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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에 맞서지 마라' 격언 입증 욕 나온다게시글 내용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교체…OCIO 시장도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서영빈 기자 = 올해 연기금은 어느 때보다 시장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한해였다. 코스피가 연초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자 대세 상승장에 진입했다는 기대감이 만연했으나 연기금은 생각이 달랐던 게 문제였다.
연기금은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듯 1월에만 8조원어치 주식을 '폭탄 매도'했고 3월까지 순매도액은 15조7천억원이 넘었다. 말 그대로 순매도로 일관했던 것인데 이에 대해 강세장을 기대한 많은 투자자는 연기금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연신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불만은 연기금에 대한 공개적인 압박으로 이어졌고 정치권도 동조하면서 연기금 중 핵심 주체인 국민연금은 운용방침마저 바꿔야만 했다.
하지만 동시에 연기금이 "연기금에 맞서지 마라"는 격언이 입증되는 한해였기도 했다. 연기금이 11개월 연속 주식을 순매도하는 동안 코스피 상승률도 결국 -1.6%를 기록해 국내 시장에서 연기금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자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리면서 연기금들의 실적도 2년째 호조를 보였고 연기금 최고운용책임자(CIO)들도 잇달아 임기를 연장한 점도 눈에 띄었다.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가 8년 만에 바뀐 것도 뉴스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8년간 자리를 지키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자리를 꿰차면서 외부위탁관리운용(OCIO)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연기금들이 OCIO 분야에 더 많이 진출하면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도 잇달아 조직을 키우는 흐름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연기금업권에서 화두였다. 국민연금이 앞으로 투자할 때 ESG 평가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천명했고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도 ESG 조직을 신설하며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었다.
◇끝없는 주식 순매도세…삼성전자 12개월 연속 순매도
연기금은 올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쉬지 않고 팔아치웠다. 지난 11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액은 24조1천179억원으로 연간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액수였다. 지난 1월 순매도액 8조원도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올해 들어 11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점도 기존에 없었던 기록이다.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13개월 연속 순매도세다. 이달 들어서 1천448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14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매수 규모 자체는 기존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연기금은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동반 매도했다.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연기금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10조6천766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번 달에도 2천억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어 월간 기준 올 한해 내내 팔기만 했다. 국내 증시 전반이 과열됐다는 인식과 더불어 반도체 시장의 조정 가능성에 연기금이 삼성전자 비중을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도 연기금의 매도 공세를 피해갈 순 없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연기금은 코스닥 시장에서 1천696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다. 9월까지 순매도액은 4천17억원이었으나 월간 기준으로 10월과 11월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순매도 규모가 줄었다. 연기금은 이번 달 코스닥에서 2천501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어 이같은 흐름을 유지한다면 올해 코스닥에선 최종 순매수로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2년째 호실적…CIO들도 대거 연임
글로벌 자산 시장이 유동성에 힘입어 올해도 강세를 이어가면서 연기금 수익률도 3년째 호조를 보였다.
국민연금은 지난 3분기 말까지 운용 수익률이 8%, 운용 수익금은 67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총 수익률이 9.70%, 2019년 수익률 11.31%를 기록한 데 이어 3년 연속 양호한 성적표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또한 2019년 11.15%, 2020년 11.4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1월 말까지 누적 수익률이 8%에 달했다. 공무원연금도 마찬가지로 2019년 8.36%, 2020년 10.50%의 총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고 올해도 10월 말까지 6.34%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률도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3년 연속 양호한 성과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실적 호조 속에 연기금 CIO들도 잇달아 연임에 성공했다.
국민연금의 안효준 기금이사 겸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10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1년 연임에 성공했다. 국민연금 기금이사의 연임이 2회 이상인 경우는 1999년 기금본부가 설립된 이래 처음이다.
이규홍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 겸 CIO도 2년 임기가 올해 10월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실적 호조에 힘입어 1년 연장이 결정됐다.
공제회 중에선 과학기술인공제회가 CIO 연임을 결정했다. 과기공은 지난 5월 한 달 전 2년 임기가 만료된 허성무 자산운용본부장 겸 CIO의 임기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허 본부장 또한 운용 성과가 개선된 데 따른 결과다. 과기공의 운용자산은 2019년 말의 6조6천611억원에서 2020년 말 7조8천839억원까지 1조2천억원가량 급증한 바 있다.
