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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무제한제, 테더링도 로밍도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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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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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84 2016/04/1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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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이름값을 하기는커녕 가입자를 속여 왔다. 통신사들이 새 서비스를 내놓을 때 ‘역대 최고 LTE 속도!’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망부하를 우려하며 은근슬쩍 속도를 뚝 떨어뜨리거나 아예 막아버리기도 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가입자 유치 경쟁을 하기 위해 만든 무책임한 선심책이다. ‘공약(空約)’이었다. 그동안 많은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그냥 LTE 무제한인가 보다’ 하고 써 왔다. 참여연대가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 전까지는. 통신사들이 음성, 데이터 쿠폰 같은 걸로 무마하려고 나섰고, 정부도 눈감아줄 태세다. 그러나 아직 손볼 데가 한두 군데 더 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이름만 보면 마치 LTE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11 GB(기가바이트), KT는 10 GB를 월 기본 데이터로 제공하고, 넘어가면 하루에 2 GB씩 추가로 제공한다. 이마저도 용량을 넘기면 속도를 3~5 Mbps로 급격히 낮춰 버린다.

LTE급 속도의 월 데이터 이용량(11 GB)을 하루 단위로 단순히 나눠 계산하면 약 366 MB씩에다가 추가 2 GB, 즉 총 2366 MB(700 MB짜리 영화 3.3편) 수준으로 허용된 셈이다. 그 이상 넘으면 3G 통신보다 느린 속도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 LTE 무제한 데이터’가 아니라 ‘일정량 후 거북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다.

속도 계산을 해보면 8 bit(비트)가 1 Byte(바이트)다. 3 Mbps는 초(s)당 3 Mb(메가비트)의 데이터를 보내는 속도다. 예컨대 700 MB의 저화질 영화를 비트로 치면 1957.3 Mb인데, 3 Mbps 통신망으로는 652.4초니까 약 11분이나 걸린다. 이 속도라면 파일을 내려받다가 끊길 수도 있다.

통신사들은 속도는 떨어지지만 동영상을 포함해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3G급 통신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면 자꾸 끊긴다는 점에서 통신사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참여연대는 이런 무제한 요금제가 소비자를 우롱했다며 공정위에 제소했고, 그간 뒷짐져온 정부가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애초 이런 요금제 출시 자체에 하자가 있었다.

이쯤 되면 이동통신사가 어떤 보상안을 내놓았을까. 허위·과장광고를 한 이통 3사는 오는 6월쯤 무제한 요금제로 피해를 본 소비자(데이터 736만명, 음성 2508만명)에게 총 2679억원(데이터 보상액 1309억원, 음성통화 보상액 1362억원)을 보상하겠다고 잠정안을 밝혔다. 정부도 이런 안에 도장을 찍어줄지 소비자들의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비난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동의의결’이라는 낯선 용어를 꺼냈다. 불공정행위 혐의로 조사받은 기업이 피해 구제와 시정방안을 만들고 공정위가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끝맺는 제도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에 도입된 이후 이번에 처음 동의의결이 적용될 예정이다. 위법행위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면죄부를 준다는 점에서 비판도 받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는 미국 같았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참여연대는 “소비자 피해와 통신사들의 불공정행위에 비해 보상액이 낮다”고 비판했다. 제시된 보상액을 대상 가입자로 나누면 1인당 몇만 원 수준이다. 게다가 계속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에게 추가 데이터나 음성은 매력이 별로 없다.

일단 여기까지는 자기 휴대전화기를 통한 무제한 데이터 이용에 한정된 얘기다. ‘숨은 1인치’는 바로 남은 데이터를 태블릿 PC나 노트북 컴퓨터 같은 다른 기기에 활용할 때, 이른바 ‘테더링’에 있다. 일명 핫스팟으로 설정해 무선랜(와이파이)처럼 무선신호를 만들어주고 태블릿 PC나 노트북으로 받아서 인터넷 등을 이용케 하는 것 등이 테더링이다.




