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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된 지 80년이 지난 당뇨병치료제가 항암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치료제는 메트포르민(metformin)으로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임상에 사용되기 시작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당뇨병치료제다. 매년 미국에서만 4000만건 이상이 처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구아니드 계열 약물인 메트포르민이 항암작용 및 암발생억제작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그러나 제2형당뇨병 환자들의 암치료에만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반인의 암예방이나 항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지난 17∼21일 열린 제101회 미국암연구협회 연례회의에서도 메트포르민이 흡연자들의 폐암예방에 유효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에 앞서 메트포르민이 유방암 발생을 줄였고 항암치료 중인 유방암 환자에게 투여한 경우 항암치료 효과가 더 잘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현재 다양한 연구에서 메트포르민이 췌장암, 대장암 등에 대한 항암효과가 있다고 주장되고 있다.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안지현 교수는 “여러 동물실험과 암 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메트포르민이 인슐린 대사 경로에 관여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암 발생을 예방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메트포르민은 세포 내 에너지 밸런스 및 영양분 대사 조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AMPK(AMP-activated kinase)라는 효소를 활성화시켜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MPK가 항암기능이 있다는 사실은 200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종경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밝혀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국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동림 교수는 "AMPK는 당뇨병, 비만을 비롯한 다양한 대사질환과 연관된 효소이므로 이를 활성화시키는 메트포르민은 직·간접적으로 암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메트포르민의 항암작용이 사실로 완전히 입증되려면 임상실험 및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행히 의료계는 다른 약물에 비해 이 과정이 수월하고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건국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동림 교수는 “50년 넘게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된 약물이기에 작용기전과 부작용 등에 대한 수십년어치의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준비된 상태”라며 “만일 메트포르민의 효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항암치료에 사용되는 데는 5년이 안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트포르민의 가장 큰 현실적 장점은 혈당조절제이지만 저혈당은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 부작용이 약하거나 적다는 점, 그리고 생산이 쉬워 가격이 낮다는 점이다. 특히 가격이 매우 저렴해 항암치료제로 판명이 난다면 일반 환자들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한올바이오의 글루코다운(메트포르민) 750mg, 대웅제약의 ‘다이아벡스(메트포르민)’ 500㎎의 경우 1정 당 94원이다.

저렴한 가격이 오히려 메트포르민 연구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있다. 경희대 내분비내과 우정택 교수는 “메트포르민의 항암효과를 제대로 판별하기 위해선 대규모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워낙 싼 약이다 보니 연구를 지원해 주는 국내 제약사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암효과가 입증된다면 경제적으로 힘든 사정의 암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kueigo@fnnews.com 김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