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노장들에게도 1997년 11월은 악몽 같은 달이었다. 그해 6월 799.54로 고점을 찍었던 코스피지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풍파를 거치며 53% 폭락해 376.31로 한해를 마감했다.
당시 776개(97년 말 기준)에 달하던 상장사 중 105개 기업이 사라지고 현재 남은 기업은 671개다. 이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흥망성쇠를 거쳐 살아남은 기업들의 주가성적표는 어떨까.
27일 한국투자교육연구소가 IMF 구제금융 신청 후 15년간의 주가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수익률 최상위 기업은 116배 이상 오른 동원산업이었다.
동원산업은 당시 2578원이던 주가가 11653% 상승해 이날 30만3000원(감자와 증자를 반영한 수정주가)을 기록했다. 연평균 상승률이 37.4%에 달한다. 어획량이 늘면서 증권업계의 호평이 이어져 올해에만 주가가 96% 넘게 올랐다.
오리온은 당시 1만1751원에서 9133% 급등한 108만5000원을 기록, 수익률 2위에 올랐다. 오리온은 정체됐던 국내 과자시장에 프리미엄과자 '마켓오'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자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사업 호조로 체질 변형에 성공한 케이스로, 올해도 69%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웅진코웨이도 7813%의 상승률, 연평균 33.8%의 수익률을 보였다. 정수기 렌탈 1위라는 시장선점 효과와 현금창출력이 무기로 꼽힌다. 최근 웅진그룹에서 MBK파트너스로 매각돼 사명을 코웨이로 바꾸고 새출발했다. 웅진그룹 내 불황실성과 매각이슈가 맡물려 올해 주가는 9%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모비스도 누적상승률 7338%에 연평균으론 30%를 웃돌았다. 모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글로벌시장 공략이 장기 성장스토리를 뒷받침하는 동력이다. 다만 최근 자동차업종의 전반적인 약세로 연초 대비 주가상승은 미미했다.
그 뒤를 △동부화재(4684%) △금호석유(4215%) △삼천리자전거(4122%) △고려아연(3907%) △삼성전자(3585%) △넥센타이어(3318%) △하이록코리아(3135%) △신세계(3135%) △S-OIL(3128%) △빙그레(2950%) △롯데삼강(2921%) 등이 이었고 이들의 연평균 주가상승률은 25%를 넘었다.
정연빈 한국투자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동부화재는 특별히 종목 자체가 우위를 점했다기보다 워런 버핏이 망하지 않는 사업으로 꼽는 보험주가 전반적으로 상위권에 속한 덕분"이라며 "다만 97년 11월 당시 하루 주가변동폭이 커 상승률이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 조사 대상 671개 기업 중 연평균 주가상승률이 15%를 넘은 기업은 101개에 달했다. 이들 기업 주식을 15년간 보유했다면 5년마다 투자원금의 2배가 됐다는 뜻이다. 버핏 등 투자의 달인들은 대개 연간 투자수익률이 15% 내외다.
주가상승률 상위종목 가운데 음식료, 유통, 화장품 등 내수주의 비중이 높았다. 주가상승률 20위 안에서만 8개 종목(동원산업, 오리온, 웅진코웨이, 삼천리자전거, 신세계, 빙그레, 롯데삼강, 영원무역홀딩스)이 여기에 속했다.
정 연구원은 "최근 식음료주의 주가수익배율이 역사적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주가상승률이 높았다"며 "장기적으로 내수소비주는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웃돌아 15년간의 복리효과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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