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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적 스케일의 코리안 웨스턴 ① - <놈놈놈> 어떻게 만들어 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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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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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4 2008/07/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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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적 스케일의 코리안 웨스턴 ① - <놈놈놈> 어떻게 만들어 졌나
●천지개벽 코리안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감독, 배우, 규모, 장르 등 어디를 봐도 화제가 아닌 지점이 없다. 오랜 시간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7월 17일 개봉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의 지도를 둘러싼 추격’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 이 기묘하고 신기한 웨스턴 프로젝트는 시작도 창대했고 마무리도 거대했다. 참가한 모든 이들이 ‘꼭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신들린 듯 달려왔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야기를 전한다. 고삐를 꽉 쥐시라.

KEYWORD 웨스턴


첫 번째 에피소드.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달콤한 인생> 다음 작품을 같이 하자는 약속을 했다. 송강호가 말을 타고 쌍권총을 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양의 무법자>(원제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더 어글리’ 터코 역이 송강호와 겹쳐졌다.

두 번째 에피소드. <달콤한 인생>을 끝낸 김지운 감독은 만주로 여행을 떠났다. “대평원에서 세 남자가 질주하는 모습”을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장르를 돌고 돌아 다음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웨스턴 영화를 찍을 시간이다. 불가능? 그건 아무것도 아니…겠지?

세 번째 에피소드. 김지운 감독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이만희 감독의 1971년 ‘활극’ 영화 <쇠사슬을 끊어라>를 접했다. 만주를 배경으로 한국 영화에 웨스턴을 접목한 이 영화는 언제부턴가 ‘만주 웨스턴’이란 장르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는 한때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기기묘묘한 장르 영화들이 사라진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 그때부터 김지운 감독의 웨스턴 프로젝트는 한국 ‘만주 웨스턴’ 장르의 재발굴이란 의의가 따라붙었다.

영화의 배경은 한국 및 아시아가 혼란에 빠졌던 1930년대 후반. 물론 존경하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도 잊지 않았다. 제목은 <석양의 무법자>의 구도를 따라 제목 또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으로 정했다. 주인공은 세 명. 그러나 좋은 놈이 아니라 이상한 놈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세 가지 에피소드 및 여러 주변 상황이 한데 뭉쳐서 <놈놈놈>이 시작됐다. 프리프로덕션 때 한국은 <괴물>에 빠져 있었고, 작년에 <디 워>가 개봉하면서 괴수 영화 장르의 역사를 만드는 중이었다. 이젠 시스템과 의무감에서 벗어난 자유의지를 가진 남자들이 새로운 장르 영화의 역사를 시작한다. ‘코리안 웨스턴’은 즐거운 하이브리드다.

KEYWORD 세 배우

<놈놈놈> 연출부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들의 사진을 가지고 ‘3인 조합’을 만드는 경험을 했다. 제일 좋은 그림은 역시나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이었다. 배우들 캐스팅이 끝나자 몇 가지 변수가 생겼다.

일단, 송강호가 말을 무서워했다. 김지운 감독은 <쇠사슬을 끊어라>에서 장동휘가 오토바이를 타고 한강을 질주하는 장면에서 힌트를 얻어, 송강호에게 독일 오토바이를 주요 탈것으로 선사했다. 그 못지않게 말을 무서워했던 이병헌은 단기간에 승마를 마스터했다.

증언에 따르면, 섹시하게 말을 타야 하는 이병헌은 촬영 중 한 번도 말에서 떨어진 적이 없단다. 그러나 이병헌보다 더 숙련된 ‘말타기 전문’ 배우가 필요했다. <무사> 때부터 말과 친하게 지냈던 정우성이 최적이었다. 그는 ‘김지운 패밀리’에 뉴 페이스로 합류했다. 웨스턴 장르가 가진 매력이 배우들을 움직였을 테다. 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놈놈놈>에서 가장 잘한 일은 세 배우를 한꺼번에 한 화면에 담아낸 것”이라 말했다.

배우들이 결정되면서 <놈놈놈> 시나리오의 이목구비가 훨씬 뚜렷해졌다. ‘이상한 놈’ 송강호와 ‘좋은 놈’ 정우성은 <석양의 무법자>의 터코와 블론디처럼 붙어 다니는 운명을 맞이한다.

