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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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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00 2011/09/1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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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서울로 들여오는 사업이 3국간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달 24일 열렸던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매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명박 대통령도 이 사업에 적극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추석을 앞두고 KBS와 가진 특별대담에서도 이 사업을 긍정적으로 언급했고 개인적으로도 이 사업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도를 보면 이 대통령은 그가 현대건설 대표로 있을 때인 1989년 러시아측과 민간 차원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MOU(양해각서)까지 작성한 일이 있고 관련서류를 지금도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오는 11월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는 무엇인가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업적 감각이 뛰어난 대통령인만큼 임기중 구체적인 다리를 놓아주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환영해 마지 않을 이 사업과 관련, 의문이 있다. 보도를 보면 이 사업이 실현되면 가스가 북한지역을 통과하는 통과료로 연간 1억달러에서 1억5000만달러가 북한측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스관 말고 다른 대북사업은 왜 안되는가


이 정부 들어 개성공단사업을 제외한 금강산관광사업 등 북한에 달러가 들어갈 통로는 모두 막혔다. 여러가지 명분을 내세웠으나 핵심은 북에 달러가 들어가면 바로 핵개발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현금이 들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가스관 연결로 북한에 들어가는 1억달러 넘는 현금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연간 들어가는 돈은 관광이 끊긴 전해인 2007년 기준 2030만달러였다. 개성공단 사업으로 북한에 들어가는 달러가 연간 약 6000만달러,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개성공단사업 다 합쳐야 연간 9000만달러 정도다.


협상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최소 1억달러, 1억5000만달러가 북한에 들아가는 가스관 사업은 괜찮고 다른 달러는 안된다는 모순된 논리를 이 정부는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구체화되면 정부는 납득할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전임정권이 추진한 사업은 안되고 현 정권이 하는 사업은 된다면 그것은 논리 이전의 문제다.


기왕에도 남북문제에 관한 한 이 정부는 일관성이 없었다. 5·24조치로 영세업자들의 북한 수산물 수입까지 막으면서도 개성공단 사업은 건드리지 않았다. 개성공단읕 통해 들아가는 월 500여만달러는 핵개발에 쓰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서였을까.


이 정부에서 북한문제를 다루는 한 고위인사는 언론계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사업은 5만여 북한 근로자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효과(남북협력 효과를 말하는듯)가 있지만 금강산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를 편 일이 있었다.


금강산사업은 1989년 시작된 이래 무려 200만명이 북한땅을 밟는 기회를 제공했다. 금강산은 군사분계선을 장전항까지 올려놓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성공적 평화사업이다. 금강산에선 모두 15차례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북에 현금 줘선 안된다는 콤플렉스 극복해야


무엇보다 금강산, 개성공단사업은 남북이 독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한반도 문제를 관련국들의 간섭없이 남북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최근 금강산사업이 추진됐을 때나 진행되고 있을 때도 미국은 이 사업을 매우 못마땅해 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개성공단 사업에는 공공연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려(?)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두 사업은 이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는 것은 안된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할 때가 됐다. 남측이 지원하는 돈이 핵개발에 쓰였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못한 일이다. 반대하고 싶은 사람이 반대하는 데 쓰는 편리한 논리적 도구일 뿐이다. 북측에 가능한 지원을 하고 남북화해협력 기반을 키우는 일과 달러가 북의 정권연장 수단으로 이용될지도 모른다는 개연성 간의 손익계산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


임춘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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