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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더 무서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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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07 2017/03/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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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더 무서움이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났다가 한번은 죽어야 하는 일은 인생의 숙명이다. 자기만 손해 보는 인생을 산다고 불만 불평 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공평한 일 가운데 첫째로 꼽힐 일이다. 죽음만큼 공평한 일은 세상에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재산 많고 자식이 출세하여 자랑스럽더라도 죽음 앞에는 벗어날 약이 되지 못한다. 그래도 죽음을 피하기 위한 안달함은 어찌 보면 허황한 꿈일 뿐이다. 그래서 죽음은 무서움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거기로의 가까움이 다가 옮을 알려주는 통증이 형벌의 부관참시보다 더 무섭다.


   나이가 드니 몸에 통증이 자주 나타난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체온에 변화가 늘어지면 통증이 온다. 몸의 일정 체온보다 어느 지점 일정선을 이탈하면 통증이 유발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어쩌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회의 중에 의자 등받이가 차가우면 통증이 유발한다. 교통사고 때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도 특별한 상처나 다친 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보험회사와 의사가 밀약해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으면 한다. 그래도 아프다고 호소하면 1주일분 먹을 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 뒤 세월이 흐를수록 통증은 더 깊어만 간다는 이야기다. 얼마간 참고 지내다가 원래 그렇게 아픈 일이거니 하고 지내 버린다.


    교통사고 일 년이 지날 즈음 이상한 통증이 나타났다. 이유 모르게 가슴이 저리고 아팠다. 이런 통증은 살아오는 동안 처음 느끼는 경험이다. 원인은 잊어버리고 암이라도 걸렸나 싶어서 서울대학교병원에 정밀 진료를 받았다. 대구의 종합병원에서 두 번의 혈액검사에 암측정 기준 수치보다 높다고 했기 때문이다. PT 단층촬영검사 진단결과 암은 아니라고 했다. 통증을 참지 못해 100만 원이 넘는 비싼 진료비도 아깝지 않았다. 통증이 마치 두꺼운 얼음판이 깨어지는 듯한 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아팠다. 일반 진통제를 복용하면 통증 멎는 데 30분이 걸린다. 통증 초기 더운물을 뒤집어쓰는 목욕을 하면 금방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진다. 나중에 알아진 일이지만 참 신기했다. 혈액순환의 원활한 동작으로 통증이 멎은 것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가슴 통증을 찾아보았다. 별별 아픔의 원인이 많은 통증 환자들의 호소로 가득했다. 근래에 통증이 잦아져서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는 속담처럼 통증 참기가 기가 막히다. 요즘은 밤에 잠잘 때 몸에 부착되는 온열 방석이 효과가 좋았다. 딸이 사다 주는 온열 기구로 사용에 간편하고 통증예방에 효과가 있다. 밤에 잘 때는 가슴에 하나 덮고 자다가 요새는 하나 더 가져와서 등받이도 만들어서 잔다. 간혹 등 쪽으로도 통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다가 전기가 끊어지기라도 하면 고통의 호소가 시작된다. 그럴 때는 얼른 다시 온도조절 레벨을 맞추어서 고통을 줄인다. 그래도 온열치료가 약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견딜 수 있어 천만다행이다. 옛날에는 이런 기구가 없어서 진통제 과용으로 아편쟁이가 되었을 거라 생각되기도 한다.


    아마도 가슴 근육통의 통증이 깊어지는 모양이다. 옛날에는 속된말로 담이라고도 했다. 이제 통증이 찾아오는 기회가 점점 잦아지니 걱정이다. 심하게 아프면 욕실에서 더운물 샤워로 간신이 견디는 생활이다. 대구문협 회의나 행사에 참석하기도 곤란하다. 집에 오기도 전에 통증이 발동하면 죽음보다 더 무서움이 나를 사로잡을 일이기 때문이다. 회원이면서 자주 결석을 하려니 미안하고 죄스럽기 그지없다. 이제 여행하기도 어렵게 느껴진다. 여행 도중에 통증이 온다면 감당할 재간이 없다. 그리하여 여행 자주 가는 일부 동갑 모임에도 빠졌다.


   통증이 가장 심할 때는 너무 아프고 죽음보다 두렵다. 차라리 더 아프기 전에 죽어 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만일에라도 아프지 말고 죽었으면 하는 것이 그때마다 소원이다. 지금은 글 쓰는 일이 나의 일과로 되었으니 작업환경은 편리하게 만들었다. 의자는 애들이 고급품을 보내와서 하루 내내 앉아 있어도 편안하다. 등받이를 온열 기구로 보완하니 통증 완화에도 안성맞춤이다. 종일 컴퓨터와 마주 앉아서 글을 써도 피로한 줄을 모른다. 나의 승용차에 전열 시트가 부착되어 있어서 서울까지 장거리 여행에도 통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의자 시트의 온열이 체온을 보호해서 그런가 보다.


   몸이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져도 새벽마다 만 보 걷기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기온이 차가워도 아픔이 없다. 더운물처럼 몸의 혈액순환을 도와주기 효과라 생각되기도 한다. 차라리 하루 내내 경보걷기 운동이라도 했으면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걷기운동을 한 시간 이상 넘어 계속하기는 어렵다. 노화에 접어든 몸에 과로로 인한 다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일이다. 주로 차가운 의자에 오래 앉거나 밤에 잘 때 부동자세에서 발병이 심하다. 인체가 항상 움직이지 않으면 신진대사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모를 일이다. 언제까지 온열 기구의 도움효력이 지탱될는지 그게 걱정이다. 그 효과가 차츰 떨어지면 통증의 감당이 두렵기만 하다. 세상에 두려운 일은 통증이며 죽음보다 더 무섭다.( 글 : 박용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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