◇연기금풀 주간운용사 8년 만에 변경…미래에셋 '절치부심'
연기금업권 전체로 보면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가 바뀐 점도 화제였다.
앞서 1월 연기금풀은 주간운용사 공개 입찰을 거쳐 주간운용사를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한투신이 연기금풀의 주간사를 맡은 지 8년 만의 변화다.
한투신은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연기금풀 운용의 양대축으로 오랫동안 활약했으나 미래에셋의 끊임없는 공세에 결국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미래에셋은 연기금의 자산위탁관리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연기금풀 주간사 자리를 호시탐탐 노려왔는데 올해 마침내 소원을 풀게 된 셈이다.
연기금풀 주간사는 수수료 수익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대형 운용사로서 업계 위상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상징성이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앞으로 OCIO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꾸준히 힘을 키워왔다. 이번 달 조직개편에선 OCIO 1·2부문이 기업 OCIO 부문으로 통합돼 덩치를 더욱 키웠다. 작년까지 본부 단위에서 펼치던 OCIO 사업을 올해부터 부문 단위로 확대한 데 이어 연말에는 해당 부서의 규모를 더욱 키운 셈이다.
◇OCIO 신규 위탁 증가세…운용사·증권사도 '눈독'
미래에셋뿐만 아니라 주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마저 OCIO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연기금들이 연기금풀 외에 민간 기관의 OCIO 서비스에 위탁하는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올해부터 이런 흐름은 특히 두드러졌다. 최근 예금보험공사는 채권자산 1조5천억원을 처음으로 OCIO 서비스에 맡기기로 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을 선택했다. 예보는 그간 연기금풀에 돈을 맡겨 단기금융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했고 국내 채권 등 기타 투자자산은 직접 운용해왔으나 앞으로는 OCIO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과 임금채권보장기금도 연기금풀에 맡기던 자금 중 2천억원 정도를 대체자산에 투자하기로 하고 OCIO에 위탁했다. 대산예수교장로회의 총회연금재단도 규모는 350억원 정도로 작지만 OCIO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OCIO에 자금을 위탁했던 강원랜드 등도 비중을 더 늘리려는 추세다.
이처럼 OCIO 시장이 커지면서 기관들도 조직을 빠르게 재편하기 시작했다. 당초 OCIO 시장은 자산운용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성장세를 확인한 증권사들도 참전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흐름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월 OCIO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금운용팀과 OCIO컨설팅팀을 신설하고 기존 OCIO솔루션팀을 멀티솔루션본부 산하로 이동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증권사 중 처음으로 OCIO 시장에 진출한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OCIO 사업부를 신설하고 정영채 대표가 사업부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도 OCIO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력 수급에 한창이다. KB증권은 지난 2019년 OCIO 마케팅팀을 OCIO 영업부로 승격시키고 OCIO운용부를 별도로 신설하더니 올해 임채기금 등의 OCIO를 맡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ESG 드라이브 건 연기금…잇달아 조직 신설
연기금업권에서 ESG가 화두가 된 점도 올해 특기할만한 요소다. 그간 ESG는 '하면 좋고 안 해도 상관없는' 문제였으나 전 세계적으로 중요도가 커지면서 우리나라 연기금도 더는 간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연기금 중 가장 강력하게 ESG 드라이브를 건 곳은 맏형 격인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2월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책임투자 적용대상 자산군을 내년 말까지 50% 이상 늘리는 한편 ESG 요소를 재무 분석 과정에 융합시키는 전략도 국내외 주식 및 채권에 도입하기로 했다. 또 책임투자 보고서 제출 대상을 위탁운용사 전체로 확대하는 동시에 거래기관이 기업분석 또는 운용 보고서를 작성할 때 비재무적 요인도 포함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5월에는 'ESG플러스 포럼'을 열고 국내 ESG 기준을 세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ESG 평가 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국내 기업과 위탁운용사들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ESG 조직을 신설하고 국민연금과 발을 맞추고 있다.
사학연금은 외부 연구용역을 거쳐 ESG 추진 계획 및 경영 로드맵을 수립하고 중장기 경영전략계획을 재수립하는 동시에 중단기 전략체계도 재검토했다. 이를 통해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일부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도 ESG 관련 평가항목을 추가했다.
