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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제철화학 오너家 차남, 넥솔론 설립 배경
이수영 동양제철화학 회장의 차남 이우정씨(39)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그는 얼마 전까지 동양제철화학 계열사로 자동차 용품을 생산하는 불스원의 사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돌연 회사를 떠나 넥솔론이란 비상장기업을 세워 주위를 놀라게 했다.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 MBA 출신인 그는 영국의 건축공구 업체인 힐티, 독일 화학 회사인 데구사 등 외국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001년 불스원에 합류했다. 2005년 8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CEO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이번에 넥솔론이란 새로운 사업체로 자리를 옮긴 건 불스원의 경영실적과는 무관하다. 2005년 대표 취임 이후 사업다각화를 통해 당해 412억원, 2006년 4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불스원 측은 “이 사장은 기존 자동차 용품 사업 외에 외식 사업으로 새로운 수익처를 발굴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넥솔론 설립은 이 같은 성과를 완전히 무시하고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이어서 특이하다. 그러나 회사는 “이 사장이 원래부터 관심이 높았던 사업을 시작했던 것뿐”이라고만 밝혔다. 바로 넥솔론이 주력으로 하는 태양전지용 부품인 잉곳 및 웨이퍼(잠깐용어 참조)를 생산하는 일이다.
세계 시장에서 잉곳 및 웨이퍼의 시장 가치는 대단하다.
송준덕 삼성증권 복합기업·스몰캡파트장은 “태양전지용 웨이퍼 생산시장은 이미 일본, 유럽 주도로 매년 약 30%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2006년 현재 태양전지용 웨이퍼시장 규모를 44억달러로 보고 있다.
동양제철과의 특수관계로 사업 유리
넥솔론 외에도 이미 다른 기업들도 이런 성장 가능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지난해 태양전지용 잉곳 및 웨이퍼 생산에 들어간 웅진에너지, 스마트에이스, 네오세미테크 외에 오성엘에스티, 쏠라엔텍 등이 올해 양산을 목표로 생산 공장을 설립 중이다. 줄잡아 10개가 넘는 기업이 이 사업에 진출해 다투고 있는 양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사업의 성패가 폴리실리콘(잠깐용어 참조)이란 원재료를 얼마나 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폴리실리콘은 규소에서 실리콘을 생산하는 공정으로 만들어지며 태양전지의 기초소재다.
이응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요즘 폴리실리콘 확보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통상적인 시세는 Kg당 70~80달러인데 요즘은 4~5배 가격에도 판매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추세는 당분간 멈출 것 같지 않다. 송준덕 파트장은 “적어도 2010년까진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면에서 이우정 사장은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이 사장 아버지가 오너로 있는 동양제철화학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폴리실리콘을 자체 생산하는 곳은 국내에서 동양제철화학이 유일하다. KCC도 연산 1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시험 생산라인을 건설해 시험가동하고 있지만 사업 본격화까진 2년여의 시간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동양제철화학은 올해 4월부터 폴리실리콘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2009년 상반기 중 1만5000톤 규모 생산능력을 갖춰 세계 4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이미 그 계획 발표만으로 폴리실리콘을 필요로 하는 세계적인 웨이퍼 제조 회사들은 대량 수주계약으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최근엔 대만 SAS사가 원화로 2438억원 가치의 폴리실리콘을 사가기로 해 동양제철화학의 총 수주액은 2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전 세계에서 폴리실리콘 원천기술을 갖고 생산 중인 기업은 미국의 헴록과 MEMC, 독일의 바커, 노르웨이의 REC, 일본의 도쿠야마 등 손에 꼽을 정도기 때문이다. 그만큼 동양제철화학에 줄을 대려는 곳은 많다.
그런데 동양제철화학이 제시한 수주 계약 리스트 중 국내 기업으론 넥솔론이 유일하게 눈에 띈다. 지난해 동양제철화학에서 폴리실리콘을 7년 이상 장기 조달한다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폴리실리콘의 안정적 공급을 바탕으로 한 넥솔론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안을 갖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넥솔론 측이 시기상조라며 언론의 접근을 극도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엔 홍보 조직도 따로 없고 홈페이지도 만들지 않았다.
연 매출액 3000억원 이상 예상
다만 넥솔론의 공장이 한창 건설 중인 전라북도에서 향후 사업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짐작게 한다. 전북도청에 따르면 넥솔론은 지난해 10월 전북 도지사, 익산시장, 넥솔론 사장이 모인 가운데 투자 협약을 맺었다.
넥솔론이 익산시 신흥동 구 쌍방울 부지 6만2810㎡를 매입해 4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고 시와 도가 함께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협약에 따르면 넥솔론 공장은 올해 7월에 완성돼 본격적으로 태양전지용 웨이퍼를 양산할 수 있게 된다.
전북도청은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 500여명의 고용효과에 연 매출액 3000여억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웨이퍼 업체의 고객사라고 할 수 있는 태양전지시장은 확대 추세라 희망하는 값을 받기엔 충분하다.
2010년의 태양전지 수요 전망치는 3~4GW(2005년), 5~8GW(2006년)로 상향되다가 최근엔 15~20GW까지 상승하고 있다.
이미 주요 10대 전지 메이커의 생산능력이 2006년 2GW를 넘어선 만큼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게 시장 의견이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선 동양제철화학과 넥솔론의 특수한 관계를 두고 말들이 많다.
특히 넥솔론이 코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렇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열린 태양광 에너지 관련 세미나에서 넥솔론 소속 고위임원이 2009년경 상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지분 80% 가까이를 차남인 이우정씨(37.44%)와 장남 이우현씨(37.07%)가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장 차익 대부분이 동양제철화학 오너 일가에 돌아갈 수 있다.
이들이 넥솔론을 단순히 머니게임 정도로 이용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동양제철화학의 특수관계사로 넥솔론의 사업을 더욱 확장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회림 동양제철화학 창립주, 이수영 회장 이후 3세 경영체제 구축 작업과 연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오는 말이다.
장남 이우현씨는 현재 동양제철화학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도 동양제철화학의 신사업 진출에 깊숙이 관여 중인만큼 앞으로 그룹 전체 방향타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앞으로 형인 이우현 부사장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동생인 이우정 넥솔론 사장이 그 물량을 받아 가공해 경영 시너지를 높이는 시스템이 그려질 수 있다. 넥솔론 설립 초기엔 두 형제 지분이 같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동생의 주식 수가 증가하며 그 조짐이 포착된다.
다른 시나리오도 무시할 수는 없다.
A애널리스트는 “넥솔론이 상장에 성공한 이후 동양제철화학에 합병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많은 글로벌 태양광 기업들이 모든 관련 공정을 내부에서 처리한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동양제철화학도 비슷한 사업구조를 고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넥솔론의 상장 차익은 결국 동양제철화학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데 쓰이게 된다.
그러나 그룹 오너 3세들 사이에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동양제철화학의 유대관계는 향후 사업에도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유가 상승과 지구 온난화 이슈로 전 세계에서 신재생에너지원 수요가 전반적으로 계속 늘 것이란 점도 호재다.
송준덕 파트장은 “모든 시나리오를 떠나 넥솔론이 상장만 한다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만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깐용어
◇폴리실리콘:규소에서 실리콘을 뽑아내는 공정으로 탄생하며 태양광 발전 산업의 기초 소재다.
◇태양전지용 잉곳과 웨이퍼: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녹여 원기둥 모양의 결정으로 만든 것을 잉곳이라고 하며 태양전지 셀을 만드는 웨이퍼는 바로 이 잉곳을 얇게 절단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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