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전직 국방부 장관 17명이 어제 “전시(戰時)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돼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국민 생존과 국가 존망이 걸린 중대 안보 사안이므로 국민의 의사를 묻고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작전권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으로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꼭 갖춰야 될 국가의 기본요건”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비용”이라고 말했지만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2011년까지 151조 원, 2020년까지 621조 원의 국방예산이 소요된다. ‘어느 정도’라는 말의 뜻을 고쳐야 할 판이다. 이대로라면 국민(작년 통계청 발표기준 4704만 명)은 내년부터 2011년까지 1인당 약 320만 원, 4인 가족 1가구당 약 1280만 원의 세금을 군비(軍費)로 내야 한다. 2020년까지의 부담액은 1인당 1320만 원, 1가구당 5280만 원꼴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06년 군비·군축연감’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군사비 지출(160억4000만 달러)은 세계 11위, 국민 1인당 군비(344달러)는 세계 9위였다. 2020년까지 621조 원을 조달하려면 국민 1인당 매년 979달러(약 94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이는 미국(1604달러) 이스라엘(1430달러) 사우디아라비아(1025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부담이다.
그제 노 대통령은 ‘(과거) 안보장사 시대에 성공한 일부 신문’을 비난했지만 자신은 ‘자주(自主)’를 내세워 ‘역(逆)안보장사’를 하는 것이 아닌지 성찰해 볼 일이다. 친북 좌파의 ‘민족 마케팅’이나 노 정권의 ‘자주 마케팅’이나 구시대의 ‘안보 마케팅’이나 정치적 본성은 같다고 우리는 본다. 국민은 국가 존망의 차원에서 위험도가 매우 높은 ‘위협적 장사’에 휘둘려 천문학적인 혈세를 더 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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