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격전지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에서 올해 연간 260만대 판매 달성을 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올해 1~11월 누적 기준 지난해 연간보다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리면서, 역대급 실적이 확실시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19일 헤럴드경제가 현대차와 기아의 IR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기아는 올해 1~11월 미국에서 151만57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1%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의 경우 78만8403대, 기아가 72만2176대를 각각 팔았다.
이는 1986년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다 연간 판매 기록이다. 이미 지난해 기록한 연간 판매 대수(147만4224대)도 훌쩍 넘어섰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2001년 처음 연간 판매량 50만대를 돌파했고, 2011년 100만대를 달성했다.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다 2016년 142만대를 기록한 뒤 2017년부터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미국 시장 내 수요 감소와 자동차 업체 간 경쟁 심화, 주력 모델 노후화 등이 맞물리면서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판매량이 122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이 시작된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들어섰다. 2021년 148만9118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150만대를 넘어 연말까지 160만대 이상의 판매 실적이 예상된다.
유럽에서도 판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 ACEA)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전체 판매량은 94만543대를 기록, 전년 대비 4.04% 증가했다. 현대차가 전년 대비 44만6336대를, 기아가 49만4207대를 판매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11월 판매를 더하면 올해 100만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유럽 판매는 2014년 77만여대 수준에서 2018년 사상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와 공급망 위기 등으로 84만여대까지 판매가 후퇴했으나 2021년 다시 100만대 선을 회복했다. 올해 역시 일찍이 100만대 돌파를 달성하며, 역대급 실적이 기대된다.
올해 양사의 미국, 유럽 실적을 모두 합하면 26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기아는 제네시스, 레저용 차량( RV) 등 고부가가치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전기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자동차 선도국으로 불리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현지에서 각종 수상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24 북미 올해의 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 SUV) 부문 최종 후보 3개 차종을 모두 싹쓸이했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과 기아 EV9, 현대차 코나 EV가 후보에 올라 사실상 집안 싸움이 됐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자동차 기자협회( ASMW)가 주관하는 ‘스코틀랜드 올해의 차’에서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아일랜드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6가 ‘2024 아일랜드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에서 주관하는 ‘골든 스티어링 휠 어워드’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6가 미드사이즈 부문, 기아 EV9이 패밀리카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차·기아는 내년에도 올해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성장성이 큰 전기차 시장을 두고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는 만큼 (현대차가) 현지 생산 확대를 비롯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신차종을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내년 말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전기차 전용공장( HMGMA) 가동을 본격화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 정부의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첨단제조 계획( Advanced Manufacturing Plan)’, ‘프랑스판 IRA’로 불리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편 등에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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