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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탈출 임기응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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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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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44 2014/06/28 12:11

게시글 내용

 


 필사의 탈출 임기응변

 


   임기응변으로 멸족의 위기를 구한 이야기.


   근세조선 말엽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극에 이르자 대원군이 왕권을 잡기 위한 온갖 수모를 자청하며 둘째 아들을 왕위에 세우기 위해 못할 일이 없었다. 흥선대원군은 영조의 현손으로 왕족이면서도 안동 김씨 세도정치에 휘몰리어 불우하게 살았다. 안동 김씨 세도정치 밑에서 눈치와 수모를 견디며 야심을 키워온 인물이다. 세도정치의 칼날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정 잡배와 어울려 방탕한 생활로 상가집 개라는 별명을 달게 받으며 자기의 꿈을 실현하기 작정한 인물이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는 그저 하찮은 종친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풍기기에 바쁜 행세로 살아왔다. 그래서 언젠가는 때가 오면 안동 김씨 세도부린 너희 놈들 깨끗이 몰아낼 것이라고 벼르고 벼른 인물의 한 사람이다.


   대원군이 아들 명복(고종)을 임금으로 등극시키자 안동 김씨 세도정치를 종결시키기 위한 뼈에 사무친 보복의 수순에 들어가자 안동 김씨 들이 전전긍긍  생명부지에 안달하기에 이른다. 당시 세도가 영의정 김좌근이 문중회의를 열어 대원군을 집으로 초청하여 생색 내는 행사를 벌인다. 대원군이 면을 좋아하는 것을 미리 알고 대원군이 좋아하는 날을 받아 크게 한 상차리고 기다리고 있는데, 대원군은 일부러 골탕먹이기 위해 몇 시간 후에 도착한다. 면 음식이 퍼져서 몇 번이고 다시 준비하게 하는 것이다. 바쁜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능지처참으로 요절 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약속시간보다 훨씬 늦게 대원군이 어영대장을 대동하고 어영대의 호위가 마당을 매웠다. 오늘은 모조리 잡아죽일 참이었다. 대원군데로의 야멸찬 준비가 있었다. 얼굴에는 일부러 웃음으로 그득 치장하지만 속으로는 어디 두고 보자 벼른다. 안동 김씨 일가들은 그저 조심스럽고 어려울 뿐이었다. 첫 젓가락에 대원군은 그만 "독이다 독이야!" 외치며 입에 씹든 면을 뱉아 내며 소리 소리 지른다. 주위가 온통 사색으로 변한다. 대원군은 부들부들 떨면서 김씨 문중을 노려본다. 어영대장에게 이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라 하면 끝나는 일인데, 이때 기상천외하게도 김좌근의 맏아들 김병기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대원군이 뱉어놓은 면을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담아서 자기가 먹는 것이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어떤 변명이고 해명이 소용없는 무언의 행동, 온통 주위 분위기는 물을 끼얹은 듯 숨소리조차 고요할 뿐이다. 만약에 대원군의 말대로 독이 있었다면 김병기가 죽을 것이요, 독이 없다면 대원군이 망신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이다. 대원군이나 김병기나 둘다 임기응변에 능하여 대원군이 금방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능청스럽게 "농담으로 한 번 해본 소릴 가지고 어이쿠! 자실 것까지야 뭐 있겠소?" 사람을 죽이려는 행위와 살아 날려는 발버둥이 졸지에 벌어지는 광경이다. 험악한 지경에 서로가 기지로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며 피해가는 숨막힐 장면이다. 안동 김씨 세도정치를 이번에는 반드시 끝내려는 단단히 벼르고 벼른 계략이었지만 영의정 김좌진의 아들 병기의 기지로 다시 보복의 칼날은 다음 기회로 넘어가고 말았다.
(글 : 박  용 )

박용 그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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