‘나쁜 놈’ 이병헌은 약간 다르다. 그가 행하는 무정부주의적 폭력은 샘 페킨파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하다. 여기에 <조용한 가족>이나 <반칙왕>에서 보여줬던 김지운식 유머가 끼어들었다. 조선이란 국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경에 관계없이 서로의 목적에 따라 떠도는 세 주인공은 ‘가볍게’ 장르 영화 안으로 이동했다. 모두 <놈놈놈>이 오락 영화임을, 관객에게 부담을 줘서 안 된다는 사실을 단단히 숙지했다.

7개월의 프리프로덕션 기간 동안 조연들의 오디션도 계속되었다. 이병헌이 이끄는 ‘창이파’, 윤제문을 따르는 ‘삼국파’, 그리고 동네 친구들이 모인 ‘귀시장파’ 마적단을 뽑기 위해 매일 남자 배우들이 영화사를 들락거렸다. 조감독들은 다른 동료들로부터 ‘한국 영화 남자 배우 다 데려갈 작정이냐’라는 불만도 들어야만 했다.

한국 남자 배우들의 데이터베이스도 나날이 쌓였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승마 가능.’ 그렇게 뽑힌 조연 배우들이 30여 명. 윤제문 손병호 오달수 류승수까지 가세해 남자 영화 <놈놈놈>의 가치를 드높였다.

KEYWORD 대평원 추격 신

현재 만주는 ‘벌판’이 아니었다. 만주에 도착한 헌팅팀은 넓디넓은 옥수수밭 풍경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서울에서 헌팅 사진을 받아보던 연출부도 황당하긴 마찬가지.

‘진정한 웨스턴의 땅으로 가자’며 캐나다 및 호주와 뉴질랜드를 급하게 수소문해 봤으나 예산이 부족했다. 힘겹게 찾아낸 곳은 만주의 반대쪽에 위치한 ‘둔황’이란 지역이었다. 지평선만 보이는 그곳에서 ‘대평원 추격 신’이 준비됐다.

15분이 조금 안 되는 추격 신을 찍는 데 걸린 시간은 약 두 달. 지도를 손에 든 태구가 제일 앞에서 달리고, 그 뒤를 창이파, 삼국파 그리고 일본군이 쫓는다. 태구와 동맹을 맺은 도원은 원거리 사격을 통해 그의 탈출을 돕는다. 자동차와 말 30마리가 어우러지는 이 추격전을 찍기 위해 수많은 스태프들이 자리를 지켰다.

말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특별히 개량한 ‘슈팅카’ 두 대에 카메라를 싣고 달렸고, 폭탄은 말 사이로 적재적소에 뻥뻥 하고 터졌고, 송강호는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지프차로 갈아타는 난이도 높은 액션을 해냈다.

정우성은 말 위에서 두 손으로 장총 돌려 쏘기에 성공했고, 이병헌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스타일리시하게 말을 탔다. 각각 따로따로 자신의 분량을 촬영했던 배우들은 도대체 추격이 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한 채 ‘미친 듯이’ 달렸다고 했다. 정두홍 무술감독과 최정화 프로듀서는 대역 없이 액션을 하겠다는 배우들이 다칠까봐 초조하게 지켜봤다.

분장팀과 의상팀은 컷이 떨어지면 바로 배우들을 쫓아가야 했고, 제작부와 연출부는 NG가 나면 넓은 사막 땅을 편평하게 골랐다. 눈앞이 보이지 않는 황사를 기본으로 하루 네 번 날씨가 변하는 때도 있었다. 배우들도 다 질려버렸다.

“중국 다시 가겠냐고? 글쎄”라고 이병헌이 대답을 망설이면 정우성은 “세 번(무사, 중천, 놈놈놈)은 갔다 와야 중국 갔다 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으쓱해 한다. 말없는 송강호도 중국 사막 재방문은 사양하는 눈치다. 그러나 김지운 감독과 스태프들은 달랐다. 대평원 추격 신을 같이 편집했던 조감독들은 심지어 제목을 ‘대평원’으로 고쳐 한 편의 영화로 내놓고 싶다고 했다.

