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일시적 전면 중단’을 포함해 공매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판 뒤 나중에 그 주식을 보다 싼 값에 되사서 수익을 얻는 기법이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시가 불안정할 때 ‘패닉 셀’을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다. 올해는 증시가 약세장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더 거세졌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증시 정책과 관련해 불법 행위 척결에 초점을 맞춰왔다. 지난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대검찰청, 한국거래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안 방안’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은행( IB)의 불법 공매도와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태 등으로 관련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이 붙으면서 금융당국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금감원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IB) BNP파리바와 HSBC 홍콩법인의 560억원대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처음으로 적발했다.
글로벌 IB의 장기간 상습적인 불법 공매도가 드러나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불법 공매도를 전수조사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도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의식해 금융당국에 대책 마련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 “원점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모든 제도 개선을 해 보겠다”고 말하며 공매도 중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을 예고했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달 16일 공매도 정책 과실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며 금융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5만명의 지지를 얻어 조만간 국회 정무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상환 기간이 90일로 제한된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상환 기간에 제한이 없어 이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공매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3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전면 금지됐다. 현재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면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고수해왔다.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를 금지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MSCI) 선진국( DM) 지수 편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그러나 이번에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 형평성 문제와 공매도 전산 시스템 도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석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 대차거래의 전산화를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대차거래 전용 플랫폼에서의 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일련의 사태와 정치권의 입김에 의해 금융당국의 공매도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대응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공매도 한시 금지와 전산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공매도 제도 개혁과 공매도 전산화를 통해 1400만 개인투자자 피해를 줄이고 평균적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는 주식시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공매도 한시 금지 카드를 꺼내고 증시 안정 기금 투입도 당장 검토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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