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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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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5 2005/05/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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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의 장기 불황

한국과 달리 일본은 15년째 부동산 경기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일본 부동산시장에 온기를 불어 넣고 있는 것이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이다. 재개발을 통해 40~50층 정도 높이의 주상복합들이 동경시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특히 동경만 해안가에는 대규모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과 달리 대규모 아파트가 별로 없는 동경에 주상복합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의 정책덕분이다.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책, 혹은 도시재개발차원에서 도심용적률을 높이는 정책을 취하면서 주상복합 개발붐이 촉발됐다. 여기다가 일본 정부는 주택구입 장기대출자에 대해 대출금의 1%정도의 감세 혜택까지 주고 있다. 초저금리인데다 감세 혜택까지 주어지자 주상복합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물론 한국과 같은 과열된 분위기는 아니다.

주상복합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10~20% 정도의 덤핑판매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때문에 주상복합 붐에 대해 "미니버블"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더군다나 일본 부동산시장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아직은 우세하다. 전문가들이 일본 부동산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고령화 사회" 로의 진입이다. 결혼시기가 늦어지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하나 밖에 낮지 않은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의 인구가 100년 후 현재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인구감소는 주택수요 감소로 이어질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용토지의 증가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가용토지 증가는 우선 농지의 전용에서 촉발됐다. 일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농업시장개방에 따라 농지축소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농지규제 완화에 따라 주거용지로 전용되는 농지가 급증하고 있다. 또 공장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면서 공장용지의 주택용지 전용도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도심의 경우, 일본 정부가 재개발 촉진을 위해 용적률을 대폭 완화, 실질적으로 도심 주택지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경제의 저성장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점도 부정적인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향후 5년 내에 50% 정도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도 있다.

대통령이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본의 부동산시장은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부동산시장을 짓누르는 악재들을 잘 살펴보면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결코 아니다. 고령화, 공장의 해외이전, 농지규제 완화.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이런 문제가 당장 우리 부동산 시장의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계설비가 해외로 빠져나간 공장의 부지는 주택단지로 탈바꿈, 오히려 지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농지규제완화는 토지 투기열풍의 촉진제가 될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균형발전 정책도 부동산시장에 돈을 몰아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지가 폭등을 촉발시킨 정책이 70년대 일본 열도 개조론이었다. 동경 등 태평양 연안을 따라 발전한 공업지역을 전국으로 확대 한다는 게 일본 열도 개조론의 핵심이다. 우리로 치면 일종의 국토 균형개발 정책인 열도개조론은 전국의 지가 폭등을 촉발시켰다. 정부의 개발계획이 거론된 지방의 땅값이 먼저 오르기 시작했다. 지방의 땅값 폭등은 결국 도시지역으로 이어지면서 전국의 토지가격을 급등시켰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균형발전 정책은 일본 열도 개조론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지닐 수 있다. 균형발전정책은 물론 장기적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부동산의 가격 하락을 촉발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지방의 땅값을 급등시키고 그 영향으로 도시의 지가까지 동반 상승 시킬 위험성이 있다.

현재의 한국의 부동산 활황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일본 부동산 전문가들의 좌담내용을 실은 어느 전문지는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전문가로서 는 자살행위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이 썼을 정도이다.

부동산가격은 단기적으로 복잡한 메카니즘에 의해 결정된다.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심리라는 변수도 작용한다. 사상초유의 저금리에다 부동산 불패신화까지 합쳐지고 있어 우리 부동산시장은 당장 과열국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언제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고령화, 가용토지의 증가, 산업공동화 등 일본 부동산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소들이 일본만의 특수한 변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과 우리는 주택시장의 구조자체가 다르다.
우선, 일본은 단독주택 중심의 주택시장이다. 단독 주택이다 보니 가격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아 실시간으로 가격이 공개돼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급등이 인접지역으로 연쇄 파급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둘째, 일본의 경우,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현실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먼 미래의 일로 여기고 있다. 셋째, 일본은 경제가 이미 성숙단계로 진입했기 때문에 역동성이 떨어지는 반면 우리경제는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다. 그만큼 역동성도 크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시장구조가 일본과 다르다고 해서 우리 부동산시장이 일본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믿는 것은 시장의 법칙을 무시하는 엄청난 착각이다. 물론 당장 우리 시장이 일본의 구조를 따르지는 않겠지만 머지 않은 장래에 암초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을 중심으로 확산된 집값 급등세는 정부의 초강경 정책을 초래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허술하다는 비난을 받던 부동산 관련 세제는 지난 1~2년간 상당히 정비됐다. 90년대 분당 등 5대 신도시 개발 이후 중단됐던 신도시개발도 다시 재개됐다. 물론 당장은 아니지만 머지 않은 장래(그것이 올 하반기일수도 있고 혹은 3~4년 후 일수도 있다)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주택가격이 단기적으로 보면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학의 일반법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어떤 재화도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기 때문에 영원히 땅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믿던 일본인들의 부동산 신화는 환상이었음이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됐다. 최근 국내에서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 부동산 불패신화는 명백한 착각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신화가 무너지는 순간 한국경제에 엄청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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