공무원연금도 지난 7월 ESG 경영위원회와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ESG 경영을 위한 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달에는 ESG 경영비전과 추진방향 및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책임투자 비중을 2026년까지 운용자산의 45%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http://news.einfomax.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서영빈 기자 = 올해 연기금은 어느 때보다 시장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한해였다. 코스피가 연초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자 대세 상승장에 진입했다는 기대감이 만연했으나 연기금은 생각이 달랐던 게 문제였다.
연기금은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듯 1월에만 8조원어치 주식을 '폭탄 매도'했고 3월까지 순매도액은 15조7천억원이 넘었다. 말 그대로 순매도로 일관했던 것인데 이에 대해 강세장을 기대한 많은 투자자는 연기금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연신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불만은 연기금에 대한 공개적인 압박으로 이어졌고 정치권도 동조하면서 연기금 중 핵심 주체인 국민연금은 운용방침마저 바꿔야만 했다.
하지만 동시에 연기금이 "연기금에 맞서지 마라"는 격언이 입증되는 한해였기도 했다. 연기금이 11개월 연속 주식을 순매도하는 동안 코스피 상승률도 결국 -1.6%를 기록해 국내 시장에서 연기금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자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리면서 연기금들의 실적도 2년째 호조를 보였고 연기금 최고운용책임자(CIO)들도 잇달아 임기를 연장한 점도 눈에 띄었다.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가 8년 만에 바뀐 것도 뉴스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8년간 자리를 지키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자리를 꿰차면서 외부위탁관리운용(OCIO)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연기금들이 OCIO 분야에 더 많이 진출하면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도 잇달아 조직을 키우는 흐름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연기금업권에서 화두였다. 국민연금이 앞으로 투자할 때 ESG 평가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천명했고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도 ESG 조직을 신설하며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었다.
◇끝없는 주식 순매도세…삼성전자 12개월 연속 순매도
연기금은 올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쉬지 않고 팔아치웠다. 지난 11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액은 24조1천179억원으로 연간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액수였다. 지난 1월 순매도액 8조원도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올해 들어 11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점도 기존에 없었던 기록이다.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13개월 연속 순매도세다. 이달 들어서 1천448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14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매수 규모 자체는 기존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연기금은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동반 매도했다.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연기금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10조6천766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번 달에도 2천억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어 월간 기준 올 한해 내내 팔기만 했다. 국내 증시 전반이 과열됐다는 인식과 더불어 반도체 시장의 조정 가능성에 연기금이 삼성전자 비중을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도 연기금의 매도 공세를 피해갈 순 없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연기금은 코스닥 시장에서 1천696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다. 9월까지 순매도액은 4천17억원이었으나 월간 기준으로 10월과 11월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순매도 규모가 줄었다. 연기금은 이번 달 코스닥에서 2천501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어 이같은 흐름을 유지한다면 올해 코스닥에선 최종 순매수로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2년째 호실적…CIO들도 대거 연임
글로벌 자산 시장이 유동성에 힘입어 올해도 강세를 이어가면서 연기금 수익률도 3년째 호조를 보였다.
국민연금은 지난 3분기 말까지 운용 수익률이 8%, 운용 수익금은 67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총 수익률이 9.70%, 2019년 수익률 11.31%를 기록한 데 이어 3년 연속 양호한 성적표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또한 2019년 11.15%, 2020년 11.4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1월 말까지 누적 수익률이 8%에 달했다. 공무원연금도 마찬가지로 2019년 8.36%, 2020년 10.50%의 총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고 올해도 10월 말까지 6.34%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률도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3년 연속 양호한 성과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실적 호조 속에 연기금 CIO들도 잇달아 연임에 성공했다.
국민연금의 안효준 기금이사 겸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10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1년 연임에 성공했다. 국민연금 기금이사의 연임이 2회 이상인 경우는 1999년 기금본부가 설립된 이래 처음이다.
이규홍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 겸 CIO도 2년 임기가 올해 10월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실적 호조에 힘입어 1년 연장이 결정됐다.
공제회 중에선 과학기술인공제회가 CIO 연임을 결정했다. 과기공은 지난 5월 한 달 전 2년 임기가 만료된 허성무 자산운용본부장 겸 CIO의 임기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허 본부장 또한 운용 성과가 개선된 데 따른 결과다. 과기공의 운용자산은 2019년 말의 6조6천611억원에서 2020년 말 7조8천839억원까지 1조2천억원가량 급증한 바 있다.
