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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대한통운 포기할까' 長考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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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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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20 2008/01/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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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대한통운 인수 후보열전⑧-1]3년의 준비, 막판 고심이유는 M&A 피로감]

이 기사는 01월02일(09:5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STX는 장고 끝에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수전 참여를 포기하려다 막판 고심 끝에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침없는 확장의지를 보이던 STX가 대한통운을 두고 잠시 주춤거렸던 까닭은 기업 안팎의 경영환경이 2년만에 급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10월10일, STX팬오션은 장내매수로 3만주, 시간외매매로 235만주 가량의 대한통운 주식을 사들여 서울보증보험을 제치고 일약 최대주주(21.3%)로 떠올랐다. 곧바로 금호그룹이 계열사를 동원, 지분을 늘렸지만 최대주주에는 미치지 못했다. 당시 지분구도로만 보면 인수전에서 가장 앞서있던 셈이다.

하지만 이 구도는 1년여만에 복병의 등장으로 깨졌다. 주인공은 세계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이듬해 6월, 골드만삭느는 채권을 출자전환하고 일부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여 최대주주(15.01%) 자리를 빼았았다. STX의 지분은 출자전환으로 인해 14.8%로 낮아졌다.

골드만은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STX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長考' 배경은 법원=

STX의 전략에 더 큰 변화를 준 것은 법원이다.

STX는 대한통운 매각과정에서 기존 주식의 소유가 경영권확보 과정에서 이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통운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기업이기 때문에 채무변제를 통해 법정관리 절차가 종결되고 주권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의 입장은 완고했다. 법원은 지난해 비슷한 사례인 국제상사, 충남방적 건을 통해 법정관리 기업의 기존 주주에게는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는 원칙을 정했다. 관리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이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경영권은 신주를 발행해 제3자에게 넘기는 방식을 고수했다.

법원은 예상대로 지난달 27일 매각공고를 통해 2400만주의 신주발행을 공표했다. 기존 유통주식(1598만주)보다 약 150% 많은 유상증자를 단행, 대한통운을 제3자에게 공개매각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

골드만삭스의 출자전환으로 14.73%로 낮아진 STX의 지분은 유상증자가 실시되면 다시 5.89%로 희석된다. 주식수는 그대로이지만 발행주식 전체총량이 늘어나면서 지분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다른 후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입찰경쟁을 벌여 승자가 돼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주식의 보유는 현재로선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인수전에 필요한 실탄을 2년전부터 허비해 불리한 상황을 자초한 셈이 됐다.

자금압박도 고민=

시간이 흘러가면서 M&A 의지도 희석됐다.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그룹의 기초토대를 만든 STX는 대동조선을 1000억원에 사들여 조선산업 호황을 맞았다. 여기에 외환위기와 벌크선 불황으로 사세가 기운 범양상선을 2004년 4300억원에 인수, 그룹의 성장발판으로 삼았다. 2년전 STX는 대한통운까지 사들여 해운과 육운을 아우르는 그룹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당시 대한통운 지분획득을 위해 STX가 투자한 금액은 약 1830억원. STX는 대한통운도 다른 계열사처럼 효율적으로 사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았다. STX가 대한통운 경영권 인수를 위해 투자해야 할 돈은 최소 2조3352억원으로 당시 예상보다 크게 불어났다.

STX는 또 대한통운이 매물로 나오기 한달전인 지난 10월 중순 노르웨이 조선사 아커야즈를 7300억원에 인수했다. 그동안 M&A에 들인 돈만 총 1조5000억원. 조선과 해운의 쌍끌이 호황으로 6년만에 사세가 연간 매출 11조원, 재계순위 20위로 뛰어올랐지만 동시에 자금사정도 계열사를 운용하는 데 벅찬 수준이 됐다.

최근 그룹의 재무상황은 이 같은 시선에 우려를 더한다. STX는 지난달 초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3000억원 가량의 채권발행에 나섰지만 금리상승으로 어려움 겪다가 자금을 2000억원과 1000억원으로 분할해 마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TX는 인수자금이 최소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또다른 M&A 대상인 현대오일뱅크 인수전에 나선 상태. 전문가들은 STX가 기존 전략대로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재무부담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STX는 공식적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STX조선과 STX엔진의 경우 선박 수주에 따른 선수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중이고 STX팬오션은 국내상장을 통해 59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 선박부품 제조업체인 STX엔파코와 STX건설 등을 조만간 상장해 자금여력을 높일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들은 각사의 독립경영에 쓰인다는 조건에서만 유효하다. 조단위의 투자자본이 필요한 메가딜을 2건이나 추진하는 것은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내부지적이 터져나왔다.

승승장구하던 M&A 전략본부도 주장을 고집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


박준식기자 win0479@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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