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러 정상 '가스관 회담']
양국 국영회사 협의 진행 중…
北·러도 에너지 협력안 논의
지난달 2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에 원칙적 합의를 본 '북한 통과 가스관 연결 사업'이 오는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 프롬과 한국가스공사 간 협의가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즈프롬은 지난달 31일 본지에 보낸 이메일 답변을 통해 "가즈프롬과 북한 정부가 에너지 협력에 관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가스공사와도 사할린·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의 가스 터미널에서 한국으로 가스를 운송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듯
11월에는 한국과 러시아 정상이 참석하는 국제회의가 세 개나 열린다.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다. 이 기회에 한·러 정상회담이 최소한 한 번은 이뤄지게 되고, 가스관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별도로 방문하면 가스관 논의의 무게감이 훨씬 더해진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최근 "11월 중 남북관계에 좋은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주말 이명박 대통령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독대를 했을 당시 이 대통령은 홍 대표에게 '11월쯤에는 러시아 가스관 사업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러시아 실무자 조만간 한국 방문
한나라당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이날 "가즈프롬 담당자가 곧 한국을 방문, 한국가스공사와 가스관 연결 사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김성환 외교부장관이 말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또 "지난달 8일 한·러 외교장관회담에서 라브로프 장관이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사업은) 우리가 성사시킬 테니 두고 보라'고 장담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주도로 협상 진행
남·북·러 3국 간 가스관 연결 사업은 러시아의 주도하에 한·러, 북·러 간 양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남·북 간의 직접 대화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1일 "가스관 연결의 최대 관건은 남북 간"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가스 통과료로 한 해 1억5000만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과료 수준을 정하는 문제는 가스 공급국과 가스관 통과국 간에 늘 분쟁을 일으켜 왔다. 2009년 러시아는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관이 지나는 우크라이나와 통과료 문제로 갈등을 빚다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에 '가스대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러시아는 가스관 길이 100㎞ 기준으로 통과가스양 1000㎥당 1달러70센트(2009년)를 우크라이나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적용하면 북한은 가스 통과료로 한해 1억7000만달러까지 요구할 수는 있다. 가즈프롬과 한국가스공사가 2008년 맺은 가스산업 협력 의정서에 따르면 한 해 가스 수입량이 100억㎥로 예정돼 있으며, 남·북·러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북한 통과 가스관의 길이는 약 1000㎞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금 북·러 간 협의가 시작되도 합의까지는 몇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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