◇연기금풀 주간운용사 8년 만에 변경…미래에셋 '절치부심'
연기금업권 전체로 보면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가 바뀐 점도 화제였다.
앞서 1월 연기금풀은 주간운용사 공개 입찰을 거쳐 주간운용사를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한투신이 연기금풀의 주간사를 맡은 지 8년 만의 변화다.
한투신은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연기금풀 운용의 양대축으로 오랫동안 활약했으나 미래에셋의 끊임없는 공세에 결국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미래에셋은 연기금의 자산위탁관리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연기금풀 주간사 자리를 호시탐탐 노려왔는데 올해 마침내 소원을 풀게 된 셈이다.
연기금풀 주간사는 수수료 수익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대형 운용사로서 업계 위상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상징성이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앞으로 OCIO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꾸준히 힘을 키워왔다. 이번 달 조직개편에선 OCIO 1·2부문이 기업 OCIO 부문으로 통합돼 덩치를 더욱 키웠다. 작년까지 본부 단위에서 펼치던 OCIO 사업을 올해부터 부문 단위로 확대한 데 이어 연말에는 해당 부서의 규모를 더욱 키운 셈이다.
◇OCIO 신규 위탁 증가세…운용사·증권사도 '눈독'
미래에셋뿐만 아니라 주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마저 OCIO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연기금들이 연기금풀 외에 민간 기관의 OCIO 서비스에 위탁하는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올해부터 이런 흐름은 특히 두드러졌다. 최근 예금보험공사는 채권자산 1조5천억원을 처음으로 OCIO 서비스에 맡기기로 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을 선택했다. 예보는 그간 연기금풀에 돈을 맡겨 단기금융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했고 국내 채권 등 기타 투자자산은 직접 운용해왔으나 앞으로는 OCIO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과 임금채권보장기금도 연기금풀에 맡기던 자금 중 2천억원 정도를 대체자산에 투자하기로 하고 OCIO에 위탁했다. 대산예수교장로회의 총회연금재단도 규모는 350억원 정도로 작지만 OCIO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OCIO에 자금을 위탁했던 강원랜드 등도 비중을 더 늘리려는 추세다.
이처럼 OCIO 시장이 커지면서 기관들도 조직을 빠르게 재편하기 시작했다. 당초 OCIO 시장은 자산운용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성장세를 확인한 증권사들도 참전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흐름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월 OCIO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금운용팀과 OCIO컨설팅팀을 신설하고 기존 OCIO솔루션팀을 멀티솔루션본부 산하로 이동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증권사 중 처음으로 OCIO 시장에 진출한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OCIO 사업부를 신설하고 정영채 대표가 사업부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도 OCIO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력 수급에 한창이다. KB증권은 지난 2019년 OCIO 마케팅팀을 OCIO 영업부로 승격시키고 OCIO운용부를 별도로 신설하더니 올해 임채기금 등의 OCIO를 맡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ESG 드라이브 건 연기금…잇달아 조직 신설
연기금업권에서 ESG가 화두가 된 점도 올해 특기할만한 요소다. 그간 ESG는 '하면 좋고 안 해도 상관없는' 문제였으나 전 세계적으로 중요도가 커지면서 우리나라 연기금도 더는 간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연기금 중 가장 강력하게 ESG 드라이브를 건 곳은 맏형 격인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2월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책임투자 적용대상 자산군을 내년 말까지 50% 이상 늘리는 한편 ESG 요소를 재무 분석 과정에 융합시키는 전략도 국내외 주식 및 채권에 도입하기로 했다. 또 책임투자 보고서 제출 대상을 위탁운용사 전체로 확대하는 동시에 거래기관이 기업분석 또는 운용 보고서를 작성할 때 비재무적 요인도 포함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5월에는 'ESG플러스 포럼'을 열고 국내 ESG 기준을 세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ESG 평가 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국내 기업과 위탁운용사들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ESG 조직을 신설하고 국민연금과 발을 맞추고 있다.
사학연금은 외부 연구용역을 거쳐 ESG 추진 계획 및 경영 로드맵을 수립하고 중장기 경영전략계획을 재수립하는 동시에 중단기 전략체계도 재검토했다. 이를 통해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일부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도 ESG 관련 평가항목을 추가했다.
공무원연금도 지난 7월 ESG 경영위원회와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ESG 경영을 위한 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달에는 ESG 경영비전과 추진방향 및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책임투자 비중을 2026년까지 운용자산의 45%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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