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형래라는 사람을 잘 모른다. 나에게는 80년대의 유년시절을 즐겁게 해준 '우상'이라는 점이 그에 대해서 아는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점과 그가 영화감독이라는 점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에게는 이런 선입견, 편견이 너무 많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디워' 시사회에 나온 반응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코미디언으로 영화 제작이나 감독에 일했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들은 말이 있다. '스토리가 빈약하다'. 도대체 그 놈의 '스토리 빈약' 소리만 들으면 이제 신물이 난다. 나는 여기에 기자들이 가진 강한 선입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심형래 감독의 말은 대체로 공감이 간다. 나는 '스파이더 맨'이라는 영화를 볼 때 만약 스토리만 가지고 보았다면 아마 흥행에서 대참패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이하드'.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가 끝까지 죽지 않는,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명제의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그 작품이 그렇게 스팩타클한 면이 없었다면 과연 그 영화가 그렇게 흥행에 성공했을까? 만약 디워의 주인공이 톰 크루즈였다면? 기자들이 저렇게 '스토리 빈약' 이야기를 쉽게 끄집어낼 수 있었을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아 그의 전작 '용가리'를 어떤 식으로든 찾아내어 '디워'의 예고편과 비교해 보았다. 특수효과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스토리 또한 이전작보다 매우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자들이 그렇게 미국인의 마음을 꿰뚫어볼 줄 안다면 스토리가 엉성한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미국에서 그렇게 대성하는 이유를 설명해내야만 한다. 나는 '디워'의 예고편을 잠시 보았다. 컴퓨터 화면임에도 느껴지는 소름끼침. 냉철한 기자들과 그에 비해 감성이 풍부한 일반인들은 바라보는 눈이 분명 다르다. 우리 기술의 놀라운 향상. 할리우드 영화보다 턱없는 제작비에 그 정도면 정말 심형래 감독이라는 사람이 대단해보인다. 그 사람은 이미 그 순간 영화감독이었다. 거기에 무슨 코미디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미지를 갖다붙이나? 어느날 코미디언 이경규가 한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난다. "오락프로그램에 자꾸 감동적인 측면,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하다 보면 오락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나? 오락프로그램은 재미가 우선이다." 물론 그 재미만을 모든 것으로 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그의 말은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이경규도 그런, '재미만이 모든 것이다.' 라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음은 다 아는 것일테고. 지금의 심형래 감독에게도 이와 같은 마음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그가 만든 특수효과의 실체만 본다고 해도 나는 이 영화를 보는데 필요한 영화비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롤러코스터 한번 타는데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그런 기분을 거의 1시간 이상 느낄 수 있을 정도라면? 물론 상대적인 것이지만. 어떤 영화라도 전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려는 심형래 감독의 노력을 천천히 지켜보고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더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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