김지운 감독은 모든 촬영을 끝낸 뒤 저녁노을 지는 대평원을 보며 감독이 느낄 수 있는 고생과 쾌감을 다 경험했다. ‘중국 촬영, 말 나오는 장면, 주인공 세 명’을 갖춘 영화를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어느새 지독했던 대평원 촬영이 그리워졌다. 스태프들 모두 ‘대평원’ 향수병에 걸렸다. 손발이 착착 맞았던 대단위 분업의 현장이 특수한 희열을 안겨줬던 건가.

노력의 결과인지, <킬 빌> 수록곡인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를 샘플링한 배경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대평원 추격 신은 소름이 돋을 정도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KEYWORD 귀시장 액션

‘귀시장’은 도둑들이 장물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합법적인 장소가 아니고 아무나 들락거릴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풍경이 무규칙적이다. 전라도 정읍 부지에 9,900평방미터(약 3,000평) 정도를 빌려 5개월 동안 세트를 세웠다. 원래 이 세트는 중국에 세워질 예정이었으나 <놈놈놈> 촬영 전 중국 영화법이 바뀌는 바람에 해외 통관 절차가 복잡해졌다.

좀 더 크게 짓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한국 땅에 효율적인 세트를 만들어야만 했다. 지평선이 보이는 광활한 액션 신이 중국에서 행해졌다면, 귀시장 분량에선 이병헌과 정우성의 본격 대결이 펼쳐진다.

“장르가 웨스턴이어도 조선 애들이 버터 흉내 내면 재미없다”는 신념이 확고했던 정두홍 무술감독은 폼 하나는 제대로였던 일본 식민지 시대 뒷골목 건달들의 이미지를 배양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웨스턴을 가장한 동양 액션 무비”다. 배우들과 어울리는 액션의 합이 만들어졌다.

<무사>로도 만났던 정우성은 줄 타고 날아다니는 ‘무협지’ 같은 액션을 보여준다. 온몸이 무기화되는 이병헌은 굉장히 날렵하게 움직이며 총과 칼을 사용한다. <달콤한 인생>의 젠틀한 인상을 간직하면서 악역의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액션을 더한다. 그 사이에 모든 사람 웃겨주는 송강호의 액션(?)이 있다.

태구를 쫓는 모든 사람이 뒤엉키는 귀시장에선 정신없는 총격전이 벌어진다. 인물과 사물 클로즈업이 많은 이 장면에서 김지운 감독의 ‘디테일 스타일’이 제대로 발현됐다. 총격전 사이로 굴러다니는 우산을 비롯해 자질구레한 소품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귀시장 액션 장면은 김지운 ‘스타일링’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KEYWORD 진짜 오락 영화

2005년부터 시작됐던 <놈놈놈>이 2008년 1월에 끝장을 봤다. 과연 찍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던 시간들이 끝났다. 추격 신 찍는 법 가르쳐 주는 학교도 없어 그저 할리우드 DVD 메이킹 필름만 열심히 보고 부딪쳤다. 영화를 만들어내길 원하는 간절한 바람들이 모여 감독의 상상을 현실이 되도록 만들어냈다.

군대 복무 기간과 맞먹는 기간이 흘렀지만 현재 믹싱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엔딩을 여러 개 찍어놓은 김지운 감독은 “가장 오락적인 버전”을 개봉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편집실에서 그가 계속 주력했던 부분은 ‘리듬’이다. 스토리를 알음알음 삼켜가며 봐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 약 2시간 15분 동안 리듬에 맞춰 흥겨워하며 보는 영화를 원하고 있다.

정두홍 무술감독도 <놈놈놈>에 대한 애착이 깊다. 중국 촬영 도중 액션스쿨 멤버 한 분이 돌아가시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고인의 유작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축복받길 바라는 마음이다.

제작비 175억 원. 총 촬영 기간 9개월. 한국 남자 배우들이 단체로 몰려갔던 중국 촬영.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의 만남. 소요된 총알 109발. 그리고 한국의 웨스턴 영화. 놀라운 기록들을 수북이 싸안고 있는 <놈놈놈>은 관객들의 ‘재미있다’ 한마디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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