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pool

올들어 국내 증시의 상승랠리에 동참하지 못하고 소외되었던 일부 기업의 대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특히 8월 들어 국내 증시가 조정양상을 보이면서 상승랠리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종목들은 올 상반기 주가가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최근 하락장의 악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따라서 일부 기업에서 대주주가 주가부양과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직접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박유재 에넥스(011090) 회장은 최근 자사주 8만8630주(1.95%)를 장내매수했다.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지난 2005년 4월 이후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박 회장측의 자사주 지분확대는 2년4개여월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이번 자사주 취득으로 박유재 회장과 특수관계인 4인의 에넥스 보유지분은 기존 23.17%에서 25.12%로 증가했다.

에넥스 주가는 올 1월2일 7890원을 기록한 후 등락을 거듭하다 6월 중순 1만1000원대까기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약보합세를 보여 9000~1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4일 종가는 1만400원을 기록했다.

최근 컴퓨터 관련 자수기업체인 윔스는 장내매수 등을 통해 에넥스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가구업계 경쟁사인 퍼시스 계열사인 일룸도 에넥스 지분 5.18%를 보유해 대주주 입장에선 경영권에 불안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에넥스 관계자는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보임에도 불구 주가는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주가부양과 경영권 안정을 위해 박 회장이 자사주의 장내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형석 마니커(027740) 회장도 지난 17일 개인 자격으로 자사주 40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이로써 마니커에 대한 한형석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7.6%에서 18.5%로 높아졌으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29.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앞서 한형석 회장은 이달초 22만주를 매입한 바 있어 8월 들어서만 자신의 지분율을 1.4%포인트 높였다.

마니커 관계자는 "한 회장이 회사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어 있어 주주로서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으로 매입에 나선 것"이라며 "단순히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를 생각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마니커 주가는 8월 들어 1000원대를 유지하다가 증시가 폭락한 지난 16일은 14%의 하락률을 나타내며 85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대주주의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부양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등에 나서 24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135원을 기록했다.

연중 최대주주가 보통주와 우선주를 몇백주씩 지속적으로 장내매입하는 회사도 있다.

유화증권(003460)은 윤장섭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주식변동신고서 공시는 이달 들어 22일까지 12번에 달한다. 윤장섭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올 상반기 우선주 위주로 장내매수를 해오다가 최근엔 보통주 매수에 나서고 있다. 윤장섭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유화증권 지분율은 69.92%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대주주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자사주 장내매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원익(032940)은 신동익 대표이사가 주식시장이 폭락한 지난 17일 자사주 1만9875주(지분율 0.18%)을 장내 매수했다. 장내매수가격은 주당 7000~7500원선으로 총 1억4000여만원에 달한다. 원익은 대주주인 이용한 회장과 특수관계인 2인이 회사지분 45.45%를 보유하고 있다.

원익 관계자는 "올 반기보고서에서 자산유동화와 관련한 회계처리로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해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았다"면서 "대표이사가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주고 주가부양 차원에서 자비를 들여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