴와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라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검색광고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성장률이 한 자리 수로 떨어진 가운데 모바일에서도 주도권을 놓친다면 다음의 미래는 암울하다. 다음은 발 빠르게 신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할 이유가 없는 네이버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10년 전 네이버가 다음 카페를 흉내내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다음하면 카페를 연상할 정도여서 상표권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카페라는 말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줄임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차별성이 없었다는 의미다. 모바일 역시 마찬가지다. 모바일에서는 다음이 앞서 간다는 구호를 외치긴 했지만 이용자들을 붙잡아둘 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부족했다.

 

다음 출신의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은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한다"면서 "2위 사업자가 1위 사업자를 따라잡으려면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한데 다음은 좁은 시장에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마이피플 역시 좀 더 빨리 들어왔어야 하고 늦게라도 들어왔다면 뭔가 다른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매료시켰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22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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