‘무제한 데이터’인데도 KTLG유플러스는 테더링 이용을 제한한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월 제공량과 하루 추가 데이터 2 GB를 넘기면 테더링을 아예 끊어버린다. KT는 기본 제공량과 하루 추가량 2 GB를 넘으면 3~5 Mbps로 속도를 떨어뜨리고, 이때부터는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고 약관에 명시해 놓았다. 반면 SK텔레콤은 데이터 제공량을 넘어서면 속도를 3 Mbps로 떨어뜨리는 대신 계속 테더링을 쓸 수는 있게 해놨다. 특히 차단해버린 LG유플러스나 추가 과금체계를 가진 KT는 위법성이 다분하다.

통신사는 “악용 우려 때문에” 테더링에 제약을 둔다는 입장을 보였다. 남은 데이터를 ‘핫스팟’으로 무선랜처럼 열어줘 친구나 가족이 쓰게 한다면 문제라는 게 통신사들의 설명이다.

또 통신사들이 테더링에 민감한 이유는 데이터 소모량이 휴대폰보다 노트북 같은 다른 기기로 연결해 쓸 때 더 크기 때문이다. KT 측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데이터 소모량은 네이버 메인화면 하나에 0.5 MB, 유튜브 1편(저화질 기준)에 3 MB, 카카오톡 10개(사진 제외)에 0.1 MB라고 밝혔다. “매일 2 GB의 양은 모바일 IPTV를 4시간 연속 시청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히 여유롭게 쓸 양”이라는 게 회사 입장이다. 다만 KT 관계자는 “테블릿 PC나 노트북은 화면이 크기 때문에 같은 페이지를 보더라도 데이터 소모가 많다”면서도 “이들 테더링으로 소요되는 데이터량은 별도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직접 써보면 테더링 때 데이터 차감이 휴대폰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과금이 된다면 테더링도 무제한인 줄 알고 멋모르고 썼다가는 ‘요금폭탄’을 맞게 된다. KT 요금체계는 ‘0.01원/0.5 KB, 부가세 별도’로 돼 있다. 만약 휴대폰으로 3 MB 유튜브 영상 10편만 봐도 660원이 된다. 1개월이면 약 2만원어치다. 특히 테더링을 해서 보면 몇 배가 나올지 알 수 없다. KT 홍보실 측은 “제공 데이터를 넘어서면 추가요금을 매기도록 해놨지만 실제로 과금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아직은 과금제가 엄포용이기는 하다.

가입자당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하는 현실도 통신사들은 데이터 제한의 한 배경으로 내세웠다. 미래부가 밝힌 트래픽 자료를 보면, 2012년 12월 기준 938 MB에서 올해 1월 3051 MB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전체 트래픽도 3.3배 늘었다. SK텔레콤 측은 “3G 무제한 데이터 시절에는 상위 1% 사용자가 트래픽 40%를 점유해서 일정량 사용 이후에는 속도제한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올해 2월 무선 트래픽 통계를 보면 LTE 고객 1인당 평균 4.2 GB 데이터를 이용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숨은 한 가지가 더 있다. 해외에서 데이터로밍을 받을 때도 통신사들은 ‘데이터 무제한’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제약이 있다. 이통 3사는 하루 사용량이 100 MB(메가바이트)를 넘으면 데이터 속도를 200 Kbps 이하로 제한하는데, 이를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참여연대는 “이처럼 이동통신사의 허위·과장광고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데 공정위 조사에서는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통신사들이 향후 데이터 수요 급증을 내다보기 전에 우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판매하는 데 급급했고, 부담을 우려해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리지 않고 제한을 가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7일 “마치 데이터를 안심하고 무제한으로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혼란을 주지 않으려면 요금제 명칭을 명확하게 표기해야 한다”고 뒤늦게 권고했다. 또 요금제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을 명칭에 쓰도록 했다. 예컨대 599요금제는 ‘659요금제’가 맞다. 미래부 당국자는 “오인 소지가 있어 통신사들 약관에 ‘무제한’이라는 표현을 지양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전체 이용자 관점으로 보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서비스, 즉 ‘귀태(鬼胎)’에 가깝다. 아니면 극히 일부만을 위해 숨어 지냈어야 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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