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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상기 온다…한국경제 어떤 영향 미칠까게시글 내용
- 연준 2인자 피셔 "올해 2번 금리 인상 가능"
- 화들짝 놀란 시장…"美 인상 기조 이어질 것"
- 한은, 동결 기조 유력…경제 고민 더 커질듯
- '저성장 늪 빠진' 거시경제 반등 부담 커질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반신반의(半信半疑) 하는 시장에 일침을 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결정만 놓고 보면 고민이 오히려 덜어진 측면이 있다. 가뜩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로 묶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는 반대로 내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의 중장기적인 안정성 측면에서는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다. 만에 하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기 시작할 경우 우리 경제에 전해질 타격은 생각보다 클 수 있어서다.
최근 연준 고위인사들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긴장했던 국내 시장도 놀란 눈치다. 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컸는데, 이를 다시 검토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화들짝 놀란 시장…“美 인상 기조 이어질 것”
27일 한은과 복수의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준 ‘2인자’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CNBC와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이 작지 않은 파장을 주고 있다.
당초 주목됐던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은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옐런 의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견고한 고용시장과 경제 활동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리의 전망으로 봤을 때 최근 몇 달 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강해졌다고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피셔 부의장이 옐런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이라고 부연한 이후 시장 관계자들은 화들짝 놀랐다. 피셔 부의장은 옐런 의장의 발언을 두고 “올해 두 번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중국이 부상하고는 있지만 결국 글로벌 시장의 흐름은 미국으로 수렴한다는 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것도 미국의 시장 및 경제의 지표들이다.
이 때문에 우리 금융시장은 당장 오는 29일 장이 열리면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특히 채권시장의 기조가 확 바뀔 것으로 보인다. 김문일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9월 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봤는데 이제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이상 낮추기 쉽지 않은 만큼 국내 시장도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깜짝 놀랐다”면서 “시장의 뷰(view)가 변할 수 있는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피셔 부의장의 ‘두 번의 인상’ 언급을 주목하고 있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피셔 부의장의 강한 발언은 연내 인상에 대한 확실한 신호다. 그런데 당장 다음달보다는 오는 12월 인상이 더 유력해 보인다”면서 “‘두 번’ 발언은 향후에도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취지”라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최근 “현재 수준의 금리를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다. 연준은 이제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면서 ‘빠른’ 인상을 전망했던 적이 있다.
◇한은, 동결 기조 유력…경제 고민 더 커질듯
한은도 시장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피셔 부의장의 발언을 특히 눈여겨보고 있다. 한은 한 인사는 “옐런 의장의 언급은 어느정도 예상된 측면이 있지만 (연준 내 지위가 높은) 피셔 부의장이 나서서 명확한 신호를 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시기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미국이 올해 최소한 한 번은 인상할 것이란 게 확실해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거시적인 금리정책도 가계부채를 신경 쓰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최근 한은 내부에는 “연내 추가 인하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런 기류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은이 ‘인하 압박’에서 비교적 벗어났다고 해서 고민이 줄어든 게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은 난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 경우 우리 금융시장과 거시경제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국제금융센터는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의 주요 위험요인’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12월이 유력하지만 다음달로 앞당겨질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면밀하게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한 금융통화위원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당장 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건 직접적인 개연성이 조금 떨어진다”면서도 “그렇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지표임에는 틀림 없다”고 말했다.
◇‘저성장 늪 빠진’ 거시경제 반등 부담 커질듯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부담이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출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미국의 경기가 꿈틀대고 있다는 측면에서 금리 인상은 설득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세계 경제 상황까지 좋아지고 있는 건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세계 교역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줄어든 14조4250억달러에 불과했다. 2010년 상반기(13조 3600억달러)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재정·통화정책 측면에서 완화적 기조는 제한될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풀어도 소비와 투자가 제자리걸음이긴 하지만, 긴축에 접어든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금융권 인사들은 “지금처럼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완화적인 정책을 쓰지 않는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은과 금융시장은 일단 다음주 나올 경제지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음달 2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자수 등 고용지표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 가능성이 높다.
고용은 물가와 함께 연준 통화정책의 두 축으로 꼽힌다. 미국의 고용지표는 최근 호조세다.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지난 6월과 7월 연속으로 25만건을 웃돌았다. 8월 역시 비슷한 기조를 띠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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