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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용경색 위기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동성 공급조치로 단기 안정 국면에 접어드는가 했더니 '원화 약세'라는 새로운 변수가 바통을 이었다.

세계적으로 미국 달러가 유례 없는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원화 약세)하는 '환율 역주행' 현상으로 증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이 모아진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IT, 자동차 등 수출 기업 수혜가 예상된다. 하지만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증시에 부담도 염려된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외환 수급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장기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IT 등 원화 약세 수혜 종목의 단기 차익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결론인 셈이다.

◆ 미국 경기 침체 여부가 변수 =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경기가 좋을 때 환율이 오른다면 몰라도 지금은 미국 경기가 좋지 않은 때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전자ㆍ컴퓨터ㆍ자동차ㆍ휴대전화ㆍ철강 업종 등의 2분기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증권은 원화 약세 원인 중 하나로 한국 증시의 외국인 매도를 꼽았다. UBS는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와 경상수지 적자,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원화 약세를 불러왔다"며 "최근 원화 약세로 코스피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원화 약세는 코스피 하락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원화 약세가 수출 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미국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주목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기업이 원화 약세 국면에서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가격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라며 "만일 미국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최종 소비자 수요가 크게 줄어든다면 수출 기업 수익성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공급 조치로 미국 경기 침체가 완화될 경우 수급 여건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 IT와 유럽 수출 많은 기업 수혜 =

현재의 원화 약세 국면에서 가장 큰 수혜 업종은 IT다.

엔화가 달러 대비 8년래 최고치에 근접해 일본 기업의 수출 가격경쟁력은 약화된 반면 국내 경쟁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국내 수출은 엔화 강세 국면에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최근 급락장에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IT 업종의 수출증가율은 원ㆍ엔 환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IT 업종 중에서도 그동안 상승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던 코스닥시장 중소형 IT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주목된다.

김영준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저평가됐거나 강력한 성장 모멘텀이 기대되는 중소형 IT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된다"며 실적 대비 저평가 종목으로 케이씨텍 파트론 아비코전자 한솔LCD 네패스 아이디스 더존디지털 등을 꼽았다.

종목별 투자 전망도 활발하게 제시되고 있다. UBS는 원화가 유로 대비 30% 절하됨에 따라 유럽에 수출이 많은 기아차 금호타이어 현대차 한국타이어 현대모비스 LG전자 수혜 정도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종목으로는 신세계 포스코 SK에너지 에쓰오일 한국전력 대한항공 등을 꼽았다. 조선 업종은 종목별로 명암이 엇갈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 업종의 환율 영향과 관련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수주 즉시 환 헤지를 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영향이 없는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는 수주 후 일정 시차를 두고 환 헤지를 함에 따라 현재와 같은 환율 상승시 경상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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