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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인 한국 해양플랜트·선박 건조기술이 사상 최대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브라질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 과정에서 해외로 유출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국내 3위 조선사인 삼성중공업은 수주전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브라질 현지에 직접 해양플랜트 전용조선소까지 짓겠다고 밝혀 기술유출 논란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룰라 정부는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가 원유시추선 등 각종 해외 해양플랜트를 대거 국내 조선사에 발주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선박 및 해양플랜트 건조기술의 이전 등을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조선사의 한 임원은 “브라질 룰라 정부는 해양플랜트 제작 등을 브라질 기업이 직접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도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브라질에서 요구하는 것은 세계 1위인 한국의 조선 건조기술과 옥외 조선 작업장 운영기술 등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본격화되는 국내 조선사들의 페트로브라스 해양플랜트 입찰 과정에서 기술이전 여부 등을 따져 결과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빅4’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STX조선해양은 최근 선박 ‘수주 가뭄’에서 탈출하기 위해 페트로브라스가 발주 예정인 420억달러 규모의 드릴십, 세미리그(반잠수식 시추선), 부유식생산·저장장치(FPSO) 등 해양설비 57척을 수주하기 위해 사활을 건 치열한 경쟁을 해 왔다.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조선사들의 기술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 한국 조선사에 발주를 원하고 있는 반면 노동자당 출신인 룰라 정부는 이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페트로브라스 프로젝트를 수주할 유력 후보인 삼성중공업은 브라질에 해양플랜트 전용조선소를 건립하겠다고 밝혀 기술유출 논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룰라 대통령의 고향 등에 조선소를 증설하거나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은 최근 PJMR 등 현지 투자자들과 투자의향서(LOI)까지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과 브라질 투자자들은 앞으로 3개월 내로 해양 설비용 조선소의 투자금액과 인력 운영 및 경영 방식 등을 최종 확정한다.

해양플랜트 건조 전문조선소는 브라질 동부 수아페 산업단지 인근에 건설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부지는 15만㎡ 규모. 조선소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기술지원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선박 건조용 조선소까지 브라질 건설을 진행해 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브라질 최대인 아틀란티코 조선소 지분 10%를 22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 조선소는 지난해 8월 착공해 오는 9월 완공 예정이다.

결국 삼성중공업은 브라질 조선소에 기술제공을 무기로 다른 국내 조선사들을 제치고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하는 해양플랜트 물량을 ‘싹쓸이’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이를 암시하듯 해양플랜트의 향후 수주전에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쳐 왔다.

하지만 다른 경쟁사들은 자칫 국내업체 간 ‘제살 깎기’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빅4’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해양플랜트를 제작하지 않고 있고 중국은 건조능력이 한국을 따라 오지 못해 결국 한국 조선기업 간의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 간 경쟁에서 지나친 기술이전 및 가격경쟁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페트로브라스는 한국의 조선기술 이전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수년에 걸쳐 해양플랜트를 발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연유로 국내 조선사들이 기술만 이전해 주고 실제 얻는 단기수익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