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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20% 추가 절상 땐 한국 경상수지 흑자 다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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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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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67 2013/01/2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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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이웃 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자신의 나라 돈 가치를 낮추는 것을 일컫는 ‘근린 궁핍화 정책’을 빗댄 말이다. 수출 경쟁구도에 있는 한·일관계에도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장기적인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 손해를 끼친다. 자동차, 기계, 철강, 가전, 섬유 등은 엔화 약세 충격이 특히 큰 업종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679억달러에서 23일 656억5300만달러로 23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일본 혼다는 542억달러에서 676억1100만달러로 시총이 늘어 현대·기아차를 추월했다. 한국의 수출 주력산업이 ‘된서리’를 맞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무역보험공사 조사를 보면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원·엔 기준으로 대기업은 100엔당 1290원, 중소기업은 1343원이다. 지금 원·엔 환율은 1200원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어 이미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태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는 “원·엔 환율이 올해 20% 정도 추가 절상되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절상폭을 넘어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상수지 흑자가 다 사라진다”면서 “그 결과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또 한번의 금융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의 엔저 정책은 국내 금융시장마저 요동치게 할 우려가 크다. 선진국에서 풀린 돈은 높은 수익을 찾아 주변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단기 투기자금은 언제든 썰물처럼 유출될 수 있다.

특히 주식이나 채권 투자보다는 차입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외채구조도 악화한다.

그러나 한국 금융당국은 환율 하락속도가 빠르지만 한국 경제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며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일본의 경우 양적완화로 국가재정이 악화하는 등의 부작용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일본이 물가 목표 실현을 위한 금융완화를 내년으로 연기한 것은 대담한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이라면서 “당분간 엔화 약세는 조정 내지 소강 국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내각이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기 위해 또 다른 시도를 한다면 엔저가 오래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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