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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 ‘車 반도체 동맹’ 초읽기···공동개발·위탁생산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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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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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3 2021/12/2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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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이미 연대 협력 협의체 발족
통신용 칩 등 신차에 탑재 가능성
중장기 현대차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삼성전자 파운드리서 생산도 거론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할 수도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기업 희망 온(ON)’ 참여 기업 대표 초청회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삼성이 테슬라에 칩을 공급하고 현대자동차가 TSMC에 반도체를 맡겼다면 이제는 한국 내에서 서로 주고받으라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를 공개 제안한 것을 두고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반도체 업체고 현대차 역시 글로벌 3위권의 완성차 업체다. 내로라하는 제조업 강자들이지만 지금까지 양 사 간 사업적 협력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자율차 등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필요량이 급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양 사 간 새로운 동맹의 출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을 대표해온 제조 강자였지만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협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G60의 경우 주변을 모두 볼 수 있는 서라운드뷰 카메라와 후방카메라용 이미지센서(CIS) 아이오셀 오토4C를 삼성전자가 공급하고 있다. 또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사이드뷰 디스플레이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 사 간 교류가 적었던 것은 삼성전자의 주력이 소품종 대량생산인 메모리 중심인 반면 현대차에 필요한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는 맞춤형으로 만드는 저사양 제품 위주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업주 간의 관계가 친밀하지 않았던 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세계를 뒤흔든 반도체 공급난은 업계에도 ‘뉴노멀’을 요구하고 있다. 양 사는 이미 정부 주도로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협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본격화된 올해 3월 현대차와 삼성전자·현대모비스·자동차산업협회·반도체산업협회·한국자동차연구원 등이 참여한 ‘미래차·반도체 연대 협력 협의체’를 발족시켰다.

이 협의체에서는 단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 관련 대책을 모색하는 동시에 미래차·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중장기 협력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올 5월에는 산업부와 삼성전자·현대차 등이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 간 연대·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여기에 이날 회동은 양 사 간 협력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가장 먼저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차량용 통신 칩과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용 프로세서, 자동차 내 디스플레이용 구동 칩 등이다. 삼성전자는 전장을 제어하는 단순 기능의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제품보다 이 같은 고부가가치 시스템 반도체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에는 업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용 통신 칩 ‘엑시노스 오토 T5123’과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 전력관리칩(PMIC) ‘S2VPS01’ 등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3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하는 전장용 반도체는 앞으로 현대차 신차 등에 충분히 탑재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현대차가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고 삼성전자가 위탁 생산하는 방식의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반 자동차에는 반도체 200~300개가 들어가지만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가 넘는 반도체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 중이지만 실제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한발 더 나아가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직접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를 공동 개발한 뒤 삼성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설을 통해 생산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삼성전자 역시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려면 현대차 같은 우량 고객이 필요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래 자율주행차에는 고성능 반도체가 꼭 있어야 한다”며 “현대차와 삼성의 협업이 이뤄진다면 공급망을 안정화할 뿐 아니라 높은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예전과 다른 총수 간 관계도 협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네시스와 팰리세이드를 이용하고 삼성전자 임원들에게도 현대차가 배정되는 등 양 사는 대외적으로도 친밀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의 사이가 예전보다 좋아진 데다 실용주의를